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며칠 전, 수덕사 방장이신 설정 큰스님을 뵙고 인생을 물은 책,
"어떻게 살 것인가'를 출간했습니다. 어제 일간지, 불교계지와의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비로소 한숨 돌리고 있습니다.
2년 여 동안 인터뷰 진행과 원고작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것을
책의 '대담자 서문'으로 대신하면서
금강카페 도반님들의 애정어린 조언을 기다립니다.
승진행 박원자 합장_()_
대담자 서문
인생을 묻고 싶었던 선지식을 만나다
스님들을 만나 인생을 묻고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하고 살아온 지 어느덧 25년이다.
그 세월은 늘 행복함으로 충만했고 내 인생도 아름답게 변화했다고 감히 고백하고 싶다.
그러한 행복한 시간의 강물을 건너오면서 가장 최근에 만나 뵙고 인생을 물은 선지식이
수덕사 덕숭총림 방장이신 설정스님이다.
스님과의 첫 만남은 십오륙 년 전 문경 봉암사에서였다.
먼 산에 눈길을 둔 채 선방 툇마루에 앉아 계시는데 얼굴에 웃음이 하나 가득이었다.
온통 흰 눈썹에 온화하고 환한 미소,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듯 무심하고 고요했던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
큰 병고를 치른 뒤 선방에서 안거를 나고 있던 중이었다는 걸 이번에 인터뷰를 하면서 알았다.
그날 스님을 먼 벌치에서 뵈면서 언젠가 한번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한 생각을 내는 순간 하늘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금언이 10년 후 현실이 되었다.
몇 년 전 선지식들에게 인생을 물은 책 ‘인생을 낭비한 죄’ 출간을 앞두고 스님을 떠올렸다.
책의 주제인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사는 방법에 대해 누구보다 좋은 말씀을 해주실 것 같아 수덕사로 달려갔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요?”
아무런 준비 없이 객을 맞았으나 스님의 진솔한 말씀은 흐르는 물처럼 막힘이 없었고,
두 시간 말씀을 듣는 동안 마음이 확 트이면서 용기와 희망이 샘솟았다.
“인생은 정성을 다해 사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없습니다. 나의 참 생명을 드러내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십시오.”
스님께서 하신 원고지 50매 정도 분량의 말씀은 읽고 또 읽어도 처음 듣는 듯 새로웠다.
삶에 용기와 지혜가 필요할 때마다 스님이 하신 말씀들을 상기하면서 좀 더 깊은 인터뷰를 통한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삶의 용기를 얻고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냈다.
스님의 상좌인 주경스님을 만나 이러한 생각을 전했더니,
‘그러잖아도 은사스님의 삶과 법문을 담은 책을 내드리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며 뜻을 함께 했다.
그런데 정작 스님께서 흔쾌히 동조하지 않으셨다. 아직 구경究竟에 이르지 못했으며,
일생을 담은 책을 내기에는 모순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부처님 경전으로 책은 충분하지 않느냐고 하시는 스님을 설득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진실하고 사람답게 잘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말씀을 해주십시오.”
나의 간곡한 부탁을 스님은 중생에 대한 자비심으로 끝내 물리치지 않으셨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승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이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해서 얘기해봅시다."
지금, 여기에 몰입해서 최선을 다하고 사는 것이 인생의 핵심이자 행복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2년여에 걸쳐 이루어진 열네 번의 인터뷰는 매번 열정적이고 감동 깊었다.
“우리가 사는 게 뭡니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나는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 존재인가? 삶의 보람은 무엇이며 나의 사명은 무엇인가,
이걸 확실히 알고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입니다.”
인생이라는 광활한 무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승가에 들어온 출가자들의 사명은 무엇인지,
누구나 지니고 있는 참 생명을 드러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정성을 다해 말씀해주신 것을 그대로 기록했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의 근간은 우리 삶의 영원한 테마인 ‘어떻게 살 것인가’(2부)에 있지만, ,
스님의 삶과 수행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큰 축을 이루었다.
용기와 위로가 필요한 세상 사람들을 위해서 기꺼이 속내를 꺼내 보인 스님의 삶은
결코 쉽고 편하게 살지 않겠다는 자신의 좌우명을 실천한 신념과 열정의 흔적이었다.
스님은 1954년 열네 살에 출가해서 승가 안팎의 격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강원과 대학을 마쳤다.
수덕사 본사 주지와 조계종 종회 의장을 역임하면서 부처님과 세상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는 세월을 살았고,
생사를 넘나든 병고를 이겨낸 뒤 출가 본사인 덕숭산 수덕사로 돌아와 후학들과 함께 매 안거마다 치열하게 정진하고 있다.
출가에서부터 총림의 방장으로 있으면서 수행의 현장에 있는 현재까지의 삶을 1부에 담았다.
그리고 승가에게 전하는 스님의 간곡한 메시지를 3부에,
수덕사의 수행전통의 뿌리인 경허선사의 삶과 사상을 스님의 말씀을 통해 기록한 것을 4부에 담았다.
적지 않은 세월 스님들의 삶의 글로 써온 작가로서
한국불교 역사의 현장을 통과해온 스님들에 대한 1차적인 기록이 한적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껴왔다.
생존해 계실 때 생생한 증언을 통해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포교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이 책에 가지는 중요한 의미는 불교 역사의 한 복판을 가로질러 온 스님에 대한 일차적 기록에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 이순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스님의 인문학적 메시지가 담겨있어
삶을 잘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설정 스님은 스님들 사이에서 가장 스님다운 스님으로 평을 받고 있고,
또 후학들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스님으로 꼽힌다.
그러한 스님을 가까이에서 뵙고 인생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행운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도 이 책을 내는 이유 중의 하나다.
많은 분들이 스님의 삶과 말씀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전해 받았으면 더할 수 없는 보람이 되겠다.
다만 대담자의 부덕함으로 인해 스님의 내면의 향기를 다 전하지 못함을 아쉽게 여기며 이 책을 펴낸다.
끝으로, 만나 뵐 때마다 온 정성과 최선을 다해 작가의 질문에 답을 해주신 설정 큰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깊은 삼배를 올린다.
스님을 뵈면서 쉽고 편한 길을 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배웠고,
선지식은 자신은 버리고 온전히 뭇 생명을 위해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2016년 4월 세상의 꽃들이 만발한 날
이 책을 읽고 모든 생명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박원자 두손 모음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勝進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5.25 감사합니다. 며느님 얻고 더 행복하시죠? ^^ 묘금륜원에서 정진할 때 꼭 한 번 오세요. 나무아미타불!!_()_
-
답댓글 작성자대덕성 작성시간 16.05.26 勝進行 네 보살님 시간 맟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_()_
-
답댓글 작성자勝進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5.27 대덕성 네, 반갑습니다. 나무아미타불!_()_
-
작성자최인근 작성시간 16.05.31 낮고 깊음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부처님의 은혜를 갚으며 살아야 하는데 ...
수행의 고삐를 다잡아봅니다 고귀하신 마음 다시 보여주시니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
답댓글 작성자勝進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6.01 잘 지내시죠? 묘금륜원 한 번 오셔야죠? ^^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