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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사람]어릴 때 순교를 강요당한 적이 있어 上

작성자조퇴|작성시간24.04.18|조회수6,284 목록 댓글 7

 

출처 : https://arca.live/b/spooky/100284904



들어가기 전에, 난 이제 신앙심 완전히 져버린 무신론자라는 점 숙지해줬으면 해
이런 썰 풀때마다 꼭 그런건 진정한 기독교가 아니라면서 전도 시전하는 눈치없는 인간들 꼬이는데 이미 나는 근본주의 외에도 온건파나 진보파 쪽에서도 더러운 꼴 많이 봐서 믿어줄 생각 1도 없으니까 돌아가.
개신교가 됐건 천주교가 됐건 기독교라하면 이제는 아주 학이 떼이니까 꾸역꾸역 찾아와서 전도할 생각일랑 접고 불쾌하겠다싶으면 그냥 뒤로가기 누를 것을 정중히 부탁할게.

서론이 약간 기니까 이해해줘



내가 본격적으로 개신교 신앙생활을 하게 된 건 초 5때부터야
정확히 말하면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인 선교원을 다녔고 그때부터 신앙심이 깊진 않아도(일요일에 교회는 어쩌다 한번 가는 정도였으니), 최소한 종교계와 비종교계가 충돌하면 무조건 종교계 편을 드는 분명한 개신교인이긴 했어

선교원을 보낸 게 엄만데, 엄마는 사실상 세속주의자라서 가끔은 나를 선교원에 보낸 걸 후회할 정도로 내 신앙을 탐탁지 않아했었어. 가령 어릴때 누구랑 시비붙었을때 맞서싸우면 하나님이 싫어하실까봐 그냥 맞고 돌아오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교회를 괜히 보냈다고 울분을 토할 정도였지

그러던 중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해 여름, 엄마가 불현듯 뭔가에 꽂힌 건지 갑자기 나더러 교회에 가자는 거야 심지어 내가 원래 다니던 교회도 아니고 다른 구에 있던 생전 처음보는 개척교회였어
근데 이상한건 나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는 마치 이전까지 복음에 대해 전혀 듣도보도 못한 미전도종족을 대하는 듯한 태도였어

그리고 이때부터 엄마가 나한테 이것저것 강요하는 게 늘어나기 시작했어. 주일 예배 오전만 참석하지 말고 점심 무조건 거기서 먹고 오후예배까지 참석하라, 수요금요예배까지 빠짐없이 참석하라, 식사 전엔 반드시 기도를 하라, 반 친구들 전원에게 전도를 하라, 용돈타면 10분의 1을 반드시 하나님께 바쳐라, 이번에 교회에서 주관하는 여름 성경캠프 등록해놨으니 군소리 말고 갔다와라, 하나님보다 우선순위를 두면 안되므로 너가 그린 그림과 아끼는 유희왕 카드를 모두 버려라 등등...

가뜩이나 행동권 박탈당하고 내 물건들을 강탈당하는 것만으로 어이없는데 한때는 내 신앙심을 답답해하던 엄마가 이제는 아주 자기가 더 오랫동안 신앙생활 해온 것 마냥 상전행세를 해오고 있으니 나도 당연히 열불이 터지지 그래서 나도 나름 저항을 했는데...

엄마는 나를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어 그러면서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이가 주님께서 멀어지게끔 조종하는 사탄은 저주 받고 떠나갈 지어다!!!'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말야..
지금이야 그짓거리가 샤머니즘에 융화된 전형적인 한국 개신교 악폐습 중 하나라는 걸 알지만 그 어린 나이에 최후의 보루가 되어줬어야 할 엄마의 미친짓을 눈앞에서 본 어린 소년의 공포감이 얼마나 컸겠니 난 지금도 그 순간을 못잊어
이후로도 엄마는 내가 조금이라도 항명한다 싶으면 늘 똑같은 행동을 보여줬고 이미 사춘기가 임박한 나이였기에 저항하자면 저항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불효자식밖에 더 되겠냐는 착해빠진 생각에 사로잡혀 완전히 엄마에게 예속화되었어

아빠도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이 일련의 변화에 엄마를 추궁하기 시작했어 엄빠는 이 이야기를 방문 잡그고 둘이서만 얘기해서 정확히 둘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모르지만, 엄마가 벽창호같이 귀를 틀어막았다는 것과 갑자기 교회에 미치게된 것이 아빠와 연관이 있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어

그 뒤로 엄마는 아빠 또한 귀의시키기 위해(아빠는 원래 종교가 없었음), 나를 이용하기 시작했어. 자녀가 간곡히 빌면 못이길 부모가 없다고. 근데 아내가 갑자기 교회에 미치고 자식들 자유까지 박탈하는 마당에 미쳤다고 어느 남편이 순순히 교회 따라가겠냐? 더 안가지
근데 아빠도 대처를 잘한건 절대 아닌게 지도 지 아내가 원흉인 거 뻔히 알면서도 안넘어오니까 애꿎은 나랑 누나를 혼내더라 너네는 얼마나 멍청해야 니 엄마 수작에 넘어가냐고

