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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 모음집

[작가 : 브레이브] 크리스마스

작성자EXTRA|작성시간22.01.08|조회수1,638 목록 댓글 1

크리스마스. 모두가 축복받은 날.

 마침 눈도 수북히 내리고 있고, 날씨도 그렇게까지 춥지 않은날이라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남녀노소가 거리를 메우며 걸어다니는 가운데

 유독 혼자서만 매우 우울하고 수척해보이는 한 청년이 홀로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남자는 손에 애완동물 케이지를 들고 있었다.



 남자의 발걸음은 사람들이 많은 길거리를 벗어나 골목길로 향하더니, 걷고 걸어 이윽고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공터에 도달했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공터는 아직 발자국 하나 나지 않은채 하얀 벌판을 뽐내고 있었다.

 눈을 밟으며 공터 한구석까지 걸어간 남자는 힘없이 근처의 각목더미에 걸터앉은 후 근처 땅에 케이지를 내려놓았다.

 그 케이지 안에는 분홍색 옷을 입은 사육실장이 있었다.


















데스우~ 이 구두 발에 잘 안맞는데스.
똥노예 이게 다 너 때문인데스!
그 암컷 인간씨 집에서 구두를 고르고 있었는데
네가 갑자기 와타시를 끌어당기며 나오지 않은데스!
아름답고 고귀한 와타시의 발에 흠집이라도 나면
어떻게 책임을 질것인데스~ 국가적 손실데스~
아주 못된 똥노예데스!



어디 뉴스에서 '국가적 손실'이란 단어는 줏어들어가지고...
그게 무슨 뜻인지나 아냐?



'국가적'이라는 인간씨의 손실데스~
이 '국가적'라는 이름의 인간씨
아주 유명한 인간씨인거 같은데스~



후우...










 1년간 남자에게 사육되면서 늘 그래왔던것처럼, 실장석은 오늘도 여느날 못지않게 막되먹은 말을 지껄였다.

 남자는 케이지를 다시한번 내려다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이 남자는 오늘 여자친구랑 헤어졌다.

 그렇지만 남자의 마음속에는 아깝다는 생각은 커녕 오히려 후련해지고 안도감이 들어있었다.

 다만 자신의 돈이 그만큼 빠져나갔다는 후회감이 뼈저리게 들뿐.

 잠시 이 남자의 명예를 위하자면, 이 남자는 여자를 투자대상으로 보거나하는 제비같은건 아니다.

 남자가 헤어진 이유는 돈때문이 아니라 여자 그 자체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남자가 돈타령을 하고있는 이유는 그만큼 말도 안되는 일에 돈을 썼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애호파였다. 그것도 보통 애호파가 아닌 극성 애호파.



 1년전, 남자가 여자를 처음 만날때도 그녀는 실장석에 대해서 귀엽지 않느냐는 투로 이야기했다. 남자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실장석의 모습은 확실히 얼핏 보기만 하자면 충분히 귀여워보일수 있는 외형이기 때문이다.

 그 더러움과, 막되먹은 생각 및 행동 때문에 천대받는거지 실장석이 개념만 갖춘다면

 확실히 지금보다는 인기가 훨씬 좋았을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한창 사귀며 서로간에 이야기를 하다가 여자는 자신의 집에

 실장석을 몇마리 기르고 있다고 하고, 집에 사육실장도 있고 들실장도 있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남자에게 실장석을 길러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남자는 이때 좀 망설였다. 이미 왠만한 애호파의 징후가 엿보였기 때문인데,

 여자는 자신 나름대로 깔끔하게 하고 다니는데다 몸에서 실장석 냄새도 나지 않았기에

 (애호파의 몸에선 보통 실장석 특유의 더러운 냄새가 확실히 난다) 일단 넘기기로 했다.

 이미 사귄지 한달은 넘었기에 이제와서 그 문제로 뭐라고 하기에는 말하기가 어려웠다.

 여자는 남자에게 사육실장을 한번 사보라고 권했고, 남자는 그러겠다고 하며 여자와 데이트하는중에

 자신의 사육실장 한마리를 샀다. 왠지 무지막지하게 비싼 녀석이었지만 남자는 그 당시에는

 여자가 기뻐했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그저 좀 애호끼가 있는 정도겠거니 하고 생각한 남자는 사귄지 1년만인 오늘, 크리스마스에

 여자의 집으로 처음 가보고는 경악했다. 그동안 여자가 자기 몸관리를 잘 해서 자신의 몸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던 것뿐,

 집은 완전히 돼지우리였다. 여자의 집은 수십마리의 실장석들로 북적대고 있었고 개중에 세마리는 비싼 세레브용

 초고가 사육실장이었다. 여자는 이 사육실장을 빚까지 내서 사들이고 남자에게도 이러길 권했던 것이었다!

 여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심지어는 동네의 골칫거리인 들실장들에게도 사비를 털어 먹이를 주고있는

 도무지 답이없는 실장맘이었다. 그야말로 학대파는 물론이고 일반인조차도 상종할수 없을 수준의 진성 애호파였던 것이다.



 결국 이런 진실을 알게 된 남자는 비록 1년을 사귄 사이지만 미련없이 여자와의 관계를 끊었다.

 결국 크리스마스날 1년동안 사귀던 여자를 스스로 차버리고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지만 남자의 손실도 상당했다. 남자가 가지고 있던 애완동물용 케이스의 이 사육실장은 남자 소유의

 비싼 세레브용 사육실장이었다. 데이트하며 샀었던 바로 그놈이었다.

 여자가 빛까지 내며 사들였던 세레브용 실장석에 비하면 절반 이하의 저렴한 녀석이지만

 그래도 왠만한 공무원 월급을 훌쩍 뛰어넘는 비싼 가격이었다.

 여자와 남자의 세레브 사육실장은 가격만 다를뿐 본질은 전혀 다르지 않았다. 둘다 똑같은 저급 실장이니까.



