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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전통가옥

한옥을 짓는 세 남자의 마당이 있는 "삶"

작성자채호성|작성시간22.09.24|조회수791 목록 댓글 1

한옥을 짓는 세 남자의 마당이 있는 "삶"

 

환경이 삶을 바꾼다고 믿는 남자들이 있다.

그들은 공간을 설계하고, 마당의 기능에 주목한다.

그리고 마당이 우리 시대에 필요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한옥을 짓는 세 남자를 만났다.

◆ 조정구 | 구가도시건축
한옥 호텔 경주 라궁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가회동 소안재, 진관사 등을 건축했다.

↑ 2012년 건축한 종로구 가회동의 하선재다. 마당을 중심으로 각 공간들이 연결된다.


북 촌로의 한옥 길을 따라 삼청동 고개 방향으로 오르다 보면 조정구의 건축사무소 구가도시건축이 보인다.

인터뷰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잠시 주변을 구경했다.

사무소는 북촌로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올라갈 정도로 좁은 골목길에 맞닿아 있다.

골목은 세 채의 한옥으로 둘러 막혀 있는데, 골목 가운데 평상이 펼쳐져 있었다.

자동차가 드나들 수 없고, 주민이 아닌 이상 드나들 일 없는 골목이다 보니, 길을 막고 있어도

아무도 불평하는 이가 없는 모양이었다. 몰래 남의 평상에 드러누웠다.

평일 오후의 서울 하늘이 조용히 펼쳐졌다. 새소리가 들렸고, 시내 한복판이었지만 마음이 편안했다.

한옥 마당에서 보는 하늘은 이런 모습일까? 조정구 건축가에게 한옥 마당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조정구의 건축들에는 마당이 등장하고, 또 마당의 나무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어떤 형식으로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한옥과 같은 목구조 집의 장점은 늘 열려 있다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공간을 열 수 있고, 풍경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유리창과는 다르다.

한옥에는 공간적인 틀을 사용해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방법이 있고,

또 창이나 프레임을 통해 내부의 공간과 풍경이 함께 보이는 구조를 만들어 풍경을 실내로 담아내는 방법이 있다.

자연이 편안함 속으로 들어오는 거지.


↑ 판교 함양재는 한옥과 양옥을 합체한 마당 집이다. 양옥과 한옥을 ‘ㄱ’자로 이어 붙였다.


하지만 한옥에는 현대 생활과 동떨어지는 부분들이 있다. 방범이나 지하주차장 같은 것들 말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큰 틀에서는 가능하다. 하지만 본래 한옥에 없는 것을 기대하면 문제가 생긴다.

대지는 작은데 주차 공간을 원한다면 한계가 있다. 또 한옥 골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한옥마을에 골목을 넣으면 입주자들이 싫어한다. 골목 안쪽에 살게 되면 주차장과 멀어져 불편하기 때문이다.

꼴값한다는 말이 있다. 생긴 대로 사는 것인데, 우리는 원하는 대로 살고 있다. 한옥은 냉난방, 전기통신,

방범 뭐 하나 안 되는 것은 없다. 현재 짓고 있는 한옥을 보면 위층은 전통적인 한옥 구조고,

아래층은 지하로 이어지는 차고가 있다. 지하는 현대적인 거실과 정원, 현관도 있어서 모던한 생활이 가능하다.

한옥은 우리 삶에 맞춰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한옥을 규정 짓는 기준은 무엇일까?
전통 한옥 목구조에 기와지붕을 얹은 것이다. 일반적인 기준이고, 지자체가 정하기도 한다.

강원도에서는 너와집을, 제주도에서는 처마에 돌을 사용한 것을 한옥으로 본다.


↑ 판교 함양재는 외벽이 곧 건물이다. 외부에서 마당이 보이지 않아 사생활이 보호된다.


왜 사람들이 다시 한옥에서 살려고 하는 걸까?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데,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한옥이 재생산되면서 부흥하는 것 같다.

한옥의 가장 큰 매력은 마당이다. 우리는 마당을 중심으로 생활해왔다.

자연의 일부를 잘라서 마당과 방을 구성했다. 시멘트 기와로 담장 집을 지어도 그렇게 살았다. 우

리에게 그 유전자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다.

아파트는 그런 점을 개선해 편의성을 갖추고 등장했다.

아파트의 거실을 한옥 마당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지만, 거실과 마당은 다르다. 자연하고 떨어져 있으니까.

우리 마당은 보는 용도가 아니라 쓰는 용도다. 마당을 통해 화장실에 가고, 이불을 널고, 잔치를 벌인다.

근엄한 일만이 아니라 상스러운 일도 했다. 현대 건축 역시 마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 건축이든 한옥이든 마당은 우리 시대 집으로서 힘을 가질 것이다.

마당이란 실용적인 공간인데, 그게 없어지고 나니 다시 필요성을 느낀다는 뜻인가?
맞다. 최근에 작업한 소소원의 집주인은 조경을 배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마당 집을 만들었는데, 정원이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웃집들은 미국식으로 마당을 비웠는데,

소소원은 건물로 마당을 둘렀다.

사적인 영역이 보장되면서 마당에서 영화를 보고, 애들과 놀기도 한다.


↑ 1.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가회동이다. 마당 중앙의 고목은 집 안 어느 곳에서나 보인다. 2. 지난해 설계한 은평 한옥이다. 전통적인 한옥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차고를 만들었다.

