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눈사람
박노산
날이 춥다
어쩌면 날씨보다도 세상이 더 추운게다
몸을 떨며 문밖에 기다리고 있던 조간 신문에는
나보다 더 추운 사람들로 가득하다
밖은 눈발이 날릴 기세다
문득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눈사람이 되는 꿈을 꾼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
빨간 외투의 여자는 빨간 눈사람
양복입은 노인은 주름진 눈사람
달리는 꼬마는 꼬마 눈사람
꼬마 눈사람, 꼬마 눈사람, 꼬마 눈사람
그렇다!
꼬마눈사람이다
내 꿈은 늘 꼬마 눈사람이었고
지금도 꼬마 눈사람을 꿈꾼다
작은 눈을 굴려 불어나는 큰 눈덩이...
굴려도 굴려도
굴리고 굴려도
그 놈은 늘 꼬마 눈사람이다
검은 숯덩이 대신 나뭇가지를 잘라 붙인
눈썹과 눈, 코, 입
손도 없고 발도 없지만
나와 즐겁게 놀아줄 수 있었던 그 녀석!
손발이 시려도 우리는 끄덕 없었지
네가 무너지지 않고 서 있고
내가 널 무너지지 않게 버텨주며...
우리는 추운 겨울을 그렇게 함께 견디었다.
어느 날
인사도 없이 햇볕속으로 사라져버리는
눈사람
아쉬운 것은 나뿐 만이 아니었다
눈사람이 흘린 눈물로
마당은 흥건히 젖어 있었다.
세월이 흘렀건만
지금도 그 눈물이 내게 흐르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겨울바람이
창문에 서성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눈사람이 날 찾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
세월이 흘렀으니 이 겨울에는
양지바른 곳을 찾아 덩치 큰 눈사람을 만들어 봐야겠다
2006년 12월 14일
*그저 옛날이 생각나서 오래된 시들 더듬거리다 하나 올려봅니다.
늘 즐거운 날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