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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이 실제 사람의 암 발생에 영향을 줄 것인가?”란 물음에 대한 답은 ‘역학연구(epidemiologic study)’ 결과에서만 찾을 수 있다. 역학연구란 동물실험이나 세포 실험과는 달리 직접 사람을 대상으로 어떤 요인이 질병 발생과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연구이다. 역학연구에는 크게 세가지 형태가 있는데, 이미 병이 발생한 환자군과 병이 없는 대조군(정상군)을 비교하여 과거에 발암 요인에 폭로된 정도가 어떻게 다른가 보는 연구를 환자-대조군 연구(case-control study)라 한다. 개개인이 발암 요인에 얼마만큼 폭로되었는지를 조사한 다음 폭로 정도에 따라 질병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알아봐서 비교해보는 연구는 코호트 연구(cohort study)라고 한다. 연구자가 질병 예방인자를 대상자들에게 직접 주고 이들을 예방인자를 주지 않은 집단과 비교하는 연구를 개입연구(intervention study)라고 한다. 식생활의 여러 요소가 암 발생과 관련성이 있는가는 이 세가지 연구 형태로 증명할 수 있으며, 증거로써의 강도는 개입연구가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코호트 연구, 그리고 환자-대조군 연구의 순서이다. 증거로써의 강도가 이런 순서인 이유는 개입연구가 오류가 가장 적고 그 다음으로 코호트 연구이며, 환자-대조군 연구는 오류가 잘 발생하기 때문이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결정하려면 잘 수행된 개입연구나 코호트 연구, 또는 환자-대조군 연구의 결과를 주의 깊게 읽어 보아야 한다. 또한 연구가 아닌 여러 연구에서 얼마나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동물실험이나 단순히 “경험”에만 의존해서 어떤 음식이 어디에 좋더라 하는 식의 믿음을 갖게 된다면 공연히 이런 음식을 먹는데 돈과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이며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건강에 해를 줄 수도 있다.
이 글에 언급되는 암과 식생활에 관한 내용은 많은 역학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한 것이다. 연구 형태와 결과의 일관성여부를 고려하여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중심으로 식이인자가 각종 암 발생과 얼마나 관련성이 있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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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부위별로 관련되는 식이인자를 살펴보기 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암들이 중요한지 알아보자.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에서 많이 생기는 암, 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사망하는 암이 중요할 것이다.
1993-1997년도 서울지역암등록자료(www.seoulcancer.org)에 의하면 남자에서는 위암, 간암, 폐암, 대장직장암, 방광암이 가장 많이 생기고 여자에서는 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대장직장암, 간암이 가장 많이 생긴다.
1998년 이후 보다 최근 등록자료에 의하면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직장암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노인층에서는 전립선암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위암과 자궁경부암은 줄어들고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망하는 암은 폐암, 간암, 위암이다. 중요한 암들을 기준으로 식이요인과의 관련성을 살펴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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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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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에 대한 감염이다.
식이요인으로는 위암은 소금섭취량과 관련이 있다. 음식을 소금에 절여서 보관하는 전통이 있는 국가일수록 위암이 많이 발생한다는 생태학적 연구가 단서를 제공하였다. 냉장고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위암발생률이 높았던 국가들에서 위암발생률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은 냉장고 이용으로 항상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음식을 소금에 절여놓을 필요가 없어진 탓으로 이해되고 있다. 짜게 먹는 것은 고혈압, 심장질환 등의 위험도도 높이므로 되도록 짜게 절인 음식이나 짜게 간을 한 음식은 피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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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시지, 햄과 같은 가공육류나 훈제고기가 위암의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가공육류를 만들 때 색과 보관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아질산염(nitrite)을 첨가하는데, 이것이 위에서 니트로사민(nitrosamine)으로 전환되며 이것이 위암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가공육류가 위암발생률을 높이는지에 관한 역학적 연구는 아직 적은 편이다. 과일-채소의 섭취가 위암 예방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많은 환자-대조군 연구들에서 과일-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위암 위험도를 낮추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코호트 연구들에서는 과일-채소의 위암 위험도 감소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 과일-채소 섭취와 위암과의 관련성은 확정적이지는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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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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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의 중요한 위험요인은 체내 여성호르몬에의 노출 정도이다. 체내 여성호르몬이 높은 상황일수록 유방암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만 12세 이전의 빠른 초경, 늦은 폐경, 만 30세 이후 늦은 출산 등이 모두 체내 여성호르몬 수준이 높은 것과 관련이 있다. 이밖에도 음주, 비만 (특히 폐경이 지난 여성에서), 폐경이후 여성호르몬 사용 등이 유방암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며, 모유를 장기간 먹인 경우 유방암 위험도는 낮아진다.
유방암과 관련성이 확립된 식이요인은 별로 없다. 고지방식이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실제 총 지방섭취량이 높은 것이 유방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결과는 잘 나오지 않는다. 다만, 동물성지방이나 포화지방산을 많이 섭취할 경우 젊은 여성에서의 유방암 위험도를 경미하게 높일 가능성은 있다. 그밖에 고기를 많이 먹는 것, 과일-채소를 많이 먹는 것, 비타민 류를 많이 먹는 것, 섬유소를 많이 먹는 것, 두부-콩을 많이 먹는 것 모두 현재로써는 유방암과 별로 관련성이 없다. 따라서 유방암을 예방한다고 지나친 채식주의로 돌아설 필요는 없겠다.
