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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환 칼럼 ■

[스크랩] 중국 친구와 북해 야경

작성자김석환|작성시간08.02.20|조회수172 목록 댓글 3

저번에 운남성을 갔을 적에 돌아오는 기차 속에서 어떤 중국인 남자를 만났는데 40여 시간을 오는 동안 사실 별로 대화를 나눈 것도 없다가 막판에 북경 거의 다 와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 친구가 있다. 처음에는 40대 정도로 봤지만 물어 보니 30대 초반.

중국인들이 대체로 겉늙지만 이 친구는 좀 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운남성의 수도 쿤밍에서도 한 5시간을 더 간다는 어느 시골 태생인데다가 행색이 거의 반 거지에 가까울 정도로 전형적인 중국인의 모습이었다.

머리카락 숯이 적고 가는 살짝 곱슬머리인데다가 수염이 부숭부숭한 얼굴은 세수를 며칠을 안 했는지 모를 정도였다.(사실 그런 장거리 여행에서는 나도 얼굴을 제대로 닦기가 힘들었다.)

옷도 ‘검으틱틱’하고 얼마나 구질구질한지 대화중에도 혹시 몸이 닿을까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거기다가 차에서 내릴 때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비닐 쌀부대 같은 것을 등에 짊어지고 내리는데 정말이지 전형적인 지저분한 중국인 상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 친구가 엄청나게 다정스럽고 친절하기만 한데다가 거기다 막일이나 농사일이나 할 것 같은 외모의 모습과는 달리 만화를 그린다는 것이다. 인쇄업도 하고. 거기다가 자기 여자 친구가 차를 가지고 마중 나온다는 것이고 마침 나하고 방향이 같으니 데려다 주겠다는 것이었다. 정말 역에 도착하니 여자 친구가 있었고 한참 그들을 이상한 골목을 지나 지하 주차장으로 쫓아가는데 혹시 인신매매나 안 당하나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할 정도였지만 결국 차 앞에 섰는데 현대의 엘란트라 새 차였다.

정신이 없어 얼굴도 제대로 못 봤지만 그 남자의 여자 친구는 그 남자보다 나이도 아주 ?고 인물도 테가 나 보였다. 보통 중국인들은 남녀가 친구라고 하면 동거인일 경우가 대부분인데 둘은 전혀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이 아니어서 회사 동료거니 했지만 꽤 다정스럽게 보였다.

그녀가 차를 몰고 남자가 길을 안내 하는데 차도 막 뺐고 운전도 막 배운 듯 여간 더듬거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 서툰 운전에도 나만 좀 불안함을 가질 뿐 남자는 전혀 불편해 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게 중국 와서 처음으로 중국인이 모는 자가용을 얻어 타고 숙소에 돌아와 한 참 후에 전시회 메일을 운전 중에 그녀가 가르쳐 준 메일로 보냈지만 답도 없고 전시회에도 안 나타나 잠깐 스친 우정이었던가 보다하고 잊고 있었다. 사실 그 녀는 그림에도 관심이 있고 영어도 같이 대화를 나누며 배우고 싶다고 했고 셋이서 차를 끌고 어디든 여행도 가자고 한 그런 상황이었기에 좀 의아해 하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메일을 열어 보니 그녀가 메일을 보냈다. 남자 이름은 지금도 모르지만 여자 이름은 워낙 중국 이름치고는 특이해서 기억을 하고 있었다. 이름이 ‘한나’다.

메일 속에 전화번호도 있고 해서 재까닥 전화를 하니 자기들이 사는 동네로 놀러 오라는 것이 아닌가?

사실 나는 한국에 돌아갈 일과 여행 온 친구 데리고 다니느라 마음이 급했지만 친구와 함께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에 도착해서 다시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알려 준 역에 도착하니 그녀가 나타났다.

처음 봤을 때는 정황이 없어서 자세히 몰랐는데 역시 아주 미인이었다. 그리고 눈도 너무나 선한 모습이었고 차도 여전히 현대차 그 차였다. 우리는 그녀의 차를 타고 그 남자친구가 있는 사무실에 도착을 했다. 그녀가 명함을 주는데 그 사무실의 부사장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남자는 자기 명함을 안 줘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곳의 사장인 것 같았다. 만화 인쇄를 하는 곳인지 건네주는 책이 만화책이었고 그녀도 책을 우리에게 한 권씩 줬는데 그녀 자신이 펴낸 말하자면 ‘사는 방법’ 뭐 이런 비슷한 제목의 책으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그런 내용인 것 같았다.