 사육실장의 원가는 기묘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고가라인으로 올라갈수록 높아지다가 세레브용 최고가 실장라인에 이르면

 갑자기 바닥으로 뚝 떨어지는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런걸 사는 애호파 세레브들은 비싼 가격에만 신경을 썼지

 정작 실장석의 질은 전혀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

 분충이건 말건 비싸게 산 실장석을 그저 오냐오냐하면서, 모든 응석을 다 받아주며 살기 때문에

 세레브용 사육실장은 브리더의 엄격한 훈련이 전혀 필요없었고, 그래서 원가가 갑자기 싸지는 것이다.



 실제로 세레브용 사육실장은 적당히 근처 들실장을 잡아와 옷만 입혀놓고 초고가에 판다.

 공짜인 들실장 잡아와서 수백만원에 파는걸 도대체 왜 사가는지 일반인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나,

 그저 돈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는 졸부들의 허영심이 이 세레브 실장사업을 지탱시켜주고 있다.

 물론 진짜 돈있고 능력있는 '셀레브리티'들은 실장석 말고 다른 애완동물을 기르지만.

 대개 돈 있어보이고 싶어하는 어중간한 '세레브' 부자들이 이런 벌레들을 사가는 것이다,

 셀레브리티들이나 살수있는 진짜 초고가 애완동물보단 어쨌든 싸니까.

 세레브 사육실장이라는 명칭은 그저 졸부들의 허영심을 만족시켜주기 위한 이름이었을뿐,

 그 실체는 그저 어딘가에서 주워온 들실장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말인 즉슨, 남자의 앞에있는 이 세레브 실장도 원래는 공원 어딘가에서 구르고 있던 들실장 출신이라는 것이다.

 백만원이 훨씬 넘는돈을 주고 평범한 들실장을 구매했던것이다!

 남자는 허탈해져서 케이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사육실장의 옷을 입은 들실장'이 걸어나와 남자를 쳐다봤다.










어휴, 내가 비싼돈주고 이런걸 샀었다니 이 무슨...
사이비 종교 소굴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구만.
세상에 1년 동안씩이나 사겼는데도 오늘에서야 본성을 알았다니...
나도 참 형편없는놈이구나.
어휴, 다음번에도 애호파랑 만나면 손에 장을 지진다 내가...



데프프, 뭘 그렇게 쫑알쫑알 바보같이 중얼거리고 있는데스?
배고픈데스 노예! 어서 집으로 돌아가서 밥이나 주고
독라노예에게 목욕이나 시중들게 하는데스!
이런데 오래 있으면 고귀한 와타시의 피부가 안좋아지는데스.










 언제나처럼 쫑알쫑알 보채는 사육실정을 내려다보며 남자는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애호파 여자친구에게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창피함과 허탈함밖에 들지 않았다.

 '그깟 콩깍지 때문에 이딴 병신같은 벌레를 1년동안 참아가며 키웠었다고? 그래, 사육실장 안키우면 안만나주겠다던
 그 골빈년의 말이 그렇게도 절대적이었냐? 정신차려라, 이 얼빠진 루저새끼야! 넌 인생 1년 헛살은거야!'

 여기까지 생각한 남자는 더는 생각하기도 싫었는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눈앞의 실장석을 내려다보았다.

 전부 다 가증스럽다. 이 실장석이야말로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고, 환각에 빠져있었는가를 증명하는 결과물이었다.

 이 160만원짜리 들실장이 말이다!










집? 너 지금 집이라고 했냐?
네 집은 이제 없어, 이 착각에 찌들어사는 벌레자식아. 



데...데? 이, 이게 무슨말인데스? 이 똥노예가 정신이 나간데스?
갑자기 왜 이러는데스?



내가 그동안 말은 안했는데 말이야, 너 진짜 마음에 안들었어.
애초에 널 산것도 걔가 세레브 실장 하나사서 길러보라고 했기에 산건데...
젠장, 내가 콩깍지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지. 그딴 골빈년한테 뻑갔었다니...



데? 이 와타시가 맘에 안든다 그말인데스?



그래, 내가 그동안 널 좋아서 키운줄 알았지? 이 멍청한 똥벌레 새끼야.
젠장할, 내 인생 1년 물어내!!



데에, 노예주제에 건방진데스! 와타시에게 수발을 들게하는것도
고마운줄 알아야 할판에 투정이나 부리는데스? 너는 복에 겨운--

















제대로 된 인생도 살아보지 않은새끼가
지멋대로 복에 겹다느니 어쩌니 지껄이지마라,
이대로 찢어버린다? 이 태생이 언청이인 벌레새끼야.



......










 물론 실장석의 못된 본성이야 속으로는 이미 온갖욕을 다 퍼붓고 있었겠지만

 남자의 이렇게 난폭한 모습은 난생 처음 봐서인지 일단 위압감에 눌려서 조용해졌다.







그여자 하는말이 가관이더만? 실장석은 우리의 친구니,
사람과는 생각하는게 다르니, 우리가 이해해줘야 한다느니,
똥던지는게 애정표현이라느니...
에라이 이 니미럴 벌레새끼야!
네놈들이 대체 무슨 권리로 멀쩡한 사람들을 병신만드는거야?!



덱!!










 성난 남자의 발길질에 채인 실장석은 공터 한구석으로 몸을 피하려 했으나

 남자는 도망가려는 실장석을 다시 발길질로 원래 있던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래도 녀석은 몇번 더 도망치려 했으나 그럴때마다 남자가 발길질을 해대는 통에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그자리에 서있을수밖에 없었다.










데, 데에... 그만 차는데스우...
이 똥노예, 와타시에게 왜 이러는데스!



퍽!



젯스!!



겉보기엔 멀쩡한 여자가 이딴 벌레들한테 홀려서
돼지같이 똥이나 맞으며 살고 있었다니 기가 차더구만?
너네들이 대체 무슨 요물이길래 사람을 그따위로 만드는거냐고,
이 쓰레기같은 벌레들아!



퍽!



데겍!!



너 여기가 어딘지 알아?



...고, 공터인데스우



그래 넌 아주 잘 알겠지, 원래 들실장이었으니까.
고향의 향기가 좀 느껴지는거 같냐?
그래야 할거다, 내가 오늘 널 없애버리려고 하거든.



그, 그게 대체 무슨말인데스?
감히 와타시를 죽이겠다는데스?
왜, 왜... 갑자기 왜 이러는데스 똥노예!
와타시는 아무잘못 안한데스!



