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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 모음집

LUCK 作 ] 작은 병

작성자EXTRA|작성시간22.08.31|조회수2,003 목록 댓글 3

행복하게 되어야만 한다.
모든 실장석들이 그렇게나 원하는 ‘행복’.
그 의미는 개체마다 달라 들실장으로 살면서 음식쓰레기를 파먹어도 살아있는걸 행복하게 여
기는 개체가 있는 반면 돈을 처발라 주는 애호파의 사육실장으로 살면서도 더 좋은 물건, 더
맛있는 음식을 바라며 와타시는 불행하다고 울먹이는 실장석도 있다.
단지 어떤 형태 든 행복을 손에 넣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조건은,

‘살아 있어야한다’ 라는 것이다.
- 작은 병 -
“데이스우...”

공원 근처의 작은 슈퍼마켓.
당연히 그 주위엔 새끼를 한 마리씩 껴안고 있는 들실장들이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탁아의 기
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실장석 한마리만이 그 들실장들과 좀 떨어져서 슈퍼에서 나오는 주부들을 살피
고 있었다.
“뭐야? 저리가!”
“아 짜증나게!”
그리고 인간이 나오자마자 모두 튀어나와 앞을 가로막고 새끼를 들어 내미는 들실장의 머리를
차 날리거나 대놓고 봉투에 던져 넣어진 새끼 실장석을 바로 꺼내 바닥에 패대기 쳐버리는 혼
잡을 피하듯 빠른 걸음으로 떠나는 주부 한명을 본 그 실장석은 조용히 그 주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 실장석의 행복은 ‘자와 계속 같이 사는 것’
실장석에게 흔해빠지고도 절실한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사육실장이었던 이 실장석은 주인
의 집을 나와 공원에 정착했다. 그리고 그렇게나 간구하던 자를 8마리나 낳았지만 힘든 들 생
활의 중에 4마리나 벌써 잃어버리고 4마리만 남아 버렸다.
살이 아직 많이 남은 닭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까마귀들이 있는 쓰레기장에 다가갔다가
쪼아 먹히고
길을 건너려다가 차에 밟히고
물을 마시려다가 화장실의 변기에 빠져 익사하고
자들끼리 놀다가 공원의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학대파의 수가 적은 동네지만 인간의 학대가 없더라도 실장석에게 편안한 생활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이 원사육실장은 노력하고 있었다.
들실장과 달리 인간들을 관찰하다가 적당한 주부를 조용히 따라간다. 그리고 공원에서 이웃과
마주쳐 수다를 떠느라 내려놓은 봉투 안에서 물건을 빼가는 것이다. 물론 주부가 바로 집에
돌아가 허탕을 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수확이 있다.
물건을 빼가도 탁아와는 달리 대변 투성이의 실장석이 아첨을 떠는 장면을 보는 것도 아니고,
모든 물건을 가져가려 발악하는 게 아니라 당근 하나, 빵 하나라는 식으로 들고 뛸 수 있는
것 하나만 가져가기에 주부들은 뭔가 빼먹었다고 생각하거나 실장석의 짓이란 걸 눈치 채도
그저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데스!”

오늘은 운이 좋은 듯 따라가던 주부가 공원에 있던 이웃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게다가 벤치에
앉아서 옆에 봉투를 내려놓은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재빨리 화단을 지나 벤치 아래로 들어간 원사육실장은 머리 위에서 이야기를 하는 인간들의
엉덩이를 한번 올려다보곤 봉투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보통은 저녁식사의 준비라 콘페이도가 있을 리는 없다. 보통 야채가 대부분이고 고기는 날고
기인데다가 사육실장일 때도 스테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는 원사육실장이 매번 기대하는 건 초
콜릿이었다.
주부들이 찬거리를 사며 아이에게 주기 위해 산 간식이지만, 그걸 와타시의 귀여운 자들이 텟
틀텟틀 기뻐하며 갉아먹는 모습만 봐도 미치도록 기쁜 이 원사육실장은 초콜릿을 기대하며 봉
투를 들여다봤다.

“뎁?!”
그리고 그때, 봉투 안에서 초록색의 작은 병을 보고 놀라서 소리를 내버렸다.
재빨리 입을 막은 원사육실장은 위를 올려다봤지만 인간들은 눈치 채지 못한 거 같았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원사육실장은 다른 물건은 거들떠도 안보고 그 작은 병을 꺼내선 품에 안
고 급히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다녀온데스!”
“텟치~ 어서오시는테치.”
“와타시 배고픈테치.”
“오늘은 무엇테치?”
“테... 오늘도 스테이크가 아닌테치?”
서둘러 골판지로 돌아온 친실장을 네 마리의 자실장이 반겼다. 그러나 마마가 들고 온 게 아
삭아삭도 아마아마도 아닌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테치? 이건 무엇테치?”
품에 소중하게 안고 있던 작은 병을 내려놓은 친실장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이건 영양드링크 라는 것 데스! 이것만 있으면 너희들도 다쳐도 죽지 않는데스!”
친실장은 사육실장일 때 위석이 꺼내져 영양드링크 병에 담겨졌었다.

