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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포토포엠 /소설

사진 한 장

작성자박노산(서울)|작성시간19.03.21|조회수337 목록 댓글 3






     사진 한 장



              박노산







거울틈에 간신히 끼어있는

사진 한 장.

두 어깨도 보이지 않고

가슴도 보이지 않고

그저 감자같은 얼굴 하나

간신히 보입니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내 몸 하나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땐가부터

낯 모르는 여자가

왼쪽 어깨를 지워버렸습니다.




또 어느 땐가부터

낯 모르는 아이가

가슴을 지워버렸습니다.

그나마 있던 오른쪽 어깨마저

또 낯 모르는 아이가

아프지 않게 지워버렸습니다.




그렇게 비좁은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다가

묵묵히 지켜보고 살다가




희미해진 오래된 훗날에

슬며시 가슴이 살아나고

또 슬며시 오른쪽 어깨가 돋아나다가

온 몸이 온전하게 돌아오는 날엔

큼직한 액자에 넣어져

벽면의 그림자처럼 걸려 있을 것입니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은 사진, 틀 속의 그 작은 사진처럼 우리의 인생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아이러니하게도 잘 살고 있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무엇엔가 얽매는 삶을 불평하거나 괴로워 하지 마세요. 내가 지금 살아있기에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족 사진을 잠시 바라보거나, 혹은 가족의 의미를 잠시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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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곽영실(대구) 작성시간 19.03.22 이 밤에 사진 한장 의 의미에
    공감합니다~
    혼자에서 일가를 이루며
    가리워져 가다ㅡ
    시간이 지나 혼자가 되어
    박제처럼 액자속에 갇히는
    우리들 모두의 자화상 이네요~
  • 작성자조숙재(시골부부) 작성시간 19.03.24 저도 거울속에 끼어 놓은 사진 한장과 찬장유리창에 끼워놓은 한장이 있어 공감이다 싶습니다
    곽영실 회원님 말씀하신 그 공감.
    어쩌면 딱 맞는 제가 하고 싶었던 표현이라 시인이 따로 없으시다 싶네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김태경(연당) 작성시간 19.03.27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사진 한 장처럼
    이제 꺼내놓고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애잔함으로 다가오는 듯
    그래서 문을 열어놓고 오래된 기다림으로
    문을 열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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