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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차 참하신년대회

[[기타]][장편소설][소재 : 월동]마마레후 외전 : 우지챠 생존기

작성자큰누|작성시간19.03.15|조회수7,686 목록 댓글 44

팔달산에 위치한 공원은 여건상 실장석이 창궐하기 좋은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엄청나게 광대한 크기의 공원, 그리고 그 공원의 몇배는 더 큰 팔달산, 거기에 따라 오는 수많은 초목과 풀. 그러면서도 팔달산의 동서남북 사면으로는 주거지와 주점, 음식점이 따닥따닥 배치되어 있는, 얼핏 보면 실장석의 천국처럼 보이는 환경을 가진 이 공원의 이름은 팔달공원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원에서 가장 실장석을 보기 힘든 곳이 바로 팔달공원이었다. 애초에 관리 주체가 정부기관인데다가, 설립 목적 자체가 화성성벽과 화성행궁 및 산맥을 따라 위치한 각종 문화재를 보호, 관리하고 동시에 문화, 시민휴식공간을 위해 지어진 공원이었기에, 실장석들은 공원 내부에는 절대 발붙일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팔달산 전체가 전부 공원은 아니었기에, 정말 손으로 꼽을 정도의 몇몇 실장석 일가들은, 구제를 피해 흩어져서 팔달산 외곽의 화성 성곽 라인의 바깥쪽에 주로 둥지를 틀고는, 인간의 눈에 뜨이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여기 보이는 골판지 하우스도 몇개 없는 극소수의 실장 일가들 중 하나였다.



정조로 777번길을 따라, 남치를 지나, 남포루를 거쳐 계속 산을 타고 올라가면, 서남암문에 도착하게 된다. 서남암문에 도착하면, 팔달공원으로 가는 서삼치 성벽 라인이 있고, 반대쪽으로는 용도서치와 용도동치로 가는 성벽라인이 있는데, 이 실장 일가들은 바로 서남암문에서 용도동치로 ㄱ 자로 꺾이는 바로 그 성곽의, 아래쪽 비탈면에 둥지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었다.



태양이 정오를 지나, 서쪽으로 느릿느릿 내려가는 낮 3시. 아직은 따사로운 햇빛이 약간 남아있는 늦가을의 오후. 비탈길에 교묘하게 숨겨진 골판지 하우스에서 한마리의 성체실장이 입구를 통해 느릿느릿 걸어나왔다. 그 성체실장은 임신중인 듯, 제법 배가 볼록하니 튀어나와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일반적인 성체실장이라고 하기에는 색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울음소리였다. 걸음을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데스 데슷 하는 소리가 아니라, 테치 테치 거리는 소리였다. 마치 자실장이 걷는것 처럼 말이다.



"낙엽이 너무 많이 쌓인 테치..."



테치 테치 거리면서 집 근처를 돌아다니는 성체실장은 부푼 배를 만지작거리다가, 둥지 안으로 슬며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나뭇가지를 들고 나온 성체실장은 마치 인간이 싸리비로 낙엽을 치우듯이 잔가지가 남아있는 나뭇가지를 바닥에 대고 쓸어내리면서 집 근처와 입구 근처의 낙엽을 치우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는 실장석의 벙어리손 구조상 무언가를 쥐는 것은 가능했지만, 쥔 상태로 힘을 주어 일을 하는 것은 제법 난이도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성체실장은 임신까지 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능숙하게 빗질을 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열심히 낙엽을 치우던 성체실장은,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는 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또 다른 성체실장이 있었다. 정확하게는 좀더 나이가 든, 노실장에 근접한 성체실장이었다.



"어이 오마에!! 지금 뭐하는 것인 데스?"



열심히 비질을 하던 성체실장은 또 다른 성체실장의 물음에, 주저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자못 두려운 듯이 나뭇가지를 두손으로 꼬옥 잡고는, 마치 자실장이 부모에게 혼날 때 변명하는 듯한 느낌으로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마마. 낙엽이 많이 쌓였길래 치우려고 한 테치..."


"와타시가 오마에에게 분명히 이야기하지 않은 데샷!!"


"........"



마마라고 불린 성체실장은 짜증이 밀려온다는 듯,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장녀차. 장녀차는 지금 임신중이란 말인 데샷!! 임신했으면 얌전히 태교에나 신경쓰란 말이 메주로 들리는데스? 냉큼 집안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혼나는 데슷!"


"알겠는 테치이.."



장녀라고 불린 성체실장은 고개를 푸욱 숙이고는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장녀의 뒷모습을 보던 마마는 속으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일반적인 실장석이라면 보통 임신을 하게되면 아가들 태교하느라 먹이구하기는 고사하고 거의 모든 일을 방치하다시피 하는 게 흔했다. 하지만 장녀차는 그렇지 않았다. 임신을 했는데도 평상시에 하던 일을 계속 하려고 했다. 마마는 임신을 했는데도 여전히 마마를 도우려는 착하고 우직스런 모습에 대견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낳을 자를 우선시하지 않는 장녀의 태도에 답답함도 같이 느끼고 있었다. 물론, 마마는 장녀가 왜 저런 꼴이 되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장녀를 크게 야단치진 않았지만, 그래도 태어날 자를 위해서라도 저래서는 안되었다. 임신을 했으면 태어날 아가를 위해 이야기해주고, 노래해주는것이 아주 중요했다. 그것을 아는 마마로서는 장녀가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오늘처럼 하지 못하게 하곤 했다.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자인데스요..."



한편, 골판지 둥지 안의 장녀는 운치굴 옆의 구석진 자신의 전용 자리에 가서 앉아 있으면서, 마마가 말한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마마는 임신을 했으면 쉬고 있으라고 했다. 하지만 장녀는 그러기가 힘이 들었다. 다른 자였다면, 일을 하지 않고 쉰다는 것이 더 좋다고 했을지도 모르지만, 천성이 착한 데다 부지런한 장녀는 친실장 혼자서 일을 하게 두는 것이 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장녀는 자신이 임신한지 몇일이나 지났는지 떠올려보았다. 낮이 네번, 밤이 네번 전쯤에 마마는 인간들의 가게들 중, 꽃을 파는 가게 근처의 쓰레기통을 뒤져서 노오란 꽃을 구해왔었다. 그것을 써서 임신이라는 걸 해보긴 했지만, 그럼에도 장녀는 아가들을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마마는 아가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이야기를 하라고 했지만, 뱃속의 아가들에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몰랐던 장녀는 그저 골판지 벽에 등을 기댄채 가만히 누워 그저 잠이 들 때까지 작은 목소리로 뎃데로게~ 할 뿐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임신한 실장석들은 흔히 뎃데로게~♬ 뎃데로게~♪ 하면서 자들은 듣는 데스~ 세상은 아름다운 데스~ 콘페이토와 스시, 스테이크가 여기저기 넘쳐나는데스~ 와타시와 와타시의 자들은 전부 특별하고 세레브한데스~그러니 빨리 건강히 태어나는데스~ 뎃데로게~♩ 라는 식의 태교를 하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장녀는 자매가 두번이나 몰살당하는 것을 목격했던 탓인지, 유아퇴행이 되는 것으로서 파킨사를 면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실장석으로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게 마련인 정보와 의식의 대다수가 마치 컴퓨터로 치면 로우 포맷을 한것처럼 백지가 되어버린 상태였다. 그렇기에 태교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태교를 어떻게 해야하는 지는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그저 장녀가 이해하고 있는 것은, 임신한 실장석이 가만히 누워서 뎃데로게~ 하면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것, 그것밖에는 머리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마가 말해준 대로, 장녀는 그저 노래를 하고 있었다. 음정도 박자도 맞지 않고, 가사도 내용도 없는 말 그대로의 콧노래 같은 것만을 흥얼 흥얼 부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잠이 올 때까지 콧노래를 뎃데로게~ 부르던 장녀는 눈이 감기고 졸음이 오자, 자신도 모르게 한가지 바램을 떠올리며 잠이 들었다.



'태어나는 자들은 행복했으면 좋겠는 테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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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석의 임신은 흔히 말하듯 꽃가루 등의 체내 침입을 총배설공이 감지하는 것으로 시작되어진다.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분대 조직이다. 먼저 위의 역할을 하는 분대 조직의 일부가 세포 증식을 시작하고, 보통 몇시간 내로 위벽 가장자리에 아가방이라고 불리는 움푹 파인 주머니같은 공간이 형성되어진다. 이 공간은 일종의 제 2 위로 불리며, 이 자그마한 제 2위벽에 액상화된 세포액이 형성되고, 뒤이어 재결정화 되는 과정을 거쳐 자그마한 위석이 정제되는데, 이것이 제 2위벽에 착상되면 위석 주위에 체세포가 뒤덮여지면서 조직이 재구성되는 방식으로 태아가 만들어지는 것이 실장석의 초기 임신 과정이다.



하지만, 장녀의 경우에는 앞서 말했다시피 임신에서 가장 중요한 점 두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다. 첫번째는 임신에 임하는 태도였다. 장녀는 임신에 대해 정확히 몰랐고, 친실장을 돕는다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임신한 몸으로도 집안일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이것은 결과적으로 장녀의 위석에 악영향을 미쳤다. 보통 임신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것이, 내부에 제 2의 위라는 조직을 추가로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니만치, 평소의 몇배나 되는 에너지가 들어가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임신을 한 실장석의 대부분은, 최대한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피하고,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 공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장녀는 임신 초기 기간 동안, 친실장의 눈을 피해 계속해서 친실장을 도우려고만 했고, 그 결과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가 늘어났다. 물론 임신했다는 걸 알고 있는 친실장은 우마우마한 먹이는 물론이고 보존식까지 조금 덜어줌으로서 평소보다 더 많은 영양을 주긴 했지만, 가만히 있어도 모자랄판에 집안일을 한답시고 오전 오후 가리지 않고 몸을 움직여서 에너지 소비를 하게 되자, 장녀의 위석은 에너지가 모자란 상태, 즉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는, 제 2의 위 조직을 생성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물론,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친실장이 호된 꾸지람을 반복했기에, 임신한지 4일째에는 겨우 집안에만 틀어박히게끔 알아먹도록 야단칠 수 있었지만, 이미 장녀의 위 조직의 크기는 충분하게 성장하지 못한 채, 위석이 제 2 위벽에 착상되는 타이밍이 된 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 결과, 제 2위벽이 정상 크기의 절반 이하밖에 되지 않은 상태로 착상이 시작되어 버린 것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정상적으로 성장한 제 2 위벽일 경우, 위석들이 각자 성장에 방해받지 않는 충분한 거리를 두고 착상되기 마련이지만, 장녀의 제 2 위벽은 임신 초기에 친실장을 돕는답시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한 탓에 위벽 크기 자체가 협소했고, 당연하겠지만 위석의 착상 자체가 서로서로 거의 밀착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장녀의 제 2 위벽의 태아들은 서로의 점막이 완전히 밀착된 상태로 자라나게 되어 버렸고, 이는 정상 상황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태아 시기부터 서로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곧바로 시작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그 소통의 결과는, 실로 참혹했다. 본래 우지챠라는 것 자체가 순수함의 극치라곤 하지만, 태아 시기에는 거의 백지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태아들은 가까이 있는 것이 자신의 자매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고, 움직이기 불편하다고 몸을 움직여 밀거나, 밟거나, 이빨도 안 자라난 입으로 물기 일쑤였다. 가장 먼저 착상한 쪽은 그래도 나았다. 왜냐하면 가장 먼저 착상했기에 가장 덩치가 컸고, 힘도 가장 셌으니까. 하지만 나중에 착상한 자매들. 특히 열번째 이후부터는 사실상 힘싸움에서 버틸래야 버틸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에, 콩나물시루마냥 빽빽이 들어찬 열여덟마리의 자매들은, 시작부터 자신의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다투기 시작했다. 공간이 부족하다고 서로가 서로를 밀어대는 와중에, 그 덩치 큰 오네차들보다 크기가 더 작은 이모토차가 끼어서 납작하게 쥐포가 되거나, 꼬리로 두들겨 맞고 명을 달리하는,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에 더하여, 장녀가 임신에서 가장 중요한 점 두번째를 몰랐다는 것이 합쳐지면서, 태아끼리의 생존은 더욱 격화되었다. 그것은 바로, 장녀가 태교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거의 실감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본디 실장석은 임신한 시점에서 태교를 통해 임신한 뱃속의 아기들에게 노래를 부르면서 그 노랫가사를 통해서 일련의 성장 가능성을 촉진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태아 상태는 순수하기 그지없기에, 친실장이 태교를 통해서 "너희들은 어떤 가치관을 지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진, 어떤 목표를 지닌 자매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을 주입시키는게 가능했다. 따라서, 실장석에게 있어서 태교란 것은 막 태어난 백지상태의 태아들이 나름 앞으로 살아갈 방향이나 가치관을 형성하는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게다가, 실장석은 애초에 자신이 뭘 하고 싶은가에 따라서 그것을 위석이 받아들여 극적인 진화가 가능한 생물이었다. 그렇기에 임신 초기에 임신한 실장석이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가는 뱃속의 태아에게는 가장 큰 동기부여이자, 가르침이었다.


