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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할 아름다운 학교를 [2011, 3/10 김포신문]

작성자운영자|작성시간11.03.15|조회수34 목록 댓글 0

케냐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할 아름다운 학교를

 

최창의(경기도의회 교육의원)

 

 

유난히 추운 겨울날이 계속되던 지난 1월 14일부터 21일까지 저 멀리 아프리카 대륙의 케냐를 다녀왔다. 국제 구호봉사단체인 월드비젼이 주선하여 케냐 어린이들의 교육 상태를 알아보고 학교 짓는 일을 후원하기 위해 교육청 관계자들과 함께 방문한 것이다. 떠나기 전에도 간접으로 보고 들어서 막연하게나마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이 굶주리는 처참한 상황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머릿속으로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케냐 땅에 내려 원주민들의 마을 깊숙이 들어가서 만난 그들의 주변 환경과 삶의 모습은 예상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지경이었다. 케냐에 가기 전에는 아프리카라면 나무들이 가득찬 밀림 속에 갖가지 열대 과일이 열리고 동물이 뛰노는 장면을 상상하였다. 그런데 우리가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에서 원주민 마을까지 자동차로 비포장도로를 4시간 정도 달려가면서 마주친 자연환경이 그곳이 얼마나 어려운 형편인가를 보여 주고 있었다.

 

가난하고 인공적인 개발이 안된 나라와 지역일수록 사람들이 자연에서 기본이 되는 의식주를 해결하는 의존성이 높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밟은 자연 그대로의 케냐 땅은 불모지와 같았다. 한해 내내 비가 내리지 않은 건기가 계속되어 땅은 바싹 메말라 있었다. 풀들은 물이 없어 말라 죽어있고 나무들도 푸른빛이 거의 없이 가시들만 앙상한 가운데 간신히 생명을 붙이고 있었다. 야생동물이라곤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한참 벗어나 깊숙이 들어가야 고라니, 토끼 무리들을 가끔씩 볼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이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황톳길을 4시간을 달려 찾아간 올도니로 사업장 지역에서 원주민인 마사이족들을 만났다. 그들은 어려운 생활 형편 속에서도 자신의 문화와 공동체를 지켜가고 있었다. 원주민 여성들은 매우 빛깔 고운 화려한 옷과 장식용품으로 단장하고 우리를 흥겨운 춤으로 맞아들였다. 중고 학생들 쯤으로 보이는 청소년들도 통일된 복장으로 자신들의 전통춤을 추며 우리를 환영하였다. 키가 부쩍 크고 마른 마사이족들의 남자들은 느긋한 자세로 그늘에 앉아 전통춤을 구경하고 환영 의식에서 인사말을 들으며 박수를 치곤 하였다. 그 날 만난 그 모습만 보아서는 아직 문명세계에 들어서지만 못했을 뿐 자신의 윗세대가 살던 것처럼 자연과 어우러져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오히려 경쟁과 차별이 뚜렷한 다른 세상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이 환영의식과 행사를 치르는 동안 멀찍이 나무 그늘 아래에는 수백명의 어린 아이들은 이방인들의 방문에 호기심과 두려움이 섞인 표정으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 아이들은 수십 킬로미터 먼 곳에서 아침부터 걸어서 이 잔치 아닌 잔치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한결같이 몸이 마른 편이었고, 옷차림이 허름하고 닳은 가죽신을 신고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점심을 먹는데 주민들 전체가 먹을 규모의 대형 원통에 찐 밥을 한 덩이씩 퍼 주고 감자국 한 덩이를 얹어주자 손으로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아이들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도 어렵지만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교육 기회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있어 안타까웠다. 많은 부모들이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가야할 어린 아이들이 집안일을 돕거나 돈을 벌기 위해 일터로 나간다. 아이들은 야생동물의 위험을 무릅쓰고 무려 20킬로미터를 걸어가야 가까스로 학교에 갈 수 있기에 대부분 배움을 포기한다. 더욱이 여자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를 보내지 않고 어린 소녀시절에 일찍이 소 몇십 마리에 팔려가듯 혼인을 치른다고 한다.

 

우리는 까만 얼굴에 소처럼 순한 눈망울을 가진 이 아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기로 하였다. 멀리서 찾아올 여자 아이들의 안정된 학습을 위해 기숙사도 갖춰 주기로 했다. 우리 나라 아이들이 사랑의 저금통에 한 푼 두 푼 동전을 모아 케냐의 눈망울 초롱한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할 아름다운 학교!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고 벅찼다. 우리는 행사 막바지에 그런 우리 약속을 가슴에 씨앗 심어 꽃을 피우겠다는 다짐이라도 하듯 학교터 주변의 황량한 땅에 아카시아 나무를 심고 그 곳을 떠나왔다. 나는 그곳을 떠나오면서 이제 조금씩 덜 먹고 덜 쓰고 덜 갖기로 마음을 먹었다.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쓰면서 지구촌의 이웃인 아프리카 케냐의 아이들에게 한모금 맑은 물을, 한 권의 공책을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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