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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디지털농업] ‘큰 마을’ 살리는 ‘작은 학교’

작성자룰루랄라|작성시간19.05.22|조회수70 목록 댓글 0

‘큰 마을’ 살리는 ‘작은 학교’


- 제주 신풍리 어망아방잔치마을

제주도의 마을은 크고 넓다. 마치 마을 하나가 육지의 면 크기처럼 느껴진다. 신풍리 어망아방잔치마을은 명실공히 제주도를 대표하는 체험마을이다. 그러나 이 마을에도 농어촌 통폐합의 바람은 비껴가지 않았다.마을공동체 사업으로 농촌마을에 작은 학교가 왜 그토록 중요한지 꼭 증명해 보이겠다는 마을 사람들의 포부가 당차다. 글·사진 정기석


폐교 위기 몰린 풍천초등학교 “우리 아이는 전교생이 33명인 풍천초등학교에 다녀요. 1학년입니다. 사실 제주시로 이사 가서 시내학교에 입학시키려는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함께 자유롭게 커가는 게 아이에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작은 학교가 살아 있는 이곳 신풍리에 남기로 한 거죠.

그런데 우리 아이가 다니는 풍천초등학교? 내년 말이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해요. 제주도교육청에서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으로 정원 60명이 되지 않는 학교는 문을 닫으라고 합니다. 다니던 아이들은 동무들과 뿔뿔이 흩어져 낯선 학교로 전학 아닌 전학을 가게 생겼어요.

아이는 그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우리 학교에 못 다니는거냐며 걱정이 많습니다. 다른 학교로 가서 다시 적응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모 못지않게 당사자인 아이가 더 걱정이 되나 봅니다.

신풍리 마을 어르신들께서도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우리 마을에서는 학교를 살리려고 학교통폐합 문제의 대책므 계속 논의하고 ‘좋은 학교 만들기’ 제안 설명회까지 열었어요. 풍천초등학교에도 간절하게 제안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농어촌 지역에서 학교는 곧 마을이고 마을의 미래입니다. 마을의 미래를 뒤흔들고 아이들의 소박한 꿈을 빼앗아가는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단호히 반대합니다.” 제주 성산읍 신풍리에 살며 폐교 위기의 풍천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강정연 신풍리사무장의 애타는 사연이다.

농촌 학교를 살리는 귀농인 애타는 사연은 비단 강 사무장에 그치지 않는다.10년 전 제주도로 귀농한 귀농인 강성분 씨(44)로 그대캷 이어진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한 해 앞둔 예비 학부모인 강씨는 최근 문을 연 어망아방농촌유학센터 센터장을 맡아 풍천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성산읍 작은학교 살리기’ 추진위원으로 학교 통폐합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어요. 통폐합 추진에 맞서느라 2400여 평 농장의 콩 수확 시기를 놓치고 감귤 농사를 내팽개치다시피 했어요. 머잖아 풍천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데 학교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어요. 아이의 자연스럽고 자유롭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귀농을 결행했는데 아이에게 그런 삶의 방식을 가르쳐줄 시골의 작은 학교가 없어지면 안되잖아요.” 두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과 노력이 통했을까. 풍천초등학교는 지난해 말 학생수를 일정 규모(29명) 이상 유지하는 조건으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무기한이 아니고 향후 2년간 한시적인 유예조치다.

“익숙한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떠나 머나먼 제주에 둥지를 튼 만큼 도심과 외떨어진 곳에 살았으면 했는데 신풍리는 제격이었어요. 남편과 함께 감귤나무를 키우고 기름을 안 쓰는 ‘흙벽 무가온 비닐하우스’를 지어 열대작물을 재배하는 농부로 살았어요. 아이들이 마을의 건강한 기운을 품고 작지만 오래된 풍천초등학교에서 잘 배우고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말고 다른 욕심은 없었지요.” 그러던 강 센터장은 이제 학교 살리기에 앞장서는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가로 제주에 명성이 자자하다.

“아이들의 사회성은 학교만이 아니라 등하굣길, 마을 골목에서도 키워질 수 있다고 믿어요.거기다 제주는 산, 바다, 오름이 한데 어울린 보물 같은 섬이잖아요. 신풍리 마을 주민, 학부모와 손을 잡고 유학센터를 연 것은 당장 학생수를 늘리는 일뿐 ?니라 좀 더 많은 아이들이 ‘작은 학교, 행복한 공교육’을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숙형 농촌유학센터 세워 신풍리 어망아방농촌유학센터는 일종의 ‘기숙형시골유학센터’다. 농촌 작은 학교에서 아이를 교육시키고 싶지만 사정상 부모가 아이들을 따라 시골에 오기는 어려운 가정 등을 위한 일종의 기숙사인 셈이다.

“마을 안에 부족한 귀농인 임대농가 문제를 해결하고 풍천초등학교의 학생수를 유지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나아가 젊은 귀농·귀촌인들에게 가장 큰 문제인 아이의 교육을 사전에 경험하고 적응할 ?회도 줄 수 있지요.마을 내 빈집수리, 신규 귀농인 전원마을 조성 등을 통해 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학생 증원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현재 농촌유학센터에는 서울, 경기 등에서 온 4명의 아이들이 입주해 살고 있다. 올해 안에 7~8명의 아이들이 추가로 마을에 유학을 올예정이다.