하지만 장녀는 이미 자실장 시절, 자매들을 두번 연속 무참하게 잃으면서 파킨할 뻔한 것을 유아퇴행으로 정신이 망가지는 것으로 겨우 죽음을 피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장녀의 위석은 장녀가 자실장의 어린시절을 연상해낼 수 있는 대부분의 기억을 고의적으로 차단했고, 그 결과, 장녀는 실장석이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던 당연한 사실, 즉 태교를 왜 해야하고 어떻게 부르는가에 대한 것조차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한 상태였다. 그저 친실장이 태교를 하라고 하니까, 그냥 저냥 태교 흉내만 낼 뿐, 스스로가 뱃속의 태아에게 전혀 가르치는 것이 없었다. 물론 장녀는 그저 콧노래를 흥얼거리다가, 가끔식 머릿속에 아련하게나마 흐릿흐릿 떠올리는 그때의 슬픈일을 생각하고는 태어날 아기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정도를 중얼거리긴 했지만, 그건 그냥 바램일뿐, 태아들에게 어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 두가지의 실수가 결합되면서, 장녀의 뱃속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고 말았다. 태아들은 가끔씩, 장녀가 뎃데로게~ 하는 소리가 날 때마다 하던 행위를 멈추고 고개를 들어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거기엔 내용이 없었고, 어쩌다 가끔 들려오는 마마의 말이라곤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게 전부였다. 그리고 순수하기 그지없는, 정말로 순수 그 자체의 장녀의 태아들은, 마마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이해해버린 것이었다.



최초에 제각각 위석이 착상되는 데 성공한 태아들은 모두 열여덟마리의 자매들은, 처음에는 비교적 얌전하게 밀착된 채로 뭉쳐져 있었지만, 장녀가 잠들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라는 유일무이의 소망을 말한 시점에서, 각각의 태아들은 자신이 행복해지려면 뭘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모두가 공통으로 떠올린 것은, '여기가 너무 좁아서 불행하다' 라는 것이었기에, 태아들은 그 시점에서 서로가 서로를, 밀쳐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제 2 위벽에 점막에 싸인 채 좁은 곳에 한데 뭉쳐 있었기에, 밀쳐내는 시도는 서로가 이리저리 튕겨내질 뿐, 완전히 밀쳐내는 것은 불가능했고, 마침내 쌓이고 쌓인 불만이 스트레스가 되어 약한 개체는 스스로 파킨하고, 강한 개체는 자기보다 약한 개체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으로서 행동하기 시작했다.



각자가,



각자의,



행복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가장 약한 자매들이 구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열 여덟마리의 자매 중, 다섯마리는 파킨하고, 세마리는 나머지 아홉마리에게 집중적으로 사방에서 물어뜯겨져서 고통과 공포 속에서 파킨해버렸다. 사실 태아 시기의 완력으로는 점막을 뜯어내는것이 어렵고, 정상적인 환경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간섭하지 못할 만큼 충분히 거리가 떨어진 상태로 착상하게 마련이지만, 장녀가 임신 상태에서 노동을 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가 발생해, 제 2 위벽이 다 자라기 전에 착상이 진행된 상태였기에 서로가 불쾌할 정도로 밀착한 상태로 태아가 형성되었고, 그것은 스트레스에 미친 태아들이 충분히 자라지 않은 연약한 이빨을 들이대어서 자신보다 약한 태아의 피부를 꾸욱 하고 꼬집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밀착되어 있었다.


결국, 세마리의 태아가 자신들의 오네차에게 물어뜯겨 생을 마감하고 나서야, 남아있는 열마리의 태아들은 좁은 위벽 공간에서나마 서로가 서로의 살에 맞닿지 않고 나름 충분한(?)공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동안 열마리의 태아들 중, 덩치가 비슷비슷한 아홉마리의 태아들은 그제서야 행복의 일부를 맛보았다. 이젠 충분히 각자가 뒹굴거릴 공간이 확보되었고, 덕분에 이전보다는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곧, 그 행복감은 닳아 없어졌다. 그도 그럴것이, 임신중인 장녀는 임신중에 해야할 일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고,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며 태교를 해야 할 장녀는 그저 의미없는 콧노래만 부를 뿐이었기에, 태아들에게 어떤 동기부여도 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료함에 지치자 태아들은 다시금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처음으로 한 것은 대화였다. 태아들은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안녕 안녕 하는 것 말고는 딱히 이야기할 거리가 없었다. 본래라면 이것은 임신한 실장석이 여러가지 동기부여나 소재가 될만한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 것이지만, 장녀가 그것을 해주지 않는 마당에 이야깃거리가 있을 턱이 없었다. 그녀들은 여전히 무료했다.



그러던 와중에, 남아있는 열마리의 태아들 중, 아홉마리의 태아들은 어딘가 얼빠진, 그리고 뭔가 자신과는 다른 존재를 발견했다.



그것은 열여덟번째로 착상된 태아. 막내였다. 막내 태아는 장녀에서 구녀로 이어지는 몸이 크고 힘센 태아에 비해서, 아주 작고 왜소했다. 게다가 가장 늦게 착상된 태아였기에, 영양 우선순위도 맨 나중이 되어, 제대로 성장되지도 못했고, 목소리도 아주 약한데다 발음조차도 정상하곤 거리가 멀었다. 장녀를 비롯한 아홉마리의 태아는 이미 "레후-" 거리는 마당에, 막내 태아는 그저 "데슈-" 라고 우는게 고작이었다. 처음에는 절반쯤 호기심에 막내를 대했던 아홉마리의 오네차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자그마하고 덜 자란 막내 이모토차가 갖고 놀기 딱 좋은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단 막내는 자신들과 달랐기에, 간단하게 무리에서 열외되어버렸고, 심심할때 갖고 놀 대상으로 대해졌다. 그렇게, 태아들 사이에서 집단 이지메에 의한 집단의 행복추구가, 잔혹하게도 시작되어 버렸다.





"제발 그만하란 데슈- 나도 오네차와 같은 자매인 데슈우-"



막내는 매일매일, 오네차들의 꼬리치기와 몸으로 밀어 뭉개는 공격에 이리저리 밀쳐지고 굴러다녔다. 그리고 그 때마다 막내는 울며 불며 사정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순수하기 그지없는 티끌 하나 없이 완벽하게 순수한 악의로 가득찬 오네차들에게 아주 큰 행복감과 우월감을 선사했다.



"덜 자란 병쉰이 뭐라는 레후!"
"너같은 모지리는 자매가 아닌 레훙!"


"아픈 데슈- 제발 때리지 마는 데슈우우-"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병신은 더 맞아야 하는 레훗!"



본래, 임신한 뱃속의 태아를 둘러싼 점막은 충격을 흡수하고, 직접적인 상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크기상으로도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오네차 태아들의 거친 괴롭힘에도 막내는 치명상은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막내 이모토차에게 아무런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워낙에 크기 차이가 심하다 보니 자칫 몸무게로 눌리게 되면 아무리 점막이 있다손 치더라도 자그마한 막내 이모토차에게는 죽음의 공포를 맛보게 하는 끔찍한 일이었다. 점막이 충격을 흡수해준다지만 재질은 부드럽고 탄력있는 소재였기에, 자기보다 큰 몸집을 가진 상대가 꼬리나 머리를 들이밀어서 꾹꾹 누르면 자그마한 막내는 그저 비명을 지르면서 짓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마다 막내는 반대편으로 꾸물꾸물 기어가서 다른 오네차의 꼬리나, 등에 몸을 딱 붙이고는 덜덜 떨곤 했다. 그러나 아무리 주위의 다른 오네차에게 도움을 요청해보고, 오네차들의 괴롭힘에서 도망치려고 노력해도, 막내는 오네차들의 괴롭힘에서 단 한시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하필이면 막내가 착상된 위치가, 살아남은 아홉마리의 오네차들이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위석이 착상된 곳 주변에서만이 밥을 먹을 수 있는 태아의 환경 덕분에, 막내는 오네차들의 괴롭힘 속에서도 그곳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벗어나면 두번다시 밥을 먹을 수 없고, 그렇게 죽어나간 다른 오네챠를 지켜봤던 막내는 그저 그 작은 돌기같은 손으로 자신이 착상되었던 볼록한 젖꼭지 같은 위벽을 꼬옥 붙잡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꼭 잡고 있더라도 밥이나마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막내는 몸도 작고 소화기관도 자매들 중에서도 가장 미성숙한 상태였기에 큰 오네차들보다도 먹는 속도가 훨씬 느렸다. 그렇기에 밥을 먹기 시작하면, 다른 오네차들이 다 빨아먹고 난 후에도, 착상된 곳에서 흘러나오는 마마의 밀크를 막내가 햝아먹는 속도보다, 흘러나오는 속도가 더 빠르다보니 미처 다 먹기도 전에 큰 오네챠들이 웅덩이를 이루고 있는 막내 몫의 밀크를 순식간에 흡입하는 게 일상이었다. 막내는 그 때마다 오네챠들에게 먹지 말라고 외쳐보지만, 그 때마다 돌아오는건 큰 오네챠들의 폭행이었다.


그렇게, 누구보다도 사랑받고 응석받을 열여덟번째로 착상된 막내 태아는 큰 오네챠들 모두에게 학대받으며 첫 실장생을 뱃속에서부터 처절하게 당하면서 시작했다. 큰 오네차들은 막내를 괴롭히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는 동안, 막내는 물리적인 고통도 고통이지만 정신적으로도 매우 큰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미 최초에 열여덟마리 중 여덟마리가 무참하게 린치당해 참살당하는 동안, 가장 작고, 가장 작은 목소리를 지닌 탓에 자기보다 큰 오네차들끼리의 혈전 속에서 눈에 띄지 않았기에 파킨하지 않고 목숨을 부지했던 막내였지만, 그러는 동안 막내는 자신보다 크지만 아홉마리의 오네차보다는 훨씬 작았던 오네차들이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하나하나 지켜보아야만 했던 데다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싶더니 이내 심심하다는 이유로 이리저리 괴롭히고 놀림받으며, 자매는 커녕 장난감 노예 다루듯 하는 나날이 반복되고 있었다. 막내는 매일 매일 피할 수 없는 폭력과 함께 장난감 취급 받는 나날이 이어지자 막내는 거의 자포자기가 되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자신의 위석에 파킨을 소망하려고 시도한 적도 몇번인가도 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달할 만큼 괴롭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죽기 싫다는 마음도 아직 남아있었던 데다, 마마가 노래를 부르는 사이 사이에, 어쩌다 가끔씩, 조용하게 들려오는 마마의 유일한 이야기였던, 행복해지길 바란다는 그 마마의 단 한줄의 문장이, 막내가 스스로 파킨하려는 생각을 조금씩 지워주고 있었다. 왜냐하면, 마마가 노래를 부르면서 그 말을 할 때만큼은, 설령 밥이 나오는 시간이라 할지라도, 오네챠들도 잠시 하던 것을 멈추고 마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라 괴롭힘과 폭행을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마마가 목소리를 내는 시간은 매우 짧았기에, 순간과도 같은 그 짧은 평화가 지나면 다시금 오네챠들의 괴롭힘이 서서히 시작되었지만, 그래도 마마가 다정하게 행복해지길 바란다는 말을 해 주는 그 순간만큼은 오네챠들이 자신을 괴롭히지 않아 주었기에 막내에게는 있어서는 마마의 목소리야말로 유일한 희망이자, 삶을 지탱해주는 지렛대이면서 동시에 앞으로 살아갈 길을 안내해주는 빛과도 같았다.



그리고, 오네챠들이 자신을 갖고 놀다가 지쳐 다들 잠들 때면, 작은 막내는 작아진 배씨를 애써 위벽에 문지르면서 아픈 몸을 추스려 똬리를 틀고는 가만히 마마의 말을 되새겨보곤 했다. 마마는 항상 같은 것만을 말했었다.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해주곤 했었다. 막내는 지금 여기에는 어디에도 행복따윈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행복해지라고 마마는 계속해서 자신을 위로하는 것 같았기에, 막내는 그 조그마한 뇌로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마마가 말한 유일한 이야기를. 행복해지길 바란다는 마마의 이야기를. 그리고 막내는 마마의 말대로 자신이 행복해지려면 뭘 해야할지를 가만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렇게 몇일을 보낸 막내는 마침내 그 답을 얻었다.




'오네차들이 미운 데슈. 무서운 데슈. 그렇다면 오네차들을 보지 않기를 소망하는 데슈. 오네차들을 보는 눈씨는 날 도와주는 데슈'



'오네차들이 때리면 아픈 데슈. 오네차들이 밀치면 쓰라린 데슈. 그렇다면 아야아야 하지 않았으면 좋은 데슈. 몸씨는 아야아야 적어지게 도와주는 데슈.'



'오네차들이 하는 말은 너무나 아프고 끔찍한 데슈. 그런 다메다메한 소리 듣고싶지 않은 데슈. 귀씨는 그런 소리 못듣게 도와주면 좋겠는 데슈.'



'밥먹을 때마다 오네차들이 다 뺏어가서 항상 배 꼬륵꼬륵하는 데슈우. 꼬륵꼬륵 싫은 데슈- . 배씨는 꼬륵꼬륵 소리 안나게 해주면 좋겠는 데슝....'



