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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1 -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8.09.01|조회수383 목록 댓글 0

[부활] 11 - 이제 시작일 뿐이다

 

 

 

 

 

 

 

 

 

 

1. 인테리어 팀 (전회 마지막 씬 연결, 밤)

 

하은, 조용히 액자를 집어 들여다본다.

사진 속 중학생 은하의 얼굴을 손으로 쓸어주는 하은. 가슴이 먹먹해 진다.

액자를 제자리에 놓고 은하의 자리에 앉는다.

두 손을 머리에 돌려 깍지 낀 채로 가만히 눈을 감는다.

은하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 하은의 얼굴에 오랜만에 평화로움이 깃든다.

하은이 조용히 허밍을 하기 시작한다.

그때, 조용히 문이 열리고 은하가 들어서다 하은을 보고 멈칫 굳어 선다.

눈을 감고 허밍을 하는 하은.

은하, 그 노래 소리에 점점 더 창백해진다.

하은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은하를 확인한다.

창백하게 굳어있는 은하 모습에 당황스럽게 보는 하은.

        

하은 : (천천히 일어선다)

은하 : (말을 잃고 창백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하은 : ...미안합니다. (당황스러움을 감추려 애쓰며) 형하고 함께 찍은 사진이 있길래..(말꼬리를 흐린다)

은하 : (보고만 있다)

하은 : (잠시 바라보다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은하 : 그 노래.

하은 : (철렁하듯 멈춘다)...!

은하 : (똑바로 쳐다보며 혼란스러운 눈빛으로)..어떻게 알아요?

하은 : (짐짓 의아하다는 듯) 노래라뇨?

은하 : 방금...부사장님이..

하은 : (애써 태연하게) 아~ 그냥 오다가다 들었던 건 것 같기도 하구.

은하 : (여전히 혼란스러운) 그 노래 오빠가 좋아하던 곡이에요.

하은 : ..그래요? (담담하게) 서은하씨 덕분에 형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네요.

        (하곤 은하를 지나쳐 가는 순간 괴롭게 무너지는 하은의 얼굴)

은하 : (혼란스런 표정으로)...

 

 

2. 인테리어 팀 앞 복도 (밤)

 

고뇌가 가득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하은, 잠시 멈추고 인테리어 팀 안의 넋 놓고 서 있는 은하를 바라본다.

 

 

3. 인테리어 팀 (밤)

        

은하 : (격심한 혼란, 새어나오듯)..분명히 오빠 목소리였어. 분명히..

       

다급하게 돌아보면 하은이 인테리어 팀 복도를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4. 무릉건설 복도 (밤)

 

하은, 입 꽉 다물고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은하, 정신없이 뛰어와 하은의 앞을 가로 막고 선다.

        

하은 : (굳어서 본다)...!

       

은하, 극도로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하은의 얼굴을 보더니 

다짜고짜 하은의 팔목을  잡아 옷소매를 걷어서 본다. 아무것도 없다.

팔찌를 찾았던 은하, 멍해지는 시선.

 

하은 : (차분하게 가라앉은) 뭐 하는 겁니까? (은하의 의도를 알고 있다)

은하 : (당황스런 눈빛으로 본다)

하은 : (흔들림 없는 차분한 시선)

은하 : (그제야 현실감을 찾듯 잡았던 하은의 팔목을 놓곤)...미안합니다.

하은 : (미소로 괜찮다는 듯)

은하 : (황급히 간다)

하은 : (차츰 미소가 사그라진다)

 

 

5. 인테리어 팀 (밤)

 

은하, 얼이 빠진 얼굴로 들어와 선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듯 서글픈 헛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럴 리가 없잖아. 정신 차려 서은하’라고 말하듯 고개를 가로 젓는다.

 

 

6. 무릉 옥상 (밤)

 

처연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서 있는 하은, 손에 쥐고 있던 팔찌를 들여다본다.

 

 

6-1. 고급 바 (밤)

 

혼자 앉아 술을 마시는 진우, 어쩐지 좀 쓸쓸해 보인다.

문득 휴대폰 들어 번호 누르려다가 손을 멈추는.

        

<인써트-10회 씬57>

은하 :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진우, 자신의 모습이 한심한 듯 조소를 날린다.

 

 

7. 인테리어 팀 (밤)

 

저녁식사를 마치고 온 인테리어 팀들.

 

해경 : (은하에게) 뭐 한 거야, 여기서? 핸드폰 가지러 간 사람이 오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구.

은하 : 죄송해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하는데)

(E) : 휴대폰.

해경 : (명랑하게) 전화부터 받어.

은하 : 네에. (받는) 서은합니다.

재수 : (다짜고짜, 다급한 E) 그 쳐 죽일 놈을 알아냈대!

은하 : ...!

 

 

8. 포장마차 (늦은 밤)

 

은하, 급하게 뛰어 들어와 보면 재수가 수철과 장형사를 앞에 놓고 열을 올리고 있다.

 

재수 : (열이 올라서 팔팔 뛴다) 경찰들은 머리는 죄다 전당포에 맡기고 수사 하냐?

        그 놈은 지 꺼 아니면 길에 떨어진 개똥도 안 줍는 놈이야!

       

난처한 수철과 장형사.

 

은하 : 아빠, 무슨 일이에요?

재수 : (분통해서) 글쎄 기껏 용의자를 찾았다더니만 

        우리 하은이가 조폭 놈 뒤 봐주다가 그 놈 손에 죽었다는 거야. 이용가치가 없어져서!

은하 : (어이가 없다. 수철 장형사 보며) 그게 무슨 소리에요?

장형사 : (난처한) 유력한 용의자가 나타나는 거지 자세한 건 아직 몰라요.

재수 : 모르긴 뭘 몰라?! 숨길 생각 말고 사실대로 아는 대로 전부 다 말해!

장형사 : (난감해서) 수사 중에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은 수사기밀입니다.

재수 : 피해자 가족한텐 사실대로 전부다 말해 줘야 할 거 아냐?!

은하 : 조폭하고 관계있단 얘긴 왜 나온 건데요?

장형사 : ...증거랑 증인이 있어서(하는데)

수철 : (O.L.) 아니야, 은하야. (재수 보며) 잘못된 거예요, 아저씨. (은하보며) 잘못된 거야.

은하 : (감이 오는) 오빠는 뭔가 알고 있는 거죠? 누구 짓인지 알고 있는 거죠?

수철 : (당황하는 말을 돌리듯) 그냥..하은일 누구보다 잘 아니까.

재수 : (O.L.) 이런 우라질! 그거 모르는 사람이 여기 어딨어?!

수철 : 박상철을 잡으면 일단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재수 : (속 터진다) 그 조폭이란 놈이 박상철이야? 어딨는데 지금!

장형사 : 잠수 탄 상태라 수배중입니다.

수철 : 박상철은 제가 찾아요, 아저씨. 내가 찾을게, 은하야.

        

재수, 은하 심난한 표정으로 수철을 바라본다.

 

 

9. 달리는 차 안 (이른 아침)

 

아무런 표정이 없는 하은, 신혁의 산소를 향해 가고 있다.

        

 

10. 신혁의 산소 (아침)

 

하은, 처연한 표정으로 신혁의 산소 앞에 있다.

미처 함께 마시지 못했던 소주를 일회용 소주 잔 두개에 채우는 하은.

 

하은 : (마치 대화를 나누듯) 이제야 왔다 신혁아. 형 많이 기다렸지?

        (소주 잔 앞에 놔주곤 흐린 눈으로 웃으며)...나..매일 밤 생각해.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너한테 연락하지 않았을 텐데..너한테 만나자고 안 했을 텐데...

       널 두고...(얼핏 목이 메여오는 거 삼키며) 혼자 나오지 않았을 텐데..그랬다면...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두 눈에 물기가 어리며 고개를 꺾인다)....미안해, 신혁아. 형이...너무 미안해.

신혁 : (E) 미안해하지 마, 형.

하은 :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 본다)

        

편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신혁의 환상.

 

하은 : (쿵 내려앉으며, 신음처럼)...신혁아.

신혁 : (처연한 미소로) 미안해하지 마....난 괜찮아. 정말 괜찮아, 형.

하은 : (그리움이 가득한 두 눈)

신혁 : ..나라서...다행이야. 형이 아니라 나여서...정말 다행이야.

       

하은의, 왈칵 치솟는 감정에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동생의 얼굴을 만져보려고 하은이 신혁에게로 손을 뻗지만 신혁의 환상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텅 빈 공간을 아프게 바라보는 하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11. 경찰서 기자실 (아침)

 

강주 손에 봉투 하나가 들려있다. 겉봉투를 확인하면 역시 보낸 이의 이름은 없다.