분명히 그 친구가 전쟁터의 피난 보따리 같기만 한 쌀부대를 ‘사장’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하면서 지고 왔는데 누가 사장인지 감이 잘 안 왔다. 분명 우리를 서슴없이 그 사무실의 사장실로 데리고 간 것을 보면 그 허름한 친구가 사장이 아닌가 싶고 그녀는 동거녀가 아닌가 싶다. 사실 나중에 어느 거창한 아파트를 지나며 자기들 집이라고 했다.

암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두 짝에 대해 우리 둘은 너무도 의아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을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들의 베푸는 친절에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죄스럽기만 한 노릇이기에 그저 그들의 안내대로 따라 나섰다. 먼저 근처의 식당가로 우리를 데리고 가는데 만두 집 같았는데 식사 메뉴가 장난이 아니었다, 어찌나 맛이 좋은지 둘은 감탄을 연발 하면서 열심히 먹고 나니 그 친구가 카드로 계산을 했다.

중국 와서 중국인이 카드로 계산하는 것도 처음 봤다.

그러고 나서 그 외곽에서 어디론가 도시를 한참 달리다 주차를 하는데 그게 북경 시내 한 복판 뒷길이었고 거기서 좀 더 가니 봄에 두어 번 와 본 적이 있는 자금성 바로 뒤의 ‘북해’ 바로 그곳이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북해 야경 여행이 뜻하지 않게 이루어 졌다.

북해는 꽁꽁 얼어 있었고 오늘이 마침 ‘발렌타인데이’인지 ‘뭐시깽이’인지 해서 쌍을 이룬 젊은 남녀들이 꽤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그것도 몰랐는데 거리 풍경이 왁자지껄하고 장미꽃을 파는 사람들이 지하철역에서부터 눈에 띄더니 거기도 그런 사람들이 많기에 물어보니 ‘칭런데이’라는 것이었다.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무슨 남녀와 관계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려니 했더니 바로 그날이 그날임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중국도 얄팍한 상술이 이미 침투 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날이 있었던 것이 마침 겹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즐거운 야경을 둘러보고 나니 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도 우리를 숙소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길도 잘 몰라서 지도를 봐가면서. 사실 오는 중에 길을 잘 못 들어 돌아오기도 했다. 그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나는 중국인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마음을 우리나라는 물론이거니와 어디 다른 나라에 가서도 만나기가 쉽겠는가? 그건 정말이지 그냥 간이고 쓸개고 무조건으로 퍼주는 맘 그 자체다.

그들이 내내 행복하기를 기도해 본다.

하지만 난 아직도 그 남자의 이름을 모르기에 기도를 해 본들 여자만 ‘기도발’을 받을 것 같다.

 

 만두집.

만두는 장식품만 같다. 그러나 맛은 중국에서 먹은 것 중 제일이었다.

언젠가 혼자라도 다시 가고 싶다.

 

 

 

 호수는 꽁꽁 얼고.

 

나의 중국인 친구  한 쌍!!

 

 

 

 이런 종이 오리기를 중국인들은 무지하게 좋아하는가 보다.

부적 같은 것인 듯.

 

 

 

 

 

 

 

 

 

 

 

 한국서 온 친구, 아직은 별 탈 없이 같이 잘 지내고 있다.

 

 

 

 

 

 어는 식당 안.

촛불을 켜 놓고 친구를 맞는 것이 중국에서는 최고의 접대.

 

 

흔들렸지만.

 

 

 

 

 

 

 북해의 야경은 내가 내년 이 맘 때 또다시 나타나기를 기다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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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ar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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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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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공수래공수거(장광현) | 작성시간 08.02.22 여전히 즐거운 삶을 사시고 계시는군요, 안녕하십니까. 기억하실지.... 장광현이라고...
  • 작성자김석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2.23 하하 장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팬션은 여전히 잘 되고 있지요? 한번 가 볼 기회가 올런지 원! 늘 건강하세요,
  • 작성자테니스요정 | 작성시간 08.07.10 지나친 우연이 어쩜 잠시의 필연을 만났던가봅니다 좋은 친구들과 여행을 하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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