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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손수 지은 안면도 황토 흙집

작성자이승진|작성시간22.06.08|조회수159 목록 댓글 1

2년 동안 손수 지은 안면도 황토 흙집

- 바다로 가는 길목에 지은 소담한 흙집 한 채

 

흙집을 2년 동안이나 지었다기에 흙으로 대궐을 짓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돈이 없어서 집 짓는 것이 오래 걸렸다고 말해버립니다. “돈이 없어 혼자 지었고 그러다 보니 오래 걸리데요? 허허허” 격식 차리는 것도 싫고 가식도 싫어 훌훌 털어 내니 솔직한 속내만 남더라는 그이지만 2년 동안 공들인 정성과 애착은 마음에도 담을 수 없을 정도 입니다. 2년간 각고하며 지어낸 그의 흙집 짓기 여정을 회고합니다.

처음에는 쉬울 줄 알았습니다.
지천에 널린 것이 흙이요, 쌓으면 집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어릴 적에 흙집 살았던 기억이 그에게 용기를 부추겼습니다.

“1년에 한번씩 추석 전후쯤으로 해서 집을 보수했던 기억이 생생했습니다.”그 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랬습니다.

 

집단장도 새로 할 겸, 금이 가고 갈라진 벽에 재흙을 개어서 빗자루로 엷게 바르면 거짓말처럼 말짱 새집이 되곤 했습니다.


그는 홀어머니도 건강히 모시고 하고 싶은 일도 하며 살기에 이것만한 것이 없겠다 싶어 당장 집짓기에 매달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부터 골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한 번 손댄 집을 접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어린 아이와 부인, 그리고 늙은 어머니와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내보겠다고 시작한 일을 이렇게 허무하게 관둘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흙집 짓는 노하우를 배우고자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러나 흙집을 성공적으로 지었다는 사람도, 흙집을 전문적으로 짓는다는 업체도 좀처럼 비법을 가르쳐주려 들질 않았습니다.

야박한 인심이야 속상하지만 탓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는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6개월 간 흙집을 터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드디어 집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어김없이 실패는 찾아왔습니다.

 

흙을 너무 모른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흙이라고 해서 다 같은 흙이 아니었습니다. 흙끼리 서로 좋아 응집하여 단단해지는 흙, 서로 싫어 밀어내고 떨어지는 흙 등 다양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 중 가장 집짓기 좋은 흙이 황토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황토의 질도 천차만별이라 황토라고 무작정 쓰면 골탕 먹기 딱이었습니다. 결국 흙집 짓는데 으뜸 황토는 노르스름한 색의 여주 황토, 우리가 흔히 황토라고 알고 있는 붉은색 적토, 그리고 매흙을 최고로 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저는 마침 운이 좋았습니다. 집 가까운 동네에서 적토를 쉽게 구했습니다.”1.5톤 덤프트럭으로 다섯 차를 실어 나르며 집을 짓기 시작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흙이 집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고 기둥을 세우는 중심 공사는 흙으로 감당하는 것이 무리였습니다. 게다가 흙은 타 자재와 접착이 쉽지 않은 재료라서 순수 흙집만을 상상했던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라고 만만하게 봤다가 된통 혼이 난 셈입니다. 결국 그는 기둥은 흙 대신 나무와 벽돌을 쌓는 조적공사를 혼용했습니다. 아주 흙으로만 짓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안심도 잠시, 또 새로운 문제가 그를 찾아왔습니다. 바로 ‘낙숫물’입니다. 비가 오면 처마에서 떨어져 흙벽으로 튀는 낙숫물 때문에 아랫부분이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황토의 강력한 흡수력이 문제였습니다.

 

“흙집과 물이 상극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낙숫물이 튀어 오르는 1m까지는 흙 대신 돌을 쌓아 지반을 앉히고 허물어지는 것을 막았습니다.”또한 비를 막을 수 있는 재질을 흙에 섞어 외장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외장을 철저히 한다 해도 본래 흙이 지닌 수축·응집성까지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바로 흙집의 가장 난제로 남고 있는 ‘균열’이 복병이었습니다.균열은 겨울에 더 심했습니다. 물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안으로 밖으로 흙집은 사정 봐주지 않고 갈라졌습니다.

 

할머니 이마의 주름 같은 굵은 금들이 그의 마음속에서도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졌습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지만 역시 정답은 단순한 곳에 있었습니다.

 

” 괜히 꼼수를 쓰지 않고 옛 선인의 지혜를 조금만 빌려도 해결책은 가까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푸라기와 소금이 그의 구세주였습니다. 흙이 짚과 섞이면 균열을 막았고, 소금은 흙끼리 엉겨 붙는 힘을 강하게 했습니다. 게다가 소금은 집의 부식과 벌레도 막아줘 자본금이 넉넉지 않았던 그에게 효자가 따로 없었습니다.

 

이제 그는 흙집 박사가 다 됐습니다. 흙과 함께 마사나 모래를 섞으면 수축이 덜하다는 것도 알았고, 넓은 하우스 비닐을 사다가 그 위에서 흙을 게면 몇 날 며칠이고 찰지고 부드럽게 황토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것은 모두 그가 2년간 흙집과 몸으로 싸워 이기며 얻은 살아있는 진리입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그의 집이 미완성이라고 말합니다.

 

“살다 보면 보수해야 할 부분도 생기고, 또 나 원하는 대로 고쳐갈 일도 많은데 이렇게 허술한 집을 두고 다 지었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습니다.”그의 황토집은 현재 살림집이자 전원카페 ‘시골풍경’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흙집을 지어낸 이력도 그러하지만 그의 카페에 가면 유독 눈길을 끄는 이채로운 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창문’입니다. 이는 건축 당시 자금이 달려 실제 버스 창문을 가져다 쓴 것인데 그것이 오히려 운치를 더합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카페에서 내어 파는 작설차가 일품이며 차한잔 마시며 ‘버스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골의 정다운 풍경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관동유람이라도 가는 듯한 기분이 절로 든다고 말합니다.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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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라스뗄라 | 작성시간 22.09.13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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