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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를 가서, 국가무형문화재로부터 1:1 강의를 받는 기회를.. :D

작성자김홍철|작성시간23.10.11|조회수367 목록 댓글 10

안녕하세요. 이제 완연한 가을이네요.

밤에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야 하는 시절이 됐네요. 

(전 요즘도 찬물로 샤워하고 반팔입고 다니는지라... 아하하...)

지난 주말에, 지인들과 함께 강릉으로 커피를 마시러 가자..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아침에 출발하는게 아니라 오밤중(02시?)에 출발해서 아침해 보러 가는거더군요. -ㅁ-
주니어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저는 참석불가를 선언하고... 강릉역과 정동진역 방문에 들떠있던 주니어를 어떻게 달래줄까 하다가, 그동안 주니어가 노래를 부르던 충북선을 가보기로...

그렇게, 오송역 방문으로 주말을 시작했습니다.

음.. 오송역은 주차장이 무척이나 부족해서 주차난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역사 아래의 저 열주들이 가득한 공간을 2층, 3층의 주차장으로 넣을 수 있게 설계했으면 주차장 만드는 기둥 따로 집어넣지 않아도 되니 이래저래 효율적이었을텐데 왜 저렇게 낭비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여튼.. 저렇게 가서...

 

 


나름의 스탬프북 안에 스탬프를 찍기 전, 저렇게 빈 종이에 몇 번 찍어보는건 주니어 나름의 노하우더군요. 스탬프 상태나 방향의 확인이라거나, 어떻게 해야 잘 나오나... 그리고 혹시라도 스탬프북에 찍을 때 "삑사리"가 났을 때 그걸 복구할 수 있는 여분의 확보가 됩니다.

그런데, 오송역에서 찍은 건 결국 삑사리가 난 게 개그. 스탬프를 찍으면서 아래 받침대 부분의 이음매 부분을 간과했습니다. 흐하.... 빈 종이에 찍은 여분으로 덮어씌운다고 합니다. :)

그리고 청주역도 방문했고요...

사실 전 청주까지 갔으니 쭉 더 가서 충주댐 근처를 가볼까 했었습니다만, 청주에 고인쇄박물관이라는 곳이 있다더군요.

청주역에서 멀지 않아서 그 쪽으로 향했습니다.

 


헛....
이 곳이,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철과, 그게 금속활자본임을 입증할 수 있는 각종 유물이 발굴된 곳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직지심체요철의 금속활자가 저렇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된 금속활자판은 실제 고려때 제작된 것은 아니지만, 국가무형문화재 금속활자장의 손으로 실제 그 당시에 제작에 사용되었(을 거라고 추정하는..)던 제작법과 재료를 사용해 제작한, 거의 문화재급의 활자판이더군요.

그런데, 이 박물관도 잘 꾸며져 있고 볼 게 무척이나 다양합니다만...
박물관 직원분께서 "건너편의 체험장에서 체험도 해 볼 수 있다" 라고 하시네요?


네, 바로 길건너편에 이런게 보입니다.
사실, 지도를 볼 때, 그리고 사진만으로 볼 때는 저 전수교육관의 체험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개의 체험시설들이 그렇듯이 몇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서는 별거 아닌거 깔짝대고 마는, 돈아까운 체험이었거든요.
그래도, 직원이 소개해 준 곳이니 가보기로 하고 저 곳으로 발길을 향했는데...요............


아??????????

실제 금속활자를, 옛날 기법을 사용해서 제작하는 걸 눈앞에서 보여줍니다????

물론, 저 기법은 직지심체요철의 판을 만들 때 사용한 밀랍 제작법은 아니고, 나무 재질의 활자("어미자"라 하더군요)를 본으로 사용해서 주형틀을 만들고, 거기에 청동을 녹인 쇳물을 부어 만드는 방식입니다...만, 좌우간 그걸 눈앞에서 보여줍니다. 어미자를 깎는 과정은 생략되었지만, 주물사를 사용해서 주형을 만드는 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정말 드문 기회이더군요. 그리고...


헐퀴....

