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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출신이 쓴 周易 해설서 보고 느낀 점 (feat. 漢字 많음)

작성자濟暗,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작성시간24.04.13|조회수1,001 목록 댓글 9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중에 일당백이란 게 있다.

 

'일생 동안 당신이 읽어야 할 백권의 책'이라는 주제로, 누구나 품었을 법한 의문이나 고민을 신간이나 고전으로 다뤄 본다. 그렇게 읽은 책이 〈오십에 읽는 주역〉이다. 제목에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 어그로를 끈 것처럼, 처음엔 '뭔가 어려운 말을 잔뜩 써놓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 반, 호기심 반이었지만, 글이 아주 쉬워서 자칫 '별거 없네'라고 오만함이 들 정도로 잘 읽힌다. 하지만 孔子가 가죽끈 세번 끊어지게 읽었다(韋編三絶)는 바로 그 〈周易〉을 나 같은 까막눈도 술술 읽히니, '역시 서울대 출신은 뭔가 달라도 다르군!' 하는 생각도 든다.

 

책에 나오는 걸 3개만 골랐다.

 

 

 

 

一. 1000년 사는 나무보다, 100년 사는 사람이 더 진하게 산다

 

 

바위나 나무 같이 정신(精神)이 없는 것을 기립지물(氣立之物)이라 하는데, 바위나 나무는 그 형체(氣)만 있을 뿐, 뽑으면 뽑히고, 베면 베인다. 그러나 곰이나 사람은 신기지물(神氣之物)이라 하여, 몸(氣) 안에 정신(神)이 있어 스스로 뭘 할 수 있다. 하지만 곰은 때가 되면 겨울잠을 자야 하나, 사람은 눈보라가 몰아쳐도 자기 할 일을 할 수 있게 태어났다. 이때 사람이 원하는 바를 얻으려면, 시련을 통해 단련되어야 한다. 쇠를 불에 달궈야(鍛鍊) 칼이 되듯이, 힘든 걸 견뎌야 결실을 낸다. 

 

 

 

 

非詩能窮人

비시능궁인

窮者詩乃工

궁자시내공

 

시가 사람을 궁하게 하는 게 아니라,

궁한 사람이라야 시가 공교해진다오.

 

목은 이색(李穡)

1328 ~ 1396

 

 

 

 

 

二. 비우려고 하면 채워질 것이다

 

 

周易에 따르면, 사람은 원래 한 20%정도 부족하게 태어나는데,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길이 人生이다. 흔히 팔자(八字)가 좋다 나쁘다 할 때 八字가, 내가 가지고 태어난 80%다. 부족하게 태어난 게 억울할 수도 있지만, 100% 완전한 건 神 말고 뭐가 있겠는가? 그러면 애초에 태어나고 자시고 할 것도 없겠다. 그런데 왜 부족하게 태어나서 채우려고 하는 사람한테, 채우려 하지 말고 비우라고 하는가? 白馬非馬 같은 소리 아니냐 하실 수 있겠으나, 뭔가 論理가 아닌 直觀으론 '채우려면 비우라'는 말이야말로 타당하다. 들어설 자리가 없는데, 어떻게 들이겠는가?

 

 

 

 

夫自損者必有益之

부자손자필유익지 

自益者必有決之

자익자필유결지

吾是以歎也

오시이탄야

 

무릇 스스로 덜어내는 자는

필히 더하게 될 것이고,

스스로 더하려는 자는

필히 무너지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감탄하는 것이다.

 

孔子

BC 551 ~ 479

 

 

 

 

 

 

三. 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

 

 

天下에 春夏秋冬이 있듯이, 人生과 하루에도 계절이 있다. 하지만 달이 차면 기운다고 해서, 달이 다시 안 뜨는 건 아니다. 20% 부족하게 태어난 사람처럼, 세상도 끊임없이 채우고 비우며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이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이 곧 그 사람의 세상이 될 것이다. 슬픔에 젖은 이는 떨어진 꽃잎을 보고 더욱 슬퍼할 것이되, 그래도 해내려는 이는 좀 다르게 보지 않겠는가?

 

 

 

 

다시 피려고 떨어졌나 보다

어느새 바닥에 붙은 꽃잎은

 

濟暗 李公

19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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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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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濟暗,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3
    읽으려면 소학부터 보면 되겠습니까 순서가?
  • 작성자ImageMaster | 작성시간 24.04.16 선배님 글 자주 읽는데 한자 쓰실때 괄호로 한글도 적어주시면 저같은 한자세대 아닌 후배도 이해에 많은도움이 될거같습니다 ㅎ
  • 답댓글 작성자濟暗,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6
    아! 안녕하세요!

    우선, 별 볼일 없는 글 너그럽게 보아주시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잘난 척하려고 한자 쓰는 거긴 하지만...

    가끔은 나름 필요해서 한자만 표기할 때가 있습니다 ㅠㅠ

    그래도 귀한 말씀 새겨듣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 작성자minhoo | 작성시간 24.04.17 오늘 이 귀한 아침에,
    이 글을 읽고 감동받았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濟暗,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7
    아이구 선생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까지 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굿~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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