하하하... 와, 지가 뭘 잘못했는지 모른덴다.
이런 낮짝도 두꺼운 벌레를 봤나...
하긴, 태어날때부터 양아치인놈은 지가 뭘 잘못하는지도 모르지.
그냥 모르는채로 죽어라, 그게 더 낫겠다.



데, 데데엑! 살려주는데스!
고귀하고 아름다운 와타시를 왜 죽이려드는데스!
이런 와타시를 죽이면 세상에 큰 손해데스
똥노예들로만 가득한 세상에서 와타시는 길러짐으로
세상에 아름다움과 행복을 전해주는데스!
와타시를 죽이면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거 하나가 사라져버리는데스!



......

...이거, 곱게는 못죽이겠구만...
살고싶어? 좋아, 그럼 내말대로 해.



아, 알겠는데스.
와타시도 이제부터 고분고분하게 굴테니
인간씨도 그점 감안해주시는데스



...아깐 똥노예더니 한번 협박당하니까
인간씨라고 부르는거냐.










 실장석은 일단 남자의 말을 주의깊게 들었다. 자기가 그동안 애호파라고 믿고있던 인간이 사실은 학대파였다는 사실에

 겁을 먹어서이기도 하고, 학대파인 이상 애호파 대할때처럼 마음놓고 대했다간 좋은꼴 못볼거라는,

 나름대로 약삭빠른 계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게 녀석의 운명을 결정지어버렸다. 남자는 녀석의 태도를 봐서

 여전히 어리광쟁이에 떼쟁이면 그대로 공원 등지에 풀어줄 생각이었다.

 그래도 일단 자신이 구입해서 1년간 책임을 진 실장석이기도 하고, 학대파/애호파의 개념도 모르는 바보라면

 그저 공원의 들실장들에게 잡혀서 독라노예로 여생을 보낼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의 눈에 비친 실장석은 전혀 그런 바보가 아니었다. 녀석은 구역질 날정도로 착각과 허풍도 심하지만

 그만큼 학대파 앞에서 왠만큼 처신하고 자신의 본심을 숨길수 있을 정도로 실장석치곤 교활했다.

 극히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공원의 멍청한 들실장들 몇몇을 꾀어서 독라노예로 만들어버리고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여생을 탁아나 해대는 민폐실장으로 보낼 가능성이 있었다.

 남자는 그런꼴은 도저히 못봐주었고, 역시 이놈은 자신이 처분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우선 그 가증스러운 옷부터 벗어. 내참, 실장석 주제에...



...벗은데스.



찢어.














...데스우?



찢으라고.
한번만 더 말하게 하면 네 얼굴가죽을 찢어버릴거니까 알아서 해라?



데, 데에에...! 이거 정말로 좋은옷데스...
이옷 꼭 찢어야 하...



찢-



부우욱! 북북!!
뿌지이이이이익!










 '찢-'이라는 말과 함께 남자가 양손을 실장석의 얼굴로 돌진시켜왔기에 실장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존본능으로 옷을 찢어버릴수밖에 없었다.

 그냥 찢으라고 말하면 망설이는데 몇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사육실장의 비싼옷이었지만

 남자의 리액션덕분에 1분도 안되는 시간에 자신의 옷을 스스로 찢어버리고 말았다.










데에에엥! 와타시의 옷이...



그래 시원하게 아주 잘 찢었다.
재질은 일반 실장옷보다 저질인데 이상한 브랜드 마크 하나 달았다고
그거 한벌에 30만원이라니, 그걸 또 넙죽 사가는 애호파 시키들이 하여간 호구지.
여친이 사랜다고 그걸 또 산 나도 미친짓했고.
하지만 그 미친짓도 오늘이 끝이야.
너같이 헛바람만 들어찬 벌레새끼와도 오늘로 끝이고...










 남자는 공터 주위의 각목 조각들을 주섬주섬 집어들어 모으더니 옆에있는 드럼통 안으로 대충 던져넣었다.

 그리고 마지막 조각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드럼통에 그것을 떨구었다.

 각목더미는 삽시간에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드럼통은 금새 탁탁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에 달궈지기 시작했다.











데? 옷없는 와타시를 위해 불을 지핀데스? 잘한데스.
똥노예가 이제 정신이 돌아온 모양인데스. 추워 죽는줄 알은데스.
아무것도 벌주지 않고 용서해줄테니
와타시에게 우선 옷부터 다시 사주는데스.
이전꺼보다 더 비싸고 좋은옷이어야 하는데스우.














데?
이, 이게 무슨짓인데스우?
머리카락 아픈데슷!
와타시의 머리카락 망가지는데수!



이놈은 또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거야?
불 피워놓은걸 지멋대로 착각하더니 아주 마음놓고 헛소리를 지껄이네?
춥다고 정신줄 놓지 마시지, 싸구려 들실장.



데, 데에엑!



그리고, 겁나니까 인간씨라고 한번 부르더니
마음이 놓이니까 다시 똥노예라고 부르네?
게다가 아깐 조금 고분고분하더니
지금은 또 예전의 버르장머리없는 분충으로 돌아왔고?



데? 데뎃!
와, 와타시는 인간씨라고 부른데스!
똥노예라고 안한데스!



이젠 거짓말까지 하고, 넌 역시 살려둬선 안될놈이구나?
뭐, 상관없어. 어차피 내 앞에서 비는척 했을때부터
네가 속마음 감추는 음흉한놈이었다는건 알아봤으니까.
그럼 잘 가라.



데? 데? 뭘 가라는거인데스?

!!!

잠깐, 잠깐만 기다리는데스!
잠깐만... 야이 똥인간데수!!










 남자는 실장석의 머리칼을 쥐어잡은채 쥐불놀이하듯 한두바퀴 돌리더니 그대로 드럼통 안으로 던져서 쳐넣었다.

 '야이 똥인간데수!!'라는 외침과 함께 던져져서 드럼통 안으로 들어간 실장석은

 우선 드럼통 내벽에 한번 얼굴을 박고는, 불타고있는 각목더미 위에 큰대자로 안착(?)했다.










데벳!!!










 머리와 등의 아픔을 호소하려는 실장석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말도 안나올 정도의 고통이 실장석을 감싸기 시작했다.

