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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교양

디어 마이 파더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8.20|조회수89 목록 댓글 0

사과를 깎고 모닝 커피를 내렸습니다.
사과는 제가 누리는 가벼운 사치 중의 하나입니다.
일 년 열두 달 거의 빠지지 않고 하루에 반 개씩은 먹습니다.
하나씩 먹으면 사치의 극을 달리게 될까 자제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빠뜨리지 않고 꼭 챙겨 먹었습니다.
밖에 나가 보니 우리나라 사과만큼 맛있는 게 없더라구요.
큰 마트에 가도 크기도 작고, 식감도 퍼석거리고, 썩 달콤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였다면 그런 사과는 길가에서 수십 개씩 담아놓고 오천 원 정도에 팔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별로인 사과 밖에 못 먹는 외국인들이 불쌍해요.

외국에는 역시나 우리나라만한 커피가 없습니다.
40도나 되는 날씨라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간절했지만 어디에도 이런 커피는 없었습니다.
커피를 진짜로 마시고 싶으면 에스프레소를 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2주 정도 맛난 커피를 마시지 않다 보니 이것도 습관이 됐는지, 지난 주 출근해서 카누 한 잔을 했는데 쓴맛이 강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역시 잘 볶아진 커피를 직접 갈아서 내려 마시는 것 만한 게 없습니다.

간밤에 내리던 비가 아침이 됐는데도 여전하네요.
시원한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오늘도 평소보다 많이 늦잠을 잤습니다.
피로가 가신 듯하네요.
편안한 일요일 되세요. ~^.^~

♥디어 마이 파더♥

그날 아침은 남자에게 평소와 다르게 특별했다.
옷을 입고 신발을 신기 전, 남자는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나도 많이 늙었네.''
''여보, 오늘 내가 진짜 안 가도 되나?''
''은퇴가 별 거가. 이따 집에서 보자.''
경찰관이자 경상도 남자인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 출근길이라는 사실에 남자는 기분이 싱숭생숭하기만 했다.
경찰관으로 살아 온 30년.
남자는 내일부터 경찰복을 입지 않는다는 게 어쩐지 적응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출근할 때 늘 타는 버스를 타러 간 남자는 정류장에 낯선 광고가 하나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버지, 당신의 은퇴가 아쉬움보다는 환희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 한 경찰관이 조용한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의 앞날이 어느 날보다 찬란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그 광고 사진 속에 실린 사람은 바로 남자 자신이었다.

늘 서먹서먹하고 거리감이 있었던 아들.
그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게시한 광고였다.
생전 이벤트라고는 받아 본 적 없는 남자의 눈시울이 점점 뜨거워졌다.
아들이라고 살갑게 대해 주지도 못했는데 아들은 어느새 다 커서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은퇴를 앞둔 아버지의 쓸쓸함이 아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뭉클_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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