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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

행복 택시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4.02.28|조회수39 목록 댓글 0

행복 택시

서울역에서 할머니 한 분이
보따리를 이고 지고 구겨진 하늘을 원망하듯 서 있습니다.

다들 귀찮은 듯 외면하는
할머니 앞으로 택시 한 대가
멈추었습니다.

할머니의 짐을 챙겨 트렁크에 싣고난 뒤
"할머니~!
어디로 모실까요?"
하고 묻습니다.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찾고 계신 것 같은데
많이 당황해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헐머니~
뭐 잃어버리셨어요?"

기차에서 내릴 때까지는 있었는데
아들한테 갈 주소가 적힌
쪽지를 잃어버렸다는 겁니다.

"할머니~
이거 아니에요?"

발밑에 떨어진 하얀 종이를 보며
"아이고, 맞구먼...,
고마우이 기사 양반"

낯선 시간이 멈춰
도착한 곳은 병원입니다.

짐을 양손에 지고선
가만히 할머니를 뒤따르는
택시기사를 보며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있나...,"

택시기사의 돕는 손이
말하는 입술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병원 중환자실이었습니다.

중환자실 창문 밖으로만 보이는
아들이 전부인데도
한 움큼보다 더 많은 눈물을 매달고 있더니
천천히 보따리에서 내어놓은 것은
식어버린 밥 한공기와
나물 반찬 서너 가지
그리고 얌전히 담긴 미역국이었습니다.

"오늘 우리 아들 생일이라
어미가 밥 챙겨왔으니까
많이 먹어 내 새끼"

그렇게
아들 손 한번 잡아보지도 못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도 보지 못한 채,
할머니는
매주 이렇게 아들을 보러 오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언제까지 여기 올진 모르지만
목숨이 붙어있는 한,
단 십분만 허락된 이 시간이라도
울 아들 보러 내가 와야지
와야 엄마지...,"

흙담 속에 돌들처럼 맞대고 의지하며 살아온
아들과 엄마의 보고싶음은
유리창 사이에 아픔으로 남겨둔 채
다음을 기약하고 멀어지는
모습에
택시기사의 눈가에도 그만 눈물이 맺히고 맙니다.

"할머니~
서울역 다 왔습니다.

택시기사는
엄지손가락으로 21000원의
2자를 가리며 말합니다.

"할머니, 천 원 나왔네요.
노인분들은 원래 나온 요금에서
무조건 천원은 깎아준답니다."

"그런 게 어딨노...,
똑같이 내야지...,"

"서울 시장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어요
안 내셔도 돼요, 할머니...,"

할머니는 멈춰서
아들이 있는 곳을 바라봅니다.

아들을 남겨두고
창공에 섬이 된 마음으로 떠나는 할머니의 가슴 속에
한줄기 황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습니다.

매표소 앞에서
할머니가 건네준 편도 기차표를 보고
새로 발급을 받은 택시기사는,

"할머니~
금방 주신 이 표가 왕복 열차표래요
저쪽 3번 출구로 지금 나가서
타시면 돼요."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조금씩 멀어져 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사라져 갈 때까지
가만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던 택시기사는
애써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파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할머니~!!"

"맑고 고운 저 하늘을 다려
보약 한 채 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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