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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리뷰

철퇴는 대구를 때리기에 너무 무거웠다.

작성자FC김천|작성시간12.03.26|조회수805 목록 댓글 21
대구가 철퇴를 피하는 법을 알려 준다더니..

현대오일뱅크 4R 대구와 울산의 경기가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난 11일 다녀온 숭의아레나보다 이날 대구가 훨씬 더 추웠다고 생각한다. 3월말이지만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파고들었고 축구고 뭐고 그냥 집에 돌아가는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날씨였다. 살을 에이는 추위에도 5729명의 팬들이 찾아주었고 이 5천여명의 관중들은 지난주 인천전을 찾아주었던 6천여명과 함께 확실히 대구의 고정관객층이라고 본다. 날이 풀린다면 30% 정도는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경기의 중요한 포인트는 ACL이었다. 시즌 시작 전부터 국가대표 경기 및 ACL로 많은 경기를 치룬 선수들이 있는 울산이었기에 분명 이 경기에 몇몇의 선수들이 바뀐 얼굴로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경기 전 발표된 울산의 명단을 보고 미간이 살짝 찌푸려짐과 입꼬리가 살짝 올라감을 느꼈다. 울산의 스타팅은 주중 도쿄전에 출전했던 그 베스트11 전원이었던 것 것이다. 순간 '수원이 패배한 지금 이 경기만 이기면 1위군.' 이라고 생각하는 김호곤 감독의 생각이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분명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 경기만 이긴다면 단독1위에 오른다는 달콤한 유혹이 김호곤 감독의 머릿속을 지배했을 테니까! 하지만 경기는 김호곤 감독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흘러갔다. 홈에서 울산 전만을 기다리며 5년만에 승리를 거두려는 대구 선수들의 의지가 강했고 3월 한달에만 수많은 경기를 치룬 울산의 주전 선수들의 몸은 납덩이를 달고 뛰는 것처럼 무거웠다.


팀이 시즌 무패로 잘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은 변화를 주기는 어려웠을테지만 이 한게임이 리그 우승을 결정짓는 경기도 아니라는 것을 것을 감안하면 한 게임 정도는 주전들에 대한 체력적 배려는 필요했다. 아직 한국의 추운 날씨와 스타일이 다른 리그에 대해 적응이 되지 않은 브라질 선수들의 몸 컨디션을 파악하고 체력이 떨어지면 부상 및 컨디션 난조가 올 수 있음을 알고 바로 교체해 주는 모습에서 모아시르 감독과 김호곤 감독이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한 술 더 떠 경기초반 아키의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4R 최대 이변의 막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그 골이 들어갔더라면 김호곤 감독 특유의 철퇴 축구가 효과를 발휘되고 발이 무거웠던 울산 선수들의 피로회복제가 되면서 대구가 벼르던 5년만의 울산 전 승리는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골대를 맞고 몇분 뒤 지넬손의 도움을 받은 마테우스의 토킥이 호랑이굴에 처박히면서 대구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선취골 이후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선보이며 압박했고 울산은 전반에 변변찮은 기회도 잡지 못한채 경기를 마쳤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아키를 마라냥으로 교체한 울산은 대구에게 질 수 없다는 각오를 하고 나온듯 전반보다 나은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고 서서히 거의 반코트에 가까운 경기로 대구를 몰아부쳤다.


대구는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난 지넬손을 황일수로 교체하고 완전히 카운터 전략으로 라인을 내린채 움츠러 들었고 마테우스를 김대열. 레안드리뉴를 송제헌으로 교체하며 울산의 배후를 노렸다. 대구의 라인이 완전히 수비적으로 내려서는 걸 감지한 울산은 전방에 김신욱을 향해 공을 붙여주는 일명 막아봐라 우린 올린다의 뻥축구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상당한 위력이 있었다. 특히 67분에 후방에서 올라온 볼을 가슴트래핑 곧바로 슛팅을 가져가는 김신욱 특유의 슛팅이 골대를 맞고 나왔고 곧바로 리바운드 된 볼을 무인지경이 된 골대로 마라냥이 밀어넣었지만 어이없게 벗어난 장면은 울산 최고의 찬스였다.