최근 코호트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혈당을 쉽게 올리는 식품들(고 글라이세믹 인덱스 식품들; 쌀밥, 감자 등)이 유방암 위험도도 높인다거나, 베타-카로틴, 엽산 등의 미량영양소와 저지방 우유 등 식품이 유방암 위험도를 낮춘다는 결과들이 있지만, 아직은 연구된 수가 너무 적어 앞으로 연구 결과가 더 많이 나와야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유방암 예방을 위해 먼저 실천할 사항은 체중증가가 심하게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일, 지나친 음주를 삼가는 일(하루 평균 소주 1-2잔 이하), 평소 꾸준히 운동하기(중등도 이상 강도로 하루 평균 30분 이상)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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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직장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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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직장암은 식생활과 가장 관련이 깊은 암이다. 붉은 육류(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육질이 붉은 색을 띤 육류)를 많이 먹으면 대장직장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매일 스테이크를 한 덩어리씩 먹는 사람은 스테이크를 한달에 한 번 이하로 먹는 사람보다 대장암 발생률이 2-3배 높아진다. 흰살 육류(닭고기, 오리고기, 등)를 많이 먹는 것은 대장직장암과 별로 관련성이 없다. 총지방 섭취량도 대장직장암과 별 관련성이 없다.
섬유소를 많이 섭취하면 대장직장암의 위험도가 낮아진다. 섬유소는 발암물질들을 희석하고 장내에서 이들을 빨리 이동시켜 밖으로 배출함으로써 항암작용을 일으킨다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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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유소는 곡식에서 오는 섬유소도 있고 과일-채소에서 오는 섬유소도 있다. 곡식에서 오는 섬유소를 많이 섭취하려면 흰쌀밥을 대신해서 정제되지 않은 쌀, 현미, 다른 잡곡들을 섞은 밥을 먹는 것이 대장직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과일-채소에서 오는 섬유소는 물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어서 보충한다. 채소 중에서는 특히 십자화과 채소(cruciferous vegetable; 브로커리, 양배추, 배추, 케일 등)가 대장직장암 위험도를 낮춘다는 결과가 있다. 과일-채소는 섬유소 이외에도 항산화제 등 암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대장암 예방에 효과를 더할 수 있다. 섬유소와 같은 탄수화물 관련 요인이지만 글라이세믹 인덱스가 높은 음식은 섬유소와는 반대로 대장직장암 위험도를 높인다. 따라서 글라이세믹 인덱스가 높은 음식(흰쌀밥, 감자 등)은 피하고 글라이세믹 인덱스가 낮은 음식(정제되지 않은 쌀밥, 잡곡밥, 고구마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류 중 엽산(folic acid)이 대장직장암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 몇몇 코호트 연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하는데, 결과가 일치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좀 더 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유 및 유제품, 그리고 칼슘 섭취는 대장직장암 위험도를 낮춘다. 칼슘은 음식(우유 및 유제품)으로 섭취한 것이나 보충제로 섭취한 것 모두 대장직장암의 위험도를 낮춘다. 그러나 보충제로 칼슘을 섭취하면 전립선암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우유 및 유제품으로 칼슘을 섭취한다. 우유를 섭취할 때는 되도록 저지방우유를 선택한다. 저지방우유와의 관련성이 전유(일반우유)보다 더 잘 나타날뿐더러 필요 없이 지방 섭취량을 높이는 일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대장직장암의 예방을 위해서는 붉은 육류를 너무 많이 먹지 말고(미국의 경우 하루 평균 150g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음), 섬유소 섭취를 위해 정제되지 않은 곡류와 과일-채소를 많이 먹는다. 과일-채소를 많이 먹으면 엽산을 많이 먹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저지방 우유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대장직장암은 운동, 비만과도 관련성이 높으므로 정기적이고 꾸준한 운동을 실천하며 체중이 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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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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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체내 남성 호르몬에의 노출정도이다. 그러나 식이와도 관련성이 많은 암종이다. 아직 완전히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몇몇 코호트 연구에서 익힌 토마토 및 그 속에 많이 들어있는 라이코핀, 그리고 두류 등이 전립선암의 위험도를 낮춘다는 결과가 나왔다. 라이코핀은 주황색 혹은 적색을 내는 카로틴류이며 항산화제 역할을 한다.
반면 붉은 육류를 많이 먹거나 유제품 및 칼슘을 많이 섭취하면 전립선암의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음식으로 먹는 칼슘보다 칼슘 보충제를 더 먹는 사람에서 악성 전립선암이 많이 생겼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전립선암과 식이요인에 관한 연구는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며 더 결과들이 쌓여야 결론을 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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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암 및 기타식이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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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암, 식도암, 신장암, 췌장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이 식이인자와 관련성이 연구되는 암종들이다. 이들 암의 발생률 자체가 매우 낮기 때문에 아직까지 연구가 많이 되지는 못하였다. 따라서 식이인자와 관련성이 확립된 것은 거의 없다. 다만, 비만(식도암, 신장암, 췌장암, 자궁내막암) 및 음주(구강암, 식도암)가 위험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식이인자 중 우리 나라에서 암예방효과를 기대하며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마늘, 양파, 고추, 된장, 두부, 콩 등은 아직까지 실험실적 연구만 진행되어있고 역학 연구는 매우 드물다. 이 부분에 대한 역학적 평가가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