 실장석의 등이 닿기가 무섭게 장작더미의 불이 옮겨붙은 것이다.

 아무리 청결하게 유지한다 하더라도 실장석의 구성성분 자체가 불에 굉장히 잘타는 지방질이라는것은 변함이 없어서

 불은 삽시간에 실장석의 몸을 전부 둘러쌌다.

 세레브용 고급 실장샵에서 10만원짜리 모발 손질을 받아서 항상 윤기나고 곧은 모습을 간직하던 실장석의 머리카락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지며 단백질 타는냄새를 풍기며 삽시간에 숯덩이가 되어버렸고,

 고가의 피부미용으로 반들반들하던 피부는 몸에 옮겨붙은 불에 그을리며 보기흉한 적갈색으로 뱐해갔다.

 기름덩어리인 실장석의 통통한 몸은 불타는 드럼통 안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데키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실장석은 불을 끄려고 어떻게든 뒹굴고 내벽에 몸을 부대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등산객들로부터 '살아있는 고체연료'라고 불리는게 실장석이다.

 실장석의 몸은 한번 불붙으면 물을 부어도 꺼지지 않고 30~40분을 족히 불타오른다.

 비싼 고체연료의 최고 대체제가 실장석을 잘라서 말린것일 지경인데,

 이런판에 고작 뒹구는 정도로 불이 꺼지지 않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데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실장석은 죽음을 직감하며 생애 마지막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몇분전만 하더라도 발에 흙이나 묻힐까봐 엄살떨며 집으로 돌아가 독라노예의 시중을 받으며

 편히 먹고놀 생각밖에 없었던 녀석은 삽시간에 이런꼴이 될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것이다.

 평소 '사육실장의 긍지'라는 말도 안되는 헛생각을 신조로 삼으며 살아온 녀석이었다.

 옷은 분홍색의 고급 사육실장옷만 입으며, 먹이도 최고급 실장푸드 아니면 입에 대지도 않고,

 실장석용 고급구두가 아니면 걷지도 않고, 곁에서 시중을 들어주는 독라노예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런것들을 못누릴바에는 차라리 '고결하게' 죽고 말겠다는 등...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살고싶다, 살고싶다.

 어떤 취급을 당하든,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으니 그저 살고만 싶다...

 불과 10분전만 해도 발에 안맞는 구두와 목욕으로 불평하던 실장석은

 이제는 그저 살아서 이 세상의 공기를 한모금이라도 더 들이마실려고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한창 불타는 녀석의 드럼통 안으로 대량의 눈이 퍼부어진건 그때였다.










풀썩!!!



데헵!!










 드럼통의 거의 절반을 채워버린 눈속에 완전히 파묻힌 실장석은 순식간에 밀려드는 새로운 느낌의 고통과

 다시 싸워야만 했다. 아까가 금방이라도 죽을것만 같은 불지옥이었다면 지금은 그나마 버틸만하지만

 당장 뭐라도 하지 않으면 죽어버릴것만 같은 냉한지옥이었다.

 불이 꺼진건 좋았지만 이대로는 눈속에 파묻혀 질식하거나 그대로 얼어붙어 동사하거나 둘중 하나였다.

 녀석은 마지막 죽을힘을 다해 눈 위로 헤엄치듯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데에에에!
데헤에엥엥헤에엥앙엥에에!!!

......


데, 데보오오옥!!










 겨우 눈을 뚫고 머리를 내밀은 실장석의 시야에 한가득 들어온것은 남자의 손바닥이었다.

 잡을 머리카락이 없었기에 남자는 실장석의 둥근 머리를 한손바닥으로 잡고 드럼통에서 꺼냈다.

 드럼통에서 나온 녀석은 콜록거리며 사시나무 떨듯 고통에 시달리며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살려주려는건가?

 하지만 녀석의 희망과는 달리 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헤... 왜, 그렇게 쉽게 죽여줄줄 알았냐?
날 1년동안씩이나 괴롭혀왔으면서 그렇게 빨리 가려고 하면 섭하지...



아.. 아픈데스.... 아픈데스!!
온몸이 아픈데스우...!



엄살떨지마 새끼야! 니네 질긴 벌레 새끼들따위
그정도 불에 타는 정도로 절대 안죽어!
근육까지 지방질이어서 30분을 불타야 겨우 죽는놈들이 네놈들이야.
고작 5분정도 탄걸로 죽을거 같아?










 녀석은 비록 죽지는 않지만 5분 동안 불에 탄 대가로 실장석은 몸의 상당기능을 잃었다.

 재생능력은 이미 사라졌고 몸의 대부분의 근육들이 익어버려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특히 머리의 손상이 심해서 얼굴근육은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눈은 반쯤 익어서

 눈물을 흘릴수도 없으며, 시력 또한 반쯤 상실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극심한건 전신화상에서 오는 극심한 고통이었다.

 차라리 불에 계속 타고있는게 나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정도의 고통이 녀석을 덮쳐왔다.

 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실장석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추위와 고통으로 사정없이 떨었다.












추, 추운데스, 추운데스...



데...데헉...데겍...
아, 아픈데스... 괴로운데스...
도우는데스.. 와타시를 도우는데스...



고작 5분만에 꼴이 아주 비참해졌구나 똥벌레.
정말이지, 이놈들은 툭하면 이렇게 되는판에
무슨놈의 자신감으로 사람들에게 이렇게나 대드는건지...










 남자는 녀석에게 진짜 죽음을 가져다주기 위해 공터 구석의 삽과, 짤막한 나뭇가지를 챙겼다.

 녀석의 고통은 이미 충분해서 더 학대할거리는 없을것 같고, 남은건 저 냄새나는 몸뚱이의 처리뿐이었다.

 남자가 우려하던 상황은 이제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것이었다.

 탁아나 하면서 사람들에게 민폐끼치고 살 가능성은 옷이 찢겨졌을때부터 이미 사라져버렸고,

 독라에다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은 지금 상태라면 독라노예 생활은 커녕

 이대로 방치만 해둬도 그대로 동사하거나 병에 걸려서 죽어버릴것이다.

 만일 손쉬운 처리를 원한다면- 그저 케이스를 챙겨들고 이 자리를 떠나면 된다.