학대를 위한 게 아니라 문에 끼거나 떨어진 물건에 맞는 것만으로 박살이 나 죽어버리는 실장
석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 친실장이 들 생활 중에 입은 크고 작은 상처가 다른 동족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빨리 낫거나
죽을 정도의 부상도 금방 낫는걸 감탄하며 봐오던 자실장들은 마마의 설명에 놀랐다.
“와타치도 그렇게 금방 낫는테치?”
“다쳐도 아프지 않게 되는테치?”
“그런데스!”
친실장은 잃어버린 자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차에 하반신을 짓눌려 입에서 내장이 비어져 나왔어도 경련을 하며 한참동안 살아 있던 자.
까마귀의 부리에 온몸이 구멍투성이가 되고 눈이 뽑혀도 비틀거리며 도망치다가 뒤통수를 쪼
여 뇌를 파 먹혀 결국 죽은 자.
인간용의 높은 계단을 몇 계단이나 굴러 떨어지고 튕기며 배가 터진 자.
사라진걸 알고 한참동안 찾다가 변기에 빠진 걸 발견 한 순간 질식의 고통에 눈앞에서 파킹하
는 소리를 울린 자.
그 자들의 위석이 와타시처럼 영양드링크에 담겨져 있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마마는 너희들이 죽길 바라지 않는데스. 살아있어야 행복도 손에 넣을 수 있는데스.”
“테치?”
친실장은 골판지 바닥에서 커터칼 조각을 꺼냈다.
“테....?”
이전에 골판지를 비집고 들어오려던 독라 들실장의 정수리를 뚫고 박혔던 그 날카로운 물건을
본 자실장들은 본능적인 공포에 뒷걸음질 쳤다.
“마마가 너희들의 돌을 꺼내는데스.”
“돌 테치...?”

마마가 말하는 게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가 아니라는 건 자실장들도 알 수 있었다.
실장석에게 머리카락과 옷은 와타시가 와타시로 있기 위한, 목숨처럼 소중한 것이라면 돌-위
석은 생명 그 자체.
개중엔 탐욕과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그 위석조차 내미는 개체도 있지만 보통의 실장석들은
‘돌’을 뺏기는 것에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게다가 녹이 슨 커터칼날로 마취도 없이 배를 갈라야 하는 것이다.
“안되는테치! 아픈 거 싫은테치!”
“4녀짱 그러면 안되는테치.”
장녀가 항상 그렇듯이 싫은 건 무조건 안하겠다는 4녀를 말리곤 앞으로 나섰다.

“마마를 믿는테치. 아픈거 참는테치.”
“역시 너는 좋은자데스...”
머리가 쓰다듬어진 장녀가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감으며 웃는 걸 본 친실장은 장녀의 옷을 벗
게 했다.
“피가 묻으면 더러워지는데스. 너의 돌은 어디에있는데스?”
두건과 신발차림의 장녀는 통통한 배의 옆구리를 가리켰다.
“와타시의 돌은 여기테치.”
“알겠는데스. 아프겠지만 참는데스...”

“테...”
부들부들 떠는 장녀의 옆구리를, 녹슨 커터칼이 죽 내리그었다.
“지이이이이....!”
얼굴을 쭈글쭈글하게 일그러트리고 비명을 억누르는 장녀의 모습에 친실장은 서둘러서 옆구리
를 헤집었다.
“있는데스!”
“치....”
갈라진 살 사이로 보이는 위석을 찾아낸 친실장은 손을 넣어 적록색 피에 젖은 그 녹색 유리
덩어리 같은걸 꺼냈다.

위석이 몸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바닥에 쓰러져서 파들파들 경련을 일으키는 장녀를 본 나머
지 세 마리는 창백해진 얼굴로 물러났다.
“어서오는데스! 차녀!”
“테치이...”
“시간이 지나면 장녀가 위험한데스우!”
“테...오네짱...”
차녀는 장녀를 한번 보더니 결심을 한 듯 앞으로 나섰다.
“와,와타시의 돌도 배에 있는테치...”
“알겠는데스. 참는데스!”

-스윽
“치아아아아아아각!!!!!!!!!!”
장녀와 달리 차녀는 골판지가 흔들릴 정도로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에 쫓기듯 친실장은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서둘러 자의 뱃속을 헤집었다.
“데! 어디 있는데스! 왜 안 보이는데스!”
“테워어억!!! 테에에!!!”
실장석의 장기는 폐를 빼면 위와 자궁을 겸하는 속칭 ‘분대’ 하나뿐이지만 입과 위장을 연결
하는 식도가 비정상적으로 길어 뱃속에 내장처럼 구불구불거리며 차 있기에 배를 갈랐을 경우
의 모습도 인간과 비슷하다.

장녀와 달리 뱃속 깊은 곳에 있는 위석을 찾아 그 식도가 헤집어지는 차녀는 계속 비명을 지
르고 있었다.
“찾은데스!”
마침내 내장 사이에 파묻힌 채 탁하게 반짝이는 위석을 찾아낸 친실장은 급히 내장을 잡아 당
겨 치우곤, 위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찌지직!
“테풋-!!!”
“데에에?!”
그 순간, 잡아당겨진 내장이 성대를 아래로 끌고 내려가며 찢어졌다. 입에서 적록색 분수를
뿜으며 절규했던 차녀는 목 아래로 말려들어간 성대가 기능을 잃으며 바람 새는 소리를 울릴
뿐 이었다.

“데?! 데! 정신차리는데스!”
“케...”
생각지도 못한 일에 경악한 친실장이 몸을 흔들어도 눈을 뒤집은 채 입에서 피거품을 토해내
는 차녀를 정신을 차린 장녀가 옆구리를 누른 채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데... 영양드링크에 돌이 들어가면 이런 것 쯤 바로 낫는데스! 와타시의 자들은 죽지 않게 되
는데스우!! 행복해지는 데샤아아아!!!”
한참을 당황해하다가 이미 반쯤 착란상태인 친실장은 갑자기 3녀와 4녀에게 달려들었다.
“빨리! 빨리 너희들의 돌을 주는데스! 서둘러야하는데스!”

