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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레인지의 유해성 소식을 듣고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작성자김홍철|작성시간23.02.04|조회수543 목록 댓글 20

안녕하세요.

 

최근 뉴스를 보시면서 "미국에서 가스레인지가 퇴출될거다" 라는 이야기를 접하신 분이 계실겁니다.

미쳐돌아가는 도시가스 요금(사실 이건 할 말이 정말, 정말 많습니다만.. 삶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도 정치이야기라고 몰아가시는 분들이 계셔서 일단 접어둡니다.)도 가스레인지 논란에 한몫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서 여기저기 이야기들을 좀 찾아서 정리해 봅니다.

 

이거때문에 걱정하시는 분들이 꽤 될 것 같습니다. 

근데 저는 이런 소식을 들으면 "우리가 지금까지 내내 사용해왔던 가스레인지가 정말 위험한가?"하는 궁금증이 먼저 생기는데요... 

기사를 통해 나오는 내용들을 보면 절대로 원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지 않거든요. 자극적인 부분만 잘라서 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면요...

 

 

1. 가스레인지에서, 정확히는 천연가스에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건 맞습니다

 

가스레인지를 퇴출시키려는 저 시도는 실제로 미국에서 있었던 것이고, 그것 때문에 여러가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논란의 시작은 작년 가을 미국의 "환경과학기술"이라는 저널에 실린 논문입니다. 해당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보스턴에 있는 69개의 가정에 공급되고 있는 천연가스를 "연소되기 이전"에 채취해서 이걸 분석했는데, 채취한 샘플의 95%에서 12종의 유해물질이 발견되었다는 걸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퇴출'까지 거론된 이유는 저 12종의 유해물질 중에 "벤젠"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2. 벤젠은 유해한가?

 

벤젠 자체는 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 맞습니다. 이번에 난리가 난 이유도, 저기에 벤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벤젠은 공업적으로는 다양한 용도로 널리 쓰이고 있는 물질이고, 그래서 각종 환경오염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난리가 난 적이 있지요.

 

 

여기까지만 보면 가스레인지가 무척 위험해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언론들이 떠들어대는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 몇 줄 더 있는데요...

 

1.

저게 "연소되기 이전"의 가스이며, 불꽃으로 연소된 이후의 환경은 테스트 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도 연소 이전을 언급하는 이유가, 벤젠 자체는 매우 잘 연소되는 물질이고, 불꽃으로 연소된 이후에는 무해하게 바뀝니다.

 

2.

저 논문에서조차도 "검출되기 어려운 양"이라고 할 정도로, 기존에는 검출조차 못할 수준의 극미량이 들어있는거고, 연구자도 '천연가스에 들어있는 것보다 휘발유에 들어있는 벤젠 함량이 더 크다' 라고 언급합니다.

 

아....

지금까지 사람들이 별탈 없이 사용해 온 이유가 이거인거네요.

천연가스 안에 들어있는 벤젠을 걱정하느니,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매연을 걱정하는게 더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저걸 갖고 왜 저렇게 펄쩍 뛰었을까요?

사실 수십년동안 사용해 온 분들이 수두룩한데, 어느날 갑자기 '그거 발암물질이야 쓰지마' 하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앞뒤가 안맞습니다. 근데, 저 이야기가 나온 논문이나 기사를 보면 '집안에서 가스가 계속 누출되어서 유해성이 계속 쌓인다...'라는 표현이 있더라구요. 근데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패턴을 보면 보통 주방에서나 사용하고, 보일러는 실내와는 격리된 곳에 있어서 뭔가 저 이야기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생활했던 몇몇 분들이 말씀하시길, "쟤네는 가스레인지 점화방식 때문에 저래" 라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아, 미국의 구형 가스레인지들은 정말 위험한게 맞습니다.

 

점화방식 때문인데요, 우리나라의 가스레인지들은 모두 전기 방식 점화소자를 사용합니다.

가스레인지 불 켤 때, "따다다닥" 하면서 전기 스파크가 튀는 것 보셨지요? 작은 휴대용 레인지라면 압전소자를 쓸 것이며, 가정용 큰 가스레인지라면 어떤 것은 전지를 쓰거나, 아니면 아예 220V 전기를 끌어다가 전기 스파크를 만들어서 가스에 불을 붙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구형 가스레인지들은 저런 방식이 아니라 "파일럿 라이트" 라는 점화방식을 쓴다고 하네요. 간단히 설명하면, "가스레인지 화구 옆에 조그만 가스불을 <항상> 켜 놓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 불씨를 써서 가스레인지를 점화하는거죠. 즉, 큰 화구에 불을 댕겨줄 수 있는 작은 불꽃이 24시간 내내 켜져 있습니다. 촛불 하나를 "항상" 켜놓는 것과 같습니다.

 

이거라면 정말 유해물질이 아무리 적게 나와도 계속 쌓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결국, 저게 갑자기 크게 부각된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 미국의 "오래된" 가스레인지들은 항상 작은 가스불을 켜놓고 있고, 이로 인해서 미량이지만 가스 성분이 계속 집안에 스며들 수 있습니다.