 하지만 그럴순 없었다. 이 녀석은 일단 남자의 오점중 하나인만큼 남자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했고,

 이대로 여기에 남겨두면 청소부가 치워야할 쓰레기가 하나 더 생겨날 뿐이었다.

 남자는 삽으로 땅을 파고 나뭇가지를 수직으로 묻어서 세웠다.

 녀석의 진물 베어나오는 몸은 이미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져서 더이상 손으로 만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뭇가지에 꽂아서 가져갈 생각이었다.










데? 그, 그건... 왜 박는데스...?















아, 안되는데스!
살려주는데수! 살려주는데수우우!!
데게에에엑!!!













총배설구를 관통당한 실장석은 위석이 적출당하는듯한 고통에

 고통을 참기위해 있는대로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데에에에에에!!
데갸아아아아아아아!!!
데에에에!!!















깩!!!



네 그 시끄러운 울음소리는 주변에 민폐야.



데, 데휴-
데휴후우우-!!










 날카로운 각목 파편조각에 목젖을 찔린 실장석은 다시 고통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지만

 성대가 손상된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는 바람만 좀 빠진 휘슬부는듯한 시원찮은 소리였다.

 매우 약한 휘슬소리같은 녀석의 목소리는 몇발짝만 떨어지면 알아듣기도 힘들정도로 약해졌다.

 큰 충격을 받은 실장석은 고개를 이리저리 미친듯이 휘두르며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허사였다.










소리쳐봤자 네 목만 아플걸?
이만 얌전히 생을 포기하고 머리에 열이나 식히라고. 내가-

















철퍽!



데휴우우우!!



열좀 식히게 도와줄테니까!










 남자는 눈을 한움큼 집어 실장석의 가슴팍에 내던졌다.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차디찬 눈덩이가 녀석의 가슴에 명중했다.

 안그래도 아픈 피부를 자극당한 실장석은 고개를 마구 휘저으며 데휴거리는 비명아닌 비명을 질러댔다.










데휴! 데후우우우- 데후---! 데휴!!

(데헥! 차가운데스! 추운데스! 아픈데스!!)










 하지만 성대가 손상된 실장석의 목에서 나오는 소리는 이미 불완전한 것이어서 스마트폰의 최신형 린갈로도 번역되지 않았다.

 앞에서 실장석이 있는대로 소리지르는데도 린갈앱엔 아무것도 번역되지 않고 있다는걸 깨달은 남자는

 피식 웃으며 스마트폰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이젠 네 말도 알아들을수가 없게 됐구만.
어떠냐? 말조차 할수없는 완전한 벌레가 된 기분이?
너희 벌레새끼들에게 어울리는 목소리는 그 질질짜는 오줌소리같은 목소리야.
벌레주제에 사람이랑 대화를 하려들어?
너네같은 쓸모없는 벌레들은 실장석이란 의미있는 이름조차 필요없고
그냥 벌레라고 불리면 족해!
울음소리도 그정도면 충분하고, 옷조차도 필요없다고...
세상에 대체 무슨놈의 벌레가 옷까지 입고 태어나?



데, 데휴--- 데후데휴--

(인간씨 잘못한데스 와타시는 분충이었던데스,
그러니 한번만 살려주시는데스!!)










 이제서야 뒤늦게 자신을 비하하며 목숨을 구걸하는 실장석이었지만 이젠 빌고싶어도 빌수조차 없는 목구멍은

 남자에게 그 어떤뜻도 전달해주지 못했다. 실장석의 데휴거리는 울음소리는 남자의 신경만 건드릴 뿐이었다.

 남자는 다시한번 눈덩이를 뭉쳐서 이번에는 실장석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큼지막한 눈덩어리는 녀석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고,

 실장석은 있는힘껏 '데휴-'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 의미없는 울음소리일 뿐이었다.


















데휴- 데휴-
데...



휴우, 땀좀 뺐구만.
그럼 워밍업도 끝났으니 어디 한번 가볼까?
네 무덤으로 말이야.










 온몸으로 거부의사를 표시하는 실장석의 몸짓은 무시하고, 남자는 나뭇가지를 뽑아서 대충 들고 공원으로 향했다.

 실장석에게 점거된지 오래라 구제업체도 손털고 나와버리고, 한 구역에만 백마리 단위의 실장마을이 대여섯개는

 운집해있으며, 한번에 수백마리의 실장석들이 몰려나와 주변 상가나 주택가를 급습해 약탈해간다는...

 매우 악명이 높아서 이런 크리스마스날에조차 아무도 놀러가지 않는, 학대파와 학살파 말고는 들르는 사람이 없다는

 대형 시립공원. 남자는 그곳으로 향했다.

























여기구만.










 공원 입구에 들어선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실장석이 박혀있는 나뭇가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앞에 펼쳐져 보이는 제법 큰 규모의 실장마을을 바라보았다.

 골판지가 마치 성벽처럼 둘러져있는 전형적인 실장석 요새 겸 마을이었다.

 총배설구에 나뭇가지를 꽂은채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녀석은 여전히 데휴거리고 있었고,

 남자는 언짢은 얼굴로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이봐, 그렇게 데휴거리지 않아도
나 네가 무슨말을 하고있는지 정도는 알아.
살려달라는거지?



데휴우우우! 데휴
데휴!! 데후우우우!!!!

(그런데스! 어떻게 알은데스!
알아들었으면 제발 한번만 살려주시는데스!!)



고개까지 끄덕이는구만.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애원해도 소용없어.
어차피 죽일 생각이었으니까.
고통스럽게 죽고싶어, 아니면 그나마 편하게 죽고싶어?
더 고통스럽게 죽기 싫으면 그만 닥치고 있으라고,
그 울음소리 더는 듣기 싫으니까.



......










 녀석에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선택권이 없었다.

 실장석은 결국 입을 닫고 그나마 덜 고통스러운 최후를 기다릴수밖에 없었다.







