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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비샹량산의 늑대

작성자피터팬|작성시간18.11.23|조회수602 목록 댓글 0

비샹량산의 늑대

  중국문학 글 번역 /하웅수 교수

 

내가 엽총을 어깨에 메고 닭다리를 씹으면서 산모퉁이를 돌았을 때, 한 마리 어린 늑대가 길 옆 작은 나무 밑에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젖을 뗄 때가 되지 않은 듯한 이 어린 짐승은 몸의 솜털이 민들레 꽃실처럼 가늘었다.

나는 씹고 있던 닭다리를 급히 뱉고, 어깨에서 엽총을 내려 방아쇠를 잡았다. 늑대 어미는 새끼 사랑이 지극한 동물이며, 항상 어린 새끼 주변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지켜본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자기 새끼가 위협받으면 극악무도하게 뛰어들어 사람을 공격한다.

 

나는 엽총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반나절을 기다렸다. 어미늑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어린 늑대는 향기로운 구운 닭다리 냄새를 맡고는, 콧방울을 연방 실룩거리고 혀끝을 맛보면서 군침을 흘렸다. 녀석은 나를 보면서, 땅에 떨어져 있는 닭다리에 천천히 다가갔다. 이 때 나는 분명히 보았다. 녀석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쇠약하고 여위었으며, 배가 움푹 들어가서 등뼈와 거의 맞붙어 있었다. 솜털 위에는 나무 가지와 풀이 끈적끈적하게 엉켜 붙어서 엉망진창으로 더러웠다. 어미를 잃은 고아 늑대였다.

 

어미 늑대는 짐승 잡는 쇠틀에 갇혀서 들풀 속에 묻혀있거나, 짐승 잡는 그물에 갇혀서 나무 끝에 매달려 있거나, 바위 뒤에 숨은 사냥꾼이 쏜 총탄에 맞아 머리가 부서졌거나, 혹은 호랑이나 범에게 잡아먹혔거나.. 이리하여 녀석은 결국 고아가 되고만 것이다.

 

내가 먹다가 버린 닭다리에는 흙이 많이 묻어 있었다. 나는 총을 거둬들였다. 닭다리를 가늘게 뜯어서 손바닥 위에 올려 놓았다. 녀석이 그 위로 기어 올라왔다. 신임을 얻은 감격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참으로 순진해서 아무런 잡스러움이 없었다. 녀석은 혀끝으로 내 손가락을 핥고 또 핥은 뒤, 손바닥 위로 올라와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내 마음 속에서 사랑이 솟아났다. 이 작은 새끼늑대를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늑대는 분류학 상 개와 같이 개과에 속하며, 산골 사람들은 흔히 늑대개라고 부른다. 늑대와 개는 모습이 비슷할 뿐 아니라 핏줄도 매우 가깝다. 주인이 버린 개가 늑대 무리에 들어가서 생활하는 일이, 과거 마을에서 일어나곤 했다. 제대로 훈련시키면 이 새끼늑대를 사냥개로 만들 수 있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새끼늑대를 안고 집으로 왔다. 사냥개의 표준적인 행동을 감안하여 키우기 시작했다. 이름을 왕왕이라고 지었는데, 개 이름으로서 매우 적절했다. 개는 익힌 음식물을 먹는다. 녀석이 개의 성질을 갖도록 하기 위해 생식을 못하게 했다. 개는 식육수 즉 고기먹는 짐승이 가진 야성을 갖지 않으며, 다른 가축과 더불어 평화롭게 어울린다. 늑대의 잔학한 천성을 없애기 위해, 녀석이 뜰에서 하루 종일 소...오리와 같이 있도록 했다. 개는 주인과 같은 처마에서 자는 것을 좋아하므로, 내 침실 문앞에 녀석이 잘 작은 개 집을 지어 주었다. 녀석은 빠르게 보통 개로 변해 갔다. 심지어 개처럼 왕왕하고 짖었다.