-푸욱!
“테치이이이!!!”
내장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가르는 게 아니라 아예 배에 커터 날이 푹 박힌 3녀가 비명
을 질렀다.
“참는데샤아!”
“마마! 와타시의 소중한 돌은 머리에 있는테치이이!!!”
“데.....”

-키기긱!
“테아아아아아!!!”
잠시 뒤.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장녀와 찢긴 내장을 골판지 바닥에 흐트러트린 채 가사상태에 빠진 차
녀, 벽에 붙어 덜덜 떨고 있는 4녀 앞에서 친실장은 두건을 벗긴 3녀의 머리를 녹슨 칼날로
박박 긁어대고 있었다.
이미 적록색 피와 내장으로 도축장 같은 모습이 된 골판지 안에서 몸부림치는 3녀의 목을 팔
로 뒤에서 조르듯 잡고 있는 친실장의 손에 3녀의 두피는 바로 갈기갈기 찢겼지만 계란껍질을
다섯 배로 두껍게 만든 듯한 두개골은 쉽게 부서지지 않아서 3녀는 산채로 뼈가 깎여나가는
고통을 맛보고 있었다.
“열리는데스! 어서 돌을 꺼내야 하는데스!”
“테갸아아아아!!!”
-파삭
“데! 열린데스!”

마침내 한 줄로 계속 긁히던 생 두개골이 잘리자 그 ‘열린’게 자의 두개골이란 것도 이미 의
식하지 못하는 친실장은 위석을 꺼내려했지만.
“데! 손이 들어가지 않는데스?”
돼지저금통처럼 단지 한 줄이 잘린 두개골에 손을 넣어 내용물을 꺼내는 건 불가능하다.
“데... 빨리 해야하는데스....”
“테갸아아아?!”
초조해진 친실장은 3녀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벌리기 시작했다.
돼지저금통에서 돈을 꺼내려면, 부숴야 하는 것이다.

-쩌저저저적....
“텟치-!!!!”
마치 잘 익은 수박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두개골이 천천히 좌우로 벌어져갈수록 3녀의
절규도 커져갔다. 정수리를 좌우로 벌리고 있는 마마의 손을 떼어내려고 양손을 필사적으로
버둥거려봤자 자신의 관자놀이를 팡팡 두들기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인 3녀의 두개골이 마침내
열린 순간.
-으지직!

“캬아아아악!!!!!”
-퍼엉!
“데! 데?!”
좌우로 쪼개진 두개골 사이로 드러난 뇌의 가운데 묻혀있는 위석을 본 친실장이 해냈다고 생
각하는 것과 동시에, 위석이 폭발하듯 산산 조각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데?”
멍하니 얼굴에 튄 위석 조각이 섞인 적록색 피가 흘러내리는 걸 느끼던 친실장이 품안을 내려

다보자 머리가 쪼개진 채 축 늘어져있는 와타시의 자의 모습이 보였다.
“데! 데!!! 데에에에에에!!!”
산채로 두개골이 뜯어지는 고통을 견디지 못 한 위석이 터져나가 버린 3녀는 이미 탁해진 눈
동자를 좌우 각각 다른 방향으로 향한 채 죽어있었다.
“테치이이이이!!! 역시 죽어버리는테치이!!! 안되는테치! 와타치는 절대로 죽으면 안되는테치
악!!!”
“데에! 4녀어어!”
그리고 그 모습을 본 4녀가 울부짖으며 골판지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4녀를 뒤쫓아가려던 친실장은, 장녀와 차녀를 돌아보곤 발을 멈춘 채 작아져 가는 4녀의 등을
바라봤다.
“데에... 이게 어떻게 된 것데스...”
끔찍하게 죽은 3녀의 시체를 털썩 떨어트린 친실장은 장녀와 차녀의 돌을 집어 들었다.
자들을 위해서 한 일인데 자가 또다시 반으로 줄었다.
굶주린 동족들로 넘쳐나는 공원에서 자실장 혼자 소리를 지르며 달려간 4녀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 자들만이라도 지키는데스... 이제 자들은 죽지 않는데스... 아픈 것도 금방 낫는데스...”
초점을 잃은 눈으로 중얼거리며 자들의 소중한 돌을 넣으러 작은 병을 향해 다가간 친실장은,
“데에?!”
병뚜껑이 닫혀있는걸 봤다.
당연히, 뚜껑을 연 적이 없으니 닫혀 있는 것이다.
자의 돌을 꺼내 영양드링크에 넣으면 자가 죽지 않게 되고 행복해진다, 라는 생각을 했어도
행동을 할 때는 한 번에 한가지 밖에 생각하지 못하기에 일단 ‘자의 돌을 꺼낸다’ 라는 것에
만 집착한 것이다.

상식적으론 먼저 뚜껑을 열어놓고, 위석을 꺼내자마자 병에 넣고 다음 자의 위석을 꺼내는 게
당연하겠지만 실장석의 머리로는 그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죽지 않는 행복만을 외치
며 병조차 열어놓지 않은 것이다.
“데스! 데슷! 열리는데스우-!!!”
게다가 한번 열렸던 것도 아닌 신품의 뚜껑을 가뜩이나 자들의 피로 미끈거리는 실장석의 뭉
툭한 손으론 열기 어려워 소중한 시간이 헛되이 지나가고 있었다.
“...테! 케혹! 케에엑!!!”
“데!”
그때 가사상태에 빠져있던 차녀가 깨어나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실장석은 치명상을 입거나 생명유지가 어려워지면 가사상태에 빠진다.
예를 들어 익사나 동사 같은 위기에 처해 가사상태에 빠질 경우엔 물 바깥으로 꺼내지거나 따
듯한 곳으로 옮겨지면 깨어난다. 물론 강에 빠진 실장석을 건져주는 사람은 없고, 월동준비를
제대로 못해 추위에 가사상태에 들어가면 그대로 얼어죽는 게 실장석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외상을 입었을 경우 몸에 비축한 영양으로 재생할 때까지 가사상태에 빠지지
만 지금의 차녀처럼 심한 장기손상을 입고도 금방 깨어났다는 건,
이미 가사상태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케에엑! 테보웨에엑!!!”

