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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이야기

작성자노헬레나|작성시간23.11.07|조회수75 목록 댓글 1

바람 이야기 /김웅렬 신부님

봄에 부는 바람은 나무를
흔들어 뿌리를 깨우는 바람입니다
생명을 주는 바람입니다.
숨어 있는 잎을 세상으로 밀어내는
창조의 바람입니다.

가을에 부는 바람은 잎을
떨구어내는 바람 입니다.
그래서 나무를 깊은잠에
빠지게 하는 안식의 바람입니다.
그리고 한해 묻은 먼지를
씻어 내는 바람입니다.

한여름 태풍에도 모질게
서로 사랑하며 한몸을 이루고
살던 가지와 잎이 바람의 도움으로
이제는, 작별인사를 하며
빙그르 궤적을 남기며 땅에 묻힙니다.

가을에 바람이 부는 이유는
저멀리까지 씨를 날려주기 위함입니다.
500년 느티의 후손이 30리밖에 있는
이유 또한 바람덕입니다.

오늘 여우가 12번 시집가는 날입니다.
해가나면서 비오고 바람불면서
무지개까지 뜨는 자연의
오케스트라 같은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월정리 사제관 가을과 작별인사 하려고
오전에 카메라 셧터에 검지를
올렸습니다.

렌즈를 통해 마지막 가을을 봅니다.
가슴이 아린 가을이 있습니다.
슬픈 가을이 있습니다.
후회되는 가을이 있습니다.
고통스런 가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가을은 치유와
감사의 가을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곳에 와서
치유를 받고 갑니다.
줄줄이 좋은 소식이 들려 오면서
천주찬미의 노래를 부릅니다.

바람이 찹니다. 찬바람은
찬바람대로 말을 합니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 가라고..

-23.11.6 월정리 사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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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조은정 글라라(홍보분과) 작성시간 23.11.07 느티나무에 부는 바람에는 계절의 의미가 다양했네요. 찬바람의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가라"는 의미를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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