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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환 칼럼 ■

[스크랩] 빙등제를 다녀와서-아름다웠지만 비참한 여행.

작성자김석환|작성시간08.02.18|조회수93 목록 댓글 0

오전에 막 한국에서 놀러 온 친구와 함께 하얼빈을 향했다.

9시 저녁 기차를 타고 귀마개를 하고 침대칸에서 잠을 늘어지게 잔 후 눈을 뜨니 이미 날은 훤하고 한 시간 반 정도를 더 달리니 하얼빈이다.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가 그 옛날 ‘이토오히로부미’의 가슴을 향해 총알을 날린 우리한테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지만 우리는 그런 거 저런 것을 느낄 짬이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중국 춘절과 겹친 우리들의 여행은 처음부터 돌아가는 표에 모든 신경이 가 있었기에 나는 떠날 때나, 차 속에서나, 도착해서나 오로지 그 생각으로 꽉차있었다.

차에서 내리니 어떤 ‘삐기’가 여행을 하라고 하기에 북경 돌아가는 표를 살 수 있냐고 하니까 추천하는 여행을 이틀만 하면 표를 사 주겠다. 어차피 ‘빙덩제’도 봐야하고 중국에서 제일 길다는 ‘야부리’스키장도 가야하기에 그러마하고 ?아가 수속을 밟아 첫 번째의 빙등제 여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서툰 중국어로 물었을 때 분명 빙등제로 가는 버스라고 했지만 사실은 일일 관광투어였고 그 맨 마지막에 살짝 빙등제에 들리는 그런 것이었다. 따라서 시내 중앙에 있는 탑에 데리고 가서 탑 엘리베이터 비용으로 90‘위엔’을 더 내라고 하고 오전을 다 까먹은 후에 정말이지 시원찮은 점심을 주고 또 시내에 있는 옛날에 지어졌다는 성당을 보여주고는 가게 세 곳을 위시해서 여기저기 기본 여행비 외에도 자비 부담 코스를 더 끌고 다니는 그런 여행이었다.

 

전혀 내용이 없는 여행이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끌려 다니다 저녁에 겨우 빙등제를 볼 수 있었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둘러보는데 빙등제는 그런대로 장관이었지만 생각처럼 기절초풍할 노릇은 아니어서 과연 이렇게 멀리 비싼 비용을 들여 시내 관광까지 묶어서 돌 필요가 있을 지 싶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상점 한군데를 더 데리고 간 후에 처음의 장소에 우리를 던져 놨다.

 

우리는 조선족이 운영하는 허름한 아파트지만 음식 맛은 그런 대로 맛이 배어 있는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잔 후에 다음 날 스키장 행 버스를 탔다. 세 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스키장은 스키장이라기보다는 눈썰매장이었고 스노우보드는 아예 있지도 않아 나는 스키타기를 포기하고 그저 다른 사람들 돌아 올 때까지 추위에 떨다 또 다시 한참을 기다려 여행의 기쁨보다는 성질만 가득 가슴에 안은 채 또 다시 세 시간 여를 달려 원래의 장소에 도착해서 그 엄청나게 가외의 돈과 시간을 들인 북경 행 표를 그 ‘삐기’로부터 삼심원의 수수료와 함께 표 값을 지불하고 받았다.

 

참으로 어이없는 하루였다. 그나마 전 날은 시내 구경이라도 시원찮은 대로 했지만 스키장 가는 날은 글자 그대로 하루 종일 버스만 탄 그런 여행이었다. 그렇지만 이틀 동안 들인 비용은 북경 행 비행기를 타고도 남는 돈이었다. 북경 행 표를 사야한다는 강박관념에 하얼빈 기차역에 내려 먼저 창구에 가서 표를 알아 봤으면 표가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을 급한 나머지 상황판단이 흐려져 그 ‘삐기’에 걸려 돈 날리고 시간 날리고 그냥 엉망진창인 여행이 되어 버렸다. 그러니 안중근 의사고 무엇이고 이것저것 여유 있는 생각을 할 짬 자체가 없었다.

 

우리는 그나마 표는 받아서 다행스럽다고 서로를 위로하며 다시 민박집에 도착해서 하룻밤을 더 묵은 후 다음 날 아침 내가 중국에 와서 알게 된, 평생친구의 다짐을 한 ‘후레이’네가 사는 ‘따칭’ 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따칭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기름만 많이 나는 곳이란다. 중국 기름 소비의 삼분지 이는 대는 곳인 모양이니 다른 중국 지역과는 달리 경제적으로는 풍족한 곳이란다.

