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감상: 이 시는 마치 지나간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나는 정을 잘 붙이기 때문에 때때로 옛날을 추억하기도 한다. 초등학생때는 나와 친한 누군가와 헤어지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정을 붙이지 않으려고도 해보고 그 추억을 잊으려고도 해 봤지만 결국에는 그때의 시간이 그리워졌다. 지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도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려 하는데 이 시를 보고 옛날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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