전반에 김신욱을 잘 마크하던 이지남이 후반에는 김신욱에게 밀리면서 울산의 위력적인 고공축구가 시작되었다. 후반에만 골대를 3번 맞추고 리바운드 된 볼이 이호 앞에 떨어지는 찬스를 2번이나 맞이하는 등 들어갈 듯 들어갈 듯 하던 골은 결국 들어가지 않았고 울산의 뒷공간을 대구가 계속 노리는 그림으로 이어지고 결국 대구가 실점하지 않은채 경기는 마무리 되었다.

대구가 지난해완 달라진 모습이 수비에서 공을 잡으면 이제 냅다 지르지 않는다. (공격진의 신장이 작아서 냅다 질러봐야 받아줄 선수도 없지만... ) 미들을 이용해 전개하기 시작했고 압박이 들어와도 당황하지 않는다. 이 점이 작년의 대구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게다가 작년에는 전방에서 볼을 간수해 줄 선수가 없었지만 올해는 레안드리뉴와 지넬손. 마테우스가 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괴롭힌다. 황일수. 김현성. 송제헌이 막히면 답이없던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자신감 있게 볼을 간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안상현의 놀라운 변화.


이 경기의 MOM은 결승골을 넣은 마테우스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안상현이라고 생각한다. 능곡중을 나와 안양에서도 뛴적 있는 이 프로 10년차의 선수는 10년차이지만 총 경기 출장 수가 66경기에 지나지 않는 선수다.  지난 인천전에서 선발 출장했지만 시즌 첫 선발이라 긴장했는지 자리도 대인마크도 전개도 모두 엉성한 모습이어서 적잖이 실망했다. 모아시르 감독은 대체 왜 저런 선수를 선발로 내보낸단 말인가?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였다. 송창호의 인천전 대활약으로 상대적으로 초라한 활약을 한 안상현에게는 낙제점을 내렸다. 미드필더로서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렸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모아시르는 일주일 만에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일까? 안상현은 인천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울산 전에 활약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풀경기를 다시 돌려보아도 경기장에서 봤던 것처럼이나 그의 플레이는 준수했다. 빠른 발. 활동량. 안정적인 볼 소유. 방향전환. 공격 전개. 커버링 등등. 수준급 미드필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면을 보여주면서 대구가 미들에서 에스티벤 이호라는 걸출한 미들을 지닌 울산에세 밀리지 않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도대체 그에게 모아시르는 어떤 마법을 부렸기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가히 놀랍다.

후반에 미들을 생략한 김신욱의 고공플레이를 보면서 한 선수가 떠올랐다. 작년 대구의 주전 원톱으로 29경기에 나서 7골 2도움을 기록한 선수. 바로 김현성이었다. 그는 원소속팀 복귀 후 지금 소속팀에서 거의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선수는 죽이 되건 밥이 되건 뛸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 최근 구자철의 경기를 챙겨보면서 그런 확신이 들었다. 데얀에 밀려 거의 벤치만 달구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경기에 나오지 못한다면 올림픽 팀의 주전 원톱으로서의 입지도 김동섭에 서서히 밀릴지도 모흔다. 경기에 뛰지 못해 감과 자신감이 떨어진 선수를 올대에 뽑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5년만에 울산에게 승리한 대구. 축구에서 당연히란 말은 없다. 당연히 울산이 이기겠지 하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작은 가능성을 기어코 승리로 바뀌어 버린 대구. 만약 울산을 이긴다면 4R 최고의 이변이 될꺼라 생각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울산 전은 이 벽안의 외국인 감독이 이끄는 대구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K리그에 알렸고 이제부터 대구를 상대할 팀들은 상당한 경계를 하고 나올 것이다. 대구는 그 도전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고 또 자신들이 이겨낼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 전주성으로 떠난다. 전주성은 상처입은 맹수가 기다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2라운드에서 강원에게 진 것이 선수단 전체의 위기감을 일깨웠고 인천전 이후 무시무시한 일정이라는 걸 알기에 더 절박했고 그 절박함이 차이를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좋은 약이 되었다. 컬러풀 대구라는 대구시의 캐치프레이즈처럼 과연 대구가 변화무쌍한 모습일지 모아시르가 있는 대구가 있기에 이번 시즌은 지루하지 않은 시즌이 될 것 같다. 조용히 그와 그가 맡은 대구라는 팀을 지켜볼 것이다.