 공원입구에 사람이 들어서자마자 들실장의 감시가 붙는다는 이곳의 명성대로, 남자의 곁에는 벌써

 가까운 실장마을에서 온 들실장 수십마리가 몇미터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남자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게중에는 못박은 나뭇가지나 각목 등의 무기를 들고나온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자실장을 머리위에 받쳐들고 데려가 길르라고 종용하는 친실장들도 끼어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진 아무도 더이상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그저 관찰하고만 있었다.

 남자의 행색이 너무 기묘하기 때문이었다. 왠 반쯤 구워진 실장석을 나뭇가지에 꽂고 온 인간씨라니?



 녀석들이 보건 말건, 남자는 묵묵히 삽으로 땅을 판후,

 거의 체념 상태에 빠져있는 녀석이 박혀있는 나뭇가지를 들실장들 앞에 꽂았다.



 마침내 궁금증을 더이상 참지못한 들실장 하나가 약간 앞으로 나와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남자 앞으로 나와있는 녀석들 중 가장 몸집이 크고 옷도 여기저기 헤진걸 보니

 왠만큼 연륜있는 행동대장 같았다.










거기있는 인간씨데스우!
여기는 와타시들의 땅인데스!
와타시들의 땅에 인간씨가 오는건 상관없으나
무슨 목적으로 온건지 밝히는데스!

이 세상은 좋은 똥인간과 나쁜 똥인간으로 나뉘는데스!
와타시들에게 먹을걸 주러왔거나 자들을 데려가 기른다면
좋은 똥인간이 될것이고
와타시들을 죽이러 왔거나 독약을 나눠주러 왔다면
나쁜 똥인간이 될것인데스!

와타시들의 마을에선 좋은 똥인간은 대접받고
나쁜 똥인간은 공격받는데스!

너는 어느쪽인데스!










 저 장문의 대사는 사람들이 이 공원에 오면 실장석들이 의례히 말하는 외교언사(?) 비슷한 말이다.

 자신을 좋은 인간씨라고 밝히고 우호의 표시로 먹을것을 나눠주는 사람은 일단 공원을 다녀도 되고

 신뢰를 좀더 얻으면 실장마을 안쪽까지도 돌아다닐수 있다.

 반면 '나쁜 인간씨'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즉시 공격받을수 있다.

 남자는 나뭇가지를 땅에 꽃은후, 고개를 들어 행동대장을 바라보았다.










뭐, 딱딱한 인사는 접어두라고.
오늘은 크리스마스잖냐, 모든 이들이 축복받은날!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데, 들어본것도 같은데스.
확실히 인간씨들이 노는 날인데스.
그런데 그것이 어쨌다는데스?



그래서 너희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왔지.
너희들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트리다.










 남자가 보여준것은 실장석들로서는 매우 익숙하면서도 거부하기 힘든것이었다.

 왠만큼 노릇하게 구워진 실장석의 살은 같은 실장석에게 있어 거의 저실장과 동급으로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그 맛있는 냄새에 경계심이 풀어진 들실장 선발대들은

 자기들끼리 웅성대며 '크리스마스 트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호오, 과연...
이것은 선물이라 불러도 될만큼
맛있는 음식같은데스.
벌써 냄새가 틀린데스...



데프프... 맛있는 냄새가...
이렇게 맛있는 냄새라니...



똥인간이 왠일로 착한일을 하는데스?
얼굴 기억해두겠는데스,
너는 앞으로도 환영인데스, 데프프...



모두들 다투지말고 먹는데스.
양은 충분해 보이는데스.



데, 데휴---!
데휴우, 데후데후데휴?!
데휴우!!!
데후우우우우우--------!!

(이, 이건...!
와타시를 죽이겠다는게 이런것이었던데스?!
안돼는데스!!!
잡아먹히는것만은 절대로 싫은데수우우우우우!!)



데프프, 뭐라고 지껄이는진 모르겠지만
그놈 참 맛있어 보이는데스.
이 살갖좀 보는데스, 아주 야들야들한데스.
육즙이 참 적당한데스.



데휴우! 데후우우우우우!!
데휴우우우우우우우우!!!!

(야이 똥벌레들 아름답고 고귀한 와타시에게서
저리 떨어지는데스우우우!!!)



와그작 와그작



데휴우우우우우!!!










 가장 가까이 다가온 행동대장이 녀석의 팔을 한입 베어무는것을 시작해서

 수십마리의 들실장이 녀석의 몸을 먹기위해 달려들었다.

 도적질을 위해 나름대로의 규율이 잡혀있는 녀석들인만큼 이 도적 들실장 무리는

 자기들끼리 다투는 감이 없지않아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서로를 배려해가며

 효율적으로 녀석의 몸뚱아리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데후데후데후데후!
데휴! 데휴데후데휴!!
데후우우
데휴우우우!!

(먹히는건 싫은데스! 그냥 죽겠는데스!
인간씨! 지금 당장 와타시를 죽여주는데스!
와타시 그냥 죽겠는데수!
죽여주는데수우우우!!)



와그작 와그작

아작 아작



데휴우우우우우우!!
데후! 데후우우우데휴우우!!!

(와타시가 먹히고 있는데스우!!
싫은데스! 그냥 죽이는데수우우우우!!)



데프프프, 이놈 참 입맛돋게 우는데스



식욕이 돋는데스,
이런 고급요리 두번다시 맛볼수 없으니 어서 먹어두는데스.










 거의 반쯤 먹혔을까, 한창 먹히고 있던 크리스마스 트리 실장석은 계속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부르르 떠는

 움직임을 보이더니 돌연히 '파킹'하는 소리를 내며 절명사했다.

 위석이 깨진것이지만, 설령 위석이 깨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정도 먹힌 수준이면 앞으로 한입정도만

 더 먹히면 검게변해 죽을것이었다. 진작에 파킹했으면 편했을텐데, 참으로 효율나쁜 파킹사였다.



 모두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는 가운데 가장 먼저 녀석을 베어먹었던 행동대장은 뒤로 빠져서

 남자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곤 남자와 함께 다른 녀석들의 식사장면을 바라보면서 흥에 겨운듯 몸을 흔들었다.



















데프프프, 녀석들 참 잘도 먹는데스.
오늘은 운이 좋은지 좋은 인간씨로부터 푸짐한 선물을 받은데스.
부하녀석들 배고픔을 그동안 달래주기 힘들었는데 오늘 입좀 덜은데스.
어이 인간씨, 대체 무슨 바람이 불은데스?