 

열달 뒤 녀석은 아름답고 훌륭한 어미늑대로 성장하였다. 네다리는 호리호리하고, 고운 몸매에 꼳꼳한 등줄기, 허리에서 사타구니까지의 부드러운 곡선, 황금색의 머리-꼬리-, 눈 처럼 흰 가슴과 배, 흑옥처럼 검은 입술... 청춘의 촉촉함을 띄우고 있었다. 녀석은 내 품에 뛰어들어 열렬히 뺨을 핥고, 개처럼 짖거나 짐승처럼 포효하였다. 주변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살찐 암탉을 평범하게 바라보았으며, 내가 지시하면 산기슭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를 큰 소리로 불러오고, 초목이 무성한 숲속을 뚫고 들어가서 내가 총을 쏴서 떨어뜨린 산비들기를 물어 왔다. 내가 집안일을 할 때 녀석은 두 시간이나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렸다가 나와 같이 야외산보에 나서기도 했다.

 

녀석은 이제 진정한 사냥개가 되었다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꼬리 외에는 보통 사냥개와 아무런 차이도 없었다.

 

늑대 꼬리는 개 꼬리에 비해 훨씬 굵고 길며, 털이 흐트려져 있고 마치 폭포처럼 등에서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늑대는 이처럼 꼬리가 너무 굵고 길며 무겁기 때문에, 꼬리를 똑바로 세우거나 축 늘어뜨릴 수 밖에 없다. 고작해야 선박의 키처럼 양쪽으로만 흔들 수 있다. 개처럼 꼬리를 전방위 다각도로 흔들어서 친밀감과 우호감을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가 없다. 산골 사람들은 꼬리를 보고 개와 늑대를 구분한다.

 

바로 이 꼬리 때문에, 내가 녀석을 사냥개로 훈련시켰다는 사실을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녀석이 다가가면 사람들은 발길로 차거나, 흙덩이를 던지거나 , 몽둥이를 휘둘러 내쫓았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어린이들이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것을 본 녀석은 같이 놀고 싶어 신나게 뛰어 갔다. 아이들은 녀석이 뛰어 오는 것을 보자 긴장하면서 와아 하고 흩어졌다. “큰 꼬리 늑대가 온다, 큰 꼬리 늑대가 온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담력 약한 애들은 집으로 도망처서 어른들에게 과장되게 울면서 하소연했다. 담력 강한 애들은 나무 위에 기어 올라 녀석을 향해 새총을 맹렬히 발사했다.

 

마을은 한 해에 한 번 산신에게 제사를 모시는 대규모 행사를 개최한다. 마을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과 개들이 모두 참가한다. 의식이 끝나면 야외 회식이 있다. 큰 쇠솥 가득히 죽순과 쇠고기를 삶아, 사람들이 먼저 한 사발 씩 먹은 뒤 개 한 마리 당 큰 국자 한 그릇 씩을 제공한다. 녀석 차례가 되었을 때, 배식하는 사람이 빈 국자로 녀석의 머리를 세게 때리면서 거칠게 소리쳤다. “큰 꼬리 늑대 놈아 썩 꺼져라. 네 놈의 껍질을 벗기고 근육을 발라내고 살점을 먹어 치우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일텐데, 쇠고기를 먹으려 하다니, 어림도 없다”.

 

개의 무리 속에서도 녀석의 상황은 더 비참하였다. 아무 개도 녀석과 어울리려 하지 않았다. 녀석 몸은 참으로 아름답고, 또한 발정기를 맞았지만, 그 어느 수캐도 호감을 갖고 접근해 오지 않았다. 모든 개가 녀석을 싫어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녀석에게 달린 보기 흉한 큰 꼬리를 혐오하는 것이었다.

