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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얘기들

루이비통 홀린 한국산 장어가죽

작성자푸른산|작성시간17.10.08|조회수2,163 목록 댓글 0




2017.10.04



[히든챔피언] ②‘장어가죽=코리아’ 루이비통 홀린 한국산 장어가죽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탄생한 스와로브스키는 모조 큐빅 하나로 세계를 평정했다. 국내에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세계 패션 시장에서 승자가 된 이들이 있다. 남다른 기술과 전문성으로 한국의 스타일을 세계에 알린 숨은 강자들을 알아보자. [편집자 주]

한국은 세계 최고의 장어 가죽 생산국
가볍고, 질기고, 발색력 우수… 소가죽보다 2배 비싸게 팔려
식품 부산물로 만드는 장어 가죽, 친환경 가죽으로 인기

선명한 색상 대비가 인상적인 펜디의 장어 가죽 가방, 펜디의 페퀸(Pequin) 원단을 재현한 장어 가죽 가방(왼쪽)은 300만 원대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조기 완판’을 기록했다./사진=펜디
선명한 색상 대비가 인상적인 펜디의 장어 가죽 가방, 펜디의 페퀸(Pequin) 원단을 재현한 장어 가죽 가방(왼쪽)은 300만 원대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조기 완판’을 기록했다./사진=펜디

전 세계 장어 가죽(eel skin) 시장에서 ‘코리아’는 보증수표로 통한다. 펜디, 루이비통, 돌체앤가바나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품들이 모두 한국산 장어 가죽을 사용했다. 식용 바닷장어로 만들어지는 장어 가죽은 얇고, 튼튼하고, 색감이 독특해 인기를 얻고 있다. 식품의 부산물(by product)로 만들어지는 만큼, 환경오염에 주범이 되는 가죽 산업을 대체할 대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 한국 가공기술 최고… 명품도 한국산 장어 가죽 고집

장어껍질을 처음 가죽으로 만든 나라는 뉴질랜드였다. 하지만 색감과 촉감이 좋지 않아 상업화에 실패했다. 남미나 중국에서도 장어 가죽을 만들지만, 한국보다 품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장어 가죽은 얇고 찢어지기 쉬워 가공 과정에서 섬세한 손기술이 요구되는데, 아직 한국의 솜씨를 따라잡는 나라가 없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장어 가죽은 수출 효자 상품이었다. 하지만 인건비와 재료비가 크게 오르자 하나둘 사업을 접었다. 설상가상으로 소가죽과 양가죽, 합성피혁 등이 유입되면서 장어 가죽 산업은 자연스레 쇠퇴했다.

루이비통은 2015 F/W 컬렉션에서 한국의 장어 가죽을 사용한 의류와 가방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사진=루이비통
루이비통은 2015 F/W 컬렉션에서 한국의 장어 가죽을 사용한 의류와 가방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사진=루이비통

한국산 장어 가죽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세계적인 명품 업체들이 장어 가죽의 가치를 알아보면서다. 칼 라거펠트가 수장으로 있는 펜디는 2011년 S/S 컬렉션에서 빨강과 파랑 가죽이 들어간 가죽 가방을 선보였는데, 여기에 사용된 게 한국산 장어 가죽이었다. 당시 300만 원대에 팔린 펜디의 장어 가죽 가방은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매진 세례를 기록했다. 이후 루이비통, 토리버치 등도 한국의 장어 가죽으로 만든 의류와 가방을 선보였다.

◆ 가볍고, 질기고, 선명한 색감으로 인기… 소가죽보다 2배 비싸

장어 가죽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염료를 쉽게 흡수하기 때문에 발색력이 우수하다. 어류라는 특성으로 일반 가죽과 달리 차가운 질감을 지니는데, 패션 애호가들은 이를 독창적이고 독특한 특징으로 여긴다.