눈앞에서 쇳물을 붓습니다.

2m 앞에서, 쇳물을 담은 바가지가 용광로에서 나오고, 그걸 주형틀에 부어서 활자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생생하게 체험했습니다. TV의 극한직업이나 뭐 그런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작업들을 눈앞에서 실물로 보니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더 놀라운건 보통 저런 체험장은 손이 많이 가는 방식은 제끼는 편인데, 저 곳은 주형틀도 주형틀이지만 가마도 전기로가 아닌 무연탄을 쓰는 전통방식 가마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좀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전기로가 아닌 전통가마를 쓰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와 여기는 전기로 안쓰고 옛방식을 쓰는걸 보여주는데라고, 자세히 보고 가라고 주니어한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한쪽 구석에서 저 제작과정을 쭈욱 지켜보고 있던 어르신 한 분이 오셔서 전통가마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시기 시작하십니다.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려는 것 같아서 주니어와 같이 들었는데, 어쩌다가 보니 다른 체험자들은 다 나가고, 저희 가족만 그 분께 설명을 듣는 상황이 되었더라구요.

한참을 듣고 있다가.... 박물관에 있는 그 활자들을 만드는 데 엄청 오래 걸렸고 힘들었다라고 하시네요?????????


어???

그 활자들은 무형문화재 금속활자장이 만들었다그랬는데, 그럼 설마???
하고서는 무형문화재 금속활자장 선생님이시냐 하니 그렇답니다.

 


헐....

저희 가족은 무형문화재 선생님한테 1:1 강의를 듣고있었던겁니다.


이 분이십니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낯이 익습니다.
가끔 보는 문화유산채널에서 금속활자 뭔가가 있었던 기억이 나서 찾아봅니다.

https://youtu.be/tooKjSk4Tzk


어이쿠야.. 여기서 본 이 분이십니다.
그리고 제가 본 금속활자 제작과정도 저 영상에 있는 저 과정이었습니다.

밀랍본을 가지고 활자를 제작하는 과정(직지심체요철의 그 활자)은 저렇게 단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어서 저 과정만 영상에 담긴 듯 하네요. 당연히 시연해주는 쪽으로는 불가능하고요. 영상이라도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만, 그건 저기가 아니라 YTN의 영상에 있네요. :)

 

https://youtu.be/NIgUExYct4Y

여기 나오는 분도 저 활자장이십니다. 다만 장소가, 첫 영상의 장소는 전수교육관, 그리고 두번째 영상의 장소는 활자장의 개인 공방이네요. 

여튼...

영상에서는 듣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들도 듣고... 그동안 인터넷/TV/기타등등을 통해 접해 온 다양한 주물제작기법이 얼마나 많은 장인들의 시행착오끝에 성립된 것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네요.

그렇게 시연과 강의를 다 보고 듣고 나서 둘러보니....
여러가지 체험프로그램들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어디나 그렇듯이,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긴 한데... 여기서 또 놀란 게....
비용이래봤자 재료비 정도이고 인건비나 시설비같은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금액이더군요. -ㅁ-

주니어가 목판본의 인출(인쇄), 금속판본의 인출, 한지 제작, 책표지의 무늬 압인, 책표지 끈묶기, 제판체험 등등등을 하는 동안, 다른 선생님에게 말씀을 듣는데.... 오아... 여기 좀 "쩌는" 곳입니다.

- 무형문화재 금속활자장이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서 운영하는 곳입니다. 즉 이 분은 활자 자체의 전수도 전수지만, 사람들에게 알리고 체험하게 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더군요.

- 시연의 참관에는 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제작체험 역시 재료비 정도만 받습니다. 직원들의 인건비는 정부지원비용으로 충당하지 싶어요.

- 직원들 역시 단순한 직원들이 아닙니다. 무형문화재를 이수하고 있는 이수자 분들입니다. 그래서 설명이라던가 체험 교육 등의 과정에서 일반적인 다른 체험코스의 담당자분들과는 좀 격이 다른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 축제 때에는 주물사로 주형틀을 만드는 것도 체험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때가 아니라서.. 크흡.....