입에서 계속 피를 토해내는 차녀의 주위로 적록색 웅덩이가 빠르게 퍼져가고 있었다. 입뿐만
아니라 열린 배와 끊긴 내장에서도 가사상태라 멈췄던 출혈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데에에에!”
차녀의 상태를 알아차린 친실장이 더욱 서둘러서 병뚜껑을 열려고 했지만 서두를수록 손이 미
끄러질 뿐이었다.
“열리는데스! 어째서 열리지 않는데샤아아!!!”
“테...이...”
“데데?!”
한참동안 병과 실랑이를 하던 친실장은 차녀의 기침소리가 조용해진걸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것이, 기침이 멎은 게 아니라 호흡이 멈춘거란 걸 깨달았다.
“데... 데... 데아아아아악!!!”
그 사실을 안 순간 친실장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자신의 3분의 1 크기밖에 되지 않는 작은
유리병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아직 늦지 않은데스! 와타시가 열리라고 하는데 어째서 열리지 않는데샤아아악!!!”
-와그작!

마침내 병을 들어 실장석이 맨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공격, 물어뜯기를 한 친실장의 이
빨들이 두꺼운 유리와 금속제 뚜껑과 부딪히는 순간 모두 잇몸을 찢으며 안으로 밀려들어가
버렸다.
“케헤하아아아-!!!”
잇몸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입으로 바람 새는 소리가 섞인 비명을 지른 친실장이 입을 부여잡
고 나뒹군 순간.
-빠직!
“차녀짜아앙!”
“데우우우우?!”

바닥에 있던 위석중 하나가 메마른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과다출혈과 고통에 생명이 다 새어나간 차녀가 바닥에 늘어지는 걸 본 친실장은 다시 절규했
다.
자를 원해 집을 나왔지만 소중하고도 소중한 8마리의 자는 이제 두 마리, 뛰쳐나가서 살아남
기는 힘들 4녀를 제외하면 장녀 한마리만이 남아버렸다.
자가 있는 게 행복인데 단 한마리만 남았다.
살아있어야 행복할 수 있는데 죽어버렸다.

“데....”
눈물범벅이 된 친실장의 눈이 시체가 된 자들과 얼굴이 창백해져가며 바닥에 누워있는 장녀를
보다가 작은 병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땅에 엎드려 조아렸다.

“부탁데스... 열려주는데스... 자가... 장녀가 죽는데스... 오로로로롱.....”
이마를 땅에 박은채 울던 친실장은 울면서 일어나 병뚜껑에 손을 댔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뚜껑을 돌렸다.

-차칵.
“데! 열린데스!!!”
기적같이 뚜껑이 열리자 친실장은 서둘러 장녀의 돌을 집어 들었다.
실장석의 애원 따위 그 누구에게도 어떤 신에게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도, 그저 충격이
누적된 뚜껑이 약해져있던 거란 것도 깨닫기엔 친실장의 작은 뇌 속은 어서 자의 돌을 안에
넣는 것만으로 가득해 여유가 없었다.
병에 가득한 액체에 돌을 넣기 전에 친실장은 아직도 잇몸에서 피를 흘리는 입가에 미소를 지
으며 장녀를 돌아봤다.

“이걸로 너도 불사신데스! 죽지 않고 행복해지는데스!”
“테치...”
힘없는 얼굴로 간신히 미소를 짓는 장녀를 본 친실장은,
병에 장녀의 생명의 돌을 넣었다.

-퐁당

“테....치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데에...?”

작은 병에 담긴 액체에 위석이 잠기는 순간.
골판지 안은 장녀의 찢어지는 듯한 절규로 가득 찼다.
“테캬아아아아!!! 캬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악!!!!”
옆구리를 가르고 위석을 꺼낼 때도 비명을 참던 참을성 많고 영리한 장녀가, 지금은 실장석이
라고 생각되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서 파닥거리고 있는 것이다.

“눈! 눈이 불타는테아아아!!! 팔이 불타는테치이익!!!”
“데스우?! 왜 그러는데스!!!”
“다리가! 얼굴이 불타는테치이이이!!! 온몸이 불타는테챠아아아!”
불은커녕 습기 차고 눅눅한 골판지 안을 뒹굴며 몸부림치는 장녀의 몸에는, 옆구리의 상처를
제외하면 어떤 이상도 없었지만 온몸을 쥐어뜯듯이 괴로워하던 장녀가 일그러진 얼굴로 절규
했다.
“와타치의 영혼이 불타버리는테캬아아아아아앗-!!!!”
“이, 이게 어떻게 된 일데... 뎃켁!!!”

황급히 병의 좁은 입구를 들여다보려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댄 친실장의 얼굴에 마치 후려치
는 듯한 시큼한 냄새가 느껴졌다.
눈이 따갑고 입안이 얼얼해질 정도의 자극적인 냄새에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던 친실장이 간
신히 뜬 한쪽 눈에, 병의 바닥에서 작은 공기방울을 내며 ‘녹아가는’ 장녀의 돌이 보였다.
“테아아아아!!! 치이이이이이!!!!”
그 공기방울이 많아질수록, 돌이 작아져갈수록 장녀도 미친 듯이 몸을 굽혔다 펴기를 반복하
며 바닥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야캬아아아아아아!!!!”
“아픈테치이이이이이!!! 불타는테치이이!!!!!”
“캬아아아아아-!!!!!!!!!!”