'아야아야해서 참다못해 울면, 오네차들이 더 심하게 괴롭히는 데슈. 입씨는 아야아야해도 제발 소리 안 나게 도와주는 데슈.'




막내는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자신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행복을 잠시라도 맛볼수 있는 방법을 머릿속으로 외쳐 울었다. 그리고, 위석은 그러한 막내의 염원을 받아들여, 막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몸을 성장시키기 시작했다.




막내의 눈은 가까이에 있는 오네차들이 희미하고 흐릿하게 보이게끔, 의도적으로 미성숙된 상태로 퇴화했다. 막내의 귀는, 가까이에 있는 오네차들이 내뱉는 존재를 부정하고 비웃으며 경멸에 가득찬 소리를 뭉개지고, 속삭이는듯한, 웅얼웅얼대는 소리가 되도록, 가는귀가 먹게끔 미성숙하게 유지되었다. 막내의 입 역시, 일반적인 태아보다 더 작은 입 크기에, 성대역시 미성숙된 상태로 돌아가, 아주 작고 갸냘픈 성량을 가지도록 바뀌었다.


거기에, 막내의 몸 역시 극적인 변화를 가지게 되었다. 위석은 태아의 간절한 소망에 영향을 받아, 막내의 피부를 조금씩 경화시키고, 질기게 만들었다. 본래 실장석의 유체인 우지챠는 아닌 말로 내구력 면에서 아주 연약하기 그지없는 매우 연약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다른 태아와는 달리 이유없이 무작정 가해지는 폭력과 고통에서 단 한순간만이라도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막내의 염원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거의 자실장 수준의 피부 강도와 골격 강도를 가지게끔 신체의 강도를 바꿔주고 있었다. 게다가, 꼬륵꼬륵 소리 나지 않기를 바랬던 막내의 소망은, 결정적으로 분대의 형태 자체를 바꾸어가고 있었다. 마치 인간의 장기와도 비슷하지만, 아주 단순한 형태였다. 일반적인 우지챠의 소화기관은 한줄짜리 분대 조직이지만, 막내의 소화기관은 마치 비엔나 소시지 세개를 연결한 듯한 모양새가 되어가고 있었다. 첫번째 공간은 위, 두번째 공간은 소장, 세번째 공간은 대장의 역할이었다. 우지차의 경우 소화기관이 단순하기에, 같은 양을 먹어도 소화 흡수율이 자실장보다 떨어지는 데다 수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물에 가까운 운치를 누고, 또 항상 운치를 흘리고 다니기 일쑤였으며, 자주 배가 고파지기 쉬웠다. 하지만 막내가 강렬하게 소망했던 것들 중 하나인, 꼬륵꼬륵 안나게 해달라는 염원은, 결과적으로 부족한 양의 영양물질을 섭취해도 꼬륵꼬륵 소리가 안나게끔, 소화 흡수 능률을 높이는 쪽으로 기관을 진화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 탓에, 다른 자매들이 쑥쑥 덩치를 계속 키워나가는 와중에도, 이 자그마한 막내는 몸의 크기를 거의 성장하지 못했지만, 그 덕분일까, 오네차들이 덩치가 더욱 더 커지는 탓에 이전보다 더 작게 보이는 막내는 이제 아홉마리의 오네차에게는 콩알만하게 보이는 탓에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 이전보다 폭력의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뜻밖의 행운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제 오네차들 안 보이는 데슈- 눈씨 말 들어줘서 감사한 데슝-"


"이제 오네차들 소리도 잘 안들리는 데슈- 귀씨 말 들어줘서 행복한 데슈-"


"냠냠 할 때도 더는 배 안 꼬륵꼬륵 하는 데슈- 몸씨도 말 들어줘서 정말 행복한 데슈우~"



막내는 어느덧 기쁜듯이 뒹굴거리면서 행복감에 가득차 목청껏 큰 소리로 울었다. 하지만 이제 아홉마리의 오네차는 너무 커져서, 오네차들의 시야에는 막내가 잘 보이지도 않았고, 원래부터 목소리도 아주 약하고 갸날펐던게 더더욱 소리가 작아진 탓인지 더이상 막내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일도 없었다. 결국 막내는 괴롭힘은 없지만, 오네차들 중 그 누구도 막내의 존재를 더이상 인지하지 않았기에, 어찌보면 이것은 고독을 의미하는 것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막내는 그 어느때보다도 행복했다. 더이상 괴롭히는 오네차가 보이지 않고, 오네차들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오네차들보다 더 큰 목소리인 마마가 가끔 노래부르는 소리만이 귀에 들릴 뿐. 막내는 너무너무 행복해서 처음으로 웃으며 실컷 목소리를 내어 울음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제 2 위벽의 좁은 공간이 성장한 오네차들을 견딜수 없게 되자, 강제적으로 출산과정을 시작하게 되면서 막내에게 다시한번 위기가 닥쳐오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2차 성장을 시작해야 할 시기였지만, 그러기에는 제 2 위벽의 크기가 너무 작았다. 이제 겨우 2차 성장기에 근접할 정도로 오네차 태아들이 성장했지만, 정작 임신했던 장녀의 뻘짓으로 인해 작게 만들어졌던 제 2 위벽의 크기로는 그것을 전부 감당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장녀의 위석은 현 상태가 2차 성장이 아니라 정조 점막을 분비해야 하는 단계로 인식하고, 출산 징후를 온몸에 경고하듯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오네차와 막내의 몸에, 헐렁하게 걸쳐졌던 실장복은, 어느새 몸의 크기에 맞게 싸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막 안의 수분이 조금씩 빠져나가, 실장복이 건조되어갔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오네차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제 태어나는 것인 레후!"


"마마의 모습을 볼수있는 레훗!"


"텟테레~ 드디어 세상을 보러 나가는 레후우!"



하지만 막내는 뭐가 뭔지 통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태였다. 귀를 미성숙화했기에 주변 상황을 잘 인지하지 못했고, 눈을 미성숙화했기에 오네차들이 하나둘씩 점막이 찢어지면서 총배설강을 통해 배출되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지도 못했다. 그저 뭔가 희끄무레한 덩어리가 슉 슉 하고 자신의 위를 지나간다는 것만 인식하고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그 와중에, 오네차들이 총배설강으로 떨어지면서, 막내의 점막을 치고 지나가는 통에 막내는 점막 안에서 이리저리 되튕기면서 눈이 팽이처럼 팽팽 도는 상태가 되어, 점점 뭐가 어떻게 되는건지 알수가 없는 지경이 이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막내의 순서가 되어 점막이 찢어지고, 막내 역시 총배설강으로 떨어져 내려갔지만, 그럼에도 막내는 자신이 태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다른 오네챠들이 텟테레이~ 하면서 떨어졌던 것과는 달리, 막내는 텟테레 하는 환호성은 고사하고, 정신없이 휘릭휘릭 내던져져 슉 하고 세상밖으로 내던져졌다. 그리고 무언가 차가운 액체에 몸이 가라앉았다가 떠오르면서, 막내 우지챠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주변에는 오네차들이 레후 레후 거리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누구도 오네챠를 건지거나 핥아주는 이는 없었기에 장녀 우지챠를 비롯한 오네챠들은 연신 레후 레후 외치면서 마마를 향해 기어가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막내의 미성숙된 눈은 그것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흐릿한 덩어리들이 바닥에서 웅얼웅얼 거리는 것으로밖엔 보여지지 않았다. 막내는 고개를 들어, 좀더 위를 살펴보았지만, 역시 우중충한 작은 덩어리 세개와, 큰 덩어리 두개가 움직이는 것밖에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막내 우지챠는 본능적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는 데슈- 데슈 울면서, 마마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편, 먼저 태어난 장녀 오네챠를 비롯한 아홉마리의 우지챠들은 비교적 정확하게 시각적으로 자신의 마마를 인식하고, 레후- 레후 울면서 마마라고 보이는 성체실장에게 기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어찌된 일인지, 제대로 길 수조차 없었다. 장녀를 비롯한 아홉마리의 우지챠들은, 스스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었을 테지만, 태생적으로 미성숙된 우지챠였다. 체내에서 점막의 보호를 받을 때는 폐가 다소 미성숙해도 큰 문제가 없었고, 체온 조절 중추가 미성숙해도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밖에서는 달랐다.



폐가 미성숙한 개체들은 호흡곤란을 겪었고, 체온 조절 중추가 미성숙한 개체들은 저체온증으로 빠르게 숨이 꺼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태어나기 직전까지 막내와 약한 이모토차를 짓밟으며 스스로를 강하다고 생각했던 오네챠들은 어째서 자신들이 이렇게 무력하게 죽어가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필사적으로 꿈틀거리면서 마지막 단말마의 몸부림을 치고만 있었다. 물론 이 점에 있어서는 막내 우지챠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오네차 우지챠들보다 몸의 크기면에서는 더 작았기에, 밖의 온도차는 크나큰 위험이었다. 하지만 막내는 뱃속에서 내내 오네차들의 집단 린치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염원했던 소망에 의해, 거의 자실장에 준하는 피부 강도와 체온 조절 능력을 가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저 좀 차갑다는 느낌만 받았을 뿐, 다른 오네차 우지챠들처럼 순식간에 저체온증에 걸려 신진대사 저하가 오지 않았다.



게다가 소화기관의 소화흡수율이 강화된 탓에, 다른 오네차 우지차들보다 크기는 작아도, 체내 에너지 보존은 더 높았던 탓인지는 몰라도 작은 몸에 비해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고 있었기에, 조금 더 빨리 몸을 움직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오네차 우지챠들이 차가운 물 속에서 서서히 시체가 되어가거나 자실장들에 의해서 운치굴로 옮겨지던 그 때, 막내는 마마라고 생각하는 커다랗고 흐릿한 형체를 향해서 느리지만 다른 오네챠들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꾸물꾸물 기어갈 수 있었다.



"마마데슈~ 마마데슈~"



막내우지챠는 처음으로 기운차게 울면서, 마마라고 생각한 형체를 향해 열심히 기었다. 자실장이나 성체실장의 기준에서도 하품나올 정도로 느린 속도지만, 너무나 작았고, 가족 모두가 열마리의 미숙 구더기(=우지챠)를 버렸다고 생각했던 탓에, 미숙 구더기 기준에서도 너무나 자그마한 막내 우지챠는 가족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고, 무사히 마마라고 생각한 형체 앞까지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마마데슈~? 마마 태어나게 해줘서 너무나 감사한 데슝~"



막내 우지챠는 감격에 겨워 눈앞에 보이는 새카만 형체를 온몸으로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것은 마마의 체온이나 형태라기엔 너무나 딱딱하고, 차가웠다. 당황한 막내는 더듬더듬 그 자그마한 돌기로 눈앞에 마마로 보이는 형체를 만져보았지만, 그것은 전혀 마마처럼 느껴지지도 않았고, 부드럽지도 않았다. 그저 끝없이 평평한 땅을 만지는 듯한 감각뿐이었다. 막내 우지챠는 순간적으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계속 마마데슈~ 마마데슈~ 하면서 계속해서 더듬더듬 형체를 만지려고 애를 쓰다가, 바늘구멍같은 코를 갖다 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나서야, 그것이 마마가 아니란 걸 알고는 놀라 뒤로 발라당 넘어져 데엥 데엥 하고 울어댔다.



사실 막내 우지챠가 마마라고 믿고 다가간 것은 마마가 아니라 장녀 성체실장의 그림자가 반대쪽 골판지 벽 모서리에 비추어진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막내 우지챠의 미성숙된 시각은 다른 어느것보다도 더 짙은 색감을 지닌 형체가 마마라고 생각되었기에 이런 해프닝이 일어난 거였지만, 막내 우지챠는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그저 마마가 아니라는 사실과, 누구도 태어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서글픔만이 가득차서 적록의 눈물을 흘리며, 목청껏 크게 울고만 있을 뿐이었다.



