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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행 후기

늦가을 해남 달마산 기행

작성자몽중루|작성시간19.11.26|조회수517 목록 댓글 0



     몽중루의 늦가을 해남 달마산 기행

     

      땅끝 해남에 달마산(達磨山)이 있다.  삼림청 지정 200대 명산(名山)으로, 두륜산(頭輪山)에 이은 해남의 또 다른 명산이다.

      호남정맥에서 갈래친 땅끝기맥(土末岐脈)이 영암 월출산과 두륜산을 잇고 남쪽으로 달려가 땅끝마을에 이르러 마지막으로

      솟구친 산이다.7km에 이르는 산능선은 여러 기반암 괴봉과 형형의 기암들이 온통 공룡의 등줄기처럼 울퉁불퉁하게 솟아있

      다. 산 이름 달마는 부처님이 가르친 진리를 담은 경전(dharma · 다르마)을 봉안하고, 달마의 법신(法身)이 상주하는 곳이

      라는 데서 유래한다 전한다. 명산들은 흔히 명찰(名刹)을 품는다. 이 산도 서쪽 자락에 신라 때(749년) 창건한 유명한 미황

      사(美黃寺)를 품고 있다.  우리나라 산들은 산봉우리 이름으로는 문수, 보현, 가섭봉 등 부처의 제자 이름들을 흔히 쓰지만 

      정작 산이름에 부처의 제자 이름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달마는 중국 선종(禪宗)의 초조(初祖)이지만  중국에도 달마를

      산이름으로 쓰는 곳은 없다. 그러고 보면 해남의 달마산은 특별한 산이름인 게 분명하다.  달마산이 품은 미황사의 절 이름

      도 특별하다. 창건 설화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미(美)는 소의 울음소리, 황(黃)은 금색 옷색깔을 상징한다.  


      지난 주말 달마산을 다녀왔다. 늦가을 마지막 산행지로 별러서 찾았다.  한반도의 땅끝을 가는 남도 천리길은 참으로 먼 길

      이었다. 4시간의 산행을 위해 문(門)에서 문까지, 17시간 40분을 달리고 달렸다. 새벽 6시에 서울 집을 나서서 밤 11시 40분

      에 집 대문을 들어섰다. 달리고 달렸다는 표현은 가고 오는 길이 멀고, 주어진 산행 시간조차 짧아서 속보로 산행을 하였기

      때문이다. 미황사 대웅전 앞에서 달마산을 담고, 자하문 계단을 내려서니 벌써 오후 1시다.  산행은 시작도 하기 전의 시간

      이다. 그나마 독도(讀圖)를 잘못하여 동백숲길을 따라 300여m 지점에 있는 정상 가는 들머리를 놓치고,  2km의 애먼 덤길

      까지 걷고 다시 되돌아와 산행을 시작한다. 초행길의 서러움이라기 보다는 부주의한 탓이다.


      달마산 정상은 높이 489m인 불썬봉이다. 미황사 대웅전에서도 보이는 산능선 북쪽 가장자리에 있는 봉이다. 정상석 옆 산

      정에 옛 봉수대가 있고, 봉수대 석대 위에 서니 내륙과 남해의 사위(四圍)가 일망무제다.  연신 이마의 땀을 훔치며 헐떡이

      며 올라선 산정에는 별천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북릉 관음봉 너머로 두륜산이 선명하고, 그 너머 멀리 월출산과 동북 쪽의

      천관산이 산그리메로 아슴푸레하다. 동쪽과 남쪽엔  완도와 진도 사이의 크고 작은 여러 섬들이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다.