 

또 한 번은, 개들이 물레방앗간에서 족제비를 발견하고 몽땅 달려들어 공격했다. 한바탕 격렬한 추격전이 벌어졌다. 녀석도 맹렬히 짖어대며 사나운 기세로 대열에 합류하여 족제비를 쫓았다. 그러나 개들은 녀석을 보자 추격을 포기하고 공격목표를 바꾸었다. 녀석에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맨 앞선 두 마리 수캐는 유별스레 녀석의 꼬리를 응시하였다. 내가 때맞춰 나타나지 않았으면 녀석은 틀림없이 꼬리없는 늑대가 될뻔 하였다.

 

나중에 가서는, 녀석이 문 밖을 나서기만 해도 개들의 습격을 받는 지경이 되었다.

 

나의 고민은 깊어 갔다. 녀석 역시 매우 고통스러워 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 날, 나는 집 뜰에서, 날카로운 작두로 볏단을 한 자 길이로 작두질 하여 여물을 만들고 있었다. 녀석은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이를 지켜 보고 있었다. 볏단이 한 다발씩 싹둑싹둑 잘리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손가락으로 작두 자루를 잡고, 팔뚝은 기계적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있었다. 녀석이 갑자기 흥분하여 가볍게 한 번 짖더니 눈에 빛이 났다. 마치 좋은 일을 만난 것 같이 보였다. 나는 양손으로 동작을 계속하고 있었다. 기계적으로 볏단을 작두질하면서, 주변 사방을 둘러 보았다.

 

갑자기 내 눈 앞에 황금색 물건이 번쩍 비치더니 무슨 물건이 작두날 속으로 불쑥 들어왔다. 작두질을 멈추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단단한 물체에 부딪쳐 손목이 떨렸다. 녀석의 보기 싫은 큰 꼬리가 땅바닥에 떨어져서 볏단 사이로 팔짝팔짝 뛰어 올랐다. 나는 아이고 하고 놀라 소리쳤다. 사랑하는 애견을 다치게 했다는 자책감과 심적 고통을 느꼈다.

 

녀석이 고통스러운 나머지 나를 향해 울부짖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녀석은 내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작두에 잘린 자신의 꼬리를 보고도, 눈에 고통과 슬픔의 기색, 나에 대한 어떠한 원한도 없어 보였다. 녀석은 눈물을 글썽이며, 귀가 앞으로 넓게 펼쳐지면서 매우 기쁜 모습을 드러내었다. 내가 끊어진 꼬리를 주어 들고 당황하여 갈팡지팡 하는 모습을 본 녀석은, 나에게 다가와서 내 손을 핥았다. 그러고선 그 잘린 꼬리를 입에 물고 내 손에서 빼내어서 뜰 한 모퉁이에 있는 쓰레기장에 내버렸다.

 

내 마음 속에 한 줄기 전율이 흘렀다. 나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녀석이 스스로 자신의 꼬리를 잘랐던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하고 개들이 자기를 쫓아버리고 짖어대는 근본원인이 이 꼬리 때문임을 알았던 것이다.

 

사람들의 귀염을 받는 좋은 개가 되기 위해, 녀석은 작두에 자신의 꼬리를 자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얼마나 총명한 동물인가. 내 눈은 눈물로 촉촉이 젖었다. 녀석을 품에 안고 떨리는 손으로 녀석의 등을 쓰다듬었다. 녀석은 혀를 내밀어 내 얼굴을 계속 핥았다. 녀석이 오히려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나는 타박상 치료에 좋은 적설초를 캐었다. 적설초를 빻고 으깨어 진흙처럼 만들어 녀석의 꼬리 부분 상처에 발라 주었다. 상처는 반 달 가량 지나자 다 나았다.