- 체험사진 첫사진에 있는 인출체험에 쓰이는 나무활자본은 실제 무형문화재 및 그 이수자들이 직접 제작한겁니다. 사인출하는 방법 역시 전통방식을 따릅니다.

- 금속활자본도 인출을 해보게 되는데, 이 역시 무형문화재가 직접 제작한, 박물관에 있는 그 직지심경 금속활자본과 동일한 것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직지심경이 금속활자본이라는 증거가 되는 몇 가지 특징도 그대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 책 표지에 무늬를 만드는 능화판 밀기 체험에 사용하는 저 무늬 판들(능화판) 역시 기계로 생산된게 아니라 직접 제작한.... 저 안에 있는 활자본 및 능화판을 돈으로 환산하면 아찔하다는군요. (하긴 국가무형문화재가 손을 대서 만든건데 가격이 오죽할까요...)

- 위에서 주니어가 체험한 한지제작은, 실제 닥나무풀까지는 완성되어 있고 그걸 틀로 떠서 건조시켜 종이를 완성시키는 것까지 직접 해 봅니다. 한지제작을 직접 해 보고 싶다는 주니어의 원이 드디어 풀렸습니다.


이 곳에서 "비싸다"라는 느낌을 받는 곳은 기념품점입니다.
그도 그럴게, 기념품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서모양의 노트라던가 작은 금속활자 같은 건, 모두 이 곳에서 제작된 것이거든요. 위의 시연에서 만든 저 금속활자들, 저게 기념품샵의 기념품으로 갑니다. 공장 양산품이 아니라, 무형문화재 이수자들이 수제작한 물건이니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게 당연하지 싶습니다.


솔직히, 이 곳을 지금까지 전혀 몰랐다는 게 의아했습니다. 이런저런 박물관이니 뭐니 하는 곳은 주니어와 다니기 위해서 틈틈이 챙겨보는데, 여기는 청주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 같아요. 서울/경기도에서도 멀지 않거니와 청주시 자체가 지리적으로는 국토 중앙에 가까운지라, 어느 지역에서라도 올법한 곳이지 싶네요.

이런저런 교육차원에서도, 다양한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도 아이와 함께, 또는 어른들끼라라도 꼭 방문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아 그리고 가실거면 10월 안에...

11월부터는 주차장이 유료화된다고 합니다. -ㅁ-

 


그리고 저희는 오근장역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

다음주나 그 다음주쯤 해서는 1박 2일 내지는 2박 3일로 충주댐 근처를 가볼까 합니다. :)
충주역과 목행역, 달천역을 갈 수 있고, 제가 어릴 적 동생,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충주댐 유람선을 탔던 기억이 있어서요..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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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권영희(횡성) | 작성시간 23.10.12 긴 글을 길다고 느끼지않고
    경이로운 눈으로 잘 읽었습니다
    꼭 가봐야겠어요
    좋은 곳 소개, 감사합니다
  • 작성자정성미(군포) | 작성시간 23.10.12 저도 직지박물관 가보고 너무 가슴이 벅찼어요
    아이들 어릴 때 몰랐던 게 너무 아쉽고...
    정말 알찬 체험하셨네요~^^
  • 작성자이충임(청주) | 작성시간 23.10.12 명현이 아빠 진짜 대단 하십니다
    진짜글도. 사진도 자상하게 많이 올리셨네요. 저는 청주살아도. 모르고살앗는데
    아드님도. 좋은체험과 큰공부를 했지만
    이번에 저도
    많이 배우네요 ㅎㅎ
    감사감사 드려요
    진짜. 존경합니다
    엄지척입니다
    👍
  • 작성자이병용(구리짱) | 작성시간 23.10.12 정말 알차고 소중한 체험을
    명현주니어랑 함께 하셨군요.
    귀한 경험들이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겁니다.
    다만,
    한 군데 오자인가 했는데
    여러번 계속 요철로 쓰시기에
    흔히 직지로 줄여 얘기하는
    '직지심체요절'이라 바로 잡아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홍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0.14 으힉. 그러네요. 수정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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