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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역사아카이브

한국교회: 100년 넘은 책 《쥬필재림》(1922)

작성자스티그마|작성시간23.08.24|조회수37 목록 댓글 0

한국교회: 100년 넘은 책 《쥬필재림》(1922)

지난 해 말 기독교보 ‘고신교회 70년 역사산책’ 연재를 마무리하며 한동안 쉬어 그간 성원해주었던 애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동안 한 신실한 그리스도인의 10주기를 준비하는 가족들의 요청으로 전기 집필을 마무리했고, 내년 주기철 목사 순교 80주년을 맞아 그의 전기를 집필하는 중에 한 교회의 100년사 집필까지 맡아 분주한 탓에 애독자들과의 만남이 없었던 것을 아쉽게 생각하며 양해를 구한다.
이제 아카이브를 조금씩 재개하려 한다. 오늘 소개하는 소책자는 어제 시카고에서 온 오랜 친구 전성철 목사가 그가 이사장으로 있고 내가 가르치는 에반겔리아대학교 이사회에 참석하며 전해준 선물이다. 이 책들은 그의 선친 전은상 목사가 성경학교 시절 구해 읽었던 책들인데, 1922년에 발행되었으니 100년이 넘었다. 그가 책을 정리하며 쓰레기통으로 가려던 순간 내가 생각나 가져왔다며 전해주었다. 고마울 따름이다.
간송미술관을 설립한 간송 전형필의 전기에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골동품이나 서책들을 구하러 다니던 한 거간꾼이 친일파 송병준의 자손 집에서 불쏘시개가 될 뻔했던 겸재 정선의 그림 ‘해악전신첩’을 가지고 와 소장하게 된 이야기이다. 거간군 장형수는 그날 그 집에 유하던 중에 불쏘시개로 사용하던 글씨와 그림들을 나무 값으로 20원을 주고 받아왔는데, 그것들을 간송에게서 1500원을 받았다. 무수한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가치를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 의해 불태워졌던 시대였다. 또 그 책에는 일본으로 팔려갔던 청자 20점을 되사오기 위해 당시 서울의 기와집 400채 값을 지불하는 이야기도 있다. 요즘 서울 아파트를 10억만 쳐도 4천 억이 되는 거금이었다. 그렇게 간송은 일제강점기의 어려웠던 시절에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모든 재산을 들여 문화보국을 했고, 그 덕분에 간송미술관은 국보 12점, 보물 10점, 서울시 지정문화재 4점 등 각종 문화재를 보유하는 민족의 '보화각'이 되었다.
1885년 4월 5일 부활절 아침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제물포항에 입항하면서 일본을 경유해 서상륜이 참여해 번역한 한글 성경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처럼 큰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처럼 한국 교회의 문서선교 깊은 역사도 깊다.
이 책은 1922년 조선기독교예수교장로회에서 발행한 《쥬필재림》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중국에 선교사로 E. W. Thwig(중국명 丁義華) 선교사가 Jesus Is Coming Again이라는 책을 번역한 것인데 그를 ‘만국개량회’ 대표자로 소개하고 있다. 세계전도협회라는 의미인 듯하다. 이 책은 대정 11년(1922) 조선야소교서회(대표 班禹巨)에서 발행하였고, 계문사에서 인쇄하였다. 가로 107mm, 세로 147mm의 36쪽 짜리 소책자로 문고판보다 약간 작은 크기이다. 책값은 6전. 세로 쓰기 순한글판으로 띄어쓰기 없이 편집되었고, 중간 제목들을 별도로 표시하여 문단 구분으로 사용했다. 예수의 재림에 대한 가르침들을 성경을 중심으로 한 설교 형태로 기술하였고, 관련된 여러 비유들의 해설로 예수께서 다시 오실 것을 논증하고 있다. 처음 30면으로 제작되었으니 재판에서 보완했던 것 같은 속편 7면이 추가되어 있다.
한국 교회 초기 선교사들을 도왔던 매서인들이 있었는데, 책이 귀했던 그 시절에 매서인들로부터 구입하던 이런 책은 기독교 혹은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수단이 되었다. 독립운동가로 출옥성도로 고려신학교 공동설립자였던 주남선 목사도 매서인으로 한때 일했다. 그는 매서인으로서 성경과 서책들을 팔면서 많은 책을 읽었고, 그것이 신학의 든든한 기초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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