“테캬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테!!!!!!!”

“테............”

장녀의 기나길고 처절한 비명은, 파킹조차 하지 못하고 액체 속에서 천천히 녹아가던 위석이
완전히 녹아 사라지는 동시에 거짓말처럼 뚝 끊어졌다.
“데...이.....”
소중한 돌을 넣으면 다쳐도 바로 낫고 죽지 않게 되는 작은 병을 인간에게서 가져와, 와타시
처럼 죽지 않는 몸이 된 자들과 영원히 행복하게 살려던 꿈의 처참한 말로에 멍하니 서 있던
친실장은 그 작은 병을 내려다 봤다.
“데....데.....데스우우우우우!!!”

그러더니, 갑자기 눈물과 콧물을 흩뿌리며 병을 힘껏 걷어찼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된 데스우!!! 이게 나쁜데스! 이것만 없었으면 이렇게 되지않은데스!
자들도 살아 있었을데샤아악!!! 행복데스우우우!!!”
-퍽!
-툭

친실장의 발에 차인 작은 병은 쓰러지듯 기울며 날려갔다가 골판지의 벽에 맞고 튕겨나와 친
실장쪽으로 쓰러졌다.
-콸콸콸
“덱?! ....데에에에?!”
발치에 쓰러진 병의 입구에서 내용물이 쏟아져 나와 발아래에 웅덩이를 만들자 온몸을 덮치는
시큼한 냄새에 눈이 따가워진 친실장이 눈물이 흐르는 눈을 비볐다.
그러나 눈이 따가운 정도가 문제가 아니라 그 액체에 닿은 소중한 실장구두가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한 걸 깨달은 친실장은 놀라서 웅덩이 바깥으로 나가려 발을 내딛었다.

-찰박
“데학?!”
그러나 녹아버린 신발에서 빠져버린 맨발로 무심코 웅덩이를 밟은 친실장의 발에 따끔거림이
느껴지더니 곧 격통으로 바뀌었다.
“데! 아픈데아아아!!”
-철푸덕!
“아갸아아아아!!!!”

갑작스런 격통에 다리를 부여잡고 웅덩이로 쓰러진 친실장의 몸에 액체가 흠뻑 튀며 녹색 실
장옷과 머리카락이 녹아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액체가 닿은 피부는 거품을 일으키며 붉게 변
했다가 순식간에 새하얗게 바뀌었고 눈은 뿌옇게 변해 앞이 잘 보이지 않으면서 격통이 닥쳐
왔다.
“데....데....데스우우우우우!!!!!!”
-계속-
[ 아카데미 - LUCK 作 ] 작은 병 - 下|창작스크립트
Dr.프니프니 | 조회 419 |추천 0 |2015.11.13. 21:34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avIV/1191
-위이이이이잉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소형 토잉카에 쓰레기봉투가 담긴 수레를 연결한 공원 관리인은 한상 그
렇듯이 남들보다 조금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자, 오늘도 보람차게...”
“데스우~.”
“텟츄~.”
“...는 개뿔!”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자마자 쓰레기통의 철망 사이로 질질 끌어낸 쓰레기를 골라 맛없는 건
아무렇게나 길에 던져버리곤 그나마 맛있는 걸 새끼에게 건네는 실장석을 봐 버리곤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어미가 자상하게 웃으며 새끼에게 사과껍질을 건네주고 그 쓰레기를 받은 새끼가 주저앉아 아
삭거리며 갉아먹는 모습은 행복해 보였지만 그 비루한 행복은 그녀들의 위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가 순식간에 덮어버렸다.

“데?!”
급히 뒤를 돌아본 들실장의 경악에 찬 얼굴이 시야를 가득 메우는 신발 밑창을 보고 절망으로
바뀐 순간.
“너네 것 아니니까 꺼지라고 이 쌍년들아!”
“데! 데스우!”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관리인의 발을 막으려던 들실장이 그대로 수직으로 짓밟히며 머리와
다리가 몸통 안으로 밀려들어가고 척추가 좌우로 접혀나가며 관리인의 발이 땅에 닿았다.
발을 치우자 드러난 아래엔 납작해진 양팔의 사이에 형태를 알 수 없는 적록색의 고깃덩어리
들이 질척이고 있을 뿐이었다.
“테...”
그 모습을 본 새끼가 먹고 있던 사과껍질을 바닥에 툭 떨어트렸다.

“테! 테테! 테테! 테이이이이잉!!!”
그 고깃덩어리를 다시 모아 붙이려고 양손으로 허겁지겁 그러모으며 울기 시작한 새끼를 내버
려둔 관리인은 수레에서 삽을 꺼냈다.
그리고 바닥에 붙은 껌을 껌칼로 떼어 내듯 삽으로 그 오물을 퍼내 실장석 회수봉투에 던져
넣었다.
“테테-!!! 테에에에!”

‘마마’가 담긴 그 녹색봉투에 달라붙어 잡고 늘어지던 새끼가, 관리인을 올려다 봤다.
“테... 테이이이....!”
영원할거라 믿은 마마와의 행복을 한 순간에 박살낸 인간에 대한 넘치는 슬픔과 원망, 분노로
일렁이는 동그란 눈동자가 적록색의 피눈물을 줄줄 흘리며 관리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노려보면 어쩔 건데?”
“찌아악!!!”
그러거나 말거나.
관리인은 집게로 자실장의 머리를 잡고 들어올렸다.

