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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이야기 2 - 까다로운 고추농사

작성자상생21|작성시간13.04.09|조회수552 목록 댓글 0

텃밭이야기 2 - 까다로운 고추농사

 

고추는 원래 더운 지방에서 전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씨앗을 직접 밭에 뿌리자면 날이 더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늦게 자라면 수확량이 적으므로, 자연산 풋고추부터 넉넉하게 먹으려면  흔히들 2월말쯤 방안 웃목에서 발아시킨 후 모종을 내고 해서 여러번 옮겨심기를 한다. 그러다보니 직파보다는 뿌리내리기가 얕고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 놈을 심어서 그런지 고추밭에는 잡초가 많다.

금방 우거진다. 잡초가 왕성하면 고추는 자라지도 못한다. 그거 막느라 흔히들 비닐 멀칭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통기가 안 되고 흙도 습하고 해서 뿌리가 약해지는데, 여름 지나면서 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비닐멀칭한 고추밭에는 장마철 지나면서 일주일이 멀다하고 농약이 뿌려지는데 아예 코팅을 할 정도로 뿌려댄다. (풋고추 먹을 때 꼭지부터 먹지 않는 이유는 농약방울이 꼭지에 맺혀서 씻어도 농도가 진할 것이라는 짐작 때문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비닐멀칭을 했던가? 이것부터 문제다.

옛날농사는 멀칭을 한답시면 비닐 대신에 짚이나 낙옆을 깔아주었다고 한다. 이건 자연스럽다. 통기도 되고 비가 내리면 폭 젖었다가 배수가 잘 된다.

 

짚이나 낙옆멀칭을 하는 대신에 꾀를 낸다면 섞어짓기를 하는 것이다.

잡초가 자랄 틈이 없도록 고추와 상생을 하는 작물과 섞어지으면 수확도 되니까 좋다는 것이다. 혼작이라고 해서 아무것이나 어울리는게 아니라 궁합이 맞는 놈이 있다. 가령 열무가 제법  어울리는 편인데 실제로 지어 보면 열무 자라는 속도가 잡초 못지 않아서 잡초를 확실히 제압하는 대신에 수확시기를 놓치면 고추보다 훨씬 크게 자란다. 수확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부지런해야 한다. 열무 수확하기 전에 다시 열무씨앗을 뿌려 두거나 다른 멀칭을 해두어야 잡초가 들어설 틈이 없다.

고추농사는 바로 잡초와의 싸움이다.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이지만 고추는 유별나다.

 

한편으로 보면 고추란 놈은 사람 몸에 달린 고추와 비슷한 데가 있다. 

뿌리가 천근성이라 깊이가 얕은 편인데 뿌리에 스트레스를 주면 고추가 싱싱하게 자라질 못한다. 뿌리가 급소라서 세게 건드리면 치명적인 점도 닮았다. 뿌리가 담긴 흙이 습해도 안된다. 배수가 잘 되어야 뿌리가 건강을 유지한다. 그렇다고 가물어서 흙이 말라도 안된다. 때때로 비에 폭삭 젖는 시간도 있어야 컨디션을 유지한다.

한 군데서 계속 지으면 탈이 난다. 바로 연작 피해라는 것인데, 같은 밭에 반복해서 자라는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 즉 윤작을 해야 건강한 놈을 수확할 수 있다.

 

이렇게 재배가 까다로운 고추를 우리는 왜 그리 좋아할까?

과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고추안에 있는 캡사이신이란 성분이 사람 몸에 좋다고 한다. 특히 전립선 항암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최근에는 다이어트 효과에 만점이라고 한다. 고추를 고추장이나 김치로 숙성시켜서 먹으면 더 좋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는 경탄할만한 데가 있다.

 

고추텃밭을 시작한 이래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런 저런 고추의 속성을 하나둘 깨쳐가며 취미삼아 익혀가는 세월이 몇년 흘렀다.

그러는 가운데 수원대학교 본관 뒷편 숲속에 자리잡은 학교 묘목장을 산책하다가 습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묘목장에는 대부분이 묘목을 심어 두고 있는데, 맨 동측 수기리 주택가와 맞닿아 있는 경계지역의 천여평과 바로 윗터에 약 오백평이 수풀과 잡목이 우거진 채 습지로 방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곳이 새롭게 필자의 눈에 띄었으니 그때가 2004년쯤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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