강주, 짐작이 가는 듯 작심하고 봉투를 열어 편지를 꺼내본다.

워드로 쳐서 인쇄된 두 번째 메시지.

 

하은 : (E)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하나의 끈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12. 달리는 차 안 (아침)

 

입 꽉 다물고 냉담한 표정으로 돌아온 하은, 운전하고 있다.

 

하은 : (E) 1985년 4월 20일(20년 전 건설부 과장 자살사건 기사 날짜와 일치시켜 주세요)이 날의 끈을 찾으십시오.

 

 

13. 경찰서 기자실 (아침)

 

편지를 읽는 강주 위로.

 

하은 : (E) 이것이 당신이 찾아내야 할 두 번째 숙젭니다.

강주 : (혼란스러운) 누구야 대체? (곰곰 생각) 1985년 4월 20일..

 

 

14. 레스토랑 (낮)

 

한 곳에 자리 잡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신문을 보고 있는 천사장. 그 위로.

 

희수 : (E)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천사장, 무표정한 얼굴로 신문 너머로 슬쩍 시선을 던진다.

부잣집 사모님으로 보이는 여자 두 명(하지만 어딘가 허세가 있어 보이는 분위기) 앞에

양복을 쭉 빼입은 남자가 보인다, 박희수다.

겉으로 보기엔 멀끔하고 유능한 청년 실업가 같아 보인다.

 

희수 : (모조품 명품 지갑 속에서 명함을 하나씩 꺼내주며) 월드캐피탈의 제임스 리라고 합니다.

천사장 : (재밌는 듯 피식 웃는다)

       

사모님들 명함 받아서 보는.

 

희수 : 강남 스타타워가 싱가포르에 팔릴 때 3천억 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는 사실,

        두 분 정도의 명품고객들이면 이미 알고 계시겠죠?

여자1 : (모르면서도)..그럼요.

희수 : 그게 최근에 제가 맡았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사모님들 감탄하는 표정으로 자기들끼리 시선교환하면서..

 

희수 : 월드 캐피탈에선 두 분처럼 명품의 가치를 알아보시는 분들을 위해 이번에 새로운 귀족 펀드를 출시했습니다.

여자2 : (관심보이며) 그래요?

희수 : 소수의 상류계층만을 위한 스페셜 웰빙펀듭니다. (하다 조금 심드렁해 보이는 여자2보며) 사업애기 중에 죄송한데

        혹시 사모님이 쓰시는 화장품이 뭔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여자2 : ? 그건 왜요?

천사장 : (희수의 하는 짓거리에 미소를 짓고 있는 위로)

희수 : (E) 피부가 너무 좋으셔서 여자친구한테 선물을 할까하구요.

천사장 : (어이없는 듯 웃으며 고개 절래절래)

 

 

15. 레스토랑 앞 (낮)

 

희수, 사모님1, 2를 배웅하고 있다.

그 뒤로 나와 서서 무심히 딴 데 보고 있는 천사장.

 

희수 : (외제 승용차 옆에 서서) 제 차로 바래다 드리려고 했던 건데?

여자2 : (차 안에 탄 채로 미소 지으며) 괜찮아요.

희수 : (정중하게 고개 숙여서)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사모님들 태운 차 떠난다.

 

희수 : (순식간에 표정이 변해 픽 웃으며 외제 차 툭툭 치며) 차 좋다!

        

하고 승용차 지나쳐서 휘파람 불며 가는데 그 앞을 가로막고 서는 사복형사 1.2.

 

희수 : (움찔 굳어서)...누구십니까?

형사1 : 박희수. 사기 및 혼빙으로 체포한다.

천사장 : (강냉이 먹으면서 무심히 보고 있다)

희수 : (어이가 없다는 듯 픽 웃는)

 

 

16. 공원 (낮)

 

하은과 천사장이 나란히 벤치에 앉아있다.

천사장은 여전히 강냉이 먹고 하은은 한손에 주사위 만지작거리고 있다.

 

천사장 : 돈 많은 사모님들 사기 치는 데는 천부적이에요, 박희수란 녀석.

하은 : (비죽 웃고)

천사장 : 지금 걸린 것만도 네 건인데 신기하게도 전과는 아직 없어요. 이번에 제대루 걸렸구요.

하은 : (픽 웃고)

천사장 : 근데 이 놈 참 희한해요.

하은 : (본다)

천사장 : 지금까지 매달 고아원에 꼬박꼬박 기부를 했어요.

하은 : (미소를 지으며) 고아원에서 자라서 그렇겠죠. 할머니도 맡질 않았으니까.

천사장 : (보는)

하은 : 민수연이 건설부를 그만두고 6개월 만에 박희수를 낳았어요. 사생아를 낳았다고 집에서도 쫓겨났구.

천사장 : (끄덕끄덕)

하은 : 어떤 상황입니까, 지금?

천사장 : 피해자와 합의가 안 되면 입감되고 구속되구.

하은 : (무심히 끄덕인다)

천사장 : 언론에 흘릴 생각입니까?

하은 : (미소 지으며 대답대신) 지켜보다가 구속 직전에 합의를 봐주세요.

천사장 : 이해가 좀 안되네.

하은 : (무심한 표정으로 본다)

천사장 ; 사생아가 있단 사실을 언론에 흘리면 이태준한텐 치명적일 텐데..그건 왜 안하는 겁니까?

하은 : (의미 있는 미소로) 너무 쉬운 방법은 재미없잖아요. (하곤 일어서며) 참, 최동찬 사무실에 들어갈 방법이 없을까요?

천사장 : 거긴 왜요?

하은 : 찾아야 할 중요한 물건이 있는데 거기 있을 것 같아서요.

천사장 : 그게 뭔데요?

하은 : 형사수첩입니다.

 

 

17. 무릉건설 한 곳 (낮)

 

종인과 은하.

 

은하 : (정중하게) 회장님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녁초대는 부담스럽네요.

종인 : (친절하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조촐한 자리니 부담 갖지 말라는 회장님의 당부가 있었습니다.

은하 : (난처해서 보는)

 

 

18. 인테리어 팀 (낮)

 

은하, 난처한 기색으로 자리에 와서 앉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은하 : (받는) 서은합니다.

 

 

19. 경찰서 한 곳 (낮)

 

강주 : 서은하씰 만나고 싶은데 언제가 좋겠어요? 강혁오빠 일로 물어볼 게 좀 있어서요.

        저도 9시는 넘어야 돼요. 그럼 거기서 봐요. (끊는데)

일진 : 이강주.

강주 : 네, 선배님.

일진 : 허서장 사건 새롭게 나온 거 없는지 취재해서 보고해.

강주 : 알겠습니다.

 

 

20. 강력5팀 (낮)

 

수철은 자리에 앉아 곰곰 뭔가 생각에 빠져있다. 그 위로.

 

함형사 : (E) 서장이야 실형 선고 받아도 항소 할테구.

함형사 : (장형사 책상위에 걸터앉아서) 나이도 있는데 기껏해야 몇 개월 재판 계류기간 내에 나오지 않겠어?

장형사 : 형을 살든 안 살든 직위해제 당한 거 자체가 인생 끝이죠 뭐.

수철 : (불현듯) 함형사.

함형사 : (본다)

수철 : 상철이파 제보자가 누구였어? 혹시 서장님 앞으로 제보 온 거 아니야?

함형사 : 그럴 걸.

수철 : (감이 잡히는 느낌인데)

강주 : (들어와 씩씩하게) 안녕하세요.

       

다들 피하고 싶은 분위기.

 

강주 : 허덕우서장 비리혐의 인정했나요?

함형사 : 여기 와서 그러지 말구 부속실 가서 물어봐요. (하고 나가면서) 불난 집에 기름 붓나. 압력밥솥 터지기 직전인데..

강주 : (빙긋 웃곤 장형사한테) 증거 테이프 보낸 사람이 누군진 파악됐어요?

장형사 : 그 건은 저희도 아는 거 없어요.

강주 : (수철을 본다)

수철 : (자기 생각에 빠져있다)

강주 : (갑갑한 듯 한숨쉬며) 진짜 형사님들 너무들 하시네요.

장형사 : (시선 돌려 강주를 본다. 뭔가 망설이는 눈빛)

 

 

21. 경찰서 한곳 (낮)

 

강주, 기자수첩에 펜으로 적으며 나오는데 장형사가 부른다.

