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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한 성당 ‘빵’ 터뜨린 추기경 축하식 말말말

작성자성은정 마리아|작성시간14.03.07|조회수27 목록 댓글 0

엄숙한 성당 ‘빵’ 터뜨린 추기경 축하식 말말말정진석 추기경 “만수무강하세요”…강우일 주교 “스트레스성 살 빠지길”

한수진 기자  |  sj1110@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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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05  17: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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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기경 서임 감사 미사 축하식에서 강우일 주교가 축사를 전하고 있다. ⓒ한수진 기자

 

4일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염수정 추기경 서임 감사 미사 후에는 곧바로 축하식이 이어졌다.

 

신자들의 꽃다발과 영적 선물 증정에 이어 교회 내 주요 지도자와 평신도 대표, 정부 인사의 축사가 계속되는 전형적인 행사였지만, 엄숙했던 미사 시간과는 달리 신자들의 웃음과 박수가 연달아 터져 나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평소 숨겨두었던 유머 감각을 축사에 녹여낸 교회 어르신들의 재치 덕분이었다.

 

정진석 추기경, “추기경님, 만수무강하세요”

 

꽃샘추위로 얼어붙었던 성당 안 공기를 녹여버린 첫 주인공은 정진석 추기경이었다. 정 추기경은 준비한 축사를 전하고 나서 염 추기경을 돌아보며 “추기경님, 만수무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 자리에 있던 신자들을 말 그대로 ‘빵’ 터뜨렸다. 여든 넘은 선배 어르신의 축언에 염 추기경은 부끄러운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정 추기경은 “50년 전만 해도 한국에 ‘추기경’이라는 말이 없었다”면서 한국 교회의 세 번째 추기경 서임에 감격해했다. 정 추기경은 “세 명의 추기경이 모두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을 겸하고 있을 때 임명된 것은 교황께서 한국의 추기경을 임명할 때 평양교구까지 고려하신다는 뜻”이라고 말하며, 염 추기경에게 “우리나라의 복음 전파뿐 아니라 북한과 아시아 여러 나라에도 주님의 복음을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강우일 주교, “스트레스성 살이 빠지길 축원합니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재치로 포장한 진심어린 당부를 건네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강 주교는 “서울대교구장 역할만 해도 보통 무거운 짐이 아니고, 보통 고달픈 나날이 아니다. 거기다 추기경 직함까지 받으셨으니 갈수록 태산일 거다”고 염 추기경을 위로하면서, “모든 면에서 가벼워지시기를 축원하면서 첫째로, 스트레스성 살이 좀 빠지고 탄탄한 건강의 복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주교의 솔직한 덕담에 성당 안은 웃음의 은총이 넘쳤다.

 

이어 강 주교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 추기경 생전에 비서가 항공사에 좌석 예약을 확인했는데, 직원이 “김수환 씨는 예약돼 있는데, 추기경 씨는 예약이 안 돼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강 주교는 “염 추기경님도 너무 유명해지지 마시고, 사진 덜 찍히고, 길에서 사람들이 얼굴을 못 알아보는 복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여 강 주교는 “되도록 지위 높고 힘 있는 사람들은 덜 만나고, 이름 없고 기댈 데 없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선물을 받기보다는 선물을 줄 수 있도록 선물 꾸러미를 잔뜩 준비할 수 있는 복을 받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4일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 축하 미사가 시작되기 전 염수정 추기경이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한수진 기자

 

정순오 신부, “화장지 한 칸도 아껴 쓰라는 가르침 따라 절약하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사제 대표로 축사를 전한 정순오 신부는 염 추기경이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사무처장을 지낼 당시에 나눴던 추억을 소개했다. 정 신부는 “어느 날 생활 훈화 시간에 추기경님은 학생들에게 ‘두루마리 화장지 한 칸이 몇 센티미터인 줄 아느냐’고 물으시고는, 자로 직접 재보셨는지 ‘11센티미터’라고 이야기하시면서 화장지를 아껴 쓰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정 신부는 “염 추기경님이 신학생 때부터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가르쳐주셨다. 가끔 화장지를 볼 때마다 이게 진짜 11센티미터가 맞는지 궁금하지만, 덕분에 절약하는 생활습관을 기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추기경직은 승진도, 명예도, 보상도 아니다. 더 넓은 시야와 마음이 필요한 봉사직”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해 “보편적인 사랑의 능력은 그리스도께서 종의 모습으로 걸어가신 불명예와 겸손의 길을 따라가야만 얻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정부를 대표해 축사를 전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교황님의 한국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큰 경사를 계기로 한국 사회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추기경님이 이끄시는 천주교회가 큰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길중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은 “추기경님이 외로운 마리아의 삶을 이어가신다고 해도 저희 백성들은 조금도 겁내지 않고 불평 없이 추기경님을 함께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 사제와 신자들의 당부와 격려가 담긴 축사에 대해 염 추기경은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부모님의 마음처럼 기쁨을 갖고 헌신하며, 복음의 기쁨을 갖고 살아가는 삶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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