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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게[개똥이네 집 9월호]

작성자운영자|작성시간09.08.31|조회수40 목록 댓글 0

아이들이 모두 눈치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게

 

                                                                         최창의(경기도교육위원)/ ‘개똥이네 집’ 9월호에 실림

 

오늘 아침 신문에는 성남시에서 내년 3월부터 모든 초등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한다고 소식을 알린다. 또 얼마 전 8월 초에는 전남교육청에서 내년에 농산어촌의 학생 수 100명이하 초,중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였다. 경남교육청에서도 지난 7월 17일, 올해 초등학생 무상급식에서 2010년에는 도내 모든 초,중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6월에 추경예산을 통해 추진하려던 초등학생 무상급식 사업은 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사정없이 모두 깎여버렸다. 하지만 이처럼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서는 앞다투어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는데 왜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속사정은 이렇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5월 첫 주민직선으로 당선된 김상곤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초등학생 무상급식을 3단계에 걸쳐 추진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먼저 1단계로 지난 6월 도교육청 추경예산에 도서벽지, 농산어촌 초등학교와 도시의 학생수 300인이하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위한 예산 171억원을 편성하여 경기도교육위원회와 경기도의회에 예산심의를 요청하였다. 그런데 예산심의과정에서 경기도교육위원회는 전체 예산 171억원 가운데 절반인 85억원을 싹둑 잘랐고, 경기도의회는 아예 나머지 85억원마저 모두 깎아버려 무상급식 사업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밥값을 걱정하지 않고 두루 편안하게 밥을 먹여보겠다는 사업을 두고 왜 이런 해괴한 일이 벌어졌을까? 경기도교육위원회와 경기도의회의 급식예산 삭감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그 배경에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하였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예산 삭감에 앞장선 도교육위원들과 도의원들은 절대로 정치적인 입김이나 잣대가 개입되지 않았다고 부정한다. 하지만 진보적인 색깔의 김상곤 교육감 당선과 교육정책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자 발목잡기라는 것이 중론이다. 다시 말해 경기도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를 비롯한 MB특권교육을 비판하면서, 교육감이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고교 평준화 확대, 일제고사 반대,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의 진보적인 교육정책에 대한 견제와 반감이 무상급식 예산삭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급식이라는 아이들의 복지와 교육문제가 어른들의 정치적 잣대에 따라 내동댕이쳐진 꼴이 된 것이다.

 

우리 나라 모든 초,중,고에서 시행되고 있는 학교급식은 이제 중요한 교육활동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학교급식사업 도입 초기에 어머니들의 도시락 싸는 번거로움을 해소한다거나 점심 한 끼를 학교에서 해결한다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급식을 통해 학생들의 식생활 습관과 예절, 문화를 가르치고, 고르게 영양을 섭취함으로써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신체를 가꾸도록 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또한 아이들에게 급식 시간은 학교 생활 가운데 가장 기다려지는 행복한 시간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급식 시간이 다가오는 4교시가 되면 조리실에서 풍겨오는 음식냄새에 무슨 반찬이 나올까 맞추느라 코를 벌름거리기 일쑤이다.

 

이처럼 즐거운 학교급식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때로 가슴에 상처가 되기도 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급식비를 제때 내지 못하거나 급식지원을 받아 공짜로 눈칫밥을 먹는 아이들에게 그렇다. 지금 교육청에서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저소득층인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일부 차상위계층 자녀들에게 급식비를 지원한다. 그런데 급식비 지원을 신청하는 과정을 보면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는 부모의 경제능력을 까발려 보여야 한다. 다시말해 한 달에 4-5만원 정도 되는 급식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는 증명을 내보여야 한다. 그래서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자존심이 강한 부모나 예민한 아이들은 급식비 지원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가 급식비를 밀리기도 한다. 그러기에 가난한 아이들에게 급식비 지원을 늘이면 되지 않는가 하고 단순히 돈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겨 자신감을 위축시키거나 아이들끼리 위화감이 생기지 않게 세심한 교육적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급식을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온전하게 키우려는 교육차원으로 바라본다면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추진은 지금 시기에 꼭 필요하고 적절한 사업이다. 그리고 진보교육감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차별없는 교육과 복지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마땅히 추진해야 할 일이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바라보는 나라에서 완전한 의무교육실현 과정이자, 평등한 교육복지의 구현이다. 또한 경제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층 가정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는 데도 한 몫을 한다.

 

이번 경기도의회에서 도의원들은 무상급식 예산 전액을 삭감하면서 저소득층자녀 급식지원비 101억원을 예비비에서 증액시켰다. 그러면서 지역별로 단계적인 급식지원이 아닌 저소득층의 지원 비율을 높이는 방식이 합당하다고 강변하였다. 그러나 이는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하는데 따른 비난여론을 피해보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과 무상급식은 서로 충돌되는 사업이 아니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무상급식은 저소득층 지원에 따른 구분과 위화감을 보완하고 해소하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려던 무상급식사업에 대한 예산 삭감은 어떤 이유와 논리를 들여대도 진실성이 떨어진다. 이는 새로 당선된 김상곤교육감의 진보적인 교육정책과 사업을 정치적인 잣대로 판단한 정략적인 발목잡기요, 다수 집단의 힘으로 밀어부친 정치적 타격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무상급식 삭감에 앞장선 의회기관의 교육위원과 도의원은 차라리 이런 의도를 분명하게 밝혀 국민들의 눈을 흐리게 하거나 현혹시키지 말았으면 한다.

 

이제 경기도의 무상급식 사업은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기 때문에 끝장난 것인가? 많은 분들이 물으며 관심을 나타낸다. 바로 이 물음 속에 답이 담겨져 있다. 우리가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무상급식 사업은 잠시 늦춰질지언정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오히려 이번 예산 삭감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무상급식의 본질과 교육적 철학을 올바로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무상급식 문제는 경기도를 넘어서 전국적인 토론거리가 되었다. 따라서 다가오는 내년 지방선거와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에서는 무상급식 사업이 전국적인 쟁점이 될 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거공약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이렇게 된 데는 우리 시민들의 깨어있는 의식과 민주를 지키려는 참여 덕분이다. 앞으로도 의무교육의 완전한 실현을 위한 무상급식으로 차별없는 교육복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더욱 깊은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모두 눈치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게 해야 한다.

 

나는 지난 7월 한여름에 경기도교육위원회 본회의장에서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항의하면서 일주일간 농성을 할 때 전국의 수많은 국민들이 보여준 열화와 같은 격려와 성원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글쓴이 소개> 최창의

경기도지역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2002년 경기도교육위원에 당선되어 재선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7월 경기도교육청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예결위원장을 그만 두고, 일주일간 본회의장에서 항의농성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의 ‘최창의 교육나눔카페’(http://cafe.daum.net/sigolro)에 들어가면 7년 동안의 교육위원 활동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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