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예수의 마음
강학종 / 하늘교회 목사
개척 초기의 일입니다.
예배 후에 교인 한 분이 말했습니다.
아마 그 날 제 설교가 좀 강하게 들렸던 모양입니다.
“목사님 말씀은 저희한테 성인군자가 되라는 것이잖아요, 말도 안돼요.”
“아뇨, 성인군자는 될 필요 없고 그냥 신자만 되면 되죠.”
성인군자는 흠만 없으면 됩니다.
자기 의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신자는 그것으로 모자랍니다.
자기가 의로운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도 의롭게 만드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분은 무슨 수로 성인군자가 되느냐고 푸념했는데 저는 한 술 더 떠서 우리 목표는 그 정도가 아니라고 답한 것입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빌 2:5)
앞에서 바울이 빌립보교회 교인들한테 자기의 기쁨, 즉 주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는가 하면, 모두가 한마음을 품어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 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면 됩니다.
이 말을 들은 빌립보교회 교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아멘, 걱정 마십시오. 당연히 그래야죠.”라고 했을까요?
빌립보교회는 유오디아와 순두게의 불화가 있는 교회입니다.
그런 경우, 둘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여러 교인이 얽혀 있게 마련입니다.
물론 어떻게 해서라도 둘 사이를 중재하려는 교인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한 사람 편에 서서 다른 사람 편을 공박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 빌립보교회 교인들한테 같은 마음을 품으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게 가능할까요?
각각 자기 일을 돌볼 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라는 말은 어떻습니까?
“저희한테 성인군자가 되라는 말씀입니까?”라는 항변이 나올 만합니다.
그런데 바울은 한 술 더 뜹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라고 못을 박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죽어야 할 죽음을 대신 죽으셨습니다.
우리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을 사시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구원자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빌립보교회 교인들은 같은 마음을 품어서 겸손하게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자기 일을 돌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일까지 돌보면 그것으로 다 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이 궁극적으로 가져야 할 마음은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동등하신 분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영광을 누리는 대신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예수님을 지극히 높여 온 세상의 주가 되게 하셨습니다.
빌립보교회 교인들한테 그런 예수님의 마음을 가지라고 합니다.
예전에 어떤 분한테 “목사가 먼저 말씀대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린 말일 수도 있습니다.
목사들끼리 있는 자리에서 목사가 하면 맞는 말입니다.
목사 노릇을 제대로 하자고 책임을 인정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인이 하면 틀린 말입니다.
말씀대로 살아야 하는 책임은 목사가 먼저 말씀대로 살아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목사가 말씀대로 살지 않아도 교인은 말씀대로 살아야 합니다.
말씀대로 살지 않은 목사는 나중에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것입니다.
말씀대로 살지 않은 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네가 비록 말씀대로 살지는 않았지만 목사도 말씀대로 살지 않았으니 그냥 봐주마.”라고 하는 법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교인의 신앙 목표는 목사가 아닙니다.
교인은 목사의 마음을 품으면 되는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설령 목사가 목사 같지 않아도 교인은 교인다워야 합니다.
하나님이 늘 하나님다우시기 때문입니다.
교인이 믿는 대상은 목사가 아니라 예수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