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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글판 2023년 가을편, <가을 들> 신달자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3.09.01|조회수124 목록 댓글 0

광화문글판 2023년 가을편
<가을 들>

 
신달자, 가을 들

 

삼천 번을 심고
추수한 후의 가을 들을 보라
이런 넉넉한 종이가 있나

가을 들 / 신달자

 

삼천 번을 심고
추수한 후의 가을 들을 보라
이런 넉넉한 종이가 있나
가을 들

 

삼천 번을 심고 추수하고
다시 삼천 번을 심고 추수한 후의
가을 들을 보라

 

극도로 예민해진 저 종이 한 장의 고요
바람도 다소곳하게 앞섶 여미며 난다
실상은 천년 인내의 깊이로
너그러운 품 넓은 가슴

 

나는 것의 오만이
어쩌다 새똥을 지리고 가면
먹물인가 종이는 습자지처럼 쏘옥 받아들인다

 

이런 넉넉한 종이가 있나
다 받아주는데도 단 한 발자국이 어려워
입 닫고 고요히 지나가려다
멈칫 서 떨고 있는 초승달.

 

- 신달자, 시집 『종이』, 민음사, 2011

○ 이번 광화문글판 가을편은 신달자 시인의 시 ‘가을 들’에서 가져온 글귀를 새긴 광화문글판 가을편을 선보였다.
신달자 시인은 1964년 ‘여상’ 여류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뒤 1972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재등단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반백 년이 넘게 쉼 없이 글을 써오며 한국시인협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시단에서 보기 드문 원로 시인으로 최근 17번째 시집을 냈다.

 

○ 교보생명은 이번 문안은 가을 들판처럼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가을걷이가 끝난 뒤 빈 들판은 모든 걸 새롭게 키워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어 마치 종이의 여백과 같으며 언제나 더 나은 다음을 기약하는 가을 들판처럼 끊임없이 비우고, 채우는 충실한 삶을 살아가자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 특히 가을편은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 대상 수상작으로 꾸며 눈길을 끈다.
이번 공모전에는 총 256개의 작품이 출품돼 열띤 경쟁을 벌였다. 교보생명은 교수 등의 공정한 심사를 거쳐 대상, 우수상, 장려상 총 7점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대상 수상자인 허서연(중앙대학교·21) 씨는 문안의 의미를 찾고 가을 들판을 종이에 빗댔다. 또 추수가 끝난 뒤 아쉬움보다는 ‘새 들판을 얻었다’고 뿌듯해하는 농부의 뒷모습을 담아냈다.
허 씨는 “오랜 시간 지켜봐 온 광화문글판을 직접 디자인하고 소통할 수 있어 더 친근한 느낌이 든다”며 “공모전은 시민(대학생)이 시민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것이기도 해 의미가 남다르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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