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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무박 일출산행기

작성자사자|작성시간10.04.18|조회수220 목록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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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태백산을 가기위해 참으로 오랜만에 청량리역 앞에 섰다.

역사가 새로 지어진 것 말고는 대부분 그대로였다.

 

표를 받아들고는 아직 여유가 있어 광장을 서성이다 불연듯 떠오르는 기억이 있어 맞은편 감자탕 집 골목으로 들어 섰다.

가게들은 번듯해 졌지만, 다행이 예전 모습들이 많이 남아 있어 반가웠다.

이젠 이름마저 가물거리는 친구 녀석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집, 저 집을 기웃거리다 도저히 기억속에 그 집을 찾을 수 없어 줄 곳 들어오라고 손 짓하는 인심 좋아보이는 아주머니를 따라 가게안으로 들어섰다.

기억속의 골방 집은 아니었지만, 사람 냄새 나는 인심은 다르지 않았다.

맛있는 감자탕을 실컷 먹을 수 있어 좋았고, 또 가슴 한켠이 따뜻해져서 좋았다.

  

밤10시 30분에 출발하는 무궁화 호에 올랐다.

태백역까지는 약 4시간 정도를 가야한단다.

그리고, 여전히 차내에서 삶은 계란을 팔고있다. 어찌나 반갑던지.. ^^

그런데 이런, 아쉽게도 사이다가 없다.

삶은 계란엔 사이다가 딱 인데..

 

어찌됐건 참으로 오랜만에 타보는 기차거니와 반가운 풍경이다.

차를 없에고 불편함 대신 얻은 낭만과 추억이다.

설레는 마음에 한동안 잠도 오지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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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역 이라는 안내 방송에 문득 잠에서 깼다.

시간을 보니 새벽 2시30분, 부랴부랴 플렛폼에 내려서니 코끝이 쨍 한것이 공기부터가 달랐다.

에고, 추워라..

 

 

 

  

 

추운 날인데도 산행하는 이들이 꽤나 많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깜깜한 새벽 속으로 사라져 갔고, 몇몇 사람들만 역 대합실에 남았다.

나 또한 일출을 보기위한 산행이었기에 남는 시간을 따뜻한 역에서 보내기로 했다.

 

일출 예상 시간은 아침 7시 20분에서 30분 사이였고, 유일사 매표소에서 정상까지는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 태백산을 오르는 경로는 여러 곳이지만, 겨울 산행은 주로 설경이 일품인 유일사에서 오른다. -

 

역에서 유일사 매표소까지는 차로 약 30여분 가야하니, 역에서 새벽 4시 30분 쯤에 출발하면 적당하다.

그리고, 그 시간에 대중 교통이 운행 될리 만무 하므로 주로 택시를 이용하는데 요금은 1만 5천원이다.

혼자거나 일행의 수가 적을때는 역에서 비슷한 처지의 다른 등산객과 동행하면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유일사 매표소에 도착하니, 면도날 같은 바람에 코 끝이 쨍하고 눈물까지 찔끔거린다.

사람들은 산행 장비를 챙기느라 분주했다.

나도 서둘러 장비들을 챙겼다.

스패치를 착용하고, 아이젠까지 단단히 채웠다. 윈드스토퍼 장갑에 방한 모자를 푹 눌러쓰고 해드렌턴을 켰다.

렌턴 불빛에 입김이 훅훅 지나간다.

 

드디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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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올랐을까..?

깜깜한 새벽 하늘엔 금방이라도 쏟아질것 같은 별들이 손으로도 딸 수 있을 만큼 바로 코 앞까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앞 뒤로는 저마다의 렌턴 불빛이 또 다른 별이 되어 반짝였다.

너무도 아름다운 광경 이었다.

 

 

 

 

 

아이젠 덕분에 부자연스러운 걸음을 한참 걷고 있으려니, 발목과 종아리에 무리가 오기 시작 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걷는 것이 생각보다 힘이들었다.

체온이 올라 윈드 자켓을 벗었다.

 

 

 

 

 

 

얼마를 더 오르자 첫 번째 갈림길이 나타났다.

고도가 높아져서 일까? 기온이 더 내려가고 체온도 떨어져 다시 윈드 자켓을 입었다.