 

장형사 : (E) 이기자님.

강주 : (돌아본다)

장형사 : (앞에 와 선다. 뭔가 결심을 하기 위해 망설이는)

강주 : ? (보는)

 

 

22. 무릉 건설 로비 (오후)

 

은하, 밖으로 나와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다가

한쪽에 초조한 기색으로 서성이고 있는 재수의 모습 발견하고 급한 걸음으로 가서 선다.

 

은하 : 아빠.

재수 : (보곤) 어, 은하야.

은하 : 여긴 어쩐 일이세요?

재수 : (대뜸) 애비가 그 사람 한 번 만나야겠다.

은하 : ? (보는)

재수 : 우리 하은이 쌍둥이 동생이란 사람, 만나야겠어.

은하 : (난감해서) 아빠.

재수 : (O.L.)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어서 그래. (간절한) 하은이 놈,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데 이 놈이 꿈에도 안 나타나구..

        내가 그 놈 보고 싶어서 미치겠다.

은하 : (가슴이 먹먹하다)...

재수 : 그 사람 보면 하은이 본 것 같은 거 아냐. 그래서 그래. 하은이 놈 보듯 한 번만 보고 가려구.

은하 : (이해하는).....

재수 : 무작정 부사장실로 찾아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구..니가 가서 얘기 좀 해봐. 설마 거절이야 하겠냐?

은하 : ....

       

저쪽에서 걸어가던 인철과 종인의 시선이 은하와 재수에게로 멈춘다.

인철, 찰나 같은 짧은 표정 변화를 보이고 예의 그 담담한 표정으로 지나간다.

 

 

23. 신혁의 사무실 (오후)

 

재훈 : (하은 앞에 서서) 설계도면 수정 작업은 오늘 중으로 끝나고

        내일 중으로 기술 위원들한텐 내일까지 도면을 전할 계획입니다.

하은 : (미소로 보며) 안비서님이 계시니까 제가 든든하네요. 모든 알아서 척척해주시니까.

재훈 : (미소로) 과찬이십니다.

하은 : (불쑥) 안비서님 골프 칠 줄 아세요?

재훈 : 아직..배우질 못했습니다.

하은 : 아아...

재훈 : 부사장님은 싱글이시죠?

하은 : (어쩔까 하다 웃음으로 때우는데)

여비서 : (노크하고 들어와, 호기심어린) 부사장님, 인테리어 팀 서은하씨가

하은 : (굳어지는 위로)

여비서 : (E) 드릴말씀이 있다는데요.

하은 : (잠시 생각하다) 들어오시라고 해요.

여비서 : 네. (나가고)

        

재훈, 인사하고 나가면서 은하 들어온다.

재훈과 은하 서로 가볍게 목례하고.

 

하은 : (자리에서 일어나 긴장되면서도 애써 담담하게) 앉아요.

은하 : (선 채로) 부탁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하은 : 무슨 부탁인데요?

은하 : 아빠가 부사장님을 몹시 뵙고 싶어 하세요.

하은 : (흠칫해서 본다)

은하 : 연락도 없이 찾아오는 건 예의가 아닌 줄 아시면서도 오빠가 너무 그리우셨던 모양이에요.

하은 : (아프게 본다)

은하 : 괜찮으시다면 저희 아빨 만나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회사에 와 계세요.

하은 : (두 눈에 고뇌가 일렁인다)...

은하 :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하은 :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미안합니다.

은하 : (본다)

하은 : (만날 자신이 없다) 지금은 좀 바쁜 일이 많아서요.

은하 : (이해할 수가 없는 듯) 오래 계시지 않을 겁니다.

하은 : (표정 들키지 않으려는 듯 시선 외면하고 책상으로 가며) 나중에 제가 찾아뵙겠다고 전해주세요.

은하 : (어이없고 무참한 기분이 되어) 이해가 안가네요.

하은 : (본다)

은하 : 오빠하고 (애써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유강혁씨하고 우리..피는 섞이진 않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면서 사랑했던 가족이었어요. 아빤 친아들 이상으로 오빨 아끼고 사랑하셨구요.

하은 : (애처로운 눈으로 보는)

은하 : 부사장님을 뵈면 오빠를 본 것 같아...위안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다구..그래서 여기까지 오신 건데...(목이 메이는 거 삼킨다)

하은 : (괴롭게 흔들리는 눈동자)

은하 : (눈물 보이지 않고 단단한 표정으로) 조금 전까지 한심한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하은 : .....

은하 : 어쩌면 부사장님도 우리 아빨 누구보다 만나고 싶으실 거라고...반갑게 맞아주실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오핼 했네요. 그만 가보겠습니다.

       

은하, 거침없이 밖으로 나간다.

하은, 혼자 남아 우두커니 서 있다.

 

 

24. 신혁 비서실 (오후)

 

은하, 눈물을 꾹 참는 듯한 얼굴로 나와 인사도 잊고 급하게 나간다.

재훈,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은하를 본다.

        

여비서 : (호기심에 차서) 소문이 사실인가 봐요?

재훈 : (나무라는) 괜한 상상력으로 헛소문 만들지 마.

 

 

25. 신혁의 사무실 (오후)

 

하은, 잠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다가 그냥 우두커니 서 있다.

 

 

26. 엘리베이터 안 (오후)

 

은하, 그제야 흐르는 눈물을 씩씩하게 닦아내면서 표정정리하려 애쓰고 있다.

 

 

27. 무릉건설 로비 (오후)

 

은하, 밖으로 나와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는 재수의 모습을 본다. 

얼른 표정 밝게 정리한 은하, 웃는 얼굴로 재수에게로 다가간다.

 

은하 : 아빠.

재수 : 어떻게 됐어? 괜찮다지?

은하 : (짐짓 아쉽다는 듯) 지금 자리에 없대요.

재수 : 없어?

은하 : 네에. 전화라도 하고 오셨으면 좋았잖아요.

재수 : (낙담해서) 언제 온다는데?

은하 : (명랑하게) 늦을 거래요. 우리 아빠 괜히 헛걸음 하셨다. 어떡하죠?

재수 : 어떡하긴 뭐. 할 수 없지.

은하 : 분명히 아빠 만나러 갈 거예요. 오빠 동생도 아빠 되게 보고 싶어 해요.

재수 : (히죽 웃으며) 그렇겠지. 하은이 놈 동생이면 보나마나 착한 놈일 텐데.

은하 :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팔짱끼며) 정류장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재수 : 아냐, 아냐. 바쁜데 들어가 어서.

은하 : 괜찮아요. 가요, 아빠. (가면서) 점심은 드셨어요?

재수 : 냉동실에 만두가 하도 많아서 그거로 한 끼 때웠어. 하은이 놈 있었으면 이틀이면 없어질 텐데..

은하 : (쓸쓸한 미소)

 

 

27. 경찰서 기자실 (오후)

 

강주, 볼펜 입에 물고 하은이 보내 온 두 번째 편지를 빤히 쳐다보다 전화기를 쳐다본다. 그 위로.

 

장형사 : (E) 이기자님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28. 경찰서 한 곳 (오후)

 

강주 : (자판기에서 막 커피 두 잔을 뽑아 들다가 본다)

장형사 : (진지하게 본다)

강주 : (커피 한 잔을 장형사에게 내밀며) 서하은 형사, 개인적으로 저하고 관계있는 사람이에요.

장형사 : (놀라서 본다)

강주 : 장형사님 말대로 서형사가 누명을 쓰고 살해된 거라면 반드시 알아내야 할 책임이 있어요.

장형사 : (잠시 보다..결심하고) 서형사님은 임대식을 죽인 범인으로 최동찬을 지목했어요.

강주 : (놀라서) 관광호텔 사장이요?

장형사 : 어떻게 아세요?

강주 : 나도 그 사람을 주목하고 있던 중이에요. 이유는요?

장형사 : 사실 증거는 없어요. 드러난 알리바이도 확실하구.

강주 : (답답해서) 그럼 아무 소용없잖아요.

장형사 : 일단 서형사님 죽음에 의문점이 있다는 기사를 써 주세요. 방송에 나가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될 거구

           그럼 재수사도 할 수 있을 거예요.

강주 : 뭐라고 방송을 해요?

장형사 : 대충 알려드렸잖아요.

강주 : 대충으론 안돼요. 증거도 없는데 추측만 갖고 기사 못 써요. 써도 방송에 내 보내 주지도 않구요.

장형사 : (갑갑하다 번뜩) 서형사님이 최동찬의 알리바이를 의심했어요.