뭐, 바람이 불것까지야. 다 돕고사는거지.
저 실장석은 내꺼였으니까 저 상태로 그냥 버리면 내가 버린 음식쓰레기가 된다고.
저런걸 그냥 두면 썩어서 냄새나지, 일부러 갖다 버리기도 귀찮고.



과연, 그런데스.
인간씨들은 쓸데없이 주위를 정돈하던데스.



뭐 그런셈이지. 저 실장석은 내꺼니까 뒷처리도 내가 스스로 해야지.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자기소유의 실장석은 죽이기도 귀찮아해.
뒷처리를 스스로 해야만 하니까 절차가 귀찮아지거든.
그래서 죽이기보단 공원으로 쫓아내는걸 선호하는거야.


데, 그랬던거인데스? 오늘 좋은걸 배운데스.
아무튼, 인간씨들이 버린 사육실장은 와타시들이 거둬들여서
노예로 써주고 있으니 이 또한 인간씨들이 고마워해야할
부분일거인데스.



하하하, 그것도 그렇구만.



데프프, 말이 통하는 인간씨는 참으로 오랫만에 보는데스.
...그런데, 그러면 와타시들은 어떻게 되는데스?
와타시는 그 어떤 인간씨 소유도 아니지 않은데스.



아, 그거야 간단하지. 그 어떤 사람 소유도 아닌 들실장들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치워줘.
예를들면, 너희들은 내꺼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너희들의 몸은 죽으면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 치워 주시겠지.



환경미화원...
데, 본적 있는데스.
빗자루 들고다니던 그 인간씨 말인데스?



그래, 그래서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은 왠만하면
너희들을 죽이지 않는거야.
죽이면 자기들이 치워야 하니까.
반면 다른 사람들은 그래서 공원으로 찾아와
들실장들을 수시로 죽이는거고.
이해가 됐으려나?



데프프, 그런데스.
확실히 이해한데스.















빡!!!!



데겍!!!



아니, 넌 아무래도 이해를 못한거 같은데.
이해했으면 즉시 내 곁에서 도망쳤어야지.



......



죽은 실장석은 말이 없군.
요는, 너희들은 내 소유가 아니라
환경미화원 아저씨 소유인거나 마찬가지라
내가 너희들 시체들을 치울 필요가 없어.

그러니 난 마음놓고 너희들을 죽여버릴수 있다는 말씀이지.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지만 다른 선발대 들실장들은 아직 만찬을 즐기느라 이쪽일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남자는 행동대장 대가리를 날려버린 야구방망이를 꼬나쥐고 조용히 크리스마스 트리에 뭉쳐있는 녀석들에게

 다가간 후, 그대로 풀스윙을 했다.










뻐어억!!!



데쟈아아아아아아아!!!
(10중창 이상)



이야!! 손맛이 좋구만 이거!










 먹을거리에 정신이 팔려있던 들실장 녀석들은 고기 한점이라도 더 먹으려고 실장석 크리스마스 트리에

 옹기종기 모여있던탓에 남자의 풀스윙 한방에 열마리가 넘는 실장석이 피를 흩뿌리며 공중으로 떠올라 나가떨어졌다.

 그제서야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첸 선발대 실장들이었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실장석들이 옆에 버려두었던 무기를 도로 집어들기도 전에 남자의 야구방망이가 녀석들의 아구창을 날리기 시작했다.










데...데에...
데에에에!



뻑!



데스우우우!
이 똥인간이 실장잡네데스!!
동네실장들!!



뻑!



데겍!



아, 안되는데스!
이 똥인간을 와타시들 힘만으론 이제 막을수 없는데스!
막내! 너가 어서 달려가서 마을에 알리는데스!
반드시 알려야만 하-



뻑!



데쟈아아아!



언니쨔아아아아-



뻐억!!



-아아아앙악!!



데엑! 와타시밖에 안남은데스?
어서 가서 이 사실을 알-



뻑!!



데겍!!!



뻐어억!!!



......










 마을에 알리기도 전에 수십마리의 선발대를 다 잡아낸 남자는

 야구방망이를 어깨에 걸쳐매고 유유히 마을로 향했다.



















여차여차해서 마을 안으로 진입한 남자는 눈에 보이는 모든 실장석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둘러댔다.

 여기저기에서 실장석 대가리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마을 토지는 실장석들의 피로 붉고 푸르게(...) 물들기 시작했다.










침입인데수!
습격인데스우우우!!!
인간씨가 쳐들어온데스!!



소리치지 않아도 다 아는데스 바보!!
마을 구석탱이에서도 저 커다란 인간씨가 다 보이는데스!
모두 무기를 드는데스우우!!



데스우우우! 와타시의 막대기를 받는데스우우!







받았다.



뎃?
아, 아니, 진짜로 받아가라는 소리가 아니라...
와타시의 막대기 돌려주는데수-



뻑!!!



-데게엑!!!



뻑!!

뻑!

뻐억!!!

데겍!

데젯!!

젯수아아악!!



가, 강한데스!!
너무 강한데스우!!!



안돼는데스!
어떻게든 막아야만 하는데스!!



데에에에엥!
그만큼 죽였으면 됐잖은데스!!
와타시들 그만 죽이고 돌아가는데스!!










 도망칠수도 없어진 실장석들이 골판지집 여기저기에서 나오며 무기를 꼬나쥐고 남자에게 덤비려 했지만

 여기저기 분산된 골판지집에서 튀어나오는통에 남자에게 있어서는 그저 두더지 잡기 게임이 되어버렸다.

 야구방망이를 든 인간에게 마을로의 침입을 허용한 시점에서 이미 전투는 끝난거나 마찬가지였다.

 침입을 허용한 부주의한 실장마을에게 남은 절차는 철저한 학살뿐이었다.



 실장석들의 마을 방어전략은 보통 인간이 마을까지 도달하기 전에 선제공격으로 요격하는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아까처럼 수상한 인간이 공원에 들어오면 일단 정찰과 요격을 목적으로 무장한 실장석 수십마리를 보내

 외교언사를 읆게 한 다음 우호적인 인간이 아닌것으로 판명났을 경우 전력을 다해 덤벼들어 물리치는 것이다.

