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미국 시민권자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의 석방을 논의하기 위해 곧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배 씨는 북한에서 ‘국가전복음모죄’로 노동교화형을 받고 지난 5월 14일부터 ‘특별교화소’에 수감 중이다.『조선신보』(재일본 조선총련 기관지)에 따르면, 그는 특별교화소 감방(약 12㎡ 면적. 침대, 책상, 텔레비전, 변소, 세면장 등 구비)에 수감되어 있으며 하루 8시간 농사일을 하고 있다(아침 6시 기상, 오전 8시-오후 6시 노동/ 점심시간과 2번 휴식시간),그는 2012년 11월 3일 자유경제무역지대가 있는 라선특별시로 들어가 활동하던 중 이른바 ‘반공화국 적대범죄’로 억류됐고 수개월 간의 예심 끝에 재판에 회부됐으며, 금년 4월 30일 북한 최고재판소에서 형법 제60조(국가전복음모죄)에 따라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언도받았다.
1. 배준호 씨의 ‘국가전복음모죄’와 ‘범죄형 탈북자’
『조선신보』 보도는 북한 형법상 ‘국가전복음모죄’라는 범죄, 특별교화소의 수감 공개 등의 측면에서 주목을 끌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각종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엄격한 처벌 규정을 둔 형법을 갖추고 있고 ‘사회주의법무생활’을강조하는 엄연한 ‘법치국가’라는 점 때문이었다. 북한에서의 범죄 및 처벌과 관련해 흥미를 끈 또 하나의 보도는 지난 6월 19일 북한 인민보안부가 발표한 ‘특별담화’였다.특별담화는 탈북자들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을 고위간부들에게 선물했다는 보도-『연합뉴스』)를 격렬히 비난하면서 “현 ○○당국자들과 날강도 미국의 부추김 밑에 대역죄를 덧쌓고 있는 추악한 인간쓰레기들을 물리적으로 없애버리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단행하기로 결심하였다”고 밝혔다. 특별담화는 “이 자들을 내세워 우리에 대한 모략선전과 비난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현 당국자들, 악질적인 보수언론매체들도 무자비한 정의의 세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특별담화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대목은 “원래 탈북자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살인강도와 절도, 나라재산절취와 패륜패덕한 행위 등을 저지른 악행으로 하여 깨끗한 우리 사회에서는 용서받지 못할 법적 제재대상으로 고향사람들과 혈육들로부터도 버림을 받은 인간쓰레기들이다”라고 하면서 이른바 ‘범죄형 탈북자’를 묘사한 대목이었다. 2012년 말 현재까지의 약 2만 4천 6백여명에 이르는 북한 이탈주민에 대하여 ‘범죄형 탈북자’로 단정해서는 안 되며 상당수가 북한 이탈주1994년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의 ‘생계형 탈북자’ 혹은 ‘대외접촉/정보노출형 탈북자’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들조차도 인정하듯이 탈북자들 가운데 일부는 북한에서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처벌이 두려워 탈출한 경우도 있다. 특별담화는 그러한 일부 탈북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기회에 북한 형법에는 어떤 범죄들이 규정되어 있고 그에 따른 처벌은 어떠한지를 파악하는 것도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 북한 형법상 범죄의 종류
국내에서 입수 가능한 북한 형법은 2007년 10월 16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2403호로 수정 보충된 것이다(통일부 홈페이지). 이 형법의 국가전복음모죄(제59조) 조항에는 “반국가적 목적으로 정변, 폭동, 시위, 습격에 참가하였거나 음모에 가담한 자는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조선신보』가 국가전복음모죄를 제60조로 서술한 것으로 보아 형법은 2007년 10월 이후에 다시 수정 보충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형법에 규정된 기본형벌은 “사형, 무기(無期)노동교화형, 유기(有期)노동교화형, 노동단련형” 등 4가지이고, 부가형벌로 “선거권박탈형, 재산몰수형, 자격박탈형, 자격정지형” 등 4가지가 있다. 노동교화형은 “범죄자를 교화소에 넣어 노동을 시키는 방법으로 집행”하고 “집행기간에는 공민의 권리의 일부가 정지된다.”(제30조) 그리고 노동단련형은 “범죄자를 일정한 장소로 보내어 노동을 시키는 방법으로 집행”하고 “집행기간에는 공민의 권리가 보장된다.”(제31조) 노동단련형의 경우 노동교화형과는 달리 ‘교화소’(감옥)에 들어가지 않고 건설부문 등 산업현장이나 농장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면서 노동에 참여한다. 배준호 씨는 유기노동교화형의 최장기간인 15년을 언도받았는데, 국가전복음모죄는 “정상이 특히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 및 재산몰수형에 처한다”(제59조)고 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나마 최고형은 피한 것이다. 미국 시민권자인 배 씨에게 “공화국 공민이 아닌 자가 우리나라(北)에 대한 정탐을 목적으로 비밀을 탐지, 수집, 제공한 경우”에 해당하는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고 국가전복음모죄를 적용한 이유는 알기 어렵다. 다만 그가 국가전복음모죄의 혐의를 인정했다고 북한 당국이 밝히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