"데에에엥. 마마아아. 데에에에엥"



하지만 애초에 미숙하게 태어난 우지챠였던 오네챠 우지챠들보다 더 작은 데다, 오네차 우지챠들의 린치에서 벗어나려고 숨죽여 소리가 안나기만을 빌고 또 빌었던 막내의 울음소리는 너무나 작고 갸냘펐기에, 그 울음소리가 친실장이나 장녀에게 닿을 리 만무했다. 사실, 막내의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였다면 그 시점에서 막내의 실장생은 끝을 맞이했을 것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너무나 미성숙했기에, 가족 누구도 막내 우지챠의 통곡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막내에게는 아니었다. 이렇게 슬프게 우는데도, 마마는 커녕 어느 누구도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에 막내 우지챠는 전에 없이 큰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태어나는 것은 누구에게나 그 순간만큼은 축복받을 순간이건만, 막내 우지챠는 태어나는 그 순간조차도 제대로 자각하지 못했던 데다, 온 힘을 다해서 마마에게 기어갔어도 마마의 따듯한 온기나 목소리는 커녕, 차디찬 벽만을 더듬을 뿐인 현실이 너무나 무섭고 슬펐다. 하지만 한참을 울어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오네차 우지챠들의 괴롭힘을 보지 않기 위해 미성숙된 시각은 주변을 흐릿하게 만들고 우중충하게 바꿨지만, 그 때문에 마마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가 없었고, 괴롭히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미성숙된 귀는 태어난 이후 마마가 말하는 소리도 제대로 알아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울어대고 마마를 찾아도, 마마의 뱃속에서 행여나 오네차 우지챠들에게 트집이라도 잡힐까 싶어 가뜩이나 미성숙해서 데슈~ 하고 우는 마당에, 더 소리나지 않게끔 퇴화된 막내의 성량은 더더욱 작아져서 자실장에게도, 친실장에게도, 장녀에게도 전혀 들리지 않는 상황에 이르고 있었다. 막내 우지챠는 마마의 뱃속에 있을 때는 가장 행복해지게 해주었던 것들이, 태어난 이후에는 불행해지게 만든다는 그 모순을, 자그마한 뇌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기만 하던 막내 우지챠는, 문득 배씨가 꼬륵꼬륵 해지는 감각을 느끼고는, 몸을 둥글게 똬리를 틀고는 울음을 멈추고 훌쩍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에끕. 에큽. 마마 어디있는 데슈."


"배고픈 데슈. 레에엥."



막내 우지챠에는 업친데 덮친 격으로, 배고픔과 동시에, 몸이 빠르게 늘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태어난 직후 젖은 커녕,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기에, 자그마한 몸은 이미 빠르게 에너지가 고갈되어 신진대사도 떨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아마 이대로 조금만 더 지나면, 미성숙한 우지챠로 태어난 막내는 그대로 생을 마칠 것이였다. 하지만 그렇게 드러누워 마마를 찾고 있을 때, 문득 막내의 미성숙한 귓가에 분명히 마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테츄 테츄 하는 소리 정도만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그 소리와 억양은 뱃속에서부터 계속해서 들어왔던 그리운 마마의 소리였다. 막내는 자신의 울음소리에 드디어 마마가 반응했다고 생각했기에, 너무나 기뻐서 큰 소리로 마마를 외쳐불렀다.



"마마데슈~ 마마~"



그러자 막내 우지챠의 눈앞에, 무언가 새카만 것들이 우수수 폭포처럼 떨어져, 근처에 촤차작 하는 액체가 넘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내렸다. 막내 우지챠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기에, 화들짝 놀라 몸을 뒤집고는, 옆에 떨어져 흐르는 액체를 작은 코로 킁킁거리며 맡다가, 본능적으로 살짝 혀을 내밀어 그것을 햝고는 깜짝 놀랐다.



"우. 우마우마한 데뺘아아아~"



막내 우지챠는 처음으로 혀를 통해 입 전체로 퍼지는 풍미와 맛에 취해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는 황홀해했다. 그리고 그 맛나는 것이 조금전에 떨어진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열심히 그것들을 햛아대며 먹어댔다. 처음으로 태어나자마자 먹는것은, 그것이 뭔지는 몰랐지만 막내 우지챠는 그 냄새와 형태를 머릿속에 기억하면서, 밥이라고 그것을 인식하고는 고개를 들어 큰 소리로 외쳤다.



"마마 고마운 데퓨! 밥 감사히 잘 먹겟 데슈우~"



막내 우지챠는 마마에게 진심으로 우러나는 감사의 말을 꺼내고는, 바로 고개를 바닥에 쳐박고는 그 맛나고 녹색으로 빛나는 덩어리를 꾸역꾸역 집어삼켰다. 그리고는 부푼 배를 자그마한 돌기로 어루만지려고 노력하면서, 처음으로 실컷 먹은 포만감에, 막내 우지챠는 옆으로 두어번 굴러가 볼록한 배를 드러낸 채로 방긋방긋 웃음지었다. 한동안 그러고 있자, 막내 우지챠의 눈 앞에 커다랗고 흐릿한 형상이 좀더 가까이 다가온 것을 느끼고는 발딱 몸을 뒤집고는 다가온 형상을 자세히 보려고 했다.



하지만 막내 우지챠의 눈은 태내에 있을 때부터, 막내 우지챠의 염원대로 가까운 것을 잘 보기 어렵게끔 진화(?)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막내 우지챠에게는 마치 김 서린 안경으로 보는 것마냥, 녹색과 살색이 섞인 희끄무레하고 흐릿한 형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코에 익은 냄새와, 간간히 혼잣말하듯 내는 뎃데로게- 하는 소리 때문에, 막내 우지챠는 눈앞의 형상이 마마일거라고 생각하고는 다시금 말을 걸었다.



"마마데슈~우~"


"마마 밥 주셔서 정말 고마운 데슈우!"



하지만 마마라고 생각한 그 형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테츄 테츄 하는 소리를 조금 낼 뿐이었다. 그러나 막내 우지챠의 미성숙된 귀는, 그것을 형편좋게 마마가 자신에게 무언가 말을 건넨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막내 우지챠는 마마가 자신의 말에 반응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지, 그저 순수하게 기뻐하며 마마로 생각하는 형체로 다가가 얼굴을 비볐다. 그리고, 그 따듯한 체온과, 부드러운 피부가 느껴지자, 막내는 그제서야 온몸에 피로가 몰리는 것을 깨닫고는,  꾸벅 꾸벅 눈을 깜박거리며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꾸벅 꾸벅 한참을 졸던 막내 우지챠는 문득 자신의 얼굴에 느껴지는 마마의 따뜻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냄새가 강한 숨결을 느끼면서 정말로 행복감을 느끼며 사르르 꿈을 꾸는 감각에 몸을 맡기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 마마의 말대로였던 데슈... 행복해지라는 마마의 말은 진짜였던 데슈...'



막내 우지챠는, 처음으로 느끼는, 마마의 따뜻한 숨결과, 그로인해 덥혀지는 자신의 체온을 벗삼아, 코츄 코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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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실장이 저녁이 지나 밤중에 먹이를 구하러 인간의 주거지로 내려간 사이, 집 안에는 세마리의 추자 자실장인 차녀, 삼녀, 사녀와, 자신을 자실장이라고 생각하는 성체실장인 장녀가 집을 지키고 있었다. 세마리의 추자 자실장은 집안에 있는 유일한 놀잇감인 고무공을 셋이서 서로서로 굴리며 놀았지만, 그런 이모토챠를 바라보던 장녀가 졸리다며 다시 잠들게 되고, 놀던 자실장들도 밤이 되어가면서 실내의 온도가 내려가자, 따듯한 곳을 찾아 장녀의 품 안으로 꼬물꼬물 기어들어가 몸을 비비다가, 어느사이엔가 하나둘씩 보에 보에 코를 골고는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가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그렇게 한동안, 집 안은 고요한 정적 속에서, 간간히 잠꼬대를 하는 듯, 테츄. 테치. 하는 소리만 가끔 울릴 뿐, 집 안은 마마를 기다리면서 잠든 상태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달이 어느새 높다랗게 올라설 무렵, 다들 코 하고 자는 사이에, 문득 삼녀가 눈을 부비부비하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삼녀는, 무언가 귓가에 거슬린다는 듯이 커다란 귀를 두손으로 잡아끌어 부비다가, 다시 하품을 크게 하고는 두 눈을 껌벅거리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레에에에.... 퓨...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가 나는레치..."



삼녀는 귀를 기울여 아까부터 잠을 깨우는 그 이상한 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귀를 기울인 삼녀의 귓가에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고, 주변을 돌아보자 여전히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장녀와, 옆에서 자신의 다리를 꼬옥 두팔로 감싸안은 채로 잠든 차녀와 사녀가 보이자, 삼녀는 자신이 잘못들은거겠거니 하고 다시 잠들려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때, 다시 이상한 소리가 삼녀의 귓가를 스치며 흩어졌다.



'슈이이이이이이----'



그 순간 삼녀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 서슬에, 다리를 잡고 잠들었던 사녀와 차녀가 잠에서 깨어 불평 섞인 투정을 부리며 부시시 일어나 말했다.



"뭐인레치. 또 뭐인테치."


"삼녀가 깨운테치?"



하지만 삼녀는, 사녀와 차녀의 투정 반, 불만 반이 섞인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고, 주변을 살피며 정체모를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녀와 차녀는 그런 삼녀의 모습을 보면서 머리 위에 물음표를 세운 듯한 표정으로 삼녀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차녀가 뭐라고 입을 열려는 찰나, 또다시 그 소리가 보다 더 분명하고 또렷하게 골판지 집 천장을 훍고 지나갔다.



'쉬이이이이익---'



순간, 세마리의 자실장은 그만 너무 놀라서,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안고는 바들바들 떨었다. 그리고는 서로서로 뭔가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소리는 뭐인테치? 뭐인테치이?"


"설마 마마가 말한 뱀 아닌테치? 쉭쉭하고 운다고 했던테지!"


"그건 아닐것인 테치. 문도 꼭꼭 닫힌테치."


"그럼 대체 저 소린 뭐인테치?"



세마리의 자실장은 부둥켜 안은 채, 주위를 차근차근 둘러봤지만, 아무리 봐도, 아무리 주변에 경계심을 세워도 별달리 이상한것은 느낄수가 없었다. 여전히 귓가에는 쉬이이익- 혹은 쇄애애애액- 하는 소리가 났지만 그것 뿐, 어떤 움직임도, 어떤 낌새도 없었다. 물론 코끝에 걸리는 운치 냄새가 미약하게 장녀로부터 났지만, 장녀가 잠결에 운치 지리는건 한두번도 아니었고, 설령 그랬다 한들 별반 차이도 없는 게, 이미 집안은 겨울을 대비해서 보온을 위해 운치굴 구멍을 집안에도 파놓은 상태였기에, 그정도의 운치 냄새는 추자 자실장에게는 일상이나 다르지 않았다. 한동안 주변을 살피던 삼녀는, 아무리 보아도 별다른 낌새가 없자, 차녀와 삼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냥 바람소리였던 모양인 테치. 사녀도 그렇지 않은 테치?"


"하지만 코가 이상한 테치이!"


"숨쉬기도 좀 불편한 것 같은 테에에..."



세마리의 자실장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집 안에는 장녀와 자기들밖에 없는데, 어디선가 정체모를 소리가 나고 있었다. 삼녀는 바람소리가 아닐까 하고 생각도 했지만, 정작 집 안의 문은 닫혀 있었고, 바람이 거세게 불때 나는 위잉 위잉 소리가 전혀 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삼녀는 이 정체모를 소리가 무엇인지 확인해봐야겠다고 결론짓고는, 그 소리를 향해 한발 한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쉭- 쉭- 쉬이이이이-'



사녀가 말했던, 뱀 소리 같은 그 소리는, 마치 이전보다 더 가까이 다가오는 듯, 방 전체를 에둘러 흩어지고 있었지만, 실장석 특유의 큰 귀는 절대 장식품이 아니었고, 자실장의 귀로도 소리의 방향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기에, 소리가 나는 곳이 어딘지는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위치를 파악한 삼녀는, 더욱더 뭐가뭔지 알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리가 나는 곳은 장녀가 있는 방향이었지만, 그쪽으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이 들어올만한 구석도 없고, 문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삼녀는 계속해서 들려오는 그 소리를 따라가면서, 장녀에게 조금씩 조금씩 접근했다. 그리고, 접근할수록 삼녀는 뭐랄까, 조금씩 숨쉬기가 불편해진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뭐인테치? 언제인가 꽤 최근에도 비슷한 감각을 느낀 기억이 있었던테치. 그리고 이 소리는 뭐인테치? 대체 무엇인 테츄카?'



삼녀는 어딘가 강제로 닫혀진듯한 기억의 실마리를 머릿속에서 끌어당기면서 동시에 계속되는 쉬이이이- 소리의 근원을 찾아 걸어갔다. 그리고, 삼녀는 실마리의 말단을 머릿속에서 꺼내는데 성공함과 동시에, 정체불명의 그 소리에 대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소리의 근원을 잠을 자는 장녀의 뒷쪽으로 돌아가 들어가고 나서야 비로소 찾아낼 수 있었다.



"빵!"



삼녀가 순간 느낀 것은, 강렬한 풍압과, 숨이 턱 하고 막힐 정도로 말도못하게 짙은 향기. 그리고 무언가 흩날리는 초록빛 가루가 얼굴에 파편처럼 부딪히는 감각이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불과 얼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삼녀는 뒤로 살작 날려져서는 바닥에 구르면서 의식을 잃었다.



"삼녀 오네챠아아아--"


"삼녀 이모토차아아아아아-- 무슨일인 테치---!!"



눈앞에서 삼녀가 잠든 장녀의 뒷쪽으로 걸어들어가나 싶더니,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실 끊어진 연처럼 뒤로 날아가 나가떨어지는 것을 목도한 차녀와 사녀는, 여태까지 벌벌 떨던 몸을 일으켜 냅다 삼녀를 향해 달려갔다. 이미  삼녀가 걸음을 옮기기 전부터, 숨쉬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차녀와 사녀였고, 삼녀가 허공을 날아갈 때에는 사녀와 차녀 역시 조금 전보다 더더욱 공기의 질이 나빠지고 숨을 쉬어도 어쩐지 자꾸 몸이 늘어지는 감각이 가득했었지만, 삼녀가 쓰러지는 것을 본 두 자매는 그런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야말로 정신없이 달려가 삼녀를 끌어안고는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삼녀, 괜찮은테치? 정신 차리란 테치!"

