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교수협의회에 가입을 하였는가(25)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3.05.08|조회수1,033 목록 댓글 21

        보고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

 

   1999년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검은 셔츠를 입은 3, 흰 셔츠를 입은 3, 모두 6명의 학생이 농구공을 패스하고 있다흰 셔츠 팀의 패스 횟수를 세는 것이 이 실험의 목적이다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열심히 흰 셔츠 팀의 패스 횟수를 세고 교수에게 답을 제출했다그러나 이 실험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1분이 채 되지 않는 이 실험의 동영상에서는 고릴라 옷을 입은 학생이 천천히 등장해 카메라의 정면을 보고 가슴을 두드리고는 천천히 퇴장하였다.  실험 도중에 고릴라를 보았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에 실험에 참가한 학생의 50%는 고릴라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20113월에 번역되어 출판된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책에 나온다인지심리학자인 저자는 고릴라 실험 결과를 통해, 사람들이 그동안 전혀 의심하지 않고 굳게 믿었던 상식과 검증받은 지식이 사실은 완전히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확증편향(確證偏向)이라는 어려운 용어로 설명한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수용하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심리적인 현상을 말한다.   보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이야기이다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존의 가치관을 변화시키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생각된다가치관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일종의 불안이요 스트레스라고 말할 수 있다인간은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추구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수원대 사태를 지켜보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똑같은 현상을 보면서도 받아들이는 태도는 전혀 다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용기를 내어 교수협의회에 가입한 회원들이 교협 카페에 쓴 글을 읽어 보면 때로는 눈물이 날 정도로 공감이 가는 글들이 있다.   때로는 가슴이 아리고 먹먹해지는 글도 있다.   아하, 나의 동료인 계약직 교수님들이 이 정도로 고통을 당하고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구나 라는 것이 나의 느낌이다.

   그동안 나는 일부 보직교수들과 교협에 관해 대화하면서, 농구장에 등장한 고릴라를 보지 못한 50%의 학생들과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계약직 교수들의 아픔이 전혀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나에게는 분명히 보이는데,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건지, 아니면 못 본 체 하는 건지?

   총장님과는 교협 출범 이후 한 번도 대화한 적이 없기 때문에 총장님의 생각이 어떠신지 알 수가 없다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전하는 총장님의 모습 역시 농구장의 고릴라를 보지 못한 학생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된다.   총장님 역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또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보통 사람이라고 인정한다.)

   수원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관찰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선택해서 보는 것은 심리적으로 편하기는 해도 진실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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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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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상생25 | 작성시간 13.05.09 그러면 이번 보은인사 사건도 교무처장이 연출하신 모양이죠?
    그분은 그렇게까지는 안 할 사람이라고 보았는데.. 제가 사람을 잘 못 본 모양이죠?
  • 답댓글 작성자라일락 | 작성시간 13.05.09 그런데 상생3000님, 서울사무소로 인사가면서 빈 손으로 가지는 않죠?
    저는 신임교수라서 궁금해서 묻습니다. 대개 무얼 들고 가나요? 과일? 골프공? 블랙박스?
  • 답댓글 작성자상생28 | 작성시간 13.05.09 라일락님,
    그런 것을 여기서 물어보면 어떻게 해요?
    아무리 신임교수라고 해도 눈치가 없네요.
    그저 상상에 맡깁니다.
  • 답댓글 작성자라일락 | 작성시간 13.05.09 저는 떨리네요.
    만일 교무처장님이 서울사무소에 인사가라고 하면 신임교수로서 안 갈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선물을 잘못 선택하면 퇴짜맞고 찍힌다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선배교수님들께서 제발 조언해주시기 바랍니다. 선물은 어떤 것을 골라야 하나요?
  • 작성자이뭐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05.10 여러분이 교협에 많이 가입해 주시면 서울사무소에 인사가지 않아도 됩니다.
    승진이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면, 왜 인사가 필요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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