 

 

 

 

 

 

이 곳에 도착하니 얼핏 보기에도 사진 좀 찍겠구나 싶은 사람들이

팔뚝만한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키만한 삼각대에 꼽고는 에두벌룬 처럼 떠있는 달을 찍느라 자리 싸움이 치열했다.

나도 그 틈에 끼고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차마 똑딱이로는 그 틈에 낄 수 없어 아쉽지만, 이정표 앞에서 한장..

 

 

 

 

 

 

또 한참을 올랐다.

해발 1531m 이정표가 나타났다.

물론 그 만큼 더 추워졌고,

윈드자켓 위에 점퍼하나를 더 입었다.

 

 

 

 

  

군대 시절이 생각났다.

그땐 겨울이 정말 지긋지긋 했었다.

강원도 원통의 GOP에서 근무 했었는데, 1년 중 무려 8개월이 겨울 이었다.

10월에 첫눈이 내려 다음해 5월까지 잔설이 있었으니..

눈도 한번 왔다하면 1m, 2m씩 내렸다.

그 시절 사진이 없었다면 지금도 난 뻥쟁이었을게다.

 

그뿐이 아니다.

근무 교대로 후방으로 내려오면 밀렸던 훈련을 받느라 한시도 부대에 붙어있는 날 없이 이산 저산으로 행군 이었다.

그땐 정말이지 다신 산에 안 가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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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정상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능선에 가까워 지자 바람이 한층 더 거새졌다.

아이젠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안았다.

 

부는 바람 사이로 건장한 사내처럼 능선에 버티고 서있는 고목이 보였다.

자연은 깜깜한 새벽 죽어 서있는 고목 마져도 아름다움으로 품는다.

 

나는 산에서 아름다움과 겸손함을 배운다.

  


 

 

 

 

정상이다...!!

2시간여를 오만가지 생각으로 태백산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표정을 보면 알겠지만, 그 곳에서도 역시나 이기적인 사람들로 인해 그 수정 같은 새벽에 욕을 하고 말았다.

시펄..!

  

 

 

 

 

 

아 ~~ 정말이지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욕심엔 꼭 신년 첫 날에 보고 싶었던 광경이었지만, 이제라도 볼 수 있는 것을 하느님의 축복으로 생각한다.

 

정말이지 자연이 아니고서는 과연 어느 누가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단 말인가.

자연 앞에서 사람은 한 낫 구경꾼일 뿐이다.

 

  

 

 

 

 

제일 아쉬운 장면이었다.

전에 가지고 있던 SLR필름 카메라를 도둑 맞은 뒤로

카메라를 못 사고있어 동생의 디카를 빌려 갔는데 성능이 못 미쳐 역광 촬영이 여기까지였다.

아무래도 DSLR을 하나 장만 해야 할 것 같다.

욕심 같아선 Leica 의 M7 이나 M8 중에 하나를 지르고 싶지만, 지금 형편으론 니콘이나 케논의 DSLR이라도 감지덕지다.

 

 

 

 

 

산을 내려와 언 몸도 녹힐겸 주차장 근처에 있는 박물관에 잠시 들렀는데 그럭저럭 괜찮았다.

 

 

 

 

 

 

 

학창시절 녀석들 이름 외우느라 고생 했던 기억이난다. ^^

 

 

 

 

 

이녀석은 실제 사용했던 기차 선로용 자전거란다.

정선 아우라지에 있는 레일바이크가 생각난다.

 

 

 

 

 

 

 박물관에서 괜한 여유를 부리다가 기차 시간에 쫒겨 허기진 배를 기차에서 햄버거로 때우고 말았다.

그래도 정말이지 오랜만에 설래는 기차 여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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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산행기가 괜찮았는지 모르겠네요 ^^

실은 어제 가입한 새내긴데요 향기로운 봄의 한 가운데에서 이런 시린 글을 올려 죄송합니다만,

요즘 산행을 못 하고 있어서요

조금 지나긴 했지만, 지난 2월에 갔던 태백산 무박 산행기로 가입인사를 대신 하는거니,

반갑게 맞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건강한 산행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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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행운 | 작성시간 10.08.29 정말 멋지네요^*^ 저두 기회가 된다면 한번 정상까지 가보구 싶네요^^~~~~잘보구갑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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