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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차 참하신년대회

[[기타]]실장석의 명절

작성자샤라칸|작성시간19.03.23|조회수2,941 목록 댓글 15

“마마. 밖은 아직 추운 테치?”
“그런 데스. 나가면 안 되는 데스.”
“테에…. 심심한 테치.”
“어쩔 수 없는 데스. 가서 장녀랑 노는 데스.”
“오늘도 공씨랑 노는 테치.”

월동용 굴에서 장녀와 삼녀가 공을 가지고 놀았다. 어두워서 가끔 공을 못 찾을 때도 있지만 그럼 공을 찾는 놀이를 하면 된다. 그보다 약간 높은 층에서 친실장은 돌로 열매 껍질을 까고 있었다.

쌀쌀한 바람도 다 가고 차가운 눈도 녹았다. 아직 좀 춥지만 슬슬 겨울은 끝나가는 시기. 겨울잠을 자지 못하는 실장석들은 가을에 월동 준비를 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전에 월동을 했었던 경험. 그리고 운이 따라준 끝에 일가는 여유롭게 월동 준비를 마쳤다. 겨울용 굴을 파고 식탐이 강하고 인내심이 부족한 자들은 솎아냈다. 덕분에 그들은 이 시기까지 큰 위기 없이 겨울을 보냈다.

“둘은 조용히 하고 있는 데스.”
“마마. 왜 그러는 테치?”

친실장은 말없이 보검을 꺼냈다. 이 상황까지 오면 위기는 하나뿐이다. 다른 실장석의 공격. 비축식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거나 준비했어도 자실장이 다 먹어버렸을 때. 실장석은 최후의 수단으로 다른 실장석을 공격한다. 대개의 경우 다른 실장석의 집을 찾지 못하고 추위에 벌벌 떨다가 객사하지만 가끔 운 좋게 다른 실장석의 집을 찾곤 한다. 이 친실장의 입장에선 운이 나빴다고 해야겠지.

선제공격이 답인 데스.

이 상황을 꼭 위기라곤 할 수 없다. 보검으로 머리에 한방 제대로 찌르기만 하면 적은 바로 무력화된다. 그럼 겨울엔 좀처럼 먹을 수 없는 고기를 먹을 수도 있다.

“지금 공격하는 데스!”
“마마! 기다리는 데스!”
“데? 오마에는 누구인 데스?”

정직하게 공격한다고 말하고 나서 공격하려 드는 친실장. 대개 적은 동굴로 바로 들어오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적은 느낌이 좀 이상했다. 적극적으로 동굴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실장도 한 마리 데리고 왔다.

“마마! 와타시를 모르겠는데스?”
“데…. 설마 3녀인데스?”
“테치?”
“오마에 말하는 게 아닌데스.”

삼녀라는 말에 고개를 내민 삼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찾아온 실장석은 성체가 되고 나서 이전에 독립시켰던 삼녀였다.

“오마에는 갑자기 왜 온 데스. 독립하고 나선 그냥 경쟁자인데스. 이번만은 특별히 봐줄 테니 얼른 가는 데스.”
“마마.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데스?”
“데…. 그냥 추운 날 아닌데스?”
“오늘은 설날. 닝겐들의 특별한 날인데스. 이 날은 자가 친을 찾아가는 날인 데스.”
“그런 날이 있는 데스?”
“그런 데스. 세레브한 와타치타치는 이런 날을 즐겨야 하지 않겠는 데스? 장녀도 얼른 인사하는 데스.”
“테치?”
“오마에 말하는 게 아닌 데스.”
“안녕하신 테치. 마마의 마마.”
“먹을 것도 좀 가져온 데스. 마마. 추운데 들여보내주면 안되겠는 데스?”
“…좋은 데스. 들어오는 데스.”