"삼녀 일어나란 테치. 죽지말란 테치!!"


"으. 규... 어..어서...도망쳐야 하는 테에에.."


"무슨소리테치. 여기 집인테치. 안전한테치!"

"삼녀 알아듣게 말해보란 테치. 저 쉬익 하는거랑 빵 하는 소리가 대체 뭐인테치!!"




그리고, 삼녀가,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아, 더듬더듬 말하는 그 소리가 뭔지를 정의하는 단어에, 사녀와 차녀는 그야말로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저거...방귀인테치..."



그 순간, 세마리의 추자 자실장들의 머릿속에, 너무나 충격적이라서 잊혀졌던 19일 전의, 자신들이 처음으로 마마로부터 태어나고 난 후, 처음 이 집에서 잠들었을때의 기억이 다시한번 일깨워지기 시작했다. 마마와 함께 먹는 우마우마한 밥. 장녀와 마마가 있는 행복한 집. 그리고 그 집에서 마마와 함께 잠들던 따듯한 그 때, 그날 밤. 자신들은 조금 전 들었던 그 소리와 같은 소리를, 그때도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그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짧은 다리로 테치 테치거리면서 필사적으로 문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또 기절할 수는 없는 테챠아아아~"


"무서운 소리 맞는 테챠! 존나게 발씨에 불나도록 튀어야 하는 테츄앗!"


"차녀! 사녀!! 날 버리고 가지 마는 테챠아아아!! 같이 가잔 테챠!"



세마리의 자실장은, 그야말로 눈물 콧물 흘리면서 서로서로 뒤엉키고 나동그라지면서도, 그야말로 살고자 하는 의지에 가득찬 표정으로 문 앞까지 달려와서는, 필사적으로 문을 열려고 난리를 쳤다.



"문씨 열리는 텟챠!!"

"여기서 또 죽을 순 없는 테츄앗!!"

"가스! 가스가 여기까지 밀려오는 테찌! 냄새가 여기까지 퍼지고 있는 테츄아앗!"


"마마는 언제 돌아오는 거인 테차!!"



세마리의 자실장은, 자신의 코 속으로 밀려오는, 운치보다 더 독하게 느껴지는 장녀의 방귀 냄새에 그야말로 혼비백산했고, 그와 동시에, 삼녀와 차녀, 사녀는, 태어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기억나지 않는 슬픈 것" 으로 머릿속에 남아있던 기억이 뭔지 명확하게 기억해냈다. 그것은 처음 마마와 이 집에서 세마리의 자실장들이 행복에 가득차 편안히 잠들었던 날이었다. 잠결에 들리는 괴이한 소리에 잠이 깬 마마는 사태의 시급함을 깨닫고, 가스에 중독되어 반쯤 저세상 구경의 문턱을 밟는 자신들을 밖으로 내던지는 통에 자실장 세마리는 차가운 겨울 땅바닥과 딮키스를 하면서 간신히 삼도천에서 되돌아올 수 있었던 무시무시한 그날의 잊고만 싶었던 기억들이 세마리의 자실장들의 조그마한 뇌 속에서 경종을 울리듯 확실하게 떠올라왔다. 그리고, 자실장들은 열리지 않는 문에 절망하면서 행복회로를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쉬지 않고 계속 울리는 필설로 형용할 수조차 없는 무시무시한 어떤 소리가, 그녀들의 행복회로를 실로 무심하고도 간단하게 박살내었다.



'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푸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뷰리리릭'



"미친테챠!! 몸 속이 죄다 운치인테챠?!!"


"장녀차가 아닌테치! 똥녀인테챠악!!"


"장녀차 그만 하란 테치! 다 죽일 거인 테챠!!"



차녀와 삼녀, 사녀는 눈앞에서 보여지는 믿겨지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었다. 장녀의 엉덩이에서는 아직도 계속해서 쉬지않고 쉬이이익- 쉐에에엑- 하는 기차 화통 삶아먹는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나왔고, 문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세마리의 자실장들의 콧속으로도 운치굴냄새가 차라리 양반이다 싶을 지경의 지독한 장녀의 짙은 향기가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아마도 이 짙은 향기가 계속되면, 조만간 숨이 막힐 때가 분명히 올 것이었다. 방귀의 주 성분은 메탄가스와 질소. 이산화탄소였다. 이런거로 방안이 가득찬다면, 그 방에서 잠든 인간도 순식간에 골로가는 판국인데 실장석, 그것도 자실장이라면 보나마나일 터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메탄가스나 이산화탄소나, 무겁기 때문에 바닥으로 깔린다는 거였고, 그 탓에 장녀는 방귀를 마치 제트기 애프터버너 분사하듯 계속해서 쏘아내면서도 자실장의 서있는 높이보다 더 높은 위치에 코가 있었기에 자신의 방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질식당할 위험도 없이 잘만 쿨쿨 자면서 가스를 무럭무럭 생산해내고 있었지만, 자실장들에겐 그야말로 목숨이 걸린 상황이나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가스가 바닥으로 깔리는 무거운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라서 서 있는 자실장들이 문가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셈이었지만, 그래도 이대로라면 머지 않아 자실장들의 서있는 높이까지 가득차리란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물론 이제 태어난지 몇일 되지도 않는 자실장들이 그딴 화학적 원리 같은건 알 턱이 없었지만, 이미 그녀들은 몸으로 체험한 적이 있었다. 그저 그때의 엄청난 충격과 공포로 인해서 일시적인 단기 기억상실 상태였기에 그때의 기억이 대충 무마되어 뭉뚱그려지 희미해진 것 뿐이었다. 하지만 다시금 그것을 머리에 떠올린 세마리의 자실장은, 죽는다는 공포에 그저 떨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죽음을 각오하면 못할 일이 없다 했던가? 한번 죽을뻔 했다가 살아났던 기억이 되살려지자, 두번 죽을 수 없다는 오기가 세마리의 여리디 여린 자실장들의 마음속에서 부풀어올라 넘쳐흐르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세마리의 자실장은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문을 열기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호흡을 맞추어 필사적으로 문을 밀었다. 본래라면, 친실장이 문 앞에 돌을 괴어놓고 간 시점에서 자실장 세마리가 그 문을 열 가능성은 1%도 없었으리라.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때마침 돌을 괴어 놓고 간 위치 바로 아래엔  우연찮게 살얼음이 살짝 낀 상태였고, 얼음이라는 마찰계수를 줄일 적절한 수단이 있었던 탓에, 골판지 둥지의 출입구는 조금씩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벌컥 하고 문이 열리는 기적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기적을 목도한 자실장들은, 두손을 높이 들고는,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크게 외쳤다.



"해낸 테치~!"


"죽지 않는 테치!! 신선한 공기인 테츄앗!"


"살은 테치!! 해낸 테츄!!"




문이 열리면서, 차가운 밤공기가 세마리의 자실장을 스치고 지나갔고, 뒤이어 정말 끔찍한, 뭐라 형언하기조차 두려운 장녀의 그 향기가, 문을 넘어서서 밖으로 사라져 흩어지기 시작했지만, 자실장들은 당장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마냥 기쁜 나머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를 끌어안고는 방방 뛰었다. 그리고, 잠깐의 흥분이 사라지자, 곧이어 당연하다는 듯이 두번째 위험이 자실장들을 덮쳐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오밤중에 열려진 문으로 인해, 사정없이 들이치는 초겨울의 가혹하기 그지없는 살을 에는 찬바람이었다. 가스를 피해 문가에 몰린 자실장들은, 이번에는  사정없이 들이치는 추운 냉기가 섞인 바람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추운테치..."


"하지만 아직 냄새씨가 계속계속 오고 있는 테챠..."


"가스씨도 싫은테치. 하지만 문씨도 닫고 싶은 테치.."



하지만 가스에 중독되어서 죽기 싫었던 자실장들은 그저 서로서로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몸을 웅크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언발에 오줌누기일 뿐, 초겨울 한밤의 맹추위를 이기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차녀, 삼녀, 사녀는 이 부조리한 현실에 그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집 안에 있었기에 따뜻해야만 했건만, 자신들은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그 문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그저 추위에 떨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 슬프고 힘들다고 생각했다. 문을 닫으면 따뜻해지겠지만, 장녀의 저 쉬이이익 하는 소리가 들리는 이상, 문을 닫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문을 열어놓으면 추웠다. 물론 자실장들은 몇번이고 문가에서 벗어나서 집 안쪽으로 토테토테 걸음을 옮겼지만, 그때마다 훅 하고 밀려오는 장녀가 쏘아내보내는 이산화탄소와 질소가스와 대량으로 섞인 암모니아 냄새가 가득한 메탄가스에 숨이 막혀 도로 문가로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렇게 몇차례나 잠도 못 자고 왔다 갔다를 반

복할 무렵, 마침내 열이 받은 차녀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이게 뭐인 레챳! 저 망할 똥 오네차 때문에 이 꼴이 뭐인 태츄앗!!"


"차녀차... 짜증내지 마는 테치."

"삼녀차 말이 맞는테치. 괜히 열내봐야 더 추워지는 테치."


"도저히 못 참는 테챳! 이번에야말로 똥오네차에게 매콤한 핵주먹 맛을 보여주고 마는 테츄아앗!"




그러나 차녀는 어지간히 화가 나는지, 끝내 화를 못 참고는 냅다 장녀를 향해 손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삼녀와 사녀가 제지하려고 했지만, 차녀는 두 이모토차의 만류를 뿌리치고는 그대로 장녀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여전히 쉐에에에엑- 소리를 내면서 자는 장녀차에게 달려가던 차녀는 얼마 가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냅다 얼굴부터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 쓰러졌다. 그리고 그 꼴을 충분히 예상했다는 듯이 달관했다는 표정 반, 어딘가 허탈한 표정 반으로 지켜보던 삼녀와 사녀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내박치듯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가지 말라고 했잖테츄. 차녀 오네차..."
"가스가 아직 덜 빠졌는데 가봤자 숨막혀 하무라뾰 메빠쇼 하는 테챠..."



둘이서 푸념아닌 푸념을 내뱉던 삼녀와 사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거의 반쯤은 기절하다시피한 차녀에게 다가가서 머리와 팔을 잡고 다시 문 안쪽으로 끌어당겨 다시 문가에 차녀를 기대 놓았다. 그리고는, 문 밖을 보면서 두 어린 자매들 중 삼녀는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실로 절실한 목소리로 휘영청 떠오른 달을 보며 말했다.



"마마...빨리 오셨으면 좋겟는 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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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우지챠는 길고 긴 꿈을 꾸었다. 그것은 마치 따뜻하고, 길고 긴 밝은 터널을 하염없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그런 꿈이었다. 자신을 괴롭히던 오네챠 우지챠들도 보이지 않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마마가 저 멀리에서 하염없이 따뜻한 바람을 불어내며 자신을 밀어주는 행복한 꿈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하늘을 날던 우지챠는 어느 순간인가부터 귓가에 들려오는 씨글벅적한 소리에, 살풋 꿈에서 깨어나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막내 우지챠의 눈 앞에 비추어진 것은, 성체 실장 둘과, 자실장 셋, 그리고 엄지실장 하나가 도란도란 모여앉아 이른 아침을 먹는 장면이었다. 각자 살코기가 붙은 뼈를 들고, 소면 국수 가락을 뺨에 묻히면서, 즐겁고 화목하게, 그리고 씨끌벅적하게 데찹 데찹 소리가 나는 향연이었지만, 막내 우지챠의 두 눈에는 그저 녹색과 살색이 얽힌 하나의 덩어리가 꿈틀꿈틀거리면서 무언가를 먹어치우는 듯한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데뺘아아앗!"



막내 우지챠는 눈앞에서 보여지는 기괴하고, 알수없는 모습을 한 생물을 보곤 그만 깜짝 놀라서 제자리에서 팔짝 튀어오르면서 비명을 질렀다. 마마의 뱃속에서 자신의 자매들로부터 배척당하고, 놀림당하고, 괴롭힘당했던 막내 우지챠는 스스로의 위석에 도움을 요청하고, 소원을 빌고, 매달린 끝에 스스로의 눈을 미성숙한 상태로 만들어버렸기에, 눈앞의 대상을 제대로 나눠서 보지 못하고, 그저 흐릿한 전체 형태를 하나의 생물로 착각해 버렸던 것이었다.



"무서운 데슈! 마마는 어딨는 데슈우-!"



