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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온다

작성자물푸레|작성시간19.02.25|조회수93 목록 댓글 0

고양이 온다


얌전한 햇살 건너 고양이가 온다
앞발을 모으고 꼬리를 둥글게 말고 앉아
나를 쳐다본다
너의 노란 눈과 나
나의 검은 눈과 너
문을 열자마자 너는 달아난다
아무에게나 나를 보여주지는 않아
부끄럼 많은 스무 살 처녀처럼
담벼락 훌쩍 넘어 빈 집으로 숨는다
내려앉은 지붕 위에 풀이 자란 곳
새침한 수염의 입을 벌리고 뒤돌아 본다
내일은 너의 등을 내밀어보렴
가만가만 햇살을 쓰다듬어 줄게
언덕의 가장자리처럼 둥근
엉덩이를 어루만져 줄게
너의 몸을 핥듯이
아무에게도 내보일 수 없는 심장을 핥아주렴
헛헛하고 창백한 마음을 핥아주렴
안으로 더 깊은 속으로 새벽같은
달을 데리고 나에게 오렴
얼룩무늬 배를 뒤집고 마당을
뒹구는 봄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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