- 진보된 연구기술 덕택에, 기존에는 검출조차 하지 못했던 정말 적은 양이라도 검출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시험을 해 보니 기존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화학물질이 발견된거네요. 그리고 그 중에 벤젠이 있습니다.

 

저 연구자들이 지적하는 건,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접하게 되는 벤젠은 대개 자동차 연료(휘발유)에서 나오는거고, 다른 데에서 접하는 것은 정말 적은 양이다, 그래도 집 안에 벤젠이 누적되게 하는건 좀 위험하다 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들이 지적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미국의 정부기관이 주기적으로 가스의 성분 검사를 할 때 16개 유해성분의 포함여부를 검사하게 되는데 그 중에 벤젠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거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싶은 것이 그동안은 벤젠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 자체도 알지 못했으니, 검사를 할 리가 없었던거죠. 검출할 수도 없었고요. 

 

그래서 좀 찾아봤더니, 우리나라 역시 가스 성분 검사를 하기는 하지만 미국보다 더 '간단히' 합니다. 암모니아나 황화물 등의 수치만 검사할 뿐 벤젠같은 방향족 화합물에 대한 검사는 아예 안하는군요. 같은 이유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그런 적은 양을 검출할만한 장비도 없고, 들어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으니...)

 

 

즉, 천연가스 안에 벤젠이 포함된 것도 맞고, 벤젠이 유해물질이라는 것도 맞지만....

연구자들도 이야기하듯이 그게 꼭 지금 당장 어떻게 된다는건 아니고~~ 정도입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사용환경이라면 미국과는 좀 다르게 바라봐야 하겠네요. 제가 많은 나이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불혹을 찍고도 보름달을 60번은 봤는데, 그 동안 살아오면서 '24시간 내내 켜져 있는 작은 불꽃'이 있는 가스레인지는 본 적이 없거든요.

 

즉, 뉴스에서는 또 뭐 하나 잡았다 하고 펄펄 뛰고 있지만 지금 당장 가스 레인지 다 없애고 전기를 쓰는 인덕션 레인지로 바꿔야 할 절대적인 필요성까지는 못되지 싶습니다.

다만, 요리하면서 음식이나 기름 등등이 타면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나 화합물 등이 있을 수 있고, 불을 켜고 끄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 등이 발생하기도 하니 가스레인지 사용 시에는 반드시 환기를 하면서 사용한다 정도만 지키면 될 것 같습니다.

 

열심히 적었는데, 결론이라는게 결국 우리가 익히 알던 거네요. :)

자극적인 소식에 신나서 떠들어대는 뉴스들을 보고 너무 걱정하시지 말라고 몇 글자 적어 봤습니다.

 

 

덤.

인덕션 레인지는 과연 안전할까 하는 궁금증도 생겨서 찾아봤습니다만..

이것도 뭔가 미묘합니다. 인덕션 레인지는 전자기유도 방식으로 냄비나 팬 자체에서 열을 내게 합니다. 그래서 출력 및 열효율이 대단히 높은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자기유도라는게 결국 전자파를 뿜뿜 한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좀 들여다 봤더니...

국내 권고기준치는 30cm 이내의 거리에서 833 mG(밀리가우스) 이하의 전자파만을 발생시키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게 인체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모르겠으나, 저 정도면 최소한 심장박동기같은 민감한 장치에는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글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저 국내 권고기준치는 국제기준에 비해 13배나 큽니다. (국제비이온화방사보호위원회는 인덕션 레인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양을 기기로부터의 거리에 관계없이 62.5mG 이하로 제한) 

 

즉, 인공심장박동기 등 민감한 전자기기 사용하시는 분들은 전기 인덕션 레인지 가까이 가지 않으시는게 좋겠고...

그 외의 분들도 전기 인덕션 레인지를 30cm 이내의 근거리에서 장시간 사용하는 건 딱히 권장하기는 어렵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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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맹명희 | 작성시간 23.02.05 환풍구 망은 고압세척기로 ...씻으면 잘씻어집니다.
    요게 항아리도 안팍으로 잘 새척되지만 ...환풍구망이나
    싱크대 배수구 망 세[척하기 너무너무 좋아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김차숙(경북김천) | 작성시간 23.02.05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 작성자박재미(경북영주) | 작성시간 23.02.05 그렇지않아도 지인이 전기렌지로 바꾸라고 권해서 너무 새거인 가스렌지를 어찌할까싶어 고민했는데~~~
    감사합니다
  • 작성자진명순(미즈) | 작성시간 23.02.06 감사합니다 샘^^
    어디에서도 들어볼수없는
    시원시원하신 설명
    고맙습니다
  • 작성자김정욱(양산) | 작성시간 23.02.06 저는 가스 유해와 별개로 가스레인지가 편하고 빠르고 쉽다는 생각 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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