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쉬어 가는 곳

애견 카페 유감

작성자무심거사|작성시간20.04.28|조회수207 목록 댓글 2

며칠 전 군포시에서 길을 걷다가 애견카페 간판을 보았다. ‘친구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된 곳이었다. 애견호텔, 애견용품, ‘수제 애견 간식’, ‘애견놀이방등의 용도로 쓰이는 곳임을 표시해 두었다.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여행으로 며칠 집을 비우는 사람은 개를 이 카페에 맡길 수가 있나 보다. 이 카페에는 개의 놀이방이 따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다른 애견카페와 다른 차별화 전략인가 보다. 아울러 개에 관한 여러 가지 용품, 예를 들면 목줄도 팔고 개 사료도 파는 모양이다. 더욱 희한한 것은 개가 먹을 수 있는 맛있는 간식을 직접 사람이 손으로 만들어서 파는가 보다. ‘애견수제간식을 파는 것이 이 카페의 특징인가 보다.

 

나는 1990년대 후반에 수원대 근처인 화성군 봉담면에 있는 전원주택에서 4년 정도 살았다. 그때 중간 크기의 개 두 마리를 잔디밭이 있는 마당에서 키웠던 경험이 있다. 어느 날, 개의 줄은 풀려 있고, 개들이 안 보였다. 결국, 개 한 마리는 행방불명이 되었고, 한 마리는 쥐약 먹은 쥐를 먹었는지, 집에 들어오더니 신음하다가 죽어버렸다. 나는 죽은 개를 신문지에 싼 후에 삽을 가지고 가서 뒷산에다 잘 묻어주었다. 나름대로 개에게 정이 들었던지라 당시 나는 매우 슬펐고 상실감이 컸다.

 

그 사건 이후에 나는 개는 물론 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2015년에 수원대에서 정년 퇴임한 후, 나는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서 살고 있다. 나는 120평 대지에 21평 크기의 작은 전원주택을 짓고서 귀촌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평창에서 화초와 나무는 키워도, 개는 키우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개는 키우지 않을 것이다.

 

요즘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개를 키우는 사람도 함께 늘어났다. 개를 키워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온 개는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며, 사람처럼 희노애락의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요즘 거리를 지나다 보면 개를 자식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다. 개를 아기인 양 껴안는 것은 기본이고, 실제로 개를 아가라고 부르기도 하고 본인을 개의 엄마라고 호칭하기도 한다. 애완견이라는 말은 개를 지칭하는 단어로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인지 반려견이라고 높여 부른다. 개가 아프면 수의사에게 데려가고 죽으면 장례까지 치러주고 심지어는 무덤까지 만들어 준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보자. 개는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일까? 개의 본성에 맞게 사는 것이 개의 행복이 아닐까? 개는 개처럼 사는 것이 행복일 것이다. 개를 별스럽게 귀여워하는 사람을 보면 혹시나 개를 학대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간다. 개에게 사람처럼 옷을 입히고 머리를 염색하고 샴푸로 머리 감아주고, 발톱 깎아주고, 침대에 재우고, 목욕까지 시켜주는 사람이 있다는데, 이러한 행동들이 과연 강아지의 본성에 맞을까? 주인은 강아지가 행복하리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강아지에게는 엄청난 고통이며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이 아닐까?

 

2019617일 자 한겨레21 잡지에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는데 여기에 소개한다. 198311월에 아이슬란드 해안에서 두 살 남짓의 범고래 수컷이 그물에 잡혔다. 이 범고래는 캐나다 밴쿠버 빅토리아에 있는 수족관 시랜드에 팔려갔다. 이 범고래는 틸리쿰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이후 조련되어 범고래 쇼의 주인공이 되어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낮에는 점프해서 공에 입을 맞추고 밤에는 비좁은 철제 깡통에 들어가야 밥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틸리쿰은 항상 배가 고팠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사람들은 범고래 쇼를 보며 즐거워했지만, 쇼의 주인공인 틸리쿰은 행복하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19912월에 사람 한 명이 풀장으로 미끄러졌다. 틸리콤은 그의 발을 확 물었다. 미국의 씨월드는 세계 최대 해양 테마파크 회사이다. 씨월드는 캐나다 시랜드에서 틸리쿰을 사서 올랜도에서 공연을 시켰다. 19997월에 올랜도에서 한 남성이 폐장된 뒤에도 몰래 수족관에 남았고, 이튿날 아침 그는 물에 뜬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틸리쿰은 주검 주변을 맴돌았고, 주검에는 물어뜯긴 자국이 그득했다. 2010224일 세 번째 사고가 발생했다. 씨월드 조련사인 돈 브랜쇼의 발을 낚아챈 틸리쿰은 그를 인형처럼 물고 풀장을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그제야 틸리쿰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이 고래는 왜 살인을 세 번이나 했을까? 인간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고래를 가두어도 되는가?

 

2013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블랙피시>가 방아쇠가 되었다. 범고래를 포함한 돌고래의 수족관 전시 공연을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씨월드 돌고래쇼의 관람객이 급감하고, 씨월드 회사의 주가가 하락했다. 결국, 씨월드는 항복했다. 조엘 맨비 씨월드 최고경영자는 2016년에 우리 테마파크에서 범고래를 본 사람들이 점점 더 범고래가 사람 손에 길러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라고 하면서 범고래 전시와 공연을 중단했다. 2013년에는 인도가, 2015년엔 캐나다가, 그리고 2017년에는 프랑스와 멕시코가 고래류의 전시 공연을 법으로 금지했다. 우리나라는 <야생 생물 보호법> 개정을 통해 20183월부터 공연과 전시를 위한 돌고래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거제와 제주의 돌고래쇼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장자의 변무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오리의 다리가 비록 짧다고 하더라도 늘여주면 우환이 되고, 학의 다리가 비록 길다고 하더라도 자르면 아픔이 된다. 그러므로 본래 긴 것은 잘라서는 안 되며, 본래 짧은 것은 늘여서도 안 된다. 학은 다리가 길다고 그것을 여분으로 여기지 않고, 오리는 다리가 짧다고 그것을 부족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것이 자연이며 도의 세계이다.”

 

개는 개의 본성에 맞게 사는 것이 개의 행복일 것이다. 고래는 고래의 본성에 맞게 사는 것이 고래의 행복일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은 무릇 사람의 본성에 맞게 사는 것이 행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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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우로보로스 | 작성시간 20.04.28 교수님!
    그간 안녕하신지요? 오랫만에 선생님글을 봅니다.
    강원도 평창에서 잘 지내시고 계시지요.
    저도 17년 키우던 강아지를 작년에 보내고
    많이 아파했습니다. 글을 보니 선생님 여전히 잘
    지내시는 것같아 기쁩니다.멀리서나마 안부전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무심거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4.29 저의 글을 읽고 댓글까지 써주시니 감사합니다.
    아이디만 보고서는 누구신지 모르겠군요.
    저의 시골집은 영동고속도로 면온IC에서 1km 떨어져 있고,
    승용차로는 1분 거리에 있습니다.
    지나가시다가 한번 들리세요.
    제 전화번호는 010-2357-3257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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