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사건 떼기`나 `떠넘기기` 유혹의 원인과 해결책은?-유철민변호사[법률신문]

작성자빅폴|작성시간13.07.22|조회수59 목록 댓글 0

'사건 떼기'나 '떠넘기기' 유혹의 원인과 해결책은?
유철민 변호사(서울회)

 

 

일전에 김경준 전 BBK 대표가 교도소의 접견 제한으로 사생활이 침해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2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담당판사가 2억원을 청구하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자, 세간에는 담당판사가 처리하기 골치 아픈 사건 같아서 합의부로 떠넘기려고 그랬다는 말이 돌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김경준씨가 장시간 구두발언을 하기에 “그렇게 억울하다면 2억원 정도 청구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고 해명하긴 했으나, 법조경력 26년차인 필자가 느끼기엔 골치 아픈 사건의 판결을 회피하거나 떠넘기고 싶은 인간적인 유혹도 발언 배경의 한 부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사건과 관련하여 문득 작년에 법원에서 판사로 봉직하다가 지금은 모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전직한 분이 변호사연수 강의에서 씁쓸한 고백을 한 내용이 떠올랐다.

그 분의 말에 의하면, “판사들이 사건을 꽤 많이 갖고 있고 또 통계도 돌리고 하니까 사건을 빨리 떼야 된다는 부담이 늘 있었는데, 청구 기각을 하면 아주 쉽게 간단히 한 건을 뗄 수 있어서 그러고 싶은 유혹을 많이 느꼈다”면서, 자신이 담당했던 손해배상 판결을 예로 들었었다.

소송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부연 설명을 하면, 손해배상 사건의 경우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쓰려면 (1)피고의 불법행위 인정-(2)손해의 발생 인정-(3)손해와 불법행위와의 인과관계 인정-(4)피고의 항변 배척-(5)손해 액수 산정 등 판결문에 써야 할 내용이 많아지고 특히 손해 액수 산정이 복잡하면 골치가 아플 수 있는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문을 쓰는 데는 위 단계 중 하나만 배척해 버리면 되고, 따라서 쉽고 간단하게 판결문을 써버릴 수 있어 편하고 사건도 손쉽게 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손쉽게 일처리를 빨리 끝내려는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말이기도 하지만, 판사들에게 중차대한 재판권을 위임하고 목숨까지 걸린 형사소송이나 소중한 재산권이 걸린 민사소송에서 올바르고 정당한 판결을 바라고 있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지고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필자가 보기에도 민사소송에서는 위에서 예로 든 것과 같이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문이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문보다 대체로 길지 않으며 쓰기가 쉬운 것 같고, 형사소송에서도 무죄 판결문 보다는 유죄 판결문이 훨씬 간단하고 쓰기가 쉬운 것이 사실인데, 그래서 인지 필자의 경험상 당연히 청구 인용 판결이나 무죄 판결이 나야 마땅하다고 본 사건에서도 간혹 판사들이 실망스런 판결을 한 사례가 있었다.

그 원인으로는 신속하면서도 정당하고 올바른 판결을 독려하기 보다는 통계를 돌려 가며 사건을 많이 떼기만을 독려하는 법원 당국에도 문제가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판사 1인당 담당하는 사건이 너무 많아서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도 못하면서 손쉬운 청구기각 판결문과 유죄 판결문을 써서 사건을 떼기에 급급한 법원의 현실 및 이를 핑계로 소송법의 기본 이념인 ‘실체적 진실 발견’을 소홀히 하고 정당하지 못한 손쉬운 판결문 쓰기 유혹에 넘어가는 일부 판사들의 해이한 정신자세에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근본 해결책은 판사 정원을 늘려서 업무 과중을 덜어주어 신속하면서도 충실한 심리 및 올바른 판결을 할 수 있게끔 제도적으로 뒷받침 해주어야 함은 물론 비록 힘들고 노력이 많이 들더라도 국민들이 맡겨 준 재판권을 소중히 여기고 공명정대하게 올바른 심리와 판결만을 하겠다는 판사들의 정신 재무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인원 증원과 정신 재무장은 국민들로부터 막강한 수사권을 위임 맡고도 업무 과중을 핑계로 역시 ‘사건 떼기’나 ‘떠넘기기’가 존재하는 검찰과 경찰에도 마찬가지로 필요할 것이다.
 

 

2013. 7. 22.자 법률신문 원문보기->

http://www.lawtimes.co.kr/LawEdit/Edit/EditContents.aspx?serial=77005&kind=ba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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