연약하기 그지없는 일반 구더기보다도 훨씬 작은 막내 우지챠는 운치굴 옆 골판지 모서리 사이에서 똬리를 틀고는 그 작디 작은 갸냘픈 목소리로 마마를 찾으며 도움을 구했다. 하지만, 평소에도 소리가 너무나 작았고, 성대도 미성숙한 채로 태어난 막내의 도움을 구하는 소리는 즐거운 식사에 열중하고 있는 실장 일가에게는 전혀 닿지 않았다. 막내는 계속해서 마마를 불러보았지만, 그 말에 답하는 마마의 소리는 없었다. 잠들기 전에 느꼈던 마마의 숨결도, 체온도, 이상하리만치 짙고 강렬한 마마의 냄새도 없었다. 한동안 그렇게 울던 막내 우지챠는, 문득 옆에서 나는 마마와 비슷한 냄새에 고개를 돌리고는 킁킁 코를 더듬어 그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의 근원은, 초록색으로 덩어리져 살짝 굳은, 조금전에 마마가 주었던 맛난 밥이었다. 막내 우지챠는 그것에 코를 대고 한참동안 킁킁거렸다. 마마가 주신 밥은 이미 식어버려 마마의 온기를 느껴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마마의 그 강렬하고, 특이한 향기는 아직 조금 머물러 있었

다. 막내 우지챠는 마치 바로 앞에 마마가 있다는 듯이, 마마가 준 녹색의 밥에 얼굴을 비비면서 그리운 마마의 냄새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더 많이 맡으려는 듯이 작고 거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콧구멍을 벌름거리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마마..어디간 데슈웅..어서 오시란 데슈..."



그리고 그렇게 한참동안 먹다 남은, 이제는 식어버려 차갑기 그지없는 밥에 얼굴을 부비며 꾸벅 꾸벅 졸던 막내 우지챠는 문득 자신의 머리를 툭 치고 지나가는 무언가를 느끼고는 한쪽눈을 슬며시 뜨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눈 앞에 굉장히 크고, 갈색의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동그란 것이 눈에 띄였다. 막내 우지챠는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빛내면서,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동그라미씨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건 뭐인 데휴? 동그라미씨인 데휴?"



그저 눈앞에 떨어진 갈색의 동그란 것을 흥미롭게 보던 막내 우지챠는, 그 조그맣고 앙증맞은 돌기를 손처럼 사용해서 살포시 갈색의 그 동그란 것을 툭 건드려 보았다. 그러자 그것은 한바퀴, 두바퀴, 그리고 반바퀴를 굴러가다 멈추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막내 우지챠는 마치 눈에서 별빛이 쏟아지듯 크게 두 눈을 반짝거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설마! 설마아---! 공씨인 데휴웃?"



순간, 기쁨의 홍수가 위석을 휩쓸면서, 막내 우지챠는 조금전까지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것에 공포를 느끼며 마마를 찾았던 기억을 깡그리 잊어버리고는 눈앞에 있는 갈색 윤기가 흐르는 공씨를 네개의 돌기로 붙잡고는 그대로 뒤로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다.



"공씨! 공씨인데휴!! 마마가 주신데휴~!"



사실, 막내 우지챠가 잡고 있는 갈색의 동그란 것은, 공이라기 보다는,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에 가까운 것으로, 엄지실장인 오녀가 식사가 끝난 후에 남은 텐카츠를 비닐봉투에서 보존식 구덩이 근처로 옮기던 와중에 다른 것보다 유난히 큼지막했던 굵은 텐카츠 한알이 굴러 떨어진 것에 지나지 않았건만, 이 작디 작은 막내 우지챠는 그것을 영락없이 마마가 주신 거라고 믿으며 하염없이 쏟아지는 기쁨의 물결에 그저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공인데휴~ 공씨인데휴~ 하면서 좋아했다. 한참을 그렇게 공씨를 갖고 이리 데굴 저리 데굴거리며 놀던 막내 우지챠는 흐릿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시야 속으로, 무언가 큰 형체가 다가오자 놀던 것도 멈추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다가오는 형체에 관심을 가졌다.



"마마인데휴? 마마데휴?"



막내 우지챠는 소중한 공씨를 살짝 옆으로 밀어 둔 다음, 눈앞의 형체를 관찰했다. 그 커다란 형체는 자신의 앞까지 오더니, 풀썩 하고 자리에 앉았다가, 금새 모로 누워 막내의 눈앞에 거대한 벽을 세운 채 조용히 있었다. 그것을 본 막내 우지챠는 조심조심 다가가서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콧속으로 느껴지는 익숙한 냄새를 맡은 막내는 발딱 일어서서 그 큰 벽에 몸을 찰싹 붙이고는, 벽에서 느껴지는 푹신하고 따듯한 온기를 느끼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마마데우스~ 마마데휴우~"



막내는 그저 마마가 다시한번 와 준것이 그저 기뻐서, 그리고 마마가 자신을 위해 공씨를 준게 너무 감사해서, 큰 소리로 마마가 왔다며 계속해서 마마를 불렀다.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자신에게 무언가를 해주거나, 밥을 주거나, 따듯한 소리를 들려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마마만이 그런것을 해주었다. 뱃속에 있을 때 아주 잠시나마 오네챠들의 괴롭힘을 중단시켜 준 것도 마마의 목소리였고, 태어난 이후에도 외로움에 사무쳐 울 때면 어느 사이엔가 나타나서 가만히 따뜻한 숨결을 불어 주고 밥을 주면서 달래주는 것도 마마였다. 하물며 오늘은 공씨까지 주었다. 막내는 정말 정말 기뻐서, 그저 의미없이 마마데휴~ 를 노래하듯 부르면서 골판지 모서리 쪽으로 데굴 데굴 옆으로 구르다가 자기도 모르게 두 눈을 스르르 감고는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마마- 행복한 데휴- 정말 행복한 데....휴.....퓨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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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골판지 둥지 안에서, 장녀는 골판지 모서리를 뒤로 한 채, 고민에 빠져 있었다. 조금 전, 마마가 부른듯한 소리가 나서 퍼뜩 잠에서 깬 장녀는 오른손만을 사용해서 조심스레 앞에 누운 친실장을 깨웠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깨운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들은 장녀는 잘 이해되진 않았지만 잘못 들었나 보다 하고는 돌아누운 친실장의 등을 보며 다시 눈을 감았지만, 잠이 들듯 말듯하면 어디선가, 낮고, 매우 끊어질듯 희미한, 마마가 자신을 부르는듯한 느낌이 들곤 했고, 순간 눈을 번쩍하고 뜨면 거짓말처럼 그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었다.



'요사이 일을 너무 많이 한 듯한 레치..왜 자꾸 마마 소리가 꿈에서 나오는 레츄..'



장녀는 가만히 요 몇일의 근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았다. 친실장의 권유에 의한 임신, 그리고 미성숙된 자를 낳은 실패를 떠올리자 장녀는 왠지 위석이 쓰리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친실장은 장녀가 낳은 것이 자가 아니라며 잊으라 했지만, 장녀에겐 귀여운 자들처럼 보였다. 아마 미숙한 구더기였어도 낳은 자들이 계속해서 마마를 불렀더라면 친실장이 뭐라 하던 말던 그 자들을 보듬어 안았으리라. 하지만 낳은 자들은 불과 얼마 지나기도 전에 하나하나 미약한 소리를 내면서 숨이 끊어져 갔었다. 그나마 처음 낳은 장녀 구더기와 차녀 구더기는 숨은 붙어 있었지만, 그것도 불과 호흡 일곱번을 내뱉고는 싸늘한 시체가 되는 것을 보고, 장녀는 친실장의 말대로 자가 아니었다고 애써 자위해 넘겼었다. 그렇게 낳은 열명의 자들을 애써 잊고 하루를 보냈는데, 잠들기가 무섭게 마마를 외치는 소리를 들은 장녀는  그것을 오늘 낳았던 자였지만 자가 아니게 된 아이들이 우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하고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장녀는 생각하는것을 그만두었다. 어차피 이미 죽은 아이들. 살 가망이 애초부터 없던 아이들이었다.



장녀는 두 눈을 꼬옥 감고, 조용히 숨을 내쉬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마마를 부르는 소리가 사그러들면서 소르르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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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저녁, 막내 우지챠는 부스스 일어나 반사적으로 마마를 찾았다. 하지만 마마는 어느사이엔가 자리를 떠나 사라져 있었다. 막내 우지챠는 잠시 불안한듯 마마~ 마마~ 하고 외치다가, 이내 익숙해졌다는 듯이 혀를 내밀어 닿는 곳을 최대한 깨끗이 햛아 내고는 마마의 익숙한 몸 내음을 찾아 코를 킁킁대었다. 그러자, 어느 사이엔가 한가득 쌓여진 녹색의 밥이 눈앞에 드러났다. 막내 우지챠는 기쁜듯이 "마마 밥 주셔서 오늘도 고마운 데후!" 라고 외치고는 즐겁게 밥을 먹었다. 날름날름 혀를 넣었다 뺄 때마다, 녹색의 덩어리가 빠르게 입 안으로 들어갔다.



"마마의 밥은 항상 맛있는 데후~"
"매일매일 색다른 맛인 데훙!"



한참을 그렇게 날름날름 먹어대던 막내 우지챠는 배가 충분히 부르자, 옆으로 누워서는 데후 데후 거리면서 포만감에 젖어 행복해했다. 그리고는 어제 마마가 주신 공씨를 바라보면서 막내 우지챠는 속으로 생각했다.



'공씨 가지고 노는 거 기대되는 데후~♪ 근데 프니프니는 해야하는 것인 데후~?'



일반적으로는 우지챠에게 있어서 프니프니는 필수적인 것일 터였다. 특히나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그것도 미숙하게 태어난 우지챠에게는 프니프니는 쾌감 이전에 생존을 위해 거의 필수 불가결한 행위였다.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단순한 자루 형태의 소화기관을 가진 우지챠는 친자가 정말 우마우마한 것을 먹고 싼 소화 잘 되는 운치만 먹고 자라지 않는 이상은 반드시 소화 과정에서 수분을 어느정도 소량 흡수하고 남은 질척한 점성의 운치가 쌓이는데, 우지챠의 단순하고 허약한 소화기관은 이것을 자력으로 배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운치가 쌓이면서 고통을 주고, 결국에는 쌓인 운치가 소화기관을 자극해서 더 강한 위산의 분비로 인해 장기 천공이 발생해서 다발성 장기부전이나 위석손상으로 죽는게 상식이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식사 하에서의 일반적인 우지챠라면 프니프니는 필수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막내 우지챠의 경우는 이야기가 조오오오끔 달랐다.


우선 먹는 식사 자체부터가 달랐다.


이 실장 일가는 들실장임에도, 성공적인 먹이 수급 방식과, 하나의 둥지에 두마리의 성체실장이 서로간 다툼이나 분쟁도 없이 절대적인 신뢰와 협동관계라는 정신나간 여건을 갖춘 덕택에, 겨울이 다가오는 이 시기에도 보존식을 일가 두셋을 먹여살리고도 남을 정도로 모은 데다, 매일 새벽 이른 아침마다 튀긴 고기나 생선 조각을 비롯해서 말린 과일이며 말린 해산물을 배가 부르도록 먹을 수 있는 그야말로 축복받은 일가였다. 그렇기에 이걸 먹고 막내 우지챠에게 제공해(?) 주는 밥 역시 들실장 우지챠 기준에서는 그야말로 엄청나게 소화가 잘 되고 대단히 맛있는 우마우마한 밥이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일반적인 우지챠, 그것도 미숙 우지챠라면 그것조차도 제대로 소화를 못 시켜 죽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 막내 우지챠는 그조차도 아니었다. 이미 뱃속에서 오네챠들에게 괴롭힘을 매일매일 당하면서 스스로가 몸씨에게 간곡히 소망한 결과로, 막내 우지챠는 크기는 초 미숙 구더기였지만, 다름 아닌 신체 내구성과 소화기관은 자실장만큼이나 잘 발달되어져 있었다. 오히려 뱃속에서 운치 지릴 때마다 그걸 빌미로 신명나게 쥐어터졌던 탓에, 운치도 가급적 안 싸고 먹은것을 거의 다 소화해냐는 엄청난 소화효율을 갖고 있는 판국이었다. 그렇기에 막내 입장에서 프니프니는 그저 위석에서 해야 한다고 말하니까 해야 하는거긴 한가보다 하고 받아들이는 정도일 뿐, 딱히 스스로가 프니프니를 원한다거나 하고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막내 우지챠의 자은 뇌로 생각하기에는 맛난 밥 많이 먹어서 배가 뽈록하니 튀어나왔는데 프니프니한답시고 배를 누르면 오히려 속이 거북해지거나 토하지 않을까 하는 실로 우지챠 기준으로서는 얼토당토않은 염려를 하느라 고민하고 있었다.



"위석은 하라고 말하는 데후.. 하지만 굳이 해야 하는 데훗? 프니프니하다 마마가 준 소중한 밥씨를 토하기라도 하면 마마를 볼 낯이 없는 데후우..."



그렇게 한참을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고민하던 작은 막내 우지챠는 그냥 프니프니 해달라고 말하지 않기로 결심하고는, 배불리 먹은 밥씨 때문에 돌기가 공중에 붕 떠버려서 잘 기어가지 못하는 몸을 버둥거리며 공씨에게 다가가서는 공씨를 잡고 놀려고 공씨를 돌기로 잡고 걸터 앉았다. 하지만 배가 불러 돌기의 가로 간격이 살짝 벌어진 막내는 그만 관성의 법칙에 의해 앞으로 쑥- 미끄러지면서 배씨에 공씨를 그만 걸터앉게 되면서, 순간 느껴지는 이상야릇한 뭐랄까 굉장히 기분 좋은 느낌에 그만 교성을 질렀다.