원 삼녀 옆에 자실장은 추운지 벌벌 떨었다. 저러니 쫒아내긴 좀 그랬다. 닝겐들의 특별한 날을 즐겨보고 싶었다는 욕망도 있었다. 성체실장과 자실장 한 마리가 더 들어오자 조금 넓었던 월동용 굴은 거의 꽉 찼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하면 되는 데스?”
“그냥 놀고먹으면 되는 데스~.”
“그런 게 특별한 데스?”
“마마.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는 데스. 자. 오마에들. 와타시가 놀아주는 데스.”
“텟? 오바상 놀아주는 테치?”

그렇게 말하며 원 삼녀와 원 삼녀의 자는 자들과 놀아줬다. 평소에는 먹을 걸 구하느라, 월동할 때도 열매 껍질을 까느라 제대로 놀아주지 못했던 친실장은 재미있게 노는 아이들을 보자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이럴 게 아닌 데스.

친실장은 재빨리 바깥으로 나가 운치굴로 향했다. 구멍을 막아둔 종이를 들어내고 살이 통통 오른 우지챠 두 마리를 꺼냈다.

“레후? 이제 우지챠 마마와 같이 사는 레후?”
“그런 데스. 프니프니 해주겠는데스.”
“레훗! 레훗!”
“와타시도 데려가는 레후!”
“운치 잘 먹고 있으면 데려가 주겠는데스.”
“레훗! 레훗! 기분 좋은 레후!”

종이를 다시 덮은 다음 친실장은 두 마리를 프니프니 해줬다. 더 해도 운치를 지리지 않자 친실장이 손을 썼다.

“이제 더 안 나오는 데스.”
“레삐이이이이이잇!”


“자. 오늘은 특식인 데스.”
“뎃? 아직 우지챠가 남아있는 데스?”
“삼녀는 벌써 우지챠를 다 먹은 데스? 마마가 겨울 끝날 때까지 아껴 먹으라고 하지 않은 데스?”
“거… 거의 다 먹고 얼마 안 남은 데스.”

데챱데챱하며 고기를 먹는 원 삼녀. 열매만 먹던 자들도 오랜만의 고기에 기뻐했다. 자신들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닝겐들의 특별한 날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실장의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오바상! 가는 테치!”
“오는 데스! 전력을 다하는 데스!”

대체 언제까지 있는 거인 데스?

시간이 지나도 원 3녀는 갈 생각은 안했다. 손님이 왔다고 우지챠를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먹는 실장이 늘어나니 보존식 소비량도 급격히 늘어나 친실장은 자는 시간을 빼곤 하루 종일 열매 껍질을 까야 했다. 자실장들이야 그렇다 쳐도 원 삼녀도 친실장을 도와주지 않았다. 원 삼녀가 가져온 먹을 거라는 것도 최후의 식량인 낙엽이었을 뿐 제대로 된 먹을 것도 아니었다. 이제 우지챠도 얼마 없다. 이대론 일가실각이다.

“삼녀. 이제 갈 때 안 된 데스? 닝겐의 특별한 날이 이렇게 긴 데스?”
“텟?! 오바상 가지 마는 테치! 와타시타치와 사는 테치!”
“삼녀는 가만히 있는 데스!”

친실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장녀는 가만히 있었다. 눈치 없는 삼녀는 잘 놀아주는 원 삼녀의 편을 들었다. 놀기만 하면 좋겠지만 이 세상은 놀기만 해선 살 수 없다.

“삼녀! 이제 돌아가는 데스! 안 그럼 쫒아낼 거인 데스!”
“알겠는 데스. 확실히 너무 오래 있었는 데스.”

원 삼녀가 나갈 준비를 했다. 긴장하고 있던 친실장이 몸에 힘을 뺐다. 원 삼녀는 그 순간을 노려 친실장을 공격했다. 하루 종일 열매를 까느라 고생한 친실장. 놀고먹고 있던 원 삼녀. 거기에 기습적으로 먼저 공격 받았기에 싸움이 되지 않았다. 원 삼녀는 재빨리 열매를 까던 돌을 주워 친실장의 머리를 쳤다.