엄마는 엄마대로 끝까지 지 남편도 예속화시키고 싶었던 건지 엄빠의 싸움은 바람잘 날 없었고 이 과정에서 엄마는 나와 아빠 사이를 이간질하기 시작했어 마귀가 아빠를 조종하고 있는 거다, 너희 아빠는 마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거다, 마귀가 아빠로 하여금 너가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지게끔 수작부리는 거다, 너 하나님이 무섭냐 아빠가 무섭냐 골라 이렇게까지 위협을 하니까 그냥 배깔고 엄마 편을 드는 수밖에 없었어

웃긴게, 나와 아빠 사이를 이간질하면서도 '부모를 공경하라'는 교리는 등한시할 수가 없던 모양인지 그래도 넌 아빠를 미워하면 안된다, 하나님 말씀에 어긋나는것만 아니면 아빠 말씀을 무조건 따라야한다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줬어

그러다 몇년 후 나는 중학생이 되었고 엄마가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빌려다 나더러 읽으라고 강요하더라
그 책이 바로 이 책이었어


반납기한 때문에 끝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대충 일제강점기 시절 신사참배 거부하다 온갖 고초를 겪은 한 교육인의 일생을 다룬 내용인데 뭐 여기까지는 좋다 이거야



여기서 더 나아가서 유독 엄마가 그때 나와 누나에게 '다니엘'서를 집중적으로 읽을 것을 강요했어 거기 에피중에 다니엘의 세 친구가 우상숭배를 강요하는 바빌로니아 왕의 명령에 항명하여 풀무불에 집어던져지나 살아남는 이야기가 있는데

근데 문제는 엄마는 저 책 주인공, 그리고 다니엘의 세 친구의 상황과 나와 누나의 상황을 동일시하면서 이렇게 말했어

"조금있으면 할아버지 기일이니 제사를 올릴거야. 하지만 너희는 하나님 외 다른 신을 섬기면 안돼. 그건 우상숭배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빠가 너흴 가만 놔두지 않을 거고..

아빠가 널 죽일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그냥 죽어.

그러면 너희는 순교하는 거니 하나님 품에 안기게 될거야. 하지만 이게 무서워서 제사상에 절을 한다면 너흰 믿음이 없는 거니 지옥에 갈 거야."

씨발 쓰는데 눈물날라하네

'그냥 죽어.' 너희는 이런 말 엄마한테 들은 적 있어? 난 이 말을 14살 때부터 할아버지 기일은 물론 명절때마다 6년간이나 들었어

씨발 학창시절 명절이 나한테는 그냥 죽는 날이었다

나는 그때 그게 정말인줄 알았어 엄마가 저렇게까지 귀에 딱지가 앉도록 강조할 정도면 아빠는 나를 정말로 죽일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역시 지옥가서 영원히 고통받는 것 만큼은 아닌거 같아 하나님을 실망시켜드릴 순 없어..라는 생각에 제사상에 절을 하지 않았어

당연히 집가서 아빠한테 호되게 맞았지 그나마 누나는 딸이라서 깊이 추궁은 안했는데 나는 더 혼났어 너는 장손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면서
(아빠도 진짜 대단한게 그런 상황에서 아내를 손볼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이 악물고 나한테 매달리고 제사상에 절하는 거 강요하고 나한테 장손의 의무를 들먹였어.. 그러면 내가 가슴이 웅장해져서 지 편에 붙을거라고 기대라도 했나)

뭐 죽지않을 만큼 맞은거라 다행히 순교는 실패했지.. 그래도 내심 신앙을 지키긴 지킨 거라 엄마가 날 위로해주긴 하겠지.. 라는 기대를 품었지만 아빠가 출근한 뒤 엄마는 나를 또 사정없이 때리면서 추궁했어

"아빠한테 적극적으로 전도를 해서 더 맞고 죽었어야지 왜 그냥 맞기만 하고 전도를 안했어? 죽는 게 그리도 무섭더냐?"

내가 아빠에게 죽임당할 것을 은근히 기대했는데 왜 자기 기대 져버리냐는 듯한 뉘앙스였어
나는 참 멍청하게도 더 적극적으로 신앙을 어필하지 못한 나를 탓하며 내 신앙심이 이것밖에 안되는구나라고 한탄하며 눈물을 훔쳤어

이건 서막에 불과했지



나중에 알아보니까 남편과 아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또 그 아들에게 남편을 투영하여 괴롭히고 때론 죽이기도 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따로 있더라 '메데이아 콤플렉스'라고..

원래는 이거말고도 더 많이 썼었지만 너무 장황해지기도 하고 순교 강요라는 주제 외에 다른 이야기까지 남발하면 tmi 될까봐 추리고 추렸지만 이것도 너무 두서없이 쓴 것 같네
下편은 정떡 때문에 내용을 더 추려내야하긴 할 것 같아서 좀 더 고민해볼게
일단 그때가 18대 대선 때였다는 것만 밝혀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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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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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저의 객관적인 생각입니다 | 작성시간 24.04.18 애비야 정신차리고 이혼해서 애들 보살펴야지 머하냐
  • 작성자Lucky. | 작성시간 24.04.19 헐?
  • 작성자고롱고롱고로롱 | 작성시간 24.04.21 아이고 어리고 착한 애가 종교로 학대를 당했네…
  • 작성자미나머레이 | 작성시간 24.04.21 미쳤구나 니나 죽으세요 저런인간은 저러고 지옥갈듯 ㅋㅋㅋ
  • 작성자자는영어로룰러 | 작성시간 24.04.24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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