강주 : 자세히 얘기해 보세요.

 

 

29. 경찰서 기자실 (오후)

 

강주 : 고속열차라...(답답한 듯 몸을 일으켜 세워 앉으며) 그것도 결국 추측일 뿐인데..일단 한 번 찔러 봐? (하곤 수화기 든다)

 

 

30. 동찬 사무실 (오후)

 

동찬 : (수하에게) 허서장 증거 테잎 보낸 자가 누군지 아직 못 찾았어?

수하 : ..경찰 쪽 관계자는 아닌 거 같습니다.

동찬 : (버럭) 그걸 대답이라고 해!

(E) : 전화벨.

동찬 : (열 오른 채로 받으며) 최동찬입니다.

강주 : (F) 안녕하세요. KSB에 이강주기잡니다.

동찬 : (미간을 찡그리며) 이강주기자라고 하셨습니까?

강주 : (F) 네.

동찬 : (인상이 굳어진다)

 

 

31. 기자실 (오후)

 

강주 : 임대식씨 자살 사건에 대해 몇 가지 여쭤 볼 말이 있는데요, 언제쯤 시간이 괜찮으세요?

 

 

32. 태준 사무실 (오후)

 

태준 : (동찬의 전화를 받았다. 굳어진 얼굴로) 무슨 소리야? 분명히 우리 강주라고 했어?...

        (잠시 난감해 있다가) 뭐 대단한 건 아닐 거야. 그 녀석이 호기심이 좀 많아. 최사장이 적당히 대꾸해 줘. 

        (끊고 뭔가 걸리는 느낌인데)

정무 : (들어온다) 도당위원장 약속시간에 맞추려면 지금 출발하셔야 합니다.

태준 : 알았어. (대답을 해 놓고도 움직이지 않고 생각에 빠진)..

 

 

33. 신혁의 방 (오후)

 

깔끔하게 접은 신혁의 속옷을 들고 들어오는 이화.

장롱 문을 열어 속옷을 제자리에 두고 문을 닫으려다가 멈칫 멈추고 다시 장롱 안을 본다.

정돈 된 신혁의 와이셔츠가 옷걸이에 제대로 걸려있지 않거나 하얀색 와이셔츠 중간에 다른 색의 와이셔츠도 섞여있다.

이화...뭔가 기분이 이상해지는 위로.

 

신혁 : (E) 그냥 놔두세요.

 

 

34. 신혁의 방 (밤, 회상)

 

결벽증이다 싶게 하얀색 와이셔츠가 걸려있는 장롱에다 와이셔츠 걸던 이화가 돌아본다.

 

신혁 : (노트북 켜 놓고 작업하면서 무덤덤하게) 정리는 제가 할게요. 놔두세요.

이화 : (미소로) 괜찮아.

신혁 : 섞이는 거 싫어서 그래요.

이화 : (보는)..

 

 

35. 신혁의 방 (오후)

 

이화, 회상에서 돌아와 다시 한번 장롱 안을 본다. 섞여있는 와이셔츠들.

아들의 갑작스런 변화에 자꾸만 불안한 생각이 드는 이화..

 

 

36. 포장마차 앞 (밤)

 

하은, 그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포장마차를 바라보고 서 있다.

여기까지 왔지만 재수를 만날 용기가 나질 않아 쉽게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37. 포장마차 안 (밤)

 

장사고 뭐고 다 때려치운 사람처럼 혼자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는 재수.

탁자위엔 이미 비어낸 술병이 두 병 놓여있다.

 

손님 : (들어와서) 아저씨, 닭발하고 소주요.

재수 : 오늘 장사 안합니다.

        

손님, 뭐야? 하는 눈으로 함께 온 동료를 보고는 맥 빠져서 나가는데 하은이 들어온다.

재수는 하은을 보지 않고 술만 마시고 있다.

 

재수 : 장사 안한다니까요!

       

가슴이 먹먹해지는 하은, 그리움과 반가움이 깃드는 눈빛으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재수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서 있다.

재수, 시선을 느끼고 무심히 고개를 들다가 하은을 발견하고 쿵! 하고 심정이 내려앉는 듯 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선다.

 

하은 : (얼른 표정을 담담하게 바꾼다)

재수 : ....하은아.

하은 : (그 말에 얼굴빛이 아프게 변하며 애써)...처음 뵙겠습니다. 유신혁입니다.

재수 :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보는)...

 

 

37. 까페 (밤)

 

은하와 강주, 맥주를 놓고 앉아있다.

 

강주 : 꼭 만나야 할 사람이요?

은하 : 네. 그래서 강릉에 온 거라고 했어요. 꼭 만날 사람이 있어서.

강주 : 누군지는 모르시구요?

은하 : ..네.

강주 : 강혁오빠가 뭐 다른 말은 안했어요? 최동찬 말구 누구 이름을 댔다든가.

은하 : (생각하다 불현듯) 그러고 보니 이상한 말을 했어요.

강주 : 이상한 말이라뇨?

        

<플래시 컷-5회 68씬>

하은 : 자신을 잃어버린 곳에서 길을 찾아라.

 

강주 : 자신을 잃어버린 곳이요?

은하 : 네. 그리고

        

<플래시 컷-5회 68씬>

하은 : 적어도 내가 누군지는 찾았어.

 

강주 : (흥미로운) 자신이 누군지 찾았단 얘긴 혹시 유강혁이란 걸 알았단 뜻일까요?

은하 : (그러고 보니 그런 듯도 싶다)...어쩌면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확신이 오는 듯) 아니 그런 것 같애요. 오빠가 그랬거든요.

 

<플래시 컷-5회 68씬>

하은 : (불현 듯 예의 그 장난스런 미소 지으며) 걱정이네. 되게 헷갈릴 텐데.

 

은하 : 오빤 알고 있었던 거예요. 자신이 쌍둥이란 사실을 분명히 알고서 한 소리에요.

강주 : (점점 더 호기심이 생기는) 그럼 왜 신혁오빠한테 전활 안했을까?

은하 : (보는)

강주 : 그 사실을 알았다면 제일 먼저 동생한테 전화하는 게 순서잖아요?

은하 : 쫓기던 상황이라서 연락을 못 한 게 아닐까요?

강주 : (가로 저으며) 연락하겠다고 맘먹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죠. 신혁 오빠가 전화를 받지 못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하다 문득) 그때 신혁오빠가 여행 중이었나?

은하 : (보는)

 

 

38. 포장마차 앞 (밤)

 

술이 취한 재수의 구슬픈 노래 가락이 흘러나오고 있다.

 

 

39. 포장마차 안 (밤)

 

탁자위엔 빈 소주병이 늘어있다.

술에 취한 채 젓가락 장단을 치며 유행가를 부르고 있는 재수의 노래 소리가 어쩐지 구슬프게만 들린다.

하은, 그 모습을 아련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재수 : (어느 순간 노래를 멈추고는 허탈하게 웃으며) 노래는 얼어 죽을. 내가 이거 손님 앞에 두고 뭔 추태냐.

      (하은 보며) 이해해요.

하은 : (슬픈 미소) 아닙니다.

       

재수, 술병을 잡자 하은이 얼른 술 병 잡아서 재수의 빈 잔을 채워준다.

 

재수 : (아련한 눈으로 하은을 보며) 정말 똑같이 생겼네. (서글픈 웃음 흘리며) 똑같이 생겼어.

하은 : (복잡한 심정으로 본다)

재수 : 복도 지지리도 없는 놈. (속상해서 술잔을 한 번에 비워내곤) 하은이 그 놈 참 복도 없는 놈이요.

        어쩌다가 부모 형제랑 떨어져설랑 가난한 나한테 와서 죽어라 고생만 하구. 구박만 받구.

하은 : (아프게 바라본다)...

재수 : (술 취해 횡설수설하듯) 부모 밑에서 잘 컸으면 이런 꼴 저런 꼴 안 보고 잘 살았을 놈인데...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아퍼. 암만 싫은 소릴 해도 웃으면서 잘 받아 넘겨주니까 믿거라하구 못할 소리도 너무 많이 했어요. 

        그 놈이 미워서 그런 게 아닌데..(웃는데 눈물이 고인다) 가슴이 아퍼.

       꼬박꼬박 적금 든 거 나 때문에 홀딱 날리구도...괜찮다고 하던 놈인데... 