"데훼에에 데뤠헤이이잉~"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막내 우지챠는 어리둥절한 눈망울로 한바퀴 옆으로 굴러 공씨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배씨를 보다가, 돌기를 구부려서 배씨를 문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작디 작은 앙증맞은 조꼬만 돌기로 배가 제대로 만져질 리 없었고, 한참을 공씨를 봤다 배씨를 봤다 하던 막내는 뒤로 설설 기어가서 공씨 위에 털퍽 하고 배를 걸쳤다.



"데후우웅~데훗?!"



그리고, 순간적으로 배설강을 지나 배씨를 지나 손발씨를 강타하는 쾌감에, 그만 막내는 눈을 크게 뜨고는 기쁨과 만족감이 섞인 비음을 내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한 행동에 깜짝 놀라서는 제자리에서 팔짝 튀어오르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조용히 중얼거렸다.



"프니프니가...이렇게...기분좋은 것이었던 데후?"



막내는 처음 알았다는 듯 당황한 표정으로 두 눈을 끔벅거리다가, 이내 공씨에 배씨를 부비부비하면서 자가 프니프니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즐거워하던 막내는,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몰려오는 불쾌감에 그만 공씨를 놓치고는 바닥을 굴렀다. 본래 이 프니프니란 행위 자체는 배설을 촉진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소화기관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줘서 소화기관의 연동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우지챠에게는 없으면 죽을 수도 있는 문제지만, 막내 우지챠의 소화기관은 이 경우에 있어서는 실로 안타깝게도, 쾌감은 느낄수 있을지언정 소화기관에 있어서는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본래 막내 우지챠의 경우 뱃속에서부터의 집단 린치 때문에 제대로 밥을 먹을 시간이 없었고, 그래서 소량의 밥이라도 최대한 완전히 소화되게끔 성장되는 결과를 빛었기에, 일반적인 우지챠와는 좀 다른 소화기관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비엔나 소시지 세개를 연상케 하는 분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각각은 위,

소장, 대장의 역할을 하고 있었고, 연동성능도 우수해서 프니프니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내가 뒤늦게 눈뜬 프니프니의 쾌감에 그만 프니프니를 한참동안이나 연달아 반복하면서, 위치상 가장 가까운 첫번째 기관인 위가 자극받는 바람에 위산이 평소보다 조금 많이, 그리고 조금 더 분비되는 참사를 낳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높아진 위 속의 PH 수치와 급증한 위액의 홍수는 자동적으로 위 속의 내용물을 게워내는, 실로 실장석 유체로서는 매우 희귀한 사태를 초래했다.



"데부루뷰에에엑"



한참을 그렇게 토하다가 간신히 진정된 막내 우지챠는 자신이 무슨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고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마마가 주신 소중하고도 귀한 밥을 토했다는 사실에 막내는 그만 너무나 죄스러운 나머지 색눈물을 펑펑 울리며 데훼엥 데훼에엥 울어제꼈다. 차라리 그냥 먹다가 토한 거라면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자신이 고작 프니프니 따위를 하느라고 마마가 주신 밥을 토해 버렸기에 막내는 너무나 서럽고 마마에게 미안해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나쁜 위석인 데후!"
"마마가 준 소중한 밥을 나쁜 위석씨가 버리게 한 데에에엥! 데에엥!!"



한참을 그렇게 울던 우지챠는 어느새 자신 앞에 나타난 마마처럼 보이는 형상이 다가와 자신 앞에 주저앉자마자, 꼬리를 바닥에 붙이고, 아래 돌기로 상체를 버틴채로 발딱 몸을 일으켜서는, 조그마한 앞 돌기로 닿지 않는 머리를 감싸려는 듯 바둥거리면서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마마데승~! 마마데승~!"


"마마가 준 밥을 못쓰게 한 데승~! 마마 우지챠가 나쁜 아이인 데승~!"


"마마데승. 마마아. 마마데스으응...."



결국 흐르는 눈물과 스스로 자책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한 막내는 앞으로 테복 하고 넘어져 그대로 울어대었다. 그리고 그것에 반응하듯이 마마로 보이는 형태가 살짝 일어섰다가, 마치 자신을 달래듯이, 그리고 살펴주듯이 좀더 가까이 와서 옆으로 눕자, 막내는 마마가 자신의 울음에 반응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욱 미안해졌다. 그래서 막내는 너무나 슬프고 울것 같은 두 눈을 꾸욱 감아서 눈물을 가까스로 멈추고는 최대한 감정을 줄인 목소리로 마마의 품 안에 얼굴을 묻으며 소리죽여 말했다.



"마마..다신 안 그러겠는 데승.."
"프니프니 다신 안하는 데승. 잘못한 데승..."



막내 우지챠는 그렇게 마마에게 잘못을 빌면서 한참을 품안에서 꿈지럭 거리다가, 눈물에 지쳐 살풋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눈을 뜬 막내는, 자신을 품어주었던 마마가 자리에 없다는 걸 알고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소리높여 마마를 불렀다.



"마마 잘못한 데후~!"


"날 버리지 마는 데후~!"



마마라고 생각했던 그 당사자는 돌아오지 않는 자신의 마마인 친실장을 찾아 밖을 돌아다니는 것에 불과했건만, 이 어리디 어린 미숙한 크기로 태어났던 막내 우지챠는 자신의 소중한 마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낫다고,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마가 그렇게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줬는데, 맛나고 따듯한 밥을 매끼 가져다 주었는데도, 그 소중한 밥을 고작 프니프니 따위를 하느라고 토해버려서 못쓰게 만들어 버렸기에, 마마가 그걸 보고는 자신에게 실망해서 버리고 갔다고 막내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막내는 마마의 뱃속에서 젖 빨던 힘까지 쏟아내어 울었다. 마마 돌아와줘요 제발. 부탁이에요 말 잘들을게요. 하면서, 몇번이나 버리지 말라고 소리치면서 온몸의 힘을 쏟으며 울었다. 하지만 마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피곤과 절망으로 가득찬 두눈에 더이상 마마가 보이지 않자, 막내는 코 끝을 바닥에 대고 킁킁대면서 마마의 그리운 냄새를 쫓았다. 하지만 막내의 코 끝에 다가오는 냄새엔 마마의 냄새는 하나도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그나마 마마의 그리운 냄새와 온기가 남았던 마마가 준 소중한 밥은 이미 단단히 굳어 말라 있었고,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온몸으로 느껴지던 마마의 체온은 모두 공기중으로 흩어져버려 차디찬 바닥만이 배씨를 뒤덮고 있었다.




"마마아.. 버리면 다메인 데후.. 다메다메인 데후!"


"데--데----에에에엥--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데에에---에에에--엥"



뱃속에 있을 때부터 자신에게 살아갈 의지를 줬던 마마, 태어난 이후에도 별달리 말은 없었어도 따뜻한 밥을 주고 따뜻한 체온을 나눠주던 마마를 배신했다는, 기대를 버렸다는, 실망하게 했다는 자책감이 이 작고 작은 막내 우지챠의 머릿속을 휘감아 헤치고 있었다. 그깟 프니프니가 뭐라고, 그깟 위석의 외침이 뭐라고, 마마보다 더 중요한건 없는데 그깟 하찮은 것에 잠시나마 눈을 돌린 자신이 너무너무 나쁘고 한심해서, 그런 자신에게 너무나도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막내는 계속해서 울었다, 마마가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계속해서, 눈물이 다 말라 비틀어지도록 막내는 똬리를 틀고 에꿋 에꿋 거리는 울먹임을 내면서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어느새 울다 지쳐 잠에 빠져들어간 우지챠는 심한 피로감에 눌려 죽음처럼 깊은 잠에 빠져 거의 절반쯤 가사상태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 머릿속으로만 옹알옹알 마마를 부르는 소리를 되뇌어 가면서 잠들어 있었다. 근 한달 가까운 시간 동안, 막내 우지챠는 몸의 거의 모든 기능을 멈추다시피 하면서, 마치 개구리가 겨울잠을 자듯이 가사상태로 빠져들었다. 사실 이것은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감정의 격류로 인해 위석이 위험을 느끼고, 파킨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제적으로 가사상태로 빠져드는 것이었지만, 막내는 그저 이것을 잠이 드는 것으로만 여기며 의식의 끈을 놓았다. 그렇게, 막내 우지챠는 마마가 자신을 버리고 갔다는 절망과 두려움에 떨면서, 조용히, 아주 조용히 마마를 찾아 꿈 속으로 멀리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길고 긴 마마를 찾아 떠나는 꿈이 계속되었다. 바다가 마르고,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오랜 시간을 우지챠는 꿈속에서 꿈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었다. 자지도, 먹지도 않고

마마를 찾아 정말로 오래오래 오래오래도록 울며 다녔다. 그러다, 마치 장면이 전환되듯이, 동화책의 페이지가 후다다닥 넘겨지듯이 흘러가더니 막내는 마마의 품에 안겨서, 소중한 자인 데스우~ 하는 말을 들으며, 마마의 온기에 행복을 느끼면서 어리광을 피웠다.


정말로 끝이 없을 듯한, 영원할 듯한 행복을 느끼던 막내 우지챠는 문득 마마에게 말해야 했던 것이 있었다는걸 떠올리고는 그것을 입밖으로 내뱉을려고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어쩐지 입은 딱 붙어 열리지 않았고, 무엇을 말해야 했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백지처럼 하얗기만 했다. 막내는 떠오르지 않는 것을 떠올리며 애를 쓰다가 갑자기 마마의 체온이 싹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들자,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없는 낡아빠지고 반쯤 부서진 골판지 둥지 안에 홀로 누워 있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광경이 환상이라도 되었던 듯이-  그리고 저 멀리  마마는 자신에게 멀찍이 떨어져 아무 말도 안 해주고, 아무 행동도 안 하면서 두 다리만 천천히 걸어가 자신에게서

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막내 우지챠는 그것을 쫓아가려고 그 짜리몽땅한 돌기로 바동거리고, 외치고, 울부짖었지만, 마마는 계속해서 멀어져갔다. 막내는 그것을 울면서 바라보는 꿈을 꾸면서 잠든 채로 잠꼬대를 하듯 돌연 꿈속에서 내뱉은 말을 동시에 큰 소리로 외치면서 잠에서 깨었다.



"마마 가지마는 데후!"



눈을 뜬 막내는 자신이 지독한 꿈을 꾸었다는것을 알았다. 그와 동시에, 마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기억이 돌아오면서 그만 고개를 들 생각조차 못하고 그대로 엎어진 자세 그대로 꾸역꾸역 눈물만 흘렸다. 사실은 한달 가까이 가사 상태에 빠져 있었던 탓에 굶주려 있는 몸씨가 기운이 나지 않아서 엎어진 자세 그대로밖에는 있을 수밖에 없었던 거였지만, 막내 우지챠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너무 슬퍼서 기운이 없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눈물을 흘리던 막내 우지챠는, 무언가 자신의 앞에서 잔잔하고 고른 숨소리가 난다는 것을 깨닫고는 슬며시 고개를 들고는 눈앞의 광경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망울로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을 보았다.


그것은 익숙했던 그 모습이었다. 녹색과 살색이 뒤섞인, 흐릿한 형상이지만, 코로 전해지는 독특하고 강렬한 냄새와, 강하게 얼굴로 쏘아지는 들숨과 날숨은 막내가 그렇게나 가지말아달라고 애원했던 마마의 것이었다. 막내는 너무너무 오랜 시간동안 가사상태에 빠졌던 몸이 여기저기 아야아야하다고 느꼈음에도, 그만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감정을 그대로 목소리에 실어 있는 힘껏 외쳐 불렀다.



"마마데후~~♬"



그러자, 마마는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그야말로 번개와도 같은, 우지챠가 느끼기에는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하는 듯한 스피드로 마마는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막내는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제대로 뇌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몰라서 어안이 벙벙한 채로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찬찬히 주변을 둘러본 그때, 저 멀리, 온통 연갈색 벽으로 가득찬 이곳에서 유일하게 새파란 짙은 남색과 흰색으로 가득찬 생경한 풍경이 네모네모씨 속에서 아련하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네모네모씨 안쪽 더 깊은 곳에, 처음으로 생생하고 확실하게 마마의 모습이 보였다. 녹색 두건과 치마를 입은, 하얀 팬티에 하얀 턱받이를 한 마마의 모습이, 태어나 처음으로 확실하게 작은  두 눈동자에 또렷하게 새겨졌다. 막내 우지챠는 처음에는 하얀하얀씨 속에서 우뚝 서있는 성체실장을 보면서 어디의 오바상인데후- 하고 생각했지만, 곧 그것이 마마일 것이라고, 아니 마마라고 확신했다. 비록 여태까지 흐릿한 형태였지만 전체적인 형태, 색감은 기억하고 있었던 막내는, 네모네모씨 안쪽에서 저 멀리 보이는 성체실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 전체적인 형태와 색감이 자신이 기억하고 있었던 마마의 생김새와 똑같다고 믿었다.



