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같은 내 인생 송곡. 作.
봄이다. 산천은 이름 모를 수많은 꽃으로 가득 채우고 공원과 들녘에도 아름다운 꽃들이 저마다의 요염한 자태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싱그러운 아침 공기를 가슴으로 맞으며 내딛는 출근길 발걸음이 한층 가볍다. 매화는 매서운 겨울 추위의 고통을 겪고 나서야 맑고 청아한 향기를 피운다고 했던가? 지난 겨울에는 영원히 봄이 오지 않을 것같이 거센 한파가 기승을 부리더니 모진 추위를 용케도 견디었나 보다. 따사로운 봄햇살을 받으며 예쁜 꽃봉오리 수줍게 보듬고 온 세상을 아름다운 향기로 수놓고 있다.
주말이다. 무작정 차를 몰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며 혼자만의 봄 향기에 취해본다. 넓은 들녘 사방에도 봄의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잠시 달리던 길을 멈추고 이제 막 파릇파릇 고개를 내밀고 있는 연약하기 그지없는 연둣빛 새싹에 눈길을 던진다. 한참을 바라보며 봄 향기에 취해 있는데 저 멀리 가장자리 모퉁이에 자리 잡고 앉아 오롯이 고개 숙이고 수줍게 웃고 있는 한 떨기 작은 꽃송이에 눈길이 멈춘다. 분명히 눈에 익은 꽃이건만 어디에서 보았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내 눈길이 부담스러웠나 보다. 수줍은 듯 다소곳이 미소지으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기품이 있다. 가냘프게 돋아난 여린 꽃술에는 제법 봄의 향기가 소복하게 묻어 있고 불어오는 바람에 향기까지 솔솔 풍기며 코끝을 자극한다. 볼수록 정감이 간다. 아마도 화려하지 않은 평범함에 마음이 더욱 끌리나 보다. 한참을 바라본다.
어찌하여 이녀석은 한눈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예쁘고 화려한 꽃으로 태어나지 못하였을까? 화사한 꽃향기 한 아름 품에 안고 연꽃처럼 우아하고 장미처럼 화려한 자태로 태어났더라면 오가는 사람들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을 텐데. 평범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한적한 시골길의 모퉁이에 볼품없이 태어나 사람들의 눈길에서 조차 멀어져 있다. 하지만 보잘것없는 꽃송이로 태어났기에 수많은 다른 꽃이 더욱 우아하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게 하였으니 그것으로 본인의 소임은 다한 것이 아닐까? 초라하기 그지없는 작은 들꽃 한 송이에 마음은 한결 평온하고 가벼워진다. 바라보는 내 눈길에는 잔잔한 정감이 흐른다. 이 녀석에게도 분명 고상하고 고매한 이름이 있을 텐데 다정스레 그 이름조차 불러주지 못하는 나의 무지함이 못내 아쉬워 안타까운 마음에 시 한 수로 대신해 본다.
넓디넓은 들녘 땅에 보일 듯 말 듯
작고 소담하게 피어났기에
연꽃처럼 고고한 자태도 없고
매화처럼 청아한 향기도 없으며
장미처럼 화려함조차 없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지만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 질긴 생명력으로
지난겨울 거센 추위 거뜬하게 견디옵고
꽃술에는 풋풋하고 싱그러운 향기 보듬고
따사로운 봄 햇살에 수줍은 듯이
다소곳이 고개 숙인 채 얼굴 내밀어
사랑하는 임에게는 봄소식 전해주고
잔잔한 내 가슴엔 봄을 불러와
가슴 가득 한 아름 봄 내음 채워주는
이름도 성도 없는 봄의 전령사!!
그대는
그대는 이름 모를 한 송이 들꽃!
그렇다. 봄의 향기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꽃들만이 품는 것인가? 보잘것 없고 이름 없는 꽃에도 벌과 나비는 찾아온다. 평범한 한 송이 들꽃에도 봄의 향기 하나 가득 보듬었듯이 나의 인생 바구니에도 가슴 따뜻한 봄의 향기와 함께 희망을 가득 담아 오늘도 내 삶에 최선을 다하련다.
한 송이 들꽃 같은 내 인생! 아자 아자 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