        내가...우리 하은이한테..(목이 메여오는) 미안한 게..너무 많아요...미안한 게 너무 많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눈물을 훔쳐낸다)

하은 : (위로해 주고 싶어 움직거려보지만 어찌해야 할지 방법을 못 찾고 서글픈 얼굴로 그냥 앉아있다)

 

 

40. 버스 정류장 (밤)

 

강주와 은하, 나란히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다.

 

은하 : 이기자님은(하는데)

강주 : (웃는 얼굴로 O.L.) 나이도 똑같은데 그냥 강주라고 불러요. 반말 힘들면 편해 질 때까지 강주씨라고 그러든가요.

은하 : (미소 지어 보인다)

강주 : 근데 무슨 애기 하려던 거였어요?

은하 : 강주씬 우리오빠 사건에 왜 이렇게 열정적인 거예요? 알던 사람이라해도 강주씨처럼 열정적이긴 힘들 것 같은데.

강주 : 기자로서의 사명감이라고 하면 좀 닭살이고 재수도 없구.

은하 : (웃고)

강주 : 처음엔 강혁오빠 일이니까라고 생각했는데...요즘은 강혁 아니다 은하씨 앞에선 서형사님이라고 부를게요.

은하 : (미소로) 사실 그게 듣기에 편해요, 전.

강주 : (웃곤) 서형사님 말대로 어쩌면 필연이 아닐까 싶어요.

은하 : 필연이요?

강주 : (끄덕이며) 서형사님이 그랬다면서요? 우연은 한 번 뿐이고 나머진 필연이라구.

        나한테도 그런 것 같아요. 아직은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이지만.

은하 : (강주가 맘에 든다) 고마워요.

강주 : 은하씨가 왜 고마워요? 자꾸 은하씰 괴롭히기만 하는데, 내가.

은하 : 아니에요. 강주씨 만나서 오빠 얘기하는 거..위로가 돼요. 누군가한테 오빠 얘기 하고 싶은데..할 사람이 없거든요, 나.

강주 : 유신혁한테 (하다, 피식 웃으며) 그 사람 다정하진 못하죠?

은하 : (긍정하듯 웃는)

강주 : 서형사님은 어땠어요? 다정한 사람이었어요?

은하 : (미소가 떠오르며) 네. 밝고 따뜻하고..흥분도 잘하고 농담도 잘하구..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변함없는 나무처럼 항상 그 자리에 서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오빠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어요.

강주 : ...서형사님을 많이 좋아했었나 봐요.

은하 : (슬픈 미소로)...마음 깊이 담아두고 있는 사람이에요. 옛날이나..지금이나.

강주 : (조금 놀라서 보며)..강혁오빠..사랑했던 거예요?

은하 : (흐린 미소로 담담하게) 오빤..내 영혼 같은 사람이에요.

강주 : (좀 충격인 듯)...

 

 

41. 포장마차 안 (밤)

 

술에 취해 탁자에 엎드려 자고 있는 재수.

 

하은 : (가슴이 쓰려와 아련하게 바라보며)...죄송해요, 아저씨. (하는데)

        

은하, 들어오다 하은을 보고 놀라 굳어 선다.

은하의 모습에 당황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서는 하은.

두 사람, 잠시 말을 잃고 서로를 바라본다.

 

 

42. 달리는 차 안 (밤)

 

운전하는 하은, 룸미러로 뒷좌석을 본다.

은하가 술에 취해 잠이 든 재수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다.

부녀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고 서글픈 심정이 되는 하은이다..

 

 

43. 하은의 방 (밤)

 

옷을 입은 채로 쓰러져 있는 재수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은하.

문 앞에 선 하은이 자신의 방을 아련한 얼굴로 둘러보고 있다.

은하, 일어서다가 하은의 그 모습을 본다.

문득 정신이 든 하은이 은하와 시선과 부딪치자 얼른 시선을 돌린다.

 

은하 : 오빠 방이었어요, 여기.

하은 : (시선 돌린 채로)..네에.

 

 

44. 재수 주방/거실 (밤)

 

떨리는 손으로 커피 잔에 든 커피를 젓고 있는 은하. 

거실에 서서 은하의 뒷모습을 슬프게 바라보고 있는 하은, 다가가 안아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이 서글픈 심정이다.

은하가 찻잔을 쟁반에 받쳐 들고 돌아서면 하은이 시선을 돌린다.

 

은하 : 앉으세요.

하은 : 네. (앉는다)

은하 : (탁자 옆으로 와서 긴장을 감추려 미소 지으며) 커피 밖에 없네요.

하은 : ..커피 좋아해요.

은하 : (찻잔을 들어 하은 앞에 놓는데 그 손이 미세하고 떨리고 있다)

하은 : (처연한 심정으로 그 손을 보는)

은하 : (자기 찻잔을 앞에 놓으려다가 너무 긴장한 탓에 잔을 엎으며 뜨거운 커피를 쏟는다)

하은 :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은하 손잡으며) 괜찮아요?

은하 : 괜찮아요.

하은 : 빨리 찻물에 씻어요. 손등이 빨개요.

은하 : 괜찮아요. (하며 하은에게 잡힌 손을 본다)

하은 : (당황스럽게 손을 놓아준다)

은하 : (역시 당황스러운 마음에 허둥대며) 죄송해요. 휴지가 (휴지를 찾아 쏟은 커피를 닦아낸다)

하은 : (그 모습을 아프게 보고 있다)

은하 : 제가 좀 덜렁대요. 설거지하다 컵도 잘 깨구요.

하은 : (시선 피하면서 무심히 고개를 끄덕여준다)

은하 : ..찾아와 주셔서 감사해요. 여기까지 아빠 데려다 주신 것도 고맙구요.

하은 : (본다)

은하 : 낮엔 (하는데)

하은 : (O.L.) 낮엔 미안했어요. 회사까지 오셨는데 그냥 돌아가시게 해서.

은하 : (보는)

하은 : (은하의 시선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가보겠습니다. (일어선다)

은하 : (따라 일어서며) 한 가지만 여쭤 볼게요.

하은 : (본다)

은하 : 혹시...우리 오빠한테 전화 받으신 적 없으셨어요?

하은 : (미간이 움찔한다)...아뇨.

은하 : 그래요..

하은 : 왜 그걸 묻는 거죠?

은하 : ..아니에요.

하은 : 갈게요.

은하 : (따라 나선다)

하은 : (돌아보지 않은 채로) 됐어요. 나오지 말아요. (간다)

은하 : (서 있다)...

 

 

45. 재수 집 대문 앞 (밤)

 

하은, 밖으로 나온다.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 듯 대문을 돌아본다.

 

 

46. 재수 거실 (밤)

 

찻잔을 치우던 은하, 손을 놓고 우두커니...

 

 

47. 재수 대문 앞 (밤)

 

움직이지 못하고 벽에 몸을 기대고 서 있는 하은...(F.0.)

 

 

48. 국회 도서관 신문 열람실 (아침)

 

서가에 신문 제본된 상태로 꽂혀있고 그 옆으로 최근 신문들을 볼 수 있게 테이블 위에 철이 된 상태로 신문이 펼쳐져 있다.

강주, 서가에서 연도별 달별로 묶음 지어져 꽂혀있는 신문들을 쭈욱 훑어보다가 1985년 4월의 묶어진 신문을 찾아낸다.

강주, 영차 힘들게 묶음을 꺼내들고 자리 잡고 앉아서 편지에 있던 날짜를 찾는다.

 

강주 : 1985년 4월 20일...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어디 찾아볼까.. (신문을 펼치는)

 

<이하, 몽타주 처리>

-각 신문사의 같은 날짜 신문을 찾아 읽는 강주의 모습.

-골치가 아픈 듯 인상을 썼다가 답답한 듯 한숨도 쉬었다가 고개가 아픈 듯 머리도 돌리기도 하는 강주와

1985년 4월 0일의 신문 내용들이 빠르게 교차된다.

 

강주 : (후 한숨 내쉬며) 이거 뭐하는 짓이냐?

        

하고 포기하려는 듯 신문철을 덮으려다가 문득 눈에 보이는 사회면 기사에 시선을 준다.

20년 전 건설부 과장 자살 사건 기사다.

누군가 눈에 잘 띄도록 기사 제목에 빨간 줄을 쳐 놓았다.

 

강주 : (제목을 본다) 건설부 과장 비관 자살? (관심 갖고 기사를 읽는)

       

 

49. 하은의 오피스텔 (낮)

        

하은, 의자에 편하게 기대 앉아 벽에 붙은 이태준을 사진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50. 다른 경찰서 앞 (낮)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돼 있던 희수가 천사장의 뒤를 따라 나온다.