      이런 풍경에 익숙치 않은 산객의 눈에는 거저 황홀하기만 하다. 이것 뿐만 아니다. 발치의 미황사를 품은 달마산 자락에는

      땅끝까지 달려온 마지막 단풍이 해거름 빛살에 더욱 붉게 타고 있다.  아름답다.  미황사 일원의 자연 경관은  오늘날 국가

      명승 제59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경승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달마산 능선이다. 달마산에는 세 가지 황색(黃色)의

      아름다움(三黃의 美)이 있다고 한다. 달마산의 저녁 노을과 미황사 불상의 금빛 그리고 해설피 금빛에 빛나는 달마산 능선

      의 기봉과 기암들이 그것이다. 이 중 달마산의 노을은 특히 아름다워 남도의 제일경으로 회자되고 있다 전한다.  미황사의

      전시관으로 이용되는 당우의 이름을 자하루(紫霞樓)라고 하는 이유도 알 것만 같다.


      발길을 돌려 능선따라 남쪽으로 간다.  듣던대로 능선의 암릉은 험하기 거지 없다.  잠시라도 한눈 팔고는 걸을 수가 없다.

      대저 큰 기반암이 암릉을 이룬 산들의 암석은 화강암인데 반해,  이 산의 기반암은  변성퇴적암의 일종인 규암(硅巖)이 주

      를 이룬다. 화강암은 오랜 세월 풍화에 그 표면이 둥글고 매끄러워 지는데 비해  변성규암은  수직 또는 수평 절리가 많고

      조각 난 석주들과 너덜은 각이 날카롭다. 이런 능선길을 간다. 간다기 보다는 기어 오르고 내린다. 험로에 몇 곳 데크가 있

      긴 하지만, 단애 암봉의 우회길도 여간 힘들지 않다. 덤길을 걸은 탓에 목표한 도솔암까지의 능선 종주를 못하고 471봉 전

      망대에서 발길을 돌렸다. 귀경 시간을 맞추려는 고륙책이다. 대밭삼거리에서 부도전으로 내려오니, 도솔봉 아래 마봉리주

      차장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이 나온다.  이름은 달마고도(達磨高道). 달마산 주능선을 축으로 산 중턱을 가로질러 일주하는

      힐링로드다. 티벳의 차마고도(茶馬高道)를 벤치마킹해 붙인 이름.  정선에는 백두대간 만항재를 내린 두위지맥에  운탄고

      도(運炭高道)가 있다. 오솔길 달마고도가 정겹다. 울울한 숲길엔 남도의 끝자락 늦가을 단풍 아직 붉은데, 굽돌아 가는 산

      자락을 따라 남도 특유의 상록림이, 죽림이, 그러다 돌연 너덜이, 또 다시 삼나무 숲길까지 나온다. 운탄고도가 석탄을 나

      르던 길이라면, 달마고도는 무심(無心), 무아(無我)의 길이다. 마음을 비우고 걷는다.  한 잎 낙엽 지는 소리가 들린다. 가

      을이 지는 소리.  

                                                                                                                                        촬영, 2019, 11, 23.


    -미황사와 달마산


                                                                  -  달마산 산행지도 -



      - 미황사 달마고도 제1코스 초입 동백나무 숲길



      - 달마산 정상 가는 들머리



     - 헬기장 아래 문바위재 갈림길



        - 산 중턱 전망바위에서 본 미황사와 군곡저수지









    - 달마산 정상 불썬봉과 봉수대



     - 달마산 정상 표지석에서



     - 달마산 북릉 관음봉과 그 너머 두륜산



    - 동북 쪽 천관산 조망



    - 달마산 동쪽 완도군 달도



    - 달마산 남릉 도솔봉



    - 달마산 산정 주능선의 기암봉과 기암들












      - 문바위 고개
























    - 대밭삼거리



    - 대밭삼거리 기암


   - 471봉에서 본 남릉과 떡봉




    - 471봉에서 온길 뒤돌아 본 능선과 불썬봉



     - 471봉에서 본 미황사와 부도전



    - 471봉



   - 471봉 팥배나무



     - 대밭삼거리 쉼터



    - 미황사 부도전



    - 달마고도 제3코스, 부도전 삼거리



     - 달마고도 3코스 너덜길



     - 달마고도 제3코스 삼나무 숲길



     - 도솔암 갈림길



     - 달마산 도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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