금속제 집게에 머리가 좌우에서 꽉 눌리는 고통에 새끼는 집게를 탁탁 두들기며 비명을 질렀
지만 관리인은 새끼를 봉투에 집어넣기 전에 한번 손에 힘을 줬다.
-뽀각
“츄!!!”
그러자 새끼 실장석의 머리가 앞뒤로 길쭉해지며 적색과 녹색의 안구가 튀어나와 봉투로 떨어
졌다.

“테이이!!! 테치이이이!!!”
검게 뻥 뚫린 안와에서 아까의 피눈물과는 비교도 안 될 양의 적록색 액체를 쏟아내던 새끼는
봉투에 던져지자 마마의 냄새가 나는 질척한 물건들을 더듬거리다가 울기 시작했다.
“테-! 테-! 테치-!!!”
그 시끄러운 울음소리에 얼굴을 찌푸린 관리인이 다시 집게를 들어올린 순간.

“여어. 좋은 아침이네 그려!”
“이게 좋아보이는겨?”
“이 벌레 놈들이야 매일 보는 건데 뭘 이제 와서 그러나.”
공원 안쪽에서 나타난 꾀죄죄한 옷차림의 홈리스 한명이 관리인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텟치! 텟치!”
“테테! 테이이잉!!!”

그리고, 그 뒤를 여러 마리의 새끼 실장석들이 울면서 따라오고 있었다.
짧은 다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여 홈리스를 따라오다가 넘어져 아스팔트 바닥에 얼굴을 갈아버
려도 바로 일어서서 비틀거리며 다시 따라오는 새끼 실장석들.

그 새끼들의 눈은, 홈리스의 반대편 손에 머리채를 잡혀 대롱거리며 들려있는 성체 들실장들
여러 마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데....이....”
이미 흠씬 두들겨 맞고 옷도 뺏겨 적록색 피멍투성이인 알몸을 드러낸 들실장들중 한마리가
부어터진 눈을 힘겹게 떠서 쫓아오는 소중한 자들을 바라봤다.
“데스...우...”

그리고 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이미 모두 부러진 팔다리는 홈리스가 걸을 때
마다 각자 다른 방향으로 그로테스크하게 덜렁거릴 뿐이었다.
수레까지 온 홈리스가 관리인에게 들고 온 들실장들을 내밀었다.
“자. 오늘거.”
“죽여서 넣어.”

관리인이 물이 든 양동이에 담가뒀던 대걸레로 바닥의 적록색 액체를 닦아내는 걸 본 홈리스
는 화단으로 가서 들고 있던 들실장들을 치켜들었다가, 흙바닥에 힘껏 패대기쳤다.
-퍼억!
“데게!!!”
“데악!!!”
“케!!!”
“테치이이?!”

필사적으로 마마를 쫓아오던 자실장들은, 화단에 내리쳐져 고통스럽게 죽는 각자의 마마의 최
후의 모습을 두 눈에 똑똑히 새겨 넣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머리칼이 뽑혀 들실장의 몸이 날아가지 않을 정도의 절묘한 세기로 몇 번을 더 내리친 홈리스
는 적록색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 덩어리들을 들어 올려 숨이 끊어진 걸 확인하곤 봉투에 던
져 넣었다.
“테-!! 테-!!! 테직!!!”
그때까지도 목을 놓아 울던 눈먼 자실장은, 그 덩어리에 깔리며 지른 비명을 마지막으로 조용
해졌다.

“수고했네.”
“매번 고마우이.”
일을 마친 홈리스는 관리인이 수레에서 꺼내준 술 한 병을 받아 희희낙락하며 해어진 외투주
머니에 쑤셔 넣었다.
옛날처럼 홈리스들이 많진 않지만 생활권과 필요 자원이 겹치는 실장석과 홈리스는 일방적으
로 격렬한 대립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들실장들은 홈리스들이 일거리를 찾아 나간 동안 모포와 골판지를 훔쳐갔고 홈리스들은 드럼
통에 피우는 불의 땔감으로 공원 여기저기에 널린 들실장의 골판지 하우스를 안에 들실장이
있든 없던 상관없이 던져 넣었다.
그리고 공원 관리인과 홈리스들은 어느새 해충을 줄여주는 대가로 관리소에서 약간의 보상을
주는 상호협력관계를 만들었던 것이다. 단지 자실장 이하도 받을 경우엔 강제출산을 시켜서
들고 오는 경우가 많아 성체만을 셈해서 대가로 식사나 생필품을 준다.
“테... 테...”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자실장들을 관리인과 홈리스는 흘깃 내려다보곤 그냥
지나갔다.
관리인의 입장에선 어미를 잃은 새끼야 금방 죽어 버릴 테니 내버려둔 거고 홈리스는 저것들
이 자라면 또 술로 바꿀 생각이었다.
어느 쪽이든 자실장들에게 이미 미래는 없다.
그리고 홈리스의 도움을 받아 쓰레기통을 비우고 들실장들을 치우며 아침 청소가 끝나갈 쯤,
관리인은 심한 악취를 맡았다.

“무슨 냄새지...?”
공원 곳곳에 들실장의 시체가 든 채 썩어가는 골판지는 흔했고 바로바로 치워버렸지만 지금
맡은 냄새는 특히 심했다.
악취를 따라 나무덤불을 헤친 관리인은 평소엔 신경 쓰지 않던 깊은 덤불속에서 예상대로 골
판지를 발견하고 화를 냈다.

“이런 데까지 비집고 들어왔네 그려! ....욱?!”
관리인이 골판지를 여는 순간, 시궁창에 식초를 가득 뿌린 듯 한 역겨운 냄새가 숨을 쉴 수도
없을 정도로 확 올라왔다.
“우엑...”
실장석의 고기가 부패한 냄새, 찢어진 분대에서 흘러나온 대변의 냄새.