지하주차장은 지하의 현대식 주거 공간과 연결된다.

3. 진관사의 오래된 초가를 대대적으로 수선했다.

기와들 사이의 초가는 깊은 시간성을 드러낸다.


사적인 공간을 보호하는 측면은 한국인의 성향과 잘 맞는 것 같다.
한옥은 마당 집이라는 점에 기반을 두고 출발했다. 마당 집에 사는 사람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유연하면 더 좋은 집을 얻을 수 있다. 주차 문제나 골목 문제도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한옥의 전통만 고집하면 고생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마당이 있는 집의 형태가 한옥에 가까운 것일 뿐, 사람들이 한옥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겠지?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한옥의 경험이 많지 않은 세대로 바뀌었기 때문에 한옥의 뉘앙스나 정신,

마당 집의 개념을 통해 충분히 자기 삶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을 통틀어 '우리다움'이라고 생각한다.


↑ 진관사 템플스테이 역사관은 약 760.3㎡ 규모의 현대식 지하 시설과 법당으로 구성했다.


설계할 때 집착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하나는 의뢰인의 현재 삶과 앞으로 삶의 모습을 알려고 한다. 삶의 의지에 맞춘 집을 만드는 데 집착한다.

두 번째는 마음이 편한 집이다. 건축적으로 훌륭해도 집주인이 힘들면 안 된다.

그리고 마당이다. 마당을 넣으면 앞서 말한 두 요소가 적절히 융화된다.

설계한 한옥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집은 어디인가?
지금은 은평 한옥인데, 하나 더 꼽자면 진관사다. 어려운 시기를 많이 보냈고,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

개인 주택은 1백 년만 사용해도 굉장히 오래된 것인데, 진관사는 천년 고찰이라고 부른다.

내 손주가 진관사를 증조할아버지가 설계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 테니, 그런 생각을 하면 꽤 괜찮은 작업인 것 같다.


↑ 진관사 템플스테이 역사관의 법당이다. 9m 크기의 거대 서까래를 이용해 단순한 구조로 만들었다. 천장에 시선을 뺏기지 않고, 명상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은평 한옥은 어떤 집인가?
지금 짓고 있는데, 새로운 구조를 만들었다고 나름 자평한다. 작은 대지에서 주차 문제를 해결했고,

생활의 여러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심의에 유사품들이 들어온다는 소문도 들었다.

현대 한옥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구자라고 부르면 거창할까?
하하, 그렇게 부르니 옛날 사람 같은데.

+ 건축가 조정구
현대 건축가 조정구가 어느덧 한옥 건축가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그의 최종 목표는 한옥이 아니다.

그는 우리 시대의 집, 그러니까 우리 삶에 맞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한옥을 짓는 것은 단지 그가 의뢰받은 프로젝트 중에 한옥이 많기 때문이다.


◆ 권현효 삼간일목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이사다. 2013년에는 산청 율수원으로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올해의 한옥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산청 율수원은 약 2,644.6㎡ 규모의 대지에 8채의 한옥을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서촌은 동이 참 많다.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고,

복잡한 골목들은 낯선 곳에서 시작해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이어진다.

집들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지라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수도 없다.

자동차를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다. 그럼에도 권현효 소장을 따라 골목 깊이 위치한 누하동 한옥에

들어서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약 49.6㎡ 규모의 작은 집이지만 둘러보는 데 한참이 걸렸다.

작은 공간이 여러 층으로 구성되었고, 세세한 특징과 구조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다.

학교 담벼락을 마주하고 있으나 풍경은 조용하고, 멀리 경찰청과 남산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외부에서는 들여다볼 수 없으나, 이곳에서는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다.

툇마루에 앉으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보였다. 오는 길은 불편했지만, 머무는 동안은 평화로웠다.

환경에 삶을 맞춰가는 것이 한옥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권현효 소장의 철학이 느껴졌다.


↑ 산청 율수원은 전통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사대부의 사상을 건축에 녹여냈다.


한옥 건축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국의 건축가가 한옥을 설계하지 못하면 누가 하겠나?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문화재가 아니라 생활형 한옥을 만들려고 했다. 답사도 하고, 시공 도면을 보며 연구도 하고,

현장에서 목수들과 이야기하면서 배운 것도 많다.

생활형 한옥과 기존 한옥은 어떤 차이가 있나?
기본 목구조는 과거와 같고, 공법의 차이다.

예전에는 벽체를 구성할 때 대나무나 갈대를 넣고 황토 진흙을 발라서 만들었다면,

지금은 시멘트 벽돌을 쌓아서 미장한다. 나는 단열을 위해 단열 벽체를 만들어서 끼워 넣는다.

공간과 재료, 기술적인 변화다. 나머지 구성이나 목구조는 동일하다.

한옥은 오래 세월을 거쳐 완성해온 건축 양식이다. 그동안 쌓아온 결과물이기 때문에 기둥과 창호의 크기,

목구조 방식 등을 하나만 달리해도 전체가 어색해진다. 작은 것부터 큰 부분까지 조화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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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박민희 | 작성시간 23.03.02 삼일절 휴일은 즐겁게 보내셨나요?
    영상의 기온인데 바람불어 춥네요
    평년보다기온이 낮다니 감기 조심해야겠습니다.
    오늘도 행복만땅한 하루 보내세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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