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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기타]살면서 겪은 일 중 기억에 남는 경험 세 개

작성자조퇴|작성시간24.04.18|조회수2,491 목록 댓글 1

 

출처 : https://arca.live/b/spooky/93820292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크게 무서운건 아니지만 지금껏 살면서 겪은 것 중에 꽤 자극적이었던 사건이 세가지가 있어서 간단하게 적어봄
예전에 어떤 유튜브에 제보하기도 했던거라 어딘가에서 본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재미로만 봐

1. 날 쫒아왔던 것

난 어릴때 몸이 좀 약했음
구토, 감기, 배탈 따위를 거의 항상 달고 살았는데
당연히 독감도 매 시즌마다 한번씩 꼭 거쳐갔다

많고 많은 독감 중에서도 초등학교 2학년 때 인가 3학년 때인가 그때 걸린 독감이 특히 심했는데
진짜 하늘이 누렇게 보인다는게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분명 맨정신인데 눈 앞에 보이는 사물의 색과 형상이 뒤틀리고 분해되고 암튼 난리도 아니었음
그 어린 나이에 '아 내가 죽는 거구나...' 하고 느꼈을 정도니까

이른 아침에 그 사달이 난거라 아버지 등에 업혀서 병원으로 출발
그렇게 아픈데도 축 늘어져서 눈도 못 감고 있는데 그...참 뭐라 얘기하기 어려운 느낌이 드는 거임
왠지 반드시 뒤를 돌아봐야 할것 같은 그런 느낌

없는 힘 쥐어짜내서 뒤를 돌아봤는데 골목길 중간에 새까만게 서있더라

무슨 제대로된 형태를 가진 것도 아니고 그냥 새까만 안개 같은게 덩어리져서 서있었음
근데 이놈이 아버지가 걷고, 뛰고, 서서 쉬는 모든걸 다 꾸물꾸물 흉내내면서 나랑 아버지 뒤를 계속 쫒아오는 거임
형태가 없었다면서 그걸 어떻게 알았냐면 그 동세 하나만큼은 확실히 느껴졌기 때문임

나는 그걸 병원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까지 계속 보고 있었는데
도중에 정신을 잃고 눈 떠보니 입원해있더라, 다행히 그 이후 비슷한 거나 헛것이 보이지는 않았음
근데 병실에 가만 누워있으니까 간호사가 tv로 투니버스 틀어주는데 학교괴담 간호사편 나오더라 쉬발

2. 데스노트

우리 집은 아버지 가게 안쪽에 가게보다 넓은 살림집이 있는 구조가 좀 특이하고 오래된 집인데
이 가게하고 살림집을 이어주는 첫 방(가겟방 이라 하겠음)에서 있었던 일임

난 원래 한 방에서 형이랑 둘이 같이 지냈음
형하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나도 사춘기가 되어서 방을 혼자 쓰고 싶었기에, 아니 적어도 잠은 혼자 자고 싶었기에
나는 위에서 말한 그 방에서 자기로 했음

가게 셔터를 내리고 한밤중이 되면 정말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는데
하필이면 가겟방 문은 오래된 유리 문이라 가게 쪽이 보였던 거임
그 불빛 하나 없는 어둠을 매일밤 봐야하는 상황이었고
안그래도 겁이 많고 1번 얘기에서 겪은 일 까지 있다보니 또 헛것을 보는게 아닌가 무서워서
항상 가게쪽 문을 등지고 누워서 핸드폰으로 만화나 애니메를 조금 보다가 잠을 자고는 했음

그땐 한참 데스노트에 빠져있던 중이라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등쪽(문쪽)에서 드르륵 하고 열리는 소리가 나는 거임
당연히 그대로 얼어붙었음, 그 시간에 절대 날리가 없는 소리였으니까

문이 딱 열리는데 무슨 냉동창고 문 연것마냥 싸늘한 한기가 싹- 하고 들어오는데
와 진짜 꼬리뼈부터 목 뒤의 등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느낌이 드는 거임, 살면서 다시는 그런 느낌 받고싶지 않다 진짜로
점입가경으로 '나 다 들어왔소' 하듯이 문이 또 드르륵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려오더라

무서우니까 눈을 꼭 감은 상태로 있었는데 등쪽에선 계속 한기가 느껴지지, 앞에서는 레이펜버 목소리 들리지 미치겠는 거임
그렇게 한참 있다가 어머니가 화장실 가시려고 방에서 나오시니까 갑자기 등이 싹 녹으면서 풀려나더라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애니메 보다 나도모르게 잠들어서 가위 눌린거겠지만
하 이게 또 핸드폰에서 들리는 소리가 내용이 끊기지 않고 계속 귀에 들려오기도 했고
나중에 막 성인 되고서 밤중에 맥주 한잔만 마셔볼까 하고 나왔다가 유리창에 비친 시퍼렇고 화난듯한 얼굴 봤던 경험이라던지(당시엔 내 얼굴 비친건줄 알았는데 잘 생각해보니 불빛이라고는 냉장고에 붙은 손톱만한 빨간 램프 하나가 고작이었는데 어떻게 비쳤는지 모르겠음;)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도 가게쪽에서 뭔가 본적이 있다고 하시는걸 보면 또 마냥 가위눌린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다
모르겠다

3. 빨간모자

이게 마지막인데
앞에서 얘기한게 영적인 체험이었다면 이건 현실적인 공포임

난 초 4때부터 초6때까지 아침에 항상 같이 등교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날도 그 친구랑 같이 등교하고 있었음

우리 집에서 한 5분정도 내려가면 사거리에 휴대폰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앞에 빨간 캡을 쓰고 형광 조끼를 입은 꺼뭇하게 탄 피부를 가진 아저씨가 앉아있는 거임
딱 노가다판 아재 생각하면 된다 ㅇㅇ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앞을 지나가는데 이 아저씨가 나랑 내 친구쪽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임
어떻게 알았냐면 내가 당시에 좀 왕따를 심하게 당하던 중이라 타인의 시선에 엄청 고양이 같이 예민했었음
그 앞에 딱 지나가는 순간 이 아저씨도 일어나서 나랑 내 친구 뒤를 졸졸 따라오기 시작하더라

이게 조기교육이 엄청 중요하다고 어릴때부터 코난, 김전일 이런거 많이 봐서 그런가
옆에 있는 친구 콕콕 찌르면서 차분하게 우리 뒤에 누구 쫒아오고 있는데 뒤 돌아보지 말라고 한 다음
얘 대리고 서점에 들어가서는 책 잔뜩 쌓여있는 뒤에 숨어가지고 유리창 넘어로 서점 밖을 보는데

이 아저씨가 거기서 서점 안쪽을 서성거리며 안절부절 하고 있는 거임
그거 보고 개무서워서 원래 신고하고 어쩌고 하려고 했는데 그냥 엉덩방아 찧고 친구랑 둘이서 질질 짰다
서점 주인 아주머니가 그거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우리쪽으로 다가왔는데
아저씨가 그거 보더니 입으로 씨발씨발 거리면서 어딘가로 도망치더라 걍 입 모양이 대놓고 씨발씨발이라서 알 수 있었음

아주머니께 상황 설명 하고 같이 손잡고 학교로 갔다
이후 그 아저씨 다시는 동네에서 안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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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에그인헬 | 작성시간 24.04.20 아저씨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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