“뎃! 데갸약!”
“데프프프. 잘 대접해줘서 살려둔 데스가 이젠 끝인 데스. 마마는 보존식으로 만드는 데스~.”
“테?”
“마마를 내버려 두는 테치!”

삼녀는 얼어붙었고 상황을 파악한 장녀가 원 삼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원 삼녀의 장녀가 장녀를 막아섰다. 체격이 승패를 결정하는 실장석들의 싸움에서 두 장녀의 체격은 비슷하다. 결국은 기세싸움인데 원 삼녀의 장녀가 밀렸다.

“혼내주는 테치! 혼내주는 테치!”
“테치! 테치! 마마! 귀여운 와타시가 위기인 텟치! 도와주는 텟치!”
“조금만 기다리는 데스! 마마가 금방 도와주는 데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원 삼녀는 친실장만 공격하고 있었다. 자실장이면 모를까 혼자서 성체실장을 빨리 처리하긴 힘들다. 물론 일단 바닥에 눕혀진 이상 친실장에게 승산은 없다.

“데갹! 데갹! 안 되는 데스! 그만두는 데샤아!!”
“끈질긴 데스. 언제까지 와타시의 손을 귀찮게 할 셈인 데스.”
“마마! 도와주는 테치! 도와주는 텟!!”

장녀는 어느 새 목적을 잃어버리고 그냥 패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삼녀는 아직 얼어있다. 무기도 없는 자실장은 동 체격의 자실장을 처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쁜 놈인 테치! 혼내주는 테치!”
“그만두는 테치! 얼굴은 안되는 테치! 우주의 보배인 와타시를 괴롭텟! 마마! 마마!”

친실장을 재기불능으로 만든 원 삼녀는 곧 장녀를 처리했다. 이전까지완 달리 처리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원 삼녀는 장녀의 머리를 뽑아 독라로 만들어 버렸다.

“테? 테?”
“오마에의 머리는 여기 있는데스.”
“테챠아아아아아아! 텟! 텟!”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 데스~. 고기는 다져줘야 맛있는 데스~.”
“마마…. 마마….”
“오마에는 이제 필요 없는 데스.”
“테치?! 마마! 무슨 소리인 텟!”
“자는 또 낳으면 되는 데스~.”

원 삼녀는 장녀로 자신의 장녀를 후두려 팼다. 두 자실장은 순식간에 위석이 부서졌다. 남아있는 건 아직도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삼녀뿐이었다.

“오…오바상. 그만 두는 테치. 심한 짓 하지 마는 테치….”
“걱정마는 데스. 오마에는 살려주는 데스.”
“정말인 텟치? 테?”
“보존식이 부족한 데스. 오마에도 자판기인 데스.”
“테?! 텟테로게. 텟테로게.”
“그만두는 데스…. 와타시의 자를 건드리지 마는 데스. 마마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데스.”
“벌써 재생한 데스? 정말 귀찮게 하는 데스.”
“데갸갸갸갸갸!”
“마마는 이제 오래 산 데스. 적당히 와타시에게 물려주는 데스~.”

원 삼녀도 자신의 두 눈을 초록색으로 바꿨다. 곧 배가 불러진 원 삼녀는 태교를 하기 시작했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명절은 정말 좋은 데스~. 계속 명절이면 좋겠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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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이주해 온 샤라칸이라고 하는 데스. 잘 부탁드리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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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SharkVolt | 작성시간 19.03.24 ㅋㅋㅋㅋ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제가 첫 추천이군요! 앞으로도 많은 활동 부탁드려요!
  • 작성자prafit | 작성시간 19.03.24 흔한 분충. 어차피 다음번엔 털 친도 없으니 굶어 죽겠죠
  • 작성자리스구아 | 작성시간 19.04.09 이거 나중에 만화로 그려도 될까요
  • 답댓글 작성자샤라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4.18 네. 그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글을 너무 늦게 봤군요.
  • 작성자미도링 | 작성시간 19.04.13 ㅋㅋ 이게 바로 실장석다운 명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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