무심한 표정으로 강냉이를 톡톡 입에다 넣으면서 걸어오는 천사장을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뒤 따라 오던 희수.

 

희수 : 아저씨.

천사장 : (멈추고 돌아본다)

희수 : (머리 긁적이며 껄렁한 폼으로 다가와 선다) 저기요. 합의 봐 준 건 고마운데요.

        이유가 뭐예요? 날 도와준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천사장 : 강냉이 좋아해?

희수 : 아무리 짱굴 굴려도 모르겠거든요? (천사장 아래위로 훑어보며) 뭐 탁 보니까 돈도 없어보이는구만.

천사장 : 난 부탁을 받았을 뿐이야.

희수 : (뜨악해서) 부탁이요? 누구 부탁이요?

천사장 : 고아원에 기부해서 상 받았다고 생각해. (하고 간다)

희수 : (따라가며) 부탁한 사람이 누군데요?

천사장 : (강냉이 희수 가슴에 턱 안기며) 차차 알게 될 거야. (간다)

희수 : (도대체 뭐냐? 싶은 눈으로 보다가 강냉이 한 움큼 집어 입에다 넣고 따라간다)

 

 

51. 오피스텔 (낮)

 

하은, 의자에서 일어나 사진이 걸려있는 벽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52. 몽타주 (낮)

 

<명품 남성복 매장, 낮>

-희수가 양복을 입고 천사장을 본다.

한쪽에 서 잇던 천사장,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 가로 젓는다.

-다른 양복 입고 천사장 앞에 선 희수.

천사장, 무심하게 고개 끄덕끄덕.

 

<오피스텔, 낮>

이태준의 사진을 응시하고 있는 하은의 입가에 서서히 미묘한 미소가 잡히기 시작한다.

 

<남성복 매장, 낮>

-정장을 입은 희수에게 마무리 하듯 넥타이핀을 달아주는 종업원.

인텔리로 변신한 희수, 자신의 모습을 요리조리 거울에 비춰보다 천사장을 본다.

천사장이 무심히 고개를 끄덕여 주자 철없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 희수.

 

<오피스텔, 낮>

하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태준과 상국, 동찬의 사진에 차례로 시선을 주며 낮게 중얼거린다.

 

하은 : 천천히..천천히..하나씩..하나씩.

        

하은의 마지막 시선이 동찬에게 멈춰있다.

 

 

53. 동찬 사무실 (낮)

 

동찬, 느긋한 자세로 앉아 상국과 통화중이다.

 

동찬 : (은근한 협박조) 곧 이사회가 열릴 텐데 확실한 결단을 내려주셔야죠, 회장님.

        (비죽이며) 스타호텔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 최동찬 말고 누가 또 있겠습니까? 

 

 

54. 상국 사무실 (낮)

 

상국 : (미간 찡그리고 마지못해) 일단은 이사들 생각을 들어봐야지.

동찬 : (F) 저하고의 약속을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상국 : (확 구겨지는데)

미정 : (들어온다)

상국 : 손님이 오셨어. 다시 전화하지. (끊고) 어쩐 일이야?

 

 

55. 동찬 사무실 (낮)

 

동찬 : (수화기 내려놓으며) 이 최동찬일 피라미로 보면 안 되지 정회장.

(E) : 노크

동찬 : 뭐야?

수하 : (들어오며) 저 이강주 (하는데)

강주 : (먼저 들어서며) 안녕하세요? 전화 드렸던 이강주라고 합니다.

동찬 : (귀찮은 듯 보는)..

 

 

56. 상국 사무실 (낮)

 

찻잔을 앞에 놓고 앉아있는 상국과 미정.

 

미정 : (나긋하게) 스타호텔 이사회가 열린다면서요?

상국 : (여기저기 그 얘기로구만..싶어, 성가신 표정)

미정 : 그럴리 없겠지만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서 당신이 잊고 있나 해서요.

상국 : 호텔 경영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미정 : (기분이 상하지만 아직은 눌러 참으며) 내가 왜 아무나에요? 난 당신 와이프에요.

        그리고 이건 애초부터 나하고 약속한 일이잖아요.

상국 : 쉽게 굴러가는 사업이 아니야. 전문 경영인을 앉혀놔도 될까 말까한 일이라구.

미정 : (화가 나기 시작한다) 나 항공회사 승무원을 3년 한 사람이에요. 서비스업에 관해선 몸으로 체험한 사람이라구요.

상국 : 그걸 어떻게 호텔경영하고 비굘 하나?

미정 : 당신도 날 무시하는 거예요?

상국 : 이봐.

미정 : (O.L.) 호텔경영에 대해선 공부할 만큼 했어요, 나두. 당신이 나한테 한 약속 믿고 지금까지 기다리면서 공부했다구요.

상국 : (난감하고 성가신 듯 딴 데 보며 한숨)

미정 : 이젠 계열사 하나쯤은 나한테 맡겨줘요.

상국 : 무조건 우긴다고 되는 일이 아니야. 이사회 결정도 있어야 하구.

미정 : (O.L.) 그런 변명, 나한테 안 통해요. 당신 보니까 우리 진호한테 어떤 맘인지 확실히 알겠네요.

상국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미정 : 당신한텐 진우뿐이잖아요. (일어서며) 우리 진호를 생각해서라도 이젠 나두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아요. (휙 나간다)

상국 : (골치가 아픈 듯 짜증스레 머리 털어내는)

 

 

57. J&C 복도 (낮)

 

진우, 석훈과 걸어온다.

 

석훈 : 유신혁부사장이 아무리 준빌 철저히 한대두 턴키는 저희 쪽 승산이 확실합니다.

진우 : (여유 있는 미소로) 좀 미안해지네요. 유신혁부사장 내 친구거든요.

석훈 : (미소로) 알고 있습니다.

진우 : 그래도 사업은 사업이니까. 그건 그렇고 지난해 재개발 기본 계획 발표 내용 정리해서 올려주세요.

석훈 : 알겠습니다.

       

진우, 걸어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잔뜩 화가 나서 걸어오는 미정.

 

진우 : 오셨어요.

미정 : (대꾸도 안하고 찬바람 나게 쌩하니 간다)

진우 : (보는)...

        

 

58. 동찬 사무실 (낮)

 

동찬 : 이미 종결지어진 사건인데..취재 꺼리가 뭐 있겠습니까?

강주 : 그렇긴 한데 타살이란 얘기도 있더라구요.

동찬 : (웃으며) 어디서 헛소문을 들으셨군요.

강주 : (빙긋 웃고는) 사실은요. (슬쩍 떠보듯) 임대식 사장님 죽음과 뭔가 연관된 사건이 하나 있어서요.

동찬 : (살피듯) 연관된 사건이라..

강주 : 서하은 형사라고 얼마 전 타살됐는데..혹시 아세요?

동찬 : (순간 움찔 표정이 꿈틀하는)

강주 : (놓치지 않고 본다)

동찬 : (이내 표정 정리하고) 그 형사라면 잘 압니다. 돌아가신 임사장님 사건을 맡았던 형사였으니까.

강주 : 맞아요.

동찬 : 헌데 그 사건하고 무슨 연관성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군요.

강주 : (웃는 얼굴로) 아직 취재 중이라서 자세한 말씀은 드릴 수가 없네요.

동찬 : (웃지만 그 눈은 꿈틀거린다)

 

 

59. 태준 사무실 (오후)

 

태준을 찾아온 동찬.

 

태준 : (놀라 굳은 표정으로) 그 애가 그렇게 말을 해? 두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구?

동찬 : 네. 

태준 : (당혹스러운)..

동찬 :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의원님 따님이라 신경도 쓰이고...

태준 : (애써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듯) 말 했듯이 그 애가 유난히 호기심이 많아. 욕심도 많고 비리경찰 수사니까 관심이 간 거겠지.

동찬 :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어쩐지 마음에 걸립니다. 허서장 일도 그렇고.

태준 : 허서장 일은 왜?

동찬 : 누군가 도청된 테이프를 경찰에 보냈습니다. 허서장의 비리내용이 담긴.

태준 : 그거야 그 사람을 밀어내려던 쪽에서 보낸 것일 테구.

동찬 : 허서장이 얼마 전 절 찾아왔었습니다. 익명으로 전달된 사진을 들고 왔는데 저하고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습니다.

태준 : (긴장이 서려서 보는)...

 

 

60. 술 집 (오후)

 

하은과 강주가 소주를 마시고 있다.

 

강주 : (술 잔 시원스럽게 비워내곤 탁 놓으며) 최동찬은 확실히 구린데가 있어. 뭔가 냄새가 나.