청결과는 거리가 먼 홈리스조차 헛구역질을 할 정도의 악취는 골판지 안에서 죽어있는 세 마
리의 새끼실장석과 한 가운데의 살색 덩어리에서 풍기고 있었다.
한 마리는 지옥같이 일그러진 고통의 표정으로 죽어있긴 해도 사지가 멀쩡했지만 나머지는 내
장이 당겨 끊어지고 머리가 쪼개져있는 모습에 같은 실장석, 그것도 원사육실장인 친실장이
한 짓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관리인은 학대파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쯧쯧... 놀았으면 치우고 갈 것이지...”
그때 골판지 안에 쓰러져있는 작은 유리병을 본 관리인은 집게로 병을 집어 들었다.

“뭐여... 빙초산? 이런 게 왜 있는 겨?”
“어이구 신내...”
골판지 안에서 살이 새하얗게 변한 자실장들의 시체를 본 홈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학대파가 부었나 보구먼. 이건 고농도의 아세트산이라 인간도 피부에 닿으면 화학적 화
상과 염증을 일으키는데 그걸 실장석에게 끼얹었으니, 낄낄.... 몸하고 비슷한 단백질성분인
옷하고 머리카락은 물론 몸 자체가 녹아내리다가 초절임이 되어버렸겠지.”

“아세 뭐시기? 자네 보면 가끔 어려운 말을 쓰는데 뭐하다 온 사람인겨?”
“뭐...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사연 한두 가지는 있는 법이지. 낄낄낄...”
꿈틀꿈틀

머리가 ‘있던’ 방향, 위쪽에서 들리는 인간의 목소리를 들으며 살색의 덩어리는 꿈틀대고 있었
다.
골판지 바닥에 가득 퍼진 빙초산에 온몸이 녹고 재생하기를 밤새도록 계속하다가 결국 형체조
차 유지하지 못하고 살색의 덩어리가 된 친실장의 유일하게 남은 적색의 눈에서 붉은 눈물 한
줄기가 조용히 흘렀다.
이미 분대도 녹아버리고 녹색의 눈은 재생 중에 배 어디쯤으로 흘러가버린 단순한 살색 단백
질 덩어리가 된 친실장은 소리를 낼 성대조차 없이 덩어리의 여기저기에 간간히 남은 근육으
로 작게 꿈틀거리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미 생물로조차 보이지 않는 그 모습에 관리인과 홈리스는 그것이 실장석이라곤 생각하지 못
하고 음식쓰레기에서 뒤져낸 썩은 닭 가슴살 정도로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여튼 냄새하나는 지독하구만. 이런 거 처리하기도 고역이니... 불 피워놨는가?”
“그다지 춥지는 않지만 아침 먹는 녀석들이 있으니 피워놨을겨.”
그러자 관리인은 골판지를 통째로 집어 올려 홈리스와 함께 공원 외곽으로 향했다.

“테아아아아....”
“텟테레~!”
“텟테레이~!”
“텟테레후~.”

나무들로 가려진 빈 공터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에 골판지 상자를 길게 이어 놓은 물건들 십여
개가 놓여있었다. 딱 한사람이 침낭처럼 비집고 들어가 뚜껑을 닫으면 바람과 추위가 막아지
는 ‘홈리스들의 골판지 하우스’ 다.
모두들 일거리를 찾아 나갈 시간이지만 들실장들로부터 골판지와 잡동사니를 지키기 위해 한
사람씩 당번을 정해 남아 있는 게 보통이고 오늘의 당번인 듯한 그나마 젊은 홈리스 한명이
드럼통에 불을 피워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놓인 스티로폼 상자에서 실장석 특유의 ‘탄생의 울음소리’ 가 울릴 때마다
점막에 쌓인 구더기실장을 집어 들어선,
“레후?”
-푹!
“레게-!!!”
점막을 핥아 없애려 혀를 낼름거리고 있는 작은 입에다가 굵은 철사를 찔러 넣었다.
“레....”
“레에에에....”
“레후... 레후....”

드럼통의 테두리엔 이미 수십 개의 철사가 고정되어있었다.
맨 왼쪽의 철사엔 아래서 올라오는 열기에 눈이 하얗게 변하고 오그라들어 잘 익은 구더기실
장들이 줄지어 있었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덜 익어서 필사적으로 꼬리를 파닥거리며 눈물을 흘
리는 구더기들이 있었다.
새로 만든 꼬치를 맨 오른쪽에 끼운 홈리스는 맨 왼쪽의 꼬치를 빼내 드럼통 중간까지 올라오
는 불길에 한번 집어넣었다가 뺐다. 그것만으로 바삭바삭해져있던 점막과 앞머리가 화르륵 타
서 사라진 구더기의 꼬리를 잡고 포대기를 당겨 벗기면 마치 오븐에 익힌 것처럼 열기에 잘
익은데다가 갓 태어나 신선하고 청결한 구더기실장꼬치의 완성이다.
크기도 모습도 맛도 싸구려 소세지 같은 그걸 한입에 먹어버린 홈리스는 스티로폼 상자에서
다시 탄생의 울음소리가 울리자 빈 철사를 적당히 닦아서 갓 태어난 구더기를 다시 꽂았다.
“레후-!!!”
드럼통에 다가간 관리인은 그 젊은 홈리스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자네가 당번인겨?”
“아, 안녕하세요. 관리인님.”
“님은 무슨... 불 좀 쓰세나.”
드럼통 안을 내려다본 관리인은 들고 있던 골판지를,
주저없이 불에 던져 넣었다.
-푸화아아아악!