 

상처가 다 나아서 녀석이 처음으로 집 밖을 나서던 모습을, 나는 영원히 잊을 수 없다. 녀석은 껑충껑충 뛰어 내 품에 안겨, 뒷다리로 서서 앞 발을 내 바지 허리 쯤에 걸치고서는 혀를 반 자나 빼어 내 얼굴을 격렬히 핥았다. 나는 녀석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녀석은 흥분으로 인해 심하게 떨고 있었다. 꼬리를 자기 스스로 작두에 잘랐고, 이로써 한 마리의 진정한 개로 재탄생했으며, 따라서 사람들이 자기를 엄청 싫어하거나 개들이 자기를 쫓아내고 짖어대는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녀석은 당연히 생각했다. 나 역시 녀석을 위해 잘 되었다고 기뻐했다. 녀석은 자해라는 운명의 도전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꼬리가 끊어져 비록 모습이 손상되고 추하게 변했으나, 자신을 새로이 만들어 낸다는 신념은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었다.

나는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녀석을 데리고 마을 한 복판에 있는 타작마당으로 갔다. 한 무리의 개들이 뼈 하나를 두고 서로 뺏으려고 다투며 놀고 있었다. 녀석은 흥분하여 한 번 짖고는 개의 무리에 뛰어들었다. 이 뼈 뺏기 놀이에 참여하려 했던 것이다. 녀석이 무리에 접근하자, 서로 맹렬히 뼈를 뺏으며 놀고 있던 개들은 마치 귀신을 만난 듯이 일제히 동작을 멈추었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쩍 벌리고 이빨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녀석은 물러서지 않았다. 느긋하게 개들을 향해 몸을 돌려 엉덩이와 사타구니를 개들 쪽으로 향하게 했다. 그러고는 왕왕 하고 짖기 시작했다. 머리를 들고 짖어대는 녀석의 짖는 소리는 맑고 깨끗했으며, 교만함과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녀석의 이같은 신체언어는 귀순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었다. 아직 적대적인 정서를 갖고 있는 개들에게, 녀석은 개들이 쓰는 말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 너희들은 예전의 눈으로 나를 보지 말고, 나의 엉덩이를 똑똑히 보아라. 너들이 혐오하던 그 꼬리는 이제 없어졌다. 나는 이제 한 마리 진정한 개로 변했으며, 따라서 너들과 동류가 되었으니 나를 더 이상 별종으로 취급하지 말아주기 바란다!

 

개들의 모든 시선은 녀석의 꼬리에 집중되었다. 개들은 짖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마치 한 무리의 흙인형-나무인형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개들의 두목은 촌장집 개였다. 검은 털에 큰 몸체의 오룡이었다. 오룡은 잠시 후 조심스럽게 녀석에게 다가갔다. 콧방울을 실룩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나는 한 켠에 서서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오룡의 얼굴 표정은 놀람, 의혹, 분노로 급속히 변해갔다. 오룡의 목 털이 갑자기 빳빳이 서기 시작했다. 녀석도 큰 소리로 한 번 울부짖었다. 이제 오룡은 사태를 파악했다. 작두에 꼬리를 자르고 앞에 서 있는 이 놈은 개가 아니라 늑대다! 개들은 꿈에서 깨어난 듯 갑자기 눈에 증오의 불을 켜고 큰 소리로 녀석을 향해 울부짖기 시작했다. 녀석은 사타구니를 흔들면서 필사적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개들은 마치 벌떼처럼 일제히 녀석을 향해 짖어대었다. 녀석은 중과부적을 느끼고 울면서 내 곁으로 도망쳐 왔다. 억울한 듯이 나에게 짖었다. 그러나 나도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기세등등한 개들을 겨우 쫓아버리고, 녀석을 데리고 타작마당을 떠났다. 선타각이란 이름의 마을 큰 우물가에서, 방금 사로잡은 고라니를 도살하고 있는 서너명의 사냥꾼을 만났다. 녀석은 사냥꾼에게 다가갔다. 그 발길은 무거웠다. 산넘고 강건너 진흙밭 속을 무척 힘겹게 걷는 듯 했다. 또 다시 타격을 입을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인 것 같았다. 녀석은 주저하면서 천천히 사냥꾼 앞으로 걸어 갔다. 가볍게 한숨 쉬듯이 와앙하고 소리 내었다. 그 소리는 처량했다. 무한한 슬픔이 배어 있었다.

