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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윤방랑 시인의 '도마 안중근 추모시'

작성자박철우|작성시간24.03.24|조회수3 목록 댓글 0

도마 안중근 추모시-윤방랑





여순의 겨울밤은 시리고 뜨겁습니다.
뼛속까지 흔드는 겨울바람에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 깨었습니다.
피와 살이 뜯기고 엉겨붙어 제 행색을 잃은지 오래인 육신이
그래도 춥다시리다 웁니다.
시린 몸에 잠들지 못하는 혼은 불처럼 달아오릅니다
하느님...
공중의 달은 물 위에 뜬 얼음처럼 차갑게 빛나는 밤입니다
이 시리고 언 겨울밤 며칠을 두고 나는 당신께 갈 것입니다.
한 목숨의 몸부림으로
아득한 이 백성의 분노가 일순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순하고 어진 아시아땅 처처에서 목놓아 울부짖게 하던
저 야욕을 마침내 이 손으로 꺾고 말았다면
이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
당신이 주신 뜻을 그 목숨도 받았을 것이나
어찌하여 그 생명을 이 손으로 꺾었냐고 탓하실 지언정
저는 떳떳하고 바르게 아뢰겠습니다.
그를 죽임으로그의 목숨을 이 손이 거둠으로
내 땅이 살아 있음을 알렸고
이 민족이 살아 있음을 알렸습니다.
그리하여 이것이 죄라시면
죄를 받겠으니 거두소서
살기를 바라지 않고 구걸하지 않겠나이다.
노쇠한 땅의 힘없는 왕이었다 하나
이 땅의 운명을 열고 닫을 것은 이 땅의 백성이올시다
보호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누가 요청한 보호였다 합니까
또한 나라의 존망이 경각에 달려마침내 바람에 지는 등불처럼 지고 말 때에
제 마음대로 팔아먹고 제 마음대로 이 민족에 사형집형을 내린 것은
내가 아닙니다우리가 아닙니다.


나는 이렇게 가지만
한 목숨의 죽음은 열 목숨백 목숨의 분기를 불러올 것이요
조선사람의 손가락 하나에서 뿜은 피는
온 조선사람의 가슴에서 살아날 것이니
옥사의 이 겨울밤이 어찌 시리기만 할 것이며
남은 날이 짧다 애통키만 하겠습니까.
당신이 나를 내었으니
당신이 거두소서
당신의 가르침대로
먼저 이 나라의 의를 구하였으니 내 의의 댓가를 이제 당신이 말하소서
먼저 간 수십 만 의병의 하나로 이 의를 당신께 물으니
내 뒤에 올 수십 만 의병의 앞으로 당신이 답하소서
잘라진 손가락이
먼 후일에 올 뒷사람에게 말하리다.
이렇게 살다 갔노라고.
대 한국인의 혼불 하나로 나는 이렇게 지펴졌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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