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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행 후기

지리산 바래봉 겨울 기행

작성자몽중루|작성시간19.12.17|조회수758 목록 댓글 2



                                몽중루의 지리산 바래봉 겨울 기행



        지난 주말 지리산을 찾았다. 이번에는 겨울 바래봉 능선을 걸었다.  지리산을 찾을 때면 가끔  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에 오시려거든' 을 생각하게 된다. 그는 이 시에서 천왕봉의 일출, 노고단의 구름바다,  반야봉의 저녁 노을, 피아골의 단풍, 벽

     소령의 달빛, 칠선계곡의 처녀림, 그리고  섬진강에 잠긴 푸른 산그림자 등 지리산 곳곳의 절경들을 노래하며  '흑심을 품지 않

     는 이슬의 눈으로 오라' 고 했다.  더하여 '그대는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첫 마음' 이라고도 했다. 그랬다.  많이는 

     아니어도 여러 번 찾았던 산, 유명 계곡과 봉(峰)들을 올라보았었다. 백두대간 종주시엔 천왕봉에서 노고단, 만복대, 고리봉으

     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도 걸어보았다.  그 때마다 지리산은 언제나 그 넉넉하고 큰 품으로  살가운 첫 마음을  열어주었다.

     애써 이슬의 눈으로 보면, 마음은 더 설레이기도 했다.

        바래봉은 지리산 주능선의 만복대 북쪽 고리봉(1,305m)에서 동북쪽으로 분기한 12km 능선 끝에 있는 산, 봄이면 넓은 고원

     구릉에 천상의 화원을 펼치는 철쭉 명산이다.  남원 운봉읍 공안리에 있는 전북학생교육원 위쪽  세걸산 들머리를 시작으로 세

     동치로 오른다. 바래봉 능선 1,107m의 고개이다.  바래봉 능선은 어디서나 지리산을 잘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가 된다. 우뚝

     솟은 천왕봉이 남쪽에서 사방에 널린 지리산 천봉(天峰)들을 호령하고, 반야봉, 노고단, 성삼재, 만복대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

     능선은 한눈에 들어온다.  내심 설경(雪景)을 기대하고 간 산인데 눈꽃 대신 밤새 핀 상고대(樹氷)가 펼쳐진다. 가지마다 송알

     송알 핀 수빙들이 갓 지난 정오의 햇살 받아 수정처럼 맑다. 설경에야 비할 수 없지만 그나마 아쉬움은 달랜다. 부운치를 지나

     팔랑치 언덕으로 간다. 봄이면 산철쭉이 천상에 꽃대궐을 펼치는 곳이다.  고원의 평전에 무리지은 철쭉군락을 바라보며 봄날

     의 화려함을 그려본다.

        눈 덮히지 않은 겨울산은 썰렁하다. 푸름을 잃은 산에 나목(裸木)들이 앙상한 채  천한(天寒)에 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뭇가지들을 살피면 저마다 도톰한 망울들이 달려 있다.  겨울나무의 화아(花芽)와 엽아(葉芽)들,  각각 내년 봄에 피울 꽃눈

     과 잎눈들이다. 찬서리 무빙(霧氷)에도 얼지 않도록 켜켜이 박피로 감싸고 동장군에 맞서 정중동(靜中動)이다. 여름엔 이파리

     들이 나뭇가지마다에 옷을 잎히고 더위를 막더니, 겨울엔 반대로 앙상한 가지들이 잎눈들을 감싸고 온몸으로 겨울 추위를 막

     고 섰다. 세상엔 어느 것 하나 공짜가 없다. 나무와 잎이 서로 주고 받는 삶, 이것이 자연(自然)이다.  겨울산에서 자연의 순리

     를 본다. 썰렁한듯 한 겨울산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다.'얼어 붙은 대지에 피는 봄이 더 화려하다(寒凝大地發華春)' 했다. 그

     렇다. 찬 겨울을 이겨내지 않은 나무들의 봄꽃은 화색이 선명치 못한다.

        바래봉을 오른다.  멀리서 보면 돔에 가까운 원추형 봉우리,  스님의 바리때를 엎어 놓은 듯하다 하여 이름한 바리(바래)봉

     이다. 천왕봉 북쪽의 1,165m에 이르는 천봉(天峰)이다.  민머리 산정에는 관목들이 조금 있을 뿐, 사위가 거침 없다.  이곳에

     선 지리산의 연봉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리산의 북장대(北將臺) 같다. 겨울이라 때 이른 해거름 역광에, 만복대와 고리봉

     이 남서쪽에서 눈에 부신다. 눈길을 돌린다. 운봉읍 고남산 북쪽 너머엔 멀리 남덕유산이 산그리메로 아슴거린다.  발치의 구

     상나무숲에는 우듬지마다 하얀 수빙들이 피어 있다. 한낮을 지난 해거름에도 녹지 않는 것은 산이 높기 때문. 바래봉의 겨울

     그림도 철쭉 피는 봄에 못지 않다.

                                                                                                                                       촬영, 2019, 12, 14.

     - 1123봉에서 본 철쭉군락지와 바래봉



                               < 전북학생교육원-세동치-부운치-팔랑치-바래봉-바래봉 삼거리-용산주차장>



   - 남원시 운봉읍 공안리, 전북학생교육원에서 세동치 들머리 가는 길 


    - 세동치, 세걸산 들머리


    - 세동치(1107m) / 백두대간 지리산 고리봉에서 분기한 바래봉 능선에 있는 고개


   - 세동치 상고대




   - 세동치와 세걸산에 이르는 능선 상고대




    - 능선 1140봉과 바래봉










    - 1140봉 전망대


   - 1140봉에서 본 천왕봉


    - 1140봉에서 본 바래봉


    - 부운치



               - 철쭉나무에 핀 상고대





   - 바래봉 능선 철쭉군락지


    - 철쭉나무


    - 뒤돌아 본 1140봉


    - 팔랑치 일원


  - 팔랑치(989m)


   - 팔랑치 언덕 우듬지 꺽인 소나무


   - 바래봉 삼거리


   - 바래봉 오르는 길


    - 바래봉(1,165m)




    - 바래봉 정상에서 본 지리산 천왕봉과 주능선






    -운봉읍과 고남산과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 바래봉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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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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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불암산사나이 | 작성시간 19.12.17 아주 멋지십니다. 화이팅 !!
  • 답댓글 작성자몽중루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12.17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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