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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된’ 노년(路年)의 김경래 장로님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4.01.15|조회수43 목록 댓글 0

‘길이 된’ 노년(路年)의 김경래 장로님

송길원 / 예수시대 동인, 하이패밀리 대표

김경래장로님은 올해로 97세가 되셨다. 하이패밀리와 시니어 파트너스가 제안한 노년에 대한 새 호칭에 따라 이 시대의 ‘길이 되어 주신’ 노인(路人)의 대표격이다. 장로님은 여러번 고사했지만 끝내 <케이(K) 바이블> 건립 이사장 직을 맡아주셨다. 어쩌면 이 땅에서 마지막 공식 직책일지 모른다. 나는 학창시절, 전국학생신앙운동(SFC) 회장을 맡았을 때부터 장로님이 근무하시던 경향신문사를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오랜 세월 장로님이 사주신 밥을 많이도 얻어먹었다. 장기려박사님과 더불어 내 생애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치신 분이시다.

지난 <기독교문화체험관 건립 확정> 감사 예배의 자리에서도 어김없이 삶의 진한 향기를 드러내셨다. ‘드러내면’ 냄새요. ‘드러나면’ 향기란 말이 있다. 지금까지 장로님은 내게 말 없는 진한 향기이셨다.

“10년 전에 103세로 돌아가신 우리 사돈 영감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그 목사님이 우리 집에 와서 이런 말을 해요. 10년 전 일입니다.
‘장로들은 입은 잘 여는데 지갑을 안 열어.’(순간 좌중은 웃음이 빵 터졌다.) 그 말이 제 마음에 꽉 박혔어요. 그래서 모임을 갈 때마다 내가 입을 열기 전에 ‘지갑을 열어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오늘도 입을 열기 전에 지갑을 먼저 엽니다.”
그러면서 1천만 원이나 되는 거금을 내놓으셨다. 벌써 두 번째다. 언젠가는 밥을 사주시면서 ‘미국에 다녀왔는데 달러가 좀 남았다며 맛있게들 먹으라’고 밥을 사셨다. 내게는 항상 마음과 함께 지갑을 여는 대가이셨다. 이어 한국교회를 향해 ‘모여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바치라’는 메시지를 전하셨다. 이 말씀은 자신의 평생의 삶을 이끈 모토였다.
“바치지 아니하면, 무임승차 하는 사람이 많이 있으면 그런 집단은 안 됩니다. 아무튼 바쳐야 합니다. 돈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도 바치고 지식도 바치고 경험도 바치고...” 그리고 ‘바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언제 들어도 큰 울림이 있다.
이어진 말씀이 참석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저는 얼마 후에 갑니다. 다 두고 갑니다. 다 두고 가요 여러분도 다 두고 가요. 여러 권사님들 다이아몬드 반지도 천국 가면 쓰레기야. 아파트도 두고 가요. 자가용도 두고 가요. 다 두고 가요. 아파트 두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천국 가기가 좀 힘들어요. 아파트가 생각이 나서... 그러니까 아파트가 없을수록 천국 가기 쉽습니다. 여러분들 가시기 전에 다 정리하고 이렇게 보람 있는 일을 위해서 아낌없이 바치고... 내가 이런 말 하면 저 나이 많은... 올해 제가 97세가 되었어요. ‘와!’ 하는 사람 뭐예요? ‘올해도 살았네.’ 이건가요?
여러분! 내가 살고 싶은 산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여기까지 오게 했어요. 여러분, 하나님이 ‘살아’ 하면 사는 거예요. 하나님이 ‘오라’ 하면 가는 거예요. 하나님이 오라 할 때까지 보람 있는 일을 많이 하시고. 여기 앉아 있는 귀한 목사님들 말, 테이프, 시디(CD), 유튜브 있잖아요. 열심히 듣고 훌륭한 크리스천으로서 훌륭한 삶을 누리고, 송길원 목사 하는 일에 대해서 여러분 아낌없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는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타고 참석하신 윤형주장로님을 향해 안부를 물었다.
“윤 장로님 다리가 아파서 괜찮아요? 모두들 감사합니다.”

장로님의 인격이 ‘드러나는’ 명장면이었다. 국민일보에 연재하고 있는 ‘송길원의 고백록’의 주제가 <100세 시대, 장청인(壯靑人)으로 살기 위한 십계>였다. 그 마지막 내용이 이것이었다.

“10. 나의 별명은 ‘기버(giver)’다. 유대인들은 자녀들에게 ‘네가 태어나기 전 세상보다 네가 떠날 때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게 살라’고 가르친다. 나도 내가 살았음으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과 세상을 더 아름다운 것으로 가꾸고 떠나겠다. 테이커(Taker)가 아닌 ‘기버(Giver)’로서 산다.”
나에게 십계의 마지막 ‘기버(Giver)’의 모델이 바로 김경래장로님이시다. 남은 3년을 건강하게 살아내셔서 마라톤의 완주처럼 노년(路年)의 삶을 넘어 완년(完年)의 주인공이 되게 해 달라고 두 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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