 이때는 요격대의 무장수준이 매우 중요해서 면도칼이나 못박힌 각목등을 가지고 나와 인간을 이겨보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인간이 작심하고 무장하고 오면 어쩔수 없었다.



 마을 실장들은 남자를 막아보려고 덤비거나, 다리에 온몸으로 부딛혀보거나 어떻게든 머릿수를

 모아서 덤벼보려고 하거나, 심지어는 아양을 떨거나 앞에 드러눕는 등

 별별 수단을 다 동원했지만 남자를 막을순 없었다.

 지금처럼 피해규모가 확대되서 공포심이 마을실장 전체에게 옮아간 후로는 아무 쓸모도 없는짓들이다.














우오오오오오!
내돈 물어내!!!!!
내 인생 물어내에에에에에!
우어오오오오오오!!!










 사정없이 실장석들을 두들겨패며 무쌍을 찍는 남자였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편, 바깥이 소란스러워지자 마을 깊숙히 있는 가장 큰 골판지집에서

 성체실장보다 훨씬 큰 몸집을 가진 실장석이 기어나왔다.

 약간 희끗해진 머리와 형편없이 낡은옷 등, 이 실장마을의 장로가 분명했다.

 마침 남자는 장로의 집 앞에 있었고, 장로는 피로 물든 야구방망이를 든 거대한 인간씨의 모습에

 문자 그대로 경악했다.










아니, 이게대체 무슨 일인데스!
인간씨, 와타시의 아이들을 죽이지 말아주는데스!
와타시들은 조용히 살고있는 실장들인데스!
와타시들이 대체 무슨 잘못이 있...



너네들 도적실장인거 다 알고 왔거든!?



데...












적장! 물리쳤다!











 수세에 몰리면 일단 피해자 행세를 하는게 실장석의 전형적인 행동.

 이 장로도 그동안 인간들을 노략한것은 생각도 안한체 무턱대고 남자에게 피해자 행세를 하려다가

 말도 끝마치지 못하고 실장생을 끝마쳤다.










데에에엥! 장로님!



장로님이 죽은데스!!



똥인간들은 나쁜데스!
왜 와타시들을 가만 살게 놔두질 못하는데스!



너네들이야말로 왜 사람들을 가만 살게 놔두질 못하냐?
꼬우면 인간에게 기생하지 말고 산으로 가라고 바보자식들아!



뻐억!
뻑 뻑 뻑 뻑 뻑!



데쟈아아아아아아아!!



데갸아아아악!!!










 이 실장마을 마지막 생존자의 대가리를 박살낸 남자는 거친숨을 몰아쉬며 들고있던 피투성이의 야구방망이를 버렸다.

 공원 근처 잡화점에서 사온 싸구려라 수백마리가 넘는 실장석을 두들겨팼더니 부러지기 일보직전으로 금이 가 있었다.

 오늘 남자가 박살내버린 이 마을은 예전부터 규모가 상당히 크고 공원 입구근처에 있어서 수시로 근처 상가를 약탈하곤 했던

 전형적인 대형 도적마을이었다. 그래서 남자가 언젠가 날 잡아서 소탕하기로 맘먹어두고 있었는데 내친김에

 오늘 실행에 옮긴것이다.



 그렇지만 정말이지 이 마을에서 기어나온 실장석의 규모는 남자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총 457마리.

 그동안 실장마을을 몇번 소탕해본 경험이 있던 남자도 고작 백마리가 좀 넘겠거니 생각했지만

 설마 이정도로 무식한 머릿수가 기어나올줄은 예상 못했던 것이다.










헥, 헥 헥...
......
휴우... 운동한번 거하게 했다.
크리스마스는 무슨 얼어죽을,
이렇게 실장석이나 죽이고 집에가서 목욕이나 하는게 최고지.










남자는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주인 인간씨 오신데스?



그래, 별일 없었지?



그런데스.
피곤해 보이시는데 어서 쉬시는데스.



오냐.










 남자가 현관문을 들어서자 거실쪽에서 독라 실장석이 현관으로 달려나와 공손히 맞이했다.

 그간 사육실장 녀석의 수발을 들 목적으로 근처 공원에서 잡아온 독라다. 이름은 마빡이.












정확히는 잡아온것도 아니고 들실장으로부터 구출해왔다고 해야겠지만.

 독라인 이상 공원에 사는것보다는 차라리 어느집이든 인간에게 얹혀사는게 백배 나을테니까.

 이 마빡이란 녀석은 실장석 중에서는 가히 천재라 할정도로 개념을 갖춘 녀석이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남자는 힘없이 거실의 소파로 가 드러누웠다.

 그 옆으로 마빡이가 와 남자가 대충 던져놓은 옷을 거두며 말했다.










...데? 사육실장은 어디로 간데스, 인간씨?



아, 그놈... 죽였다.



...데스우?



죽여버렸다고, 재수없는 놈이라서 말이야.
더이상 볼일도 없을거다 이제...
그동안 고생 많았다 마빡아. 내가 쓸데없는일을 시켰지?



...아닌데스,
와타시는 그저 인간씨가 하라해서 한거 뿐인데스.



...이제 너도 자유다. 너 이제부터 어떻게 할래?



데? 무슨 말씀인데스?
와타시는 이제까지 그래왔던것처럼 인간씨를 도우는데스.



...그래, 우리집에서 노예처럼 일하는게 좋든?
저기 죽은 그놈처럼 사육실장 되고싶은 생각은 없는거야?



...이제와서 그런말을 하셔도... 독라가 뭘 더 바라겠는데스.
그런 호사를 누려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건 아니지만
와타시는 이제 머리도 없고 옷도 없는데스. 그리고 와타시는 이제 지친데스,
독라는 그저 얻어맞지만 않고 밥벌이나 해먹고 살면 된데스.
지금도 와타시는 편하게 살고 있으니 별문제 없는데스.



...마빡아, 넌 참 별난놈이다.



그런데스?



어, 그래.










 이 세상 실장석이 다 저놈만 같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이런 생각을 하며 남자는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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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메리크리스마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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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텀블러실장 | 작성시간 22.01.09 재밌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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