막내는, 막내 우지챠는 너무나 기뻐서, 방금전에 마마가 눈앞에서 증발하듯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잊고, 저 멀리 또렷하게 보이는 마마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힘에 부치는 몸씨를 타박하면서 있는 힘껏, 마마를 불렀다. 처음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 잠들었던 탓인지 제대로 발음이 나오지 않아, 마마레휴-우~ 하는 바람 빠진 소리밖에 안 났지만, 우지챠는 다시한번 온 힘을 쏟아서 진심을 담아서, 마마를 큰 소리로 불렀다.



"마-마--데후---우!"



그리고 나서, 막내 우지챠는 힘이 풀려 그대로 포옥 하고 머리를 엎은 채 숨을 쉬었다. 그제서야 우지챠는 자신의 몸씨가 여기저기 아야아야하다는 것을 느꼈고, 배씨가 포옥 하고 움푹 파여서, 태어나서 한번도 들은 적 없던, 마마의 뱃속에서 처음 눈을 뜨고 나서야 알았던 꼬륵꼬륵 하는 소리가 배씨에서 나는것을 듣고는 문득 본능적으로 코를 벌름벌름 대면서 밥씨를 찾아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눈앞에, 마마의 밥씨가 보였다. 차갑게 식어 마마의 내음조차 사라진 밥씨가 아니라 따듯하고, 마마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부드러운 초록빛 밥씨가 눈앞에 차려져 있었다. 우지챠는 대뜸 이것이 환상인가 하고는 코를 킁킁대보기도 하고 가뜩이나 잘 보이지 않는 흐린 눈으로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결심한 듯이 덜덜 떨리는 혀를 내밀어 한번 햝아먹었다. 그러자, 혀 끝에서 느껴지는 풍미와 맛. 그리고 마마의 그 향기가 온몸을 타고 빠르게 번져나갔다. 그저 한번 햝아먹었을 뿐인데, 막내 우지챠는 태어나 처음으로 마마가 밥을 주었을 때처럼 온몸에 따듯함과 마마의 마음이 가득 뿜어져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가사상태에서 깨어난 몸이 처음으로 먹이를 먹으면서, 온 몸의 신경과 근육을 망치질하듯 두드리자 우지챠는 갑자기 식욕이 봇물 터지듯 몰려오는 것을 느끼고 정신없이 밥을 먹었다. 마마가 준 밥을 정말로 맛있게, 그리고 음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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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끝나고, 눈이 녹고, 따뜻한 봄날이 사방을 어루만져주었다. 겨우내 꽁꽁 얼어있던 골판지 둥지도, 봄날의 따사로운 햇빛에 축복을 받아 냉기를 몰아내고 포근한 공기를 한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골판지 둥지의 막내 우지챠도 따사로운 봄날에 기뻐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마마가 자신을 버렸다가 다시 돌아온 이후, 한동안 막내 우지챠는 더없이 기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잠을 자다 일어나서 마마레후~ 하고 외치면 마마는 벌떡 일어나서 조용히 테칭 테칭 하면서 인사를 했다. 아침인사를 마치고 나면 마마는 맛있는 밥을 만들어주고는, 밥을 다 먹은 우지챠를 위해서 따듯하게 벽을 만들어 주었다. 벽과 바싹 붙어있는 마마의 몸은, 금새 후끈후끈 온도를 높여주었고, 포만감에 가득찬 우지챠를 금새 꿈나라로 보내주곤 했다. 그렇게 한달. 두달이 지나자 막내 우지챠의 몸은 서서히, 느리지만 착실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본래 미성숙 구더기로 태어난 몸이, 두달이 지나 2월에 접어들고 나서야 비로소 몸이 자라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마마가 해주는 맛난 밥과, 마마의 따듯한 품 속에서 막내 우지챠는 무럭무럭 자라나, 지금에 와서는 이제 막 태어난 선천적인 우지챠와 다를바 없는 크기와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막내 우지챠는 그런 마마의 헌신적인 마음에 기뻐하고 감사하면서도 조금씩 걱정스런 마음이 쌓여가고 있었다.



마마는 다시 돌아오고 나서부터 어찌된 일인지 평소보다 더 조용해졌다. 예전처럼 맛난 밥도 주고 따듯하게 품어주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그래도 테치 테칫 하고 잘 들리지 않는 귀 속으로 몇가지 단어가 흘러들어오기도 하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거나, 웃음짓는 소리가 가끔씩 막내 우지챠의 미성숙된 귓가로 흘러들어올 때도 많았다. 하지만 마마가 다시 돌아오고나서부터는 그나마 있었던 그런 소리들이 한순간에 싹 사라졌다. 마마는 아침에 딱 한번 마마레후~ 하고 우지챠가 인사할 때를 빼고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우지챠로 하여금 마마를 걱정하게 하는 한가지 요인이 되고 있었다.



막내 우지챠는 마마의 그런 행동을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다친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밥을 줄 때나 품에 안길 때마다 소곤소곤 마마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마마는 여전히 답을 하지도, 말을 하지도 않았다. 오늘도 막내 우지챠는 귀를 쫑긋거리면서 밥을 준비하는 마마가 무슨 말이라도 할까 싶어 귀를 기울여보았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없었다. 우지챠는 몸이 성장하면서, 목소리도 정상에 가깝게 레후- 하고 울었고, 귀도 어느정도 잘 들리게 되었지만, 여전히 눈은 잘 보이지 않고 흐리고 불분명하게 보이기 일쑤였다. 딱 한번, 마마가 돌아오던 날, 네모네모씨 안에서 하얀하얀씨 위에서 마마의 뒷모습을 또렷하게 보았던 그 때를 빼면, 막내 우지챠가 그토록 선명하게 물체를 봤던 것은 다시는 없었다. 막내 우지챠는 여전히 말이 없는 마마를 흐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혼잣말하듯 입을 열었다.



"마마~ 봄이 왔는레후. 오늘은 나가봐도 좋을 것 같은 레후~"


"너무 오래 집에만 있으면 좋지 않은 레후~ 눈씨도 다 녹는 소리가 나는 레후~"


"마마 와타시만 돌보느라 그러지 마는 레후~ 와타시도 이제 혼자서 웬만한건 할수 있는 레훗♩"



그렇게 밥을 준비하느라 부시럭거리는 마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마에게 말을 붙이는 우지챠는 여전히 대답없는 마마를 보면서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얼굴 가득 행복한 웃음을 지으면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레후 레후 하는 우지챠의 목소리는 점점 골판지 지붕 위로 흘러나갔고, 마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던 우지챠도 어느 사이엔가 골판지 천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 기적처럼 천장이 갈라지더니, 우지챠가 일생동안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경험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처음 보는 것이 우지챠의 이마를 향해 쏟아지듯 흘러넘쳤다.



"눈부신 레뺬!"



그것은 빛이었다. 따사로운 봄날의 햇빛이었고, 비추는 곳마다 봄의 기운을 가득차게 하는 마법같고 신비로운 것이었다. 그러나 거의 평생을 어둡고 축축하기 그지없는 골판지 박스 안에서만 지냈던 막내 우지챠에게는 고통과도 같았다. 쏟아지는 빛줄기가 우지챠의 미성숙된 눈을 강타하자, 순간적으로 번쩍임과 함께 아리는 듯한 통증이 우지챠를 엄습했다. 막내 우지챠는 눈부신 봄빛을 피해 마마의 그늘 안으로 숨었다. 하지만, 그 빛줄기는 하나가 아니었다. 두개, 세개로 점점 분열해가던 빛줄기는 어느 사이부터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지직- 지직 하는 소음과 함께, 순식간에 골판지 둥지 전체를 노오란 봄날 햇살로 가득 채워나갔다. 그것은 마치 소나기 구름에 가려진 정오의 햇빛이 먹구름 위로 순식간에 드리워져 온 세상을 환하게 채우는 것과도 같았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보는 이 환상적인 빛의 쇼는 막내 우지챠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너무너무 아와아와한 레훗~!"



마마의 그늘 아래 숨어 있던 우지챠는 자신의 주위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빛의 다채로운 변화와 색감에 연신 레후 레후 거리면서 환호하고 즐거워했다. 그리고 그 빛의 반사를 계속해서 보던 우지챠의 눈도 어느덧 그 빛의 세기에 익숙해져 더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되자, 막내 우지챠는 그 빛을 햝기도 하고, 냄새를 맡으려고도 하면서 처음으로 맛보는 자연의 감동에 온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처음 보는 햇빛에 감동하고 있던 우지챠는, 이 아름다운 광경을 마마도 같이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마마의 품 안으로 뛰어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어디선가 굉장히 청량하고, 엄숙하면서도 날카롭고, 동시에 아름답게까지 느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가 유리처럼 깨지는 소리. 그리고 그 가루가 사방으로 비산하면서 바닥을 때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우지챠는 그 소리가 어디서 난건지 몰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마마를 찾으려고 마마가 있던 곳을 보았다.


하지만 마마는 사라져있었다. 조금전까지 마마의 그림자에 숨어있었건만, 마마의 그림자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봄날 햇빛이 쏟아지는 한가운데에 오롯이 자신만이 거기에 있었다. 당황한 우지챠는 마마를 쫓아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처음에 마마를 또렷하게 보았던 그 때처럼, 마마와 똑 닯은 형상을 가진 실장석이 하늘 위에 떠 있었다. 무언가 알수없는 거대한 발판을 타고서 말이다. 막내 우지챠는 그 모습을 좀더 자세히 보려고 꼬리를 바닥에 대고, 아랫 돌기로 바닥을 단단히 버티고서, 발딱 일어나서 그것을 보았다. 그 모습은 마마처럼 보였다.


예전보다 웬지 조금 작은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윤기있고, 아름답고, 선명하고 또렷하게 보였다. 오래전, 마마가 자신을 버렸다가 다시 돌아왔을 그 때처럼, 네모네모 씨 안에서 아주 작은 인형처럼 하얀하얀씨 위에서  서있던 그때처럼 너무나 화사하고 아름답게 푸르른 하늘과 쏟아지는 빛줄기를 배경으로 장엄하고 어여쁘게 서있었다. 막내 우지챠는 그만, 너무나 기쁘고 그리움에 가득찬 나머지, 닿지 않는 두 팔을 휘적 휘적 허공에 저으면서, 다시 한번 태어나 처음 마마를 불렀던 때처럼, 자신을 버리고 다시 돌아와줬던 마마를 보았던 그 때처럼, 막내 우지챠는 목청껏 온 힘을 끌어내어 큰 소리로 방긋방긋 웃음을 가득 채워가며 외쳐불렀다.






"마마레후~~~♪"




▶마마레후 외전 : 우지챠 생존기 편을 마치며 또다시 남기는 필자의 넋두리


: 읽는 분들은 이번에는 차근차근 천천히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 레뺘.

: 그리고 재미있고,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시면, 추천 한방 꾸욱 눌러주면 큰 힘이 되는 레삐야아앗

: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프롤로그인 레후. 마마레후 본편에서도 말했듯이, 이 다음부터가 진짜인 레훗. 귀여운 우지챠와 개념 엄지챠의 파란만장한 짬처리 실장생 에피소드가 나올 예정인레후. 

: 다만 이후의 에피소드는 아마도 대회가 끝나고나서야 올려질 것인 레후웃. 그때까지 세이브용 원고를 충실히 적어보려 하는 레후.

: 학대 외엔 다양한 의견, 소감 절찬 듣고 경청하겠는 레후. 모자란 점 있으면 바로바로 알려주시면 좋겠는 레훼에엥.

 

덧:

이 소설의 삽화에는 '모' 작가의 원본을 오브젝트화하여 재작업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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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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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큰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3.17 다름아닌 방귀였답니다... 마마의 얼굴이라고 한동안 착각했던건, 마마의 엉덩이였던 것이죠. 이게 다 태내에서 살기위해 원시로 퇴화된 눈 때문입니다만. ㅎㅎ 그러니까 이 우지챠는 장녀가 미치기 전까지는 사실상 장녀의 궁둥이살에 뺨을 부비고, 방귀가스를 마마의 숨결+내음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거죠. 밥은 뭐 당연히. 험험.

    ........ 마마레후가 착각계 스릴러라면, 외전은 기본적으로 우지챠 입장에서 착각계 일상입니다. :)
  • 답댓글 작성자큰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3.17 대회가 끝나면, 바로 장편 게시판에다가 마마레후 본편에 해당되는 다음편을 연재해 낼 예정이오니 기대해 주세요! :)
  • 답댓글 작성자네다진 | 작성시간 19.03.18 큰누 추가 해설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더욱더 이해가 쉬워졌습니다. 이번 외전도 매우 재미있어서 몰입하며 읽었습니다.
  • 작성자엘티Sohn | 작성시간 19.04.12 동일한 내용의 설명과 문구가 너무 반복되어서 글이 쓸데없이 길어지네요.
    불필요한 사족들이 많습니다. 좀더 간결하게 작성했다면 더 좋았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큰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4.12 동일한 내용의 설명과 문구가 무엇인지 한두가지만 예를 제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려주시면 그것을 기반으로 참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세요. (글이 길어질것 같다면 쪽지로 보내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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