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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이야기 1 - 농약을 치다니

작성자상생21|작성시간13.04.08|조회수501 목록 댓글 1

텃밭이야기 1 - 농약을 치다니

 

때는 1997년 여름.

화성시청에 도시/농촌계획에 대한 자문을 하느라 서울대 농경제학과의 모교수와 함께 농촌지역의 현장을 둘러 볼 때였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창밖을 내다보니 농부가 농약통을 짊어지고 마스크를 한 채 논에 농약을 뿌리고 있었다. 필자는 무심코 말했다. '약을 안치고 농사 지을 수가 없나요?' 그러자 서울대 모교수는 얼굴에 정색을 하면서 '요즘 농사는 농약 안치고는 안됩니다.'

필자는 깜짝 놀랐다. '설마 그럴 수가.. 먹는 것에 약을 안치고는 안되다니, 그럼 농약없는 옛날에는 어쨌는데..' 속으로 생각하려니, 그 교수 왈 '요즘 농촌상황에 약 안치고 했다가는 바로 망합니다.' 라는 것이었다.

저절로 의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이거 큰 문제 아닌가? 우리의 삶이 잘 먹고 잘 살자고 땀흘리고 일하고 공부하는 건데, 원초적으로 '잘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사람 입에 들어가는 게 자연상태의 것이 아니라니, 이건 뭔가 잘못 되었다.. 과연 방법이 없는가?

 

그로부터 틈틈이 조사에 나섰다.

2년-3년간 관련서적도 보고 방학때는 전국의 생태농사짓는 곳을 찾아다녔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곳은 경남 하동의 태평농법과 전북 정읍의 다마금쌀 등이 생각난다. 그렇게 다니다보니 그즈음 해서 우리나라에도 생태농사가 많이 본격화되어서 벼농사는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농사는 마음만 먹으면 농약 안치는 깨끗한 농사를 할 수가 있는 편이었다.

그런 농사로 전환하는데 정상적인 수지타산이 맞으려면 3년쯤은 걸려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원론적으로는 가능하고 해서 뜻있는 적지 않은 이들이 생태적 방식으로 전환을 하고 있었다. 그 교수는 최신 소식을 모르고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 말한 것이라는 게 드러났다.

 

그런 가운데 듣자하니 많은 작물 가운데 농약을 안치고는 재배가 안되는 게 있었다. 평소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먹는 작물인데도, 농사짓는 사람이 자기 먹을 것도 농약을 안 칠 수 없는 놈이었다. 바로 고추다. 이 고추란 놈은 김치나 고추장은 말할 것도 없고 매운탕이나 찌게 그리고 거의 모든 반찬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농약안치고는 모두 병에 걸리거나 수확을 못한다니!

한국인이 소화기 계통의 암에 많이 걸리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이런 오염된 것을 끼니마다 먹고 있으니.. 그럼 농약없던 옛날에는 어떻게 지었나? 이 놈을 깨끗하게 재배할 방법이 없을까? 

이 또한 조사를 해보니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생태농사 고수께서, 고추는 열무나 다른 작물과 함께 혼작을 하면서 상생의 원리를 이용해서 지으면 깨끗한 농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자 왕성한 호기심이 일었다. 직접 지어보면 어떨까? 이것은 취미삼아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일었다. 그리하여 살고 있던 집 너른 마당에 고추텃밭을 시작하였으니 그게 대략 2000년쯤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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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뭐꾜 | 작성시간 13.04.08 지금부터 13년 전 일이네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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