 

글을 마치며 모아시르 감독의 인터뷰 전문.

 

모아시르 감독 “아직 갈 길이 멀다! 매 경기 집중해서 준비하겠다!”

Q. 경기소감
A. 타이트했고, 힘든 경기였다. 하지만 선수들이 극복해냈다. 90분 경기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는데 다행스럽게 승리할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하다.

 

Q. 이번 울산전을 앞두고 맞춤형 전술을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준비를 했었나?
A. 전술적인 부분을 떠나 오늘 승리 원동력은 모두 선수들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만약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없었다면 그 어떤 전술과 전략을 준비했어도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Q. 후반전에 외국인 선수들이 다소 부상이 있어 보였는데?
A. 마테우스는 훈련 중 다리 뒷근육쪽에 다소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조금 불편함이 있는 거지 부상은 전혀 아니었기에 선발을 결정했다. 레안드리뉴와 지넬손은 모두 후반 체력적인 부분에서 교체타이밍이라 생각한 거지 부상은 아니다. 현재 우리 팀 외국인 선수들은 K리그에 적응단계이다. 브라질에선 기술적인 축구를 구사하지만 한국은 넓은 활동량과 체력적인 부분을 추구한다. 이런 부분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Q. 다음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인데 각오가 듣고 싶다.
A. 강팀을 넘어서니 또 다시 강팀과 맞대결이다.(웃음) 원래 축구가 그런 거 아니겠나? 오늘 우리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뛰어졌고 많이 지쳐있을껀데 얼마나 선수들이 체력을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와 동시에 전북전을 준비할 계획이다.

 

Q. 후반 막판 상대의 공세에 실점위기가 많았는데 그때 심정은 어땠나?
A.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웃음) 오늘 울산이 우리보다 볼 소유도 많았고 공격적으로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공수간격을 유지하면서 상대의 공격에 적절히 대처했다. 울산이 오늘 플레이메이커를 통해 경기를 풀어가지 않고 긴 패스 위주로 나왔는데 다행히 우리 선수들이 잘해줬다.

 

Q. 현재 4경기에서 2승 1무 1패이다. 만족하고 있나?
A.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매 경기 집중해서 준비하겠다. 우리 선수들은 오늘 승리로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 나는 이 인터뷰를 끝으로 바로 다음경기를 준비할 것이고 12월까지 여세를 이어가겠다.  




p.s : 글 전체를 모바일로 작성하여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대구의 승리를 기뻐하는 대구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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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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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FC김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3.26 장장 3시간에 걸친 수정을 했습니다.. 수정이 많다보니 문맥상 어색한 곳이 너무 많네요 ㅠ
  • 답댓글 작성자pocker_face | 작성시간 12.03.27 사무실이라 영상을 돌리지는 못했는데 '치어리더 므흣~^^;'
    "부산만땅차자2" 께서 보시면 어쩌시려구요?! ㅎㅎ
  • 작성자에스티폴 | 작성시간 12.03.26 정성스런 후기 잘 봤습니다..추운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 작성자사월 | 작성시간 12.03.26 장장 세시간여에 걸쳐(경기 보러 다녀오신 시간은 따로 계산한다해도) 모방이로 이 글을 쓰셨다니 입이 딱 벌어집니다.
    수정만 세시간인건가요?
  • 답댓글 작성자FC김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3.26 전체 걸린 시간이 세시간 입니다^^ 이게 오타가 많이 나다 보니 탈고 작업이 좀 오래걸리더군요.. 어제 새벽 3시까지 썼습니다. 오늘 개인적 볼일로 하루 휴가를 낸 덕분에 밤늦게까지 쓸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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