 

한 시간 반을 달려 따칭 시에 내리니 하얼빈과는 그리 먼 북쪽도 아니련만 이상하게도 하얼빈의 날씨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추웠다. 거기다 원래 우리가 도착하기로 한 시간보다 한 시간정도 빨리 도착해서 추위가 발끝까지 느껴졌다. 실로 발이 시릴 정도의 추위를 느껴 본 지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겨우 그들을 만나 따칭의 영웅박물관에 들려 석유개발의 역사를 훑어보고 그들의 집에서 환대를 받은 후 우리는 여관으로 갔다. 피곤함과 점심과 함께 마신 ‘빠이주’의 노근함으로 두어 시간 눈을 붙인 후 다시 저녁을 거나하게 얻어먹고 어딘가 가니 거기는 ‘등제’가 열리는 공원이다.

 

하얼빈의 빙등제만은 못해도 비닐 같은 것에 등을 넣어서 이런 저런 모양으로 길을 따라 도열해 있는 모습이 그런대로 아름다웠다. 나는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나서 그들과 작별을 하고 발 안마를 받은 후 여관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다시 후레이네 집에서 점심을 대접 받은 후 우리는 시장을 잠깐 구경한 후에 그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역에 나가 한참을 노닥이다 하얼빈 행 열차에 몸을 싣고 다시 하얼빈에서 만두 전문 식당에 들려 저녁을 먹은 후 시내 관광을 조금 하니 북경 행 열차 시간이 턱 밑이다.

헐레벌떡 달려 북경 행 열차에 등을 누이고 잠을 청하니 북경 근처의 너른 평야를 가르며 북경시내로 기차가 빨려 들어간다.

 

그렇게 해서 이상한 하얼빈 빙등제 여행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돌이켜 보면 또 한 번의 중국여행 실패작이 탄생된 셈이다. 중국 여행이 완벽하게 알고 또 준비를 해도 쉽지 않거늘 전혀 예지 지식도 없는데다가 마침 춘절이라는 최악의 시기를 택해 간 여행이니 어쩌면 그 정도의 실패는 오히려 성공일 런지도 모른다. 거기다 친구와는 내내 유쾌한 마음의 연속이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얼빈 중앙탑에서 내려다 본 시내 전경.

 

 

 하얼빈 성당.

 

 점심으로 먹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 식사.

한국이나 중국이나 패키지 여행은 무조건 피하는 것이 상책이건만.

 

 갑자기 풀어 놓은 송화강변의 수영장.

도착하자마자 쇼가 끝났다. 아마 겨울 수영 대회라도 되는지... 그런데 선수들이 남자나 여자나 대부분 노인네들이었다.

 

 드디어 빙등제 입구.

 

 

 

 

 

 

 추워서 코 주변이 알콜중독자처럼 되어 버렸다.

 

 

 자금성 입구를 보방한.

 

 

 

 

 

 

 

 

 

 아이스 댄싱.

 

 

나의 렌즈가  깨진 카메라도 환상적인 분위기에 일조한다.

 

 

 

 

 

 

 

 

 

하얼빈 야경.

 

 다칭 가는 중에 열차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

 

 다칭 시내의 왕 머시기의 영웅박물관.

 

 

 박물관 안에 나오는 사진에는 빈약하기 짝이 없는 영웅이었는데 이처럼 동상으로는 거창한 모습이다.

나는 사후에 쟈코메티의 작품같은 모습으로라도 재현 되었으면 좋으련만...

 

 후레이네 짐의 창문에 붙어 있는 종이 자른 그림.

일종의 부적인가 보다. 춘절 전후해서는 중국의 가정 집이나 가게에 이런 것들이 많이 붙어 있다.

 

 저녁에 후레이네가 데리고 간 멋있는 식당에서의 저녁 상.

이도 머리가 나쁜 나는 한참 먹다가 '착칵!'하는 바람에 원래의 풍성환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식당에 나온 옥수수 빵?

절묘한 형태의 옥수수 빵으로 그 동그란 구멍 안에 양념을 넣어 먹는 것으로 어린 시절 학교에서 먹던 배급 옥수수 빵을 생각나게 했다.

 

 다칭의 등제.

이런 형식의 등제가 다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대도시의 여러 곳에서 이런 등제를 행한단다.

추워서인지 중국에서는 흔해서인지 꽤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사람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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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ar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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