암송이라는 중년의 사냥꾼이 고개를 들어 녀석을 보았다. 그는 귀찮은 듯이 쫓아버리는 손짓을 했다. “꺼져! 꺼져! 개 모양을 한 너같은 늑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

 

녀석은 사냥꾼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꼬리가 없어진 자신의 엉덩이를 드러내었다. 이번에는 교만함과 자신감이 없었다. 도둑질하다 들킨 것처럼 위축되어 있었다. 녀석의 짖는 소리는 더 이상 맑고 깨끗하지 않았다. 감기를 심하게 앓는 듯 한 목쉰 소리였다. 녀석의 눈에는 눈물이 어렸다. 엉덩이를 높게 곧추 세우고 동시에 머리를 무릎까지 숙였다. 동정을 구하는 애원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 작두에 꼬리를 잘랐다. 그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당신들 사냥꾼들은 나를 관대히 보아주지 않겠는가. 약간이나마 우정을 베풀어주지 않겠는가. 녀석은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마음은 바늘에 찔린 듯 매우 고통스러웠다. 사냥꾼들은 희한한 것을 보았다는 듯 한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봤다. 암송은 비웃었다. 퉤하고 침뱉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꼬리 자른다고 너를 못 알아볼 줄 알았나. 멍청이 늑대야. 꼬리 아니라 피부를 벗겨낸다 해도 네놈은 여전히 꼴 보기 싫은 늑대일 뿐이야!”

 

암송은 욕설을 쏟아내며 흙덩이를 집어 던졌다. 정확하게 꼬리에 맞았다. 사실, 이로 인한 타격은 미미했다. 흙덩이는 부드러웠고 상처가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녀석은 큰 충격을 받았다. 두 눈은 멍하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었으며, 반나절이나 움직이지도 않았다.

 

녀석이 갑자기 머리를 치켜 들었다. “아아앗하고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을 향해 한차례 길게 울부짖었다. 마치 어린 아이가 내지르는 큰 울음소리 같았다. 사람들에게 소름을 돋게 하는 무서운 울부짖음이었다. 거의 한 해 동안 녀석을 길렀는데 이처럼 귀를 찢는듯한 크고 목쉰 소리는 처음이었다. 늑대 본연의 포효였다. 녀석을 안고 집에 돌아오려 했으나 녀석은 필사적으로 내 품을 빠져 나갔다. 미친 듯이 마을을 벗어나서 광막한 산야 저쪽으로 사라졌다.

 

며칠간 계속 녀석을 찾았다. 결국 찾을 수 없었다. 두달 뒤 마을에는 늑대 재난이 발생했다. 한 무리의 늑대들이 산에 방목되어 있는 소와 양을 습격하고, 양치기 개들을 여러 마리 물어 죽였다. 한 번은 대담하게도 대낮에 마을을 습격하여 암송 사냥꾼 집 20여 마리 닭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마을 사냥꾼들은 여러 차례 매복공격, 토벌, 산을 훑어서 사냥하기 등을 행했으나, 잡히지 않았다. 늑대들은 영리하기 짝이 없었다.

 

이상한 점은, 마을 모든 집들 가축이 늑대들의 공격을 받았으나, 유독 내가 기르는 돼지와 닭은 하루 종일 바깥에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촌장이 마을 뒷산 골짜기에서 늑대 무리와 맞딱드렸다. 그 때 촌장은 분명히 보았다. 맨 앞에 서 있는 늑대는 꼬리가 없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마을 모든 가정에서는 앞 다퉈 나를 식사에 초대했다. 닭탕을 대접하고서는 나의 오줌을 받아서 자기 집 울타리에 뿌렸다. 내 오줌은 큰 환영을 받았다. 나는 오줌 뿌리는 기계가 되었으며, 마을 곳곳에 내 오줌 냄새가 흩뿌려졌다. 이 소동은 보름간 계속되었다.

 

그 후 마을에는 늑대의 습격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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