유학센터에 입주한 학생들은 인근 신천리에 자리 잡은 풍천초교에 입학해 마을 학생들과 함께 학교 교육을 받는다. 이 밖에 생태미술이나 농사체험 등 마을 주민들이 진행하는 다양한 방과후,주말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작은 학교에서만 ?능한 인성교육,체험 위주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마을에서는 학생수가 줄어들어 통폐합 위기에 놓인 풍천초교를 살릴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가까스로 폐교 위기를 모면한 풍천초교로서는 농촌유학센터에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

3개월 이상의 장기, 3개월 미만의 단기 과정에 걸쳐 유료로 운영되는 기숙형 유학센터는 농촌전통테마마을로서 제주전통 민박 체험공간인 ‘신풍리 어멍아방잔치마을’에 들어섰다. 마을 학부모들이 스스로 자원봉사 교사로 나서 영화 감상, 박물관 탐방, 농사 체험, 레저스포츠 등 주말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농촌에서 잘 자랄까 걱정하는 귀농·귀촌 희망자들에게 유학센터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유학센터 안내문에는 이런 글이 있다. “내일 걱정은 그만! 오늘 행복해도 된다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습니다.” 신풍리에 배우러 오는 아이들에게 자유와 화합, 독립과 조화를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농촌의 학교가 점차 사라지면 도시인들도 좋을 게 없어요. 사람들이 전부 도시로 몰리면 어떻게 되나요. 교육청은 ‘적정 규모’라는 그럴듯한 말로 효율을 강조하는데 일률적이면 안되죠. 도시에 맞는 적정 규모가 있고, 농촌에맞는 적정 규모가 있잖아요.” 강 센터장은 특히 제주도교육청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 학부모나 마을 주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것.

“폐교시켜 달라고 한다면 모르지만 아무도 통폐합에 동의한 적이 없어요. 학부모 대다수가 반대하는데 왜 제주도교육청은 밀어붙이려 하는지 모르겠어요.” 강 센터장을 비롯한 학부모, 마을 주민들은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서라도 충분히 작은 학교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교육에 대안교육을 끌어들이면 전학을 올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고 말한다. 그런 선례들이야 전국적으로 얼마든지 있다. 경기도 남한산초등학교, 단양 한드미마을 대곡분교, 아산 거산초등학교, 진안 장승초등학교, 울주 소호분교 등. 풍천초등학교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신풍리 마을 주민들의 판단이다.

“제주도교육청은 학교가 마을의 삶과 얼마나 직결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교과부에서 시키는 것만 따르고 1등을 시키는 교육에만 관심을 두고 있어요. 자살률 1위도 경쟁사회를 만든데 원인이 있어요. 더욱이 초등학교는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해요. 언제든 걸어갈 수 있어야 해요.평생교육을 강조하는데, 학교를 통폐합시키는 건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신풍리뿐 아니라 제주도에서는 교육 당국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운동이 활발하다.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제주연대’를 비롯해 전교조 제주지부, 제주도의회, 서귀포시, 농업기술센터, 각급 시민사회단체 등이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작은 학교가 있는 마을 주민들이 앞장서고 있다. 구좌읍 한동리·평대리·하도리·송당리, 안덕면 창천리·상창리, 성산읍 온평리·신천리·신풍리, 애월읍 곽지리·?가리 등 10여 곳이 넘는다.

농어촌 작은 학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비롯, 교육기반 확충,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한 운동, 지역과 마을이 ‘함께 꿈꾸는 학교’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또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조례 제정운동, 귀농귀촌 인구 유입을 위한 시설 기반 확충, 관련 재능기부 프로그램 등도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무엇보다 신풍리는 마을공동체의 역사가 깊다.1950년대 초반 학교가 문을 연 이후 신풍리 마을사람들은 풍천초등학교를 배움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풍천초등학교야말로 마을공동체의 뿌리이자 ?게 중심이자 향토 자산이자 추억이자 자부심에 다름 아니다.

제주 대표 농촌전통테마마을 2002년부터는 농진청에서 처음 시작한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돼 제주도의 마을 만들기를 10여년 이상 주도해온 대표마을로 자리 잡았다. 농촌마을가꾸기 경진대회 상금으로 대형 마을버스를 마련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이웃 신천리와 함께 40억원 규모의 권역단위 종합 정비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신풍리 어망아방잔치마을은 명실공히 제주도를 대표하는 체험마을이에요. 올해부터는 기존의 체험마을 도농교류, 도농지거래 사업에 농촌유학센췅, 청소년수련원 등을 책임지고 맡아 운영할 별도 영농조합법인도 설립해 본격적인 마을기업,농촌형 사회적기업 중심의 마을공동체 사업 경영체제로 전환합니다.” 어망아방잔치마을 마을만들기 사업을 이끌어 온 신태범 대표(45)는 “신풍리 마을공동체 사업의 원동력은 바로 작은 학교 살리기”라며 “교육공동체 중심의 마을공동체 사업이 성공하는 사례를 꼭 보여주겠다. 농촌마을에 작은 학교가 왜 그토록 중요한지 꼭 증명해 보이겠다”는 포부가 당차다.

제주도의 마을(리)은 육지의 면만 한 면적이다. 제주의 ‘큰 마을’ 신풍리를 ,705;작은 학교’ 풍천초등학교가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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