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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교양

아내를 닮은 풍경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9.01|조회수106 목록 댓글 0

눈부시게 푸르른 9월의 첫날이라서, 금요일이라서 더욱 좋은 날입니다.
며칠 만에 해가 쨍쨍하네요.
근자에 이런 날씨를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요?
그렇게 찌는 듯이 덥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갑자기 긴 팔 옷을 꺼내게 될 줄을요.
동작대교를 건너는데, 요 며칠 보지 못했던 물결에 부서지는 반짝거리는 햇빛을 봤습니다.
오늘은 전철 안이 확실히 반팔이 대세였습니다.

다시 살짝 더워지니까 여행 생각이 나네요.
밖에 나가니 동양 사람 고르는 거 어렵지 않더라구요.
가까이에서야 얼굴 생김새로 쉽게 알 수 있지만, 멀리서 봐도 딱 티가 납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서 뭘 쓰고 다닙니다.
짐을 줄이기 위해 우산과 양산을 따로 구분해서 가져오지 않아서 그랬는지 많은 경우 검은 우산을 쓰고 다니죠.
서양 사람들은 눈을 씻고 봐도 없습니다.
오히려 햇볕을 즐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사람들이 많고 일본 사람은 트로기니에서 딱 한 명을 봤습니다.
환경적이기도 하고 문화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봤을 때는 좋아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우산을 챙기기는 했지만 안 들고 다니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현지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해야 할까요?
그냥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해야 할까요?
옛날에는 드물어서 반가웠다는 얘기도 있지만 요즘은 너무도 흔한 얘기가 됐죠.
저희도 식당에서 옆 자리에 앉으려는 분이 먹고 있는 음식이 어떠냐고 물어볼 때 대답한 거랑, 크로아티아를 떠나기 전에 고스란히 남은 생수를 주려고 말을 건 게 답니다.
일반적으로는 여행 정보 같은 게 필요할 때가 아니면 말을 건넬 일이 없다는 얘기죠.
그리고 얘기할 때 넘 큰 소리로 얘기하진 마시고요.
어떤 나라라고 굳이 얘기를 안 해도 아시겠지만 말도 못하게 시끄러운 사람들 때문에 괜히 그쪽 사람 취급받을까 염려스럽더라고요.

주말에도 날이 좋을 거라지요?
여행가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그동안 비가 너무 많이 왔죠?
남은 기간 햇볕이 쨍쨍해야 할 텐데요.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

♥아내를 닮은 풍경♥

''장모님, 저 왔어요!''
그가 싱글싱글 웃으며 집으로 들어왔다.
장모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저 밥 주실 거죠?''
''... 딱 오늘 만이야. 이젠 다시 오지 말게.''
장모가 냉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못 들은 척 밥을 맛있게 먹었다.
''아유, 이 김치는 정말... 진짜 아내는 백년 해도 장모님 못 따라갔어요.''
''자네, 이제 좀 그만하게!''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모가 소리를 질렀다.
''... 이제 우리 애... 그만 잊어야 하지 않겠나... 자네도 살아야지...''

그의 아내는 일 년 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평소 위염을 앓기는 했지만 건강했던 아내였기에 그의 충격은 더욱 컸다.
아내가 떠나고 그는 주말마다 처가를 찾았다.
그런 사위가 안쓰럽고 미안해 가족들 모두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장모와 처형에게 연락을 했다.
''장모님, 뽀미가 새끼를 낳았어요. 집 비밀번호 문자로 보내드릴 테니 들어가서 먼저 보고 계세요.''
'삑-삐빅-삑'
집 비밀번호를 누르며 장모가 숨을 골랐다.
죽은 딸이 사위와 함께 알콩달콩 살던 집.
''... 세상에나...''
딸이 떠나기 전과 너무도 똑같은 집안 풍경에 처형과 장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딸의 사진, 딸의 옷, 딸의 화장품...
심지어는 칫솔마저 그대로였다.
그때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자네 정말 왜 이러나!!!''
장모가 사위를 향해 절규했다.
''... 장모님!!''
장모가 사위의 등을 치며 울었다.
말리던 처형도, 그도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한참을 울던 그가 입을 열었다.
''... 이렇게 해 놔도... 소용 없었어요... 빈자리만 더 크고...''
그는 아이처럼 목 놓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 그래도 처가에 가면 좀 살 것 같았어요... 아내한테 나던 냄새... 아내가 쓰던 말투... 거긴 아직 있었어요...''
그의 말에 장모도 처형도 오열했다.
''... 그러니까 저 내치지 마세요... 장모님... 저 살고 싶어서 갔어요... 내치시면 저 죽어요...''
모두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아내를 닮은 풍경.
세상에 아직 남은 그곳에 가야 하루를 다시 살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뭉클_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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