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의 하나님을 찾아 로버트 보일(Robert Boyle)
'강용원 교수의 글모음'에서 공유
로버트 보일(Robert Boyle: 1627-1691)은 런던 왕립학회의 정식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돌턴(John Dalton: 1766-1844)의 화학적 원자론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수많은 실험을 통해서 자신의 자연철학에 근거한 실험과학의 토대를 놓은 탁월한 과학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아버지는 엘리자베스 1세에 의해 아일랜드로 보내져서 공작의 작위(earl of Cork)를 받았는데 아마도 그 당시에 가장 성공한 기업가로 알려진 사람이었다. 보일은 14명의 자녀 중 일곱 번째이자 막내아들로 출생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세 살 때 사망하였고 그는 주로 가정에서 교육을 받았다. 여덟 살이 되었을 때 그는 유명한 이튼(Eton)학교에 입학하여 공부하였다. 그는 어린 아이 같지 않은 놀라운 지력을 보였다.
보일이 12살 때 아버지는 그를 형제들과 함께 스위스 제네바로 보내 마르콤(Marcombes)의 보살핌을 받게 하였으며 엄격한 학문훈련을 통해 라틴어, 수사학, 논리학을 배우게 하였다. 이 외에도 그는 펜싱, 테니스, 불어 등을 배우고, 칼빈이 작성한 ‘교리문답’을 배우면서 칼빈주의에 젖어들기도 하였다. 특히 마르콤은 칼빈의 『기독교강요』를 매일 두 섹선(section)씩 그와 형제들에게 읽어주었다고 한다.
훗날 보일은 그의 자서전에서 자신의 이름을 필라테투스(Philatetus)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그리스어로 ‘덕을 사랑하는 자’(lover of virtue)라는 뜻이다. 그는 제네바 시절의 어느 날, 그의 삶을 바꾸어놓은 경험을 자서전에 다음과 같이 적어 놓았다.
“큰 천둥소리 때문에 놀라서 잠을 깨었다. 그 소리는 번갯불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들렸는데, 불빛이 자주 눈부시게 나타나자 필라테투스는 그 불의 공격이 세상을 삼킬 것 같다는 상상을 하였다. 음산한 폭풍이 오래 지속되었고, 바람소리가 너무나 커서 천둥의 소음도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그리고 끔찍한 소나기가 불빛을 거의 꺼버릴 정도였다. 이미 필라테투스의 눈에는 임박한 심판의 날에 대한 불안이 확실하였다. 그는 그날을 대비해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생각에 놀라면서 스스로에게 약속하였다. 그 밤의 두려움이 실망스러운 것이라면 앞으로의 미래는 좀 더 종교적이고 조심스럽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하였다. 아침이 오고 평화롭고 청명한 하늘이 돌아왔다. 그는 엄숙하게 자신의 결심을 확인하였고 그날을 회심의 날로 여겼다.”
이 아침은 1641년 12월 마지막 날이었다. 보일의 날카로운 지성은 그를 과학으로 이끌었다. 옥스퍼드 대학과 그의 아버지의 영지에 보일은 실험실을 만들고 기체(gas)와 다른 자연 물질들의 본성을 탐구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발견의 모든 뿌리는 ‘질서’(order)였으며 이것은 과학적 탐구의 경험적 기초였다. 그는 물질이 원자로 만들어졌음을 보여준 처음 사람이었으며 기체의 온도와 압력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진공을 만든 사람이었다. 그는 유명한 보일의 법칙(Boyle’ law)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온도가 일정하면 기체의 부피는 압력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에 헌신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도 헌신한 신앙인이었다. 그는 지속적으로 개신교 신앙을 견지했으며 그의 학문은 이 신앙을 위한 도구였다. 그의 신앙은 성경에 기초한 것이었고 그는 탁월한 성경적 지식을 소유한 신학자로서 특히 성경원어에도 정통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자연의 창문을 통해서 자신의 완전함을 엿볼 수 있게 하시지만, 주된 계시의 길은 성경을 통해서라고 믿었다. 그래서 보일은 그의 생애의 후반과 그의 재산을 성경을 전파하는 일에 주로 사용하였다. 그는 최초로 성경의 부분들을 아일랜드어, 웨일스어, 터키어, 말래지어 등으로 인쇄하여 배포하기도 하였다.
현대 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보일은 1691년 12월 30일, 천둥의 꿈에서 깨어난 지 꼭 50년이 되는 때에 숨을 거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