하은 : (피식 웃으며 술 잔 채워주며) 어떤 냄새? 입 냄새?

강주 : (황당해서 보며) 그걸 농담이라고 하는 거야?

하은 : 썰렁했나? (잔을 단번에 비운다)

강주 : (허 기막힌 듯 웃으며) 소주는 언제부터 마셨어?

하은 : (자작하다 보는)

강주 : 소주는 입에도 안 댔잖아? (둘러보며) 이런 덴 더더욱 오지 않는 사람이구.

하은 : (피식 웃으며) 저번에 말했지? 니가 아는 유신혁이 전부는 아니라구.

강주 : (어이없는 듯 웃으며) 유신혁 진짜 감당 안 되게 변해가네. (하다 기침)

하은 : 감기 들었어?

강주 : (기침을 추스르며) 오는 중인데 소주 먹으면 가는 중으로 바뀔 거야.

하은 : (훗 웃곤) 하던 얘기 계속해 봐.

강주 : 계속할 얘긴 더 없어. 가끔 우주에서 미지의 지령은 날아오는데

하은 :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어보이며 술잔을 비우는 위로)

강주 : (E) 그것도 오리무중 안개 속 헤매는 건 마찬가지구...

강주 : 어떨 땐 덫에 걸린 기분이야.

하은 : 덫?

강주 :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 건 분명한데..꼭 조정당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하은 : (보는)

강주 : 뭐, 끝까지 가다보면 뭔가 보이겠지. 

하은 : (무심히) 이강주가 걱정된다, 갑자기.

강주 : (멈추고 본다) 뭐가?

하은 : (물끄러미 본다)

강주 : 뭐가 걱정되냐니까?

하은 : (내심 진심어린) 끝까지 가다보면 어떤 게 나올지 아무도 모르니까.

강주 : 뭐든 나오기나 하면 소원이 없겠다. 특종이면 더 좋구.

하은 : (어쩐지 씁쓸한 생각에 쓴 미소를 지으며) 너하구 난 두 가지 점에서 닮은 것 같다.

강주 : ? 두 가지?

하은 : 둘 다 좀 끈질기고, 둘 다 목적지가 같다는 거.

강주 : 하난 그렇다 치고 목적지가 같단 건 무슨 뜻이야?

하은 : 니가 찾고 있는 진실, 그게 내가 찾고 있는 거니까.

강주 : (이해하듯) 그거야 강혁오빠 일이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하은 : (뜻 모를 미소를 짓는다)

 

 

60-1. 거리 (밤)

 

하은과 강주, 걸어온다.

 

강주 : 아, 오랜만에 알콜을 섭치 했더니 필이 꽂힌다. (시계 보며) 시간도 얼마 안 됐네. (하은보며) 이차 가자.

하은 : (대답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무작정 한쪽으로 간다)

강주 : ? (보면)

하은 : (약국으로 들어가고 있다)

강주 : (영문을 모르겠어서 보는)

        

 

60-2. 약국 앞 (밤)

 

강주, 기다리고 있는데 하은이 약국에서 약봉지 들고 나온다.

 

강주 : 어디 아퍼?

하은 : (약봉지를 강주에게 내민다)

강주 : (어리둥절해서) 뭐야?

하은 : (무덤덤하게) 감기는 초기에 잡아야 돼. 특히 여름감기는,

강주 : (좀 당황스럽게 본다)

하은 : 뭐해?

강주 : (당황스레 받으며) 어..고마워.

하은 : (걸어간다)

강주 : (좀 얼떨떨한 기분으로 걸어가며 하은을 본다)

하은 : 택시타야지? (하면서 돌아본다)

강주 : (당황스레 시선 돌리며) 어..(당황스러움을 감추려는 듯 불쑥) 어 참, 나 서은하씨 만났어.

하은 : (움찔했다가..이내 담담하게)..그래?

강주 : (괜히 묻지도 않는 말을 한다) 물어 볼 게 좀 있어서.

하은 : (혼자 끄덕끄덕)

강주 : 근데 나 좀 충격 받았어.

하은 : (애써 무심한 척) 왜?

강주 : 서은하씨...강혁오빨 사랑했었나 봐.

하은 : (굳어져서 본다)

강주 : 은하씨가 그러더라구. 강혁오빤 자기 영혼 같은 사람이라구.

하은 : (그 말에 숨이 턱 막힌다)

강주 : 어떤 느낌일까? 영혼 같은 사랑은. (하고 보면)

하은 : (겉잡을 수 없는 마음에 멍한 시선으로 딴 곳을 보고 서 있다)

강주 : (괜시리 기분 묘해져서 보는)...

 

 

61. 인테리어 팀 (밤)

 

모두 퇴근하고 혼자 남아 통화하고 있는 은하.

 

은하 : (정감과 걱정이 담긴) 저예요, 아빠. 속은 좀 괜찮으세요?...술을 왜 그렇게 많이 드셨어요?

        입 맛 없으시면 북어국이라도 드세요, 아빠.

        

복도에서 은하를 바라보고 서 있는 하은.

 

은하 : 아니에요. 조금만 더 있다가 퇴근할 거예요...네 그럴게요.

        

끊고는 설계도면 들여다보는 은하.

하은, 간절한 눈빛으로 은하를 바라보고 서 있다.

잠시 후, 은하가 어떤 느낌을 받은 듯 시선을 돌려 복도 쪽을 본다.

하지만 하은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은하 : ....

 

 

62. 신영 고등학교 앞 (밤)

 

교복을 입은 신영, 그 또래 소녀들답게 친구들과 신나서 떠들며 교문을 나서다 멈칫 멈춘다.

교문 앞에서 서 있는 하은이 신영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신영, 뜨악해서 보곤 서둘러 친구들과 인사하고 급하게 하은 앞으로 온다.

 

신영 : (의아한) 왜 여기 있어, 오빠?

하은 : 동생 기다렸지. (하곤 신영의 가방부터 챙겨든다)

신영 : (여전히 어리둥절해서) 난 왜 기다렸는데?

하은 : (허한 미소로)...보고 싶어서.

신영 : (황당한 듯 보는)

        

 

63. 달리는 버스 안 (밤)

 

하은과 신영,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있다.

 

신영 : (귀여운 불만으로 퉁퉁) 뭐냐? 데리러 왔으면 당연히 차를 갖고 와야지.

하은 : 가끔은 버스도 타 줘야 돼.

신영 : (빤히 보다가) 충격이 컸구나?

하은 : (보면)

신영 : 강주언니한테 채여서 충격이 컸던 게 분명해. 그래서 멘탈에 이상 생겨 안하던 짓까지 하구. 그치?

하은 : (피식 웃으며) 그래. 충격 먹었다.

신영 : (좀 안된단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평소에 좀 잘하지. 솔직히 내가 봐도 오빤 너무 시베리아야. 찬바람 쌩쌩.

하은 : (신혁이 생각으로) 유신혁은 겉만 그래. 속은 태평양이야. 따뜻한 바다 속.

신영 : (싫지 않으면서) 어우, 잘 봐주려고 했드니만 금방 잘난 척 대왕으로 변신이네.

하은 : (훗 웃곤 뜬금없이)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 있는데.

신영 : (본다)

하은 : (흐릿한 미소로 목적 없이 한 곳 보면서) 버스가 수면젠가 봐. 탔다하면 무조건 졸아. 창에 머리를 콩콩 부딪치는 것도 모르면서..

        

<인써트>

버스에서 졸고 있던 은하의 모습. 손바닥으로 은하의 머리를 받쳐주던 하은.

중학생 은하와 하은, 버스안의 모습.

 

하은 : (자기 생각에 빠져 입가에 허전한 미소를 지으며 앞만 보고 있다)

신영 : (오빠의 모습이 어쩐지 좀 짠해져서 보는)...

 

 

64. 신혁의 방 (밤)

 

들어서는 하은을 따라 들어오는 이화.

 

이화 : 피곤할 텐데 그냥 집에 오지 그랬어?

하은 : (따뜻한 미소로) 하나도 안 피곤해요. (하다 뭔가 생각이 난 듯) 아 참. (하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서 내민다) 이거요.

이화 : (받아서 보면 머리핀이다. 아들을 본다)

하은 : (겸연쩍은 미소로) 길가다가 예뻐서 하나 샀어요. 어머니 생각나서.

이화 : (선물은 처음 받아본다)...예쁘구나..고마워.

하은 : (멋쩍은 듯) 비싼 건 아니에요.