꿈틀꿈틀
순식간에 불이 붙어 타오르는 골판지의 안에서 살색의 덩어리는 꿈틀대고 있었다.
도망가고 싶지만 다리도, 기어갈 팔도 없고 인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해도 이미 성대조
차 없는 이 덩어리는, 작게 꿈틀대는 게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살색의 덩어리 한쪽에 콕 박혀있는 적색의 눈만이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불타 들어가는 소중
한 골판지와 익어가는 자들의 시체를 보여 눈물을 흘릴 뿐이다.
“하나 드셔보시겠습니까?”
“아니... 됐네...”
“잘 먹겠네! 이 맛있는 걸 왜 안먹는겨?”
“아 그거 아직 살아있....”
“레뺘아아아악!!!”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 쩝쩝...”
위에서 들리는 구더기들의 신음소리와 고기를 씹는 소리에 살색 덩어리에서 흐르는 붉은 눈물
이 많아졌다.
자들이 죽지 않는다는, 행복의 최소조건만을 바랬을 뿐인데 골판지도 자들도 모두 불타고 있
다.
도망친 4녀가 살아주는 게 이제 유일한 소망이지만 저런 악마 같은 인간들과 잔인한 동족들
틈에서 자실장이 혼자 살아남는 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살아남아주길 바란다.
와타시와 죽은 자들의 몫까지 살면서 더더욱 자들을 낳고 행복하길 바란다.
점점 다가오는 불길을 바라보던 살색 덩어리는 그 마지막 소원을 빌며 천천히 적색의 한쪽 눈
을 감으려 했다.
-털썩
그때, 사실 눈꺼풀도 녹아 이미 감을 수조차 없게 되어있던 적색 눈의 바로 앞에,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진 자실장의 시체가 하나 떨어져 내렸다.
“잘~먹었다!”
“웃기는 생물이죠. 아직 새끼인데도 눈만 붉게 만들면 말라 죽을 때까지 새끼를 쏟아 내니까
요.”
꿈틀꿈틀
아무리 고통에 일그러지고 바싹 말라버렸어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와타시의 소중하고 사랑스
러운 자,
4녀의 모습을 본 살색 덩어리는,
꿈틀댔다.

꿈틀꿈틀
골판지가 타서 무너지고 이미 숯덩이가 된 세 마리의 자가 부스러졌다.
꿈틀꿈틀
제발 살아주기를 바라던 때 이미 인간의 손에 잡혀 바로 옆에서 강제출산을 반복하다 말라죽
은 4녀의 시체도 불타버렸다.
꿈틀꿈틀
마침내 살색 덩어리에게도 불이 닿아 적색의 눈이 순식간에 익어버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곤 덩어리의 모든 표면에서 느껴지는 타들어가는 고통에 꿈틀거릴 뿐이었다.
꿈틀꿈틀
그러나.
4녀의 미라조차 재가 되어 부스러지고, 심지어 잠시 뒤 땔감으로 던져진 다른 골판지에서 서
로 꼭 끌어안고 굴러 나온 들실장일가가 온몸에 불이 붙은 채 울부짖으며 날뛰고 벽을 두들기
다가 새까맣게 타버렸어도 살색 덩어리는 불길 한 가운데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채 꿈틀
거리며 ‘죽지 못하고’ 있었다.
“아... 또 이렇게나 줄었네...”

같은 때, 공원 근처의 어느 주택.
침대에서 일어난 한 여성이, 이제 버릇이 된 대로 화장대 위의 작은 병을 확인하고 슬픈 듯이
중얼거렸다.
“후지짱... 또 어디서 다친 걸까?”
영양드링크가 담긴 작은 병의 바닥엔, 한참 전에 집을 나간 사육실장의 위석이 담겨있었다.
귀여워하던 사육실장이 집을 나간 건 슬프지만 위석이 무사하면 사육실장도 무사하다는 걸 알
수 있기에 그녀는 매일 아침 이 작은 병을 들여다봤다.
게다가 위석이 영양드링크에 잠겨있으면 크게 다쳐도 곧 회복하는걸 알기에 드링크가 줄어들
때, 즉 집을 나간 사육실장이 험난한 들실장의 생활에서 다쳤을 때마다 안쓰러워하면서 드링
크를 채워주고 있었다.
그러나 몇 번 드링크가 많이 줄어든 적은 있지만, 왠지 어젯밤부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정
도로 빠르게 줄어가는 드링크를 보고 걱정하고 있었다.
어젯밤 가득 채운 작은 병은 이제 반도 안 남아있었다.
그걸 확인하고 얼굴이 어두워진 여성은 화장대 아래서 새로운 영양드링크를 꺼내 작은 병에
채웠다.
‘후지짱’이 가출한 뒤에 산 초고농도의 영양드링크다. 이것에 위석을 담가놓으면 산채로 불에

던져도 죽지 않는다는 학대파들의 선호품이지만 사육실장을 아끼는 애호파에게도 인기가 있는
제품이다.
그걸 다시 가득 채워 넣은 여성은 위석이 든 작은 병을 쓰다듬었다.
“힘든 일이 있나 보네 후지짱... 하지만 이걸로 괜찮을 거야...”
여성의 눈이,
화장대 아래에 산더미처럼 쌓인 드링크박스를 내려다 봤다.
“후지짱이 아프지 않게 될 때까지 얼마든지 다시 채워줄게... 힘내 후지짱....”
꿈틀꿈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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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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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빌야드 | 작성시간 22.09.02 우와... 이정도면 여자가 학대파일지도...ㅋㅋ
  • 작성자하루야카 | 작성시간 22.09.14 오랜만에 보는 참피들의 정말 처절한 고통이다.
    읽는내내 너무 즐거웠음..
  • 작성자이보세요 | 작성시간 22.09.20 굉장히 신선하고 참신한 고통 데스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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