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커피와 담배
‘엽기적인 그녀’나 ‘클래식’처럼 2000년대 초반 전후 한국의 느낌이 잘 담긴 영화들을 추천하려고 해. 이즈음 영화들 특유의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재하는 그 감성과, 청춘멜로물의 싱그러우면서 아련한 느낌들이 참 좋더라고. 새초롬한 서울사투리를 듣는 재미도 쏠쏠해!
1. 8월의 크리스마스 ( Christmas In August, 1998)
주인공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진사와 사랑을 하는 내용. 감독이 가수 김광석의 영정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그래서인지 김광석 노래들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야.
줄거리가 클리셰이지만 작품의 전개와 표현이 무척이나 섬세해.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멜로 영화의 교과서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해!
2. 후아유 ( Who are U? , 2002)
아날로그 시대엔 디지털이었을 감성인데, 이제 보면 참 아날로그적인 영화. 솔직 담백하고 공감되는 대사들로 가득한작품이야. 주옥같은 90년대 인디 음악들로 채워진 사운드 트랙도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 (트랙 중 하나인 델리스파이스의 ‘챠우챠우’가 딱 이 영화의 분위기와 닮았어)
‘백수. 그거 참 할만한건데. 나는 누구인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니까.’
‘새로운 사람은 절대 만나기 싫어. 날 설명해야 되잖아.’
‘본인한테 직접 물어봐요. 후 아 유.’
3. 시월애 ( A Love story, 2000)
바닷가의 집 ‘일마레’에 살던 주인공은 집을 떠나며 우편함 안에 다음 집주인에게 쓴 편지를 남겨. 그런데 편지는 시간을 거슬러가 주인공보다 먼저 그 집에 살았던 남주인공에게 전달되지. 시간을 넘어 편지와 마음을 주고 받게 되는 이야기야. 영상이 정말정말 아름다운 영화.
4. 와니와 준하 ( Wanee & Junah , 2001)
전부 다 쏟아 낼 기세이면서 오도가도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게 꼭 여름 장마같은 영화야. 주인공은 애인과 동거를 하고 있는데, 둘이 함께 살고 있는 이 집 한 켠에는 비밀이 있어. 정리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방 하나와 주인공의 마음. 갑작스레 찾아온 연적 아닌 연적까지..
김희선이 연기를 굉장히 잘해. 반복되는 일상에 점점 무감해지는 모습과 권태를 느끼는 내면을 참 섬세하게 표현해내서 감탄하며 봤어.
+) 내용에 이복남매간 사랑이 등장하기 때문에 거부감 있는 여시들에게는 비추.
5. 접속 ( The contact, 1997)
되돌아오지 않는 사랑에 열병을 앓고 있는 두사람이 유선상에서 서로의 아픔을 털어놓으며 감정을 키워간다는 이야기.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언제든 몇번이고 전화를 걸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이때는 휴대전화도 보급이 되기 전이라, 기껏해야 부재중 전화를 남기거나 삐삐를 치는게 전부야. 엇갈릴까봐 조마조마해하고,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간절하다못해 애틋해지기까지 하는 마음이 참 낭만적으로 느껴졌어.
6. 봄날은 간다 ( One Fine Spring Day, 2001)
봄은 아무리 찬란할지라도 영원히 머무르지 않고 결국은 떠나버리잖아. 사랑을 이에 빗대어서 표현했어. 원망스러울 정도로 무정해보여도 결국 떠날 것들은 떠난다는 현실. 그리고 남자의 속절없는 순수에 마음이 아픈 영화야. 그렇지만 계절이 다시 오듯 사랑도 또 오지 않을까?
7. 연애소설 ( Lover’s Concerto, 2002)
서로에게 서로뿐인 두 주인공이 한 남자를 만나며 친구가 되는 이야기. 우정이기도하고 사랑이기도한 감정선들에 집중하며 보면 좋을 작품이야. 전개가 어설픈 감이 있지만 그마저도 순수하고 풋풋하게 느껴지는 영화. 이 작품을 볼 땐 헤테로적 관점은 내려놓고 봐주길..! 그래야 중요한 걸 볼 수 있어.
8. 오버 더 레인보우 ( Over the Rainbow, 2002)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한 주인공은 자신이 8년간 사랑해온 연인에 관한 기억을 잃게 돼. 그 사람의 사진 한 장을 들고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며 사랑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영화야. 풋풋한 대학생활과 청춘의 사랑을 잘 담아낸 작품! 소개한 영화들 중 가장 산뜻한 영화야.
추천은 여기까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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