하지만 장어 가죽은 손질이 어렵고 손이 많이 간다. 미역처럼 돌돌 말려 건조된 가늘고 긴 가죽을 일일이 펴고 각각의 긴 조각을 이어 붙여 원단을 만드는데, 이 과정만 30~45일이 소요된다. 그래서 가격도 소가죽보다 2배 이상 비싸게 거래된다.

장어 가죽 3㎡ 원단 한 장의 무게는 2g에 불과하다. 얼핏 보면 얇고 광택이 있고 부드러워 비닐 같지만, 인장력(引張力∙당겨지는 힘)이 뛰어나 같은 두께의 소가죽보다 1.5배나 질기다. 실크처럼 부드럽고 컬러 표현도 자연스러워 천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유럽인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다.

현재 장어 가죽을 생산하는 국내업체는 네 곳으로, 한 해 약 500만 장 정도가 생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어 가죽은 천연가죽과 합성피혁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라고 평가한다.

장어 가죽은 손질이 어렵고 손이 많이 가 한 장의 원단을 만드는데 30~45일이 걸린다. 하지만 가볍고 튼튼하고 발색력이 높아 소가죽보다 2배 비싼 값에 팔린다./사진=HY인터내셔날
장어 가죽은 손질이 어렵고 손이 많이 가 한 장의 원단을 만드는데 30~45일이 걸린다. 하지만 가볍고 튼튼하고 발색력이 높아 소가죽보다 2배 비싼 값에 팔린다./사진=HY인터내셔날

장어 가죽 핸드백 브랜드 뽐므델리를 운영하는 HY인터내셔날의 정희윤 대표는 “장어 가죽은 한국만이 만들 수 있는 독창적인 콘텐츠로,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자산”이라고 말한다.

영국에서 패션 마케팅을 전공한 정 대표는 한국에 관광 온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의 작은 구멍가게에 들렀다 장어 가죽으로 만든 지갑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 대표에게 장어 가죽 지갑은 할머니의 촌스러운 지갑처럼 특별할 게 없었지만, 친구들은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소재에 극찬을 늘어놨다.

“알고 보니 장어 가죽은 한국에서만 생산되는 소재였어요. 그 길로 장어 가죽 핸드백 브랜드를 론칭했죠.” 정 대표는 현재 영국, 프랑스, 미국, 덴마크, 호주 등에 장어 가죽 핸드백을 수출하고 있다.

◆ 식품의 부산물로 만든 친환경 가죽… 뱀∙악어가죽 대체할 ‘특피’로 각광

세계 시장에서 장어 가죽은 뱀과 악어가죽을 대체할 특수피혁 소재로 인기가 높다. 특히 식용 어류의 부산물을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업사이클링(Up-cycling) 소재이자 친환경 소재로 높이 평가된다.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원재료를 채취하지 않고, 일반 가죽처럼 털을 제거하고 염색하는 과정에서 독성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어 가죽의 장점이다.

장어 가죽은 친환경 고부가가치 패션 소재로 평가된다. 사진은 뽐므델리의 장어 가죽 핸드백./사진=HY인터내셔날
장어 가죽은 친환경 고부가가치 패션 소재로 평가된다. 사진은 뽐므델리의 장어 가죽 핸드백./사진=HY인터내셔날

생선 껍질 특유의 독특한 질감과 색감도 장어 가죽의 매력이다. 환경과 지속가능성 등 사회적 책임이 필수가 된 시대, 장어 가죽은 고부가가치를 지닌 패션 소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뉴욕 아트앤디자인 뮤지엄에서 바잉을 해갈 만큼 소재와 디자인 면에서 독창성을 인정받았다”라며 “해외 바이어들은 제품의 외형뿐만 아니라 원료의 가공법과 폐수 처리법까지 꼼꼼히 확인합니다. 그들은 버려지는 소재인 장어 껍질을 가죽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장어 가죽의 가치를 높게 평가합니다”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9/2017092902443.html#csidxd5ce30433e4d063bc743eea32bf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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