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있는 동안에”
생명의 빛이 남아있는 동안에 나는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가?
1.
“천하를 얻는다 해도 자기 영혼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마16:26; 막8:36)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구체적으로 두번이나 언급되고 있는 소설이 <빛이 있는 동안에> 입니다.
설교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구절을 추리소설식으로 주해하고 있는 것 같고, 이 구절의 설교를 한다면 예화로 삼을 만도 하다 싶습니다.
2.
여주인공 디어드리 크로우저는 1차대전이 한창 진행되던 중 팀 뉴전트란 사내와 사랑하여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투에 참가하였던 팀은 용감하게 전사하고 맙니다.
디어드리는 팀의 전사소식을 부고로 알리는 말로서, “빛이 있는 동안에 기억하고, 어둠 속에서도 잊지 않으리”라는 말을 골랐습니다.
팀을 영원히 기억하며 살겠다는 뜻이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전부터 자기에게 관심을 강하게 보여왔던 남자 조지 크로우저와 결혼을 하게 되어 나름 뜨거운 사랑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지는 디어드리를 사랑하여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어했고, 그럴 수 있는 재력도 넉넉하였습니다.
최근엔 너무나도 멋있고 아름답게 빛나는 다이아몬드보석을 선물로 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목에는 그것이 항상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다이야몬드에 약한 것이 여인입니다.
3.
그렇게 재혼한 지도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크로우저 부부는 서아프리카의 로디지아를 방문합니다.
사업상 연결되어 있는 담배공장을 시찰하였던 것입니다(공장의 한 면에는 “천하를 얻는다 해도...”라는 구절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디어드리가 홀로 있는 중 그 공장에서 일하던 아덴이라는 청년이 그녀를 안내하게 되었는데, 바로 그 청년은, 전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바로 팀 뉴전트였던 것입니다.
전쟁 중 상처를 입은 그를 원주민들이 구해주고 장기간 치료해 준 뒤 이곳에서 '아덴'이란 이름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병 중에서 자신이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국내에 알릴 수 없었고, 기력을 회복했을 즈음에 들은 소식으로는, 디어드리가 조지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도 연락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4.
그러다가 이곳을 방문하게 된 디어드리와 조지를 보게 되었고, 많이 주저하던 중 자신의 신분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던 사람이 살아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된 디어드리는, 깜짝 놀라면서 반가와 했습니다.
문제는, 이 사실을 조지에게 어떻게 알리고 팀과 재결합하게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디어드리는, 그 사실을 조지에게 즉각 알지 못하고 주저주저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를 팀에게 분명하게 밝히지도 못합니다.
바로 자기 목에 반짝거리며 매혹의 빛을 발하고 있는 다이야몬드로 상징되는 풍요의 삶을 쉬 포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주저하는 동안에, 팀은 디어드리가 자신에게 되돌아올 것 같지 않다고 여겨서 총기로 자살을 하고 맙니다.
그 소식을 듣고는, 디어드리는 팀이 전사했던 소식을 처음 전해 들었을 때, 부고소식을 알리면서 골랐던 “빛이 있는 동안에...”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그러면서 “어디에서도, 그 어디에서도”라는 말을 그녀가 중얼거리는 것으로, 소설은 끝납니다.
"천하를 얻는다 해도 자기 영혼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성경구절도 함께 언급하면서 말입니다.
5.
그렇게 다짐을 했더라도, 생명의 빛이 있는 동안에 참된 사랑의 기회를 놓쳐버리고, 오히려 반짝거리는 다이야몬드의 유혹에 붙들려서,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할 수 밖에 없게 해 버렸던 것입니다.
후회해도, 그리고 자신의 결심의 다짐을 아무리 반복해서 중얼거린다 하더라도, 죽은 사람은 살아나지 못할 것입니다.
영혼을 잃어버리면 천하(다이야몬드)를 얻는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을 노릇입니다.
빛이 있는 동안에 사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생명의 빛이 희미하게라도 빛나는 중에 말입니다.
그렇게 하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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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은 목사의 <애거서크리스티와의신학담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