이화 : ...아니야. 정말 맘에 들어. 너무 맘에 들어.

하은 : (그 말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화 : ...저기 신혁아.

하은 : (본다)

이화 : (말을 꺼내기가 좀 어려운 듯)...

하은 : 저한테 하실 말씀 있으세요?

이화 : 엄만..요즘 널 볼 때마다..어쩐지 좀 걱정이 돼.

하은 : (긴장이 돼서)...왜요?

이화 : (걱정을 담음)..괜한 걱정인진 모르지만 불안해 보여, 니가.

하은 : (애써 웃는 낯으로) 어머니두 참. 괜한 걱정이세요.

이화 : ..혹시.

하은 : (당황스런 눈빛으로 보는)

이화 : ..강주 때문에 아직도 맘 쓰고 있는 거니?

하은 : (안도하는)...아니에요.

이화 : (여전히 뭔가 걱정스러운 듯 보는)

하은 : (어머니의 손을 잡아주며) 아무 걱정 마세요. 저 걱정 같은 거 없어요.

        (흐린 눈으로 모친을 바라보며) 있다고 해도 이렇게 어머니 보고 있으면 걱정 같은 건 다 사라지는 것 같애요.

이화 : (그 말에 더욱 맘에 걸리는 듯한 시선)...

하은 : 어머니가 제 곁에 계셔서...정말 다행이에요.

이화 : (가슴 아프게 보며 끄덕여준다)...

 

 

65. (씬6-1로 갔습니다)

 

 

66. 강력 5팀 (낮)

 

수철 : (안으로 들어온다)

장형사 : (얼른) 박상철 똘마니 면회하셨어요?

수철 : 어.

장형사 : 뭐라고 해요?

수철 : 같은 소리야. 박상철이 하은일 살해했다구.

장형사 : (갑갑해서) 답답하네. 죽은 사람이 말을 해 줄 수도 없는 일이구.

수철 : (쓰게 웃곤 자리에 앉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플래시 컷-2회 씬31>

하은 : (툭) 누군가는 죽은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하니까.

       

수철, 혼란스러운 얼굴.

        

<플래시 컷-10회 58씬>

하은 : 누군가는 생명을 앗아가고 또 누군가는 죽은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처럼. 

        

수철 : (벌떡 일어선다)

장형사 : ? 왜 그러세요?

수철 : (창백한 표정으로)...설마...

 

 

67. 병원 입원실 (낮)

        

경반장, 입원 병실을 찾은 수철.

한쪽에 ‘후배 경상도’가 보낸 화환이 놓여있다.

 

수철 : 경상도란 후배...그 뒤로 연락 있었습니까?

부인 : 일주일에 한 번씩 잊지 않고 꽃을 보내오고 있어요.

수철 : (그 말에 화환에 시선을 준다)

       

보낸 이는 ‘후배 경상도’이고 ‘어서 일어나세요. 4차 가야죠.’ 라고 써 있다. 그 위로.

 

부인 : (E) 누군지 알면 인사라도 하고 싶은데.

부인 : 도무지 누군지 알 수가 없네요.

수철 : 저기 입원비 받았다는 직원 이름 기억하세요?

부인 : ...네에.

 

 

68. 병원 한곳 (낮)

 

입원비 받았던 접수계 직원과 수철.

 

직원 : (생각해 내려 애쓰며) 글쎄요. 그냥 반듯한 인상이었어요.

수철 :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없었구요?

직원 : 그냥 뭐 경기도 환자에 대한 걱정이 많았어요. (생각난 듯) 맞다.

수철 : (눈이 반짝이며 본다)

직원 : 눈이 참 슬퍼 보였어요, 그 사람.

수철 : (답답한 듯 한숨 내리쉬곤)..고맙습니다. (하곤 돌아서다가 멈칫 서고) 저기요.

직원 : (본다)

수철 : (급하게 지갑 꺼내서 하은의 증명사진 꺼내 보여주며, 설마 싶은 얼굴로) 혹시...이 사람인 가요?

직원 : (사진 받아들고 보며 갸우뚱)..

수철 : 아니죠, 이 사람은?

직원 : ...맞는 거 같기도 하구.

수철 : (창백하게 식어 내려서)...뭐라구요?

직원 : 비슷한 것 같기도 하구 아닌 것 같기도 하구...머리 모양이 달라서 그런가?

수철 : (얼음처럼 굳어서 있다)

 

 

69. 인테리어 팀 (낮)

 

하은과 재훈, 은하, 인테리어 팀들.

 

하은 : (설계도면 펼쳐 놓고 서서 팀원들에게) 고생 많으셨어요. 모레가 시공사 선정일이니까 마지막까지 쭉 달려가 봅시다. 

해경 : 설마 립 서비스로 끝내시는 건 아니죠?

하은 : 물론이죠. 프로젝트 끝나면 인상적으로 한 턱 쏘겠습니다!

팀장 : (좀 자신 없이) 근데 아무래도 J&C 때문에 걱정이 돼서.

하은 :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대한민국에서 최고니까!

은하 : (그 말에 움찔하듯 하은을 본다)

        

<플래시 컷>

하은 : 쫄 거 없어. 서은하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니까.

 

은하 : (신혁에게서 하은이 겹쳐지는 느낌이 들어 당혹스럽게 본다)

하은 : (은하의 시선을 느끼고 아차 정신이 든다.) 수고들 하세요, 그럼. (하고 황급히 나간다)

재훈 : (따라 나간다)

        

은하, 당혹스러운 표정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복도를 걸어가는 하은의 모습을 쫓는다.

재훈이 그런 은하에게 의구심이 어린 시선 한 번 주었다가 거두고 간다. 그 위로.

 

해경 : (E) 갈수록 내 맘에 든단 말야, 우리 부사장.

팀장 : (농담하듯 E) 정신 챙겨. 자기 그러다가 영영 시집 못 간다.

해경 : 성차별 적인 발언입니다, 팀장님.

팀장 : 별 게 다 성차별이네.

해경 : (은하보고) 은하씨?

은하 : (번뜩 정신 차리고) 네, 대리님.

해경 : (이해하듯 보며) 이제 그만 익숙해 질 때도 됐잖아. 

은하 : (미소로만 대답한다)

 

 

70. (원고 양이 넘쳐 12부로 넘어간 씬 입니다.)

 

 

71. 다른 경찰서 형사과 (낮)

 

강주, 복사된 20년 전 건설부 과장 사건 신문 기사를 형사에게 내밀며.

 

강주 : 이 사건을 맡았던 담당 형사를 알고 싶어서 왔는데요.

형사 : (기사를 본다)

강주 : 지금 어디 근무하시는지 알 수 없을까요?

형사 : 공소시효 만료된 사건이면 검찰청에 기록 송치했을 텐데..

강주 : 그래요?

 

 

72. 검찰청 민원실 (낮)

 

강주 : (직원에게) 문서 열람 신청을 하려고요..

직원 : 공문 갖고 오셨어요?

강주 : 네. (가방에서 공문 찾는)

 

 

73. 신혁 사무실 (낮)

 

하은, 주사위 만지작거리면서 창 밖을 응시하고 있다.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74. 검찰청 앞 (낮)

 

밖으로 나오는 강주, 믿을 수 없는 듯 마치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75. 신혁 사무실 (낮)

 

하은, 여전한 자세로 창문을 응시하고 있다.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마치 예감하고 있었다는 듯 책상위의 휴대폰을 바라보는 하은.

조용히 휴대폰의 발신자를 확인하는 하은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잡힌다.

 

하은 : (받는) 네. 이강주기자님.

 

 

76. 거리 한 곳 (낮)

 

강주 : (다짜고짜) 저기 오빠 아버님 존함이 유자 건자 하가 맞지?

하은 : (E) 별 걸 다 물어보네?

강주 : 맞지 그치?

       

화면 분할되면서.

 

하은 :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맞아.

강주 : (후 뭐가 뭔지 갈수록 복잡해져서 숨을 들이쉬며) 아 정말 갈수록 안개 속이네.

하은 : 무슨 소리야?

강주 : 오빠 아버지가 맡았던 사건이 있는데

하은 : (미소가 짙어지며) 그런데?

강주 : 저기 지금은 나도 정리가 안돼서 얘길 못하겠어. 머리가 너무 복잡해, 지금.

하은 : 무슨 일인지 궁금한데?

강주 : 좀 더 알아본 뒤에 다시 전화 할게.

하은 : ..그래, 그럼.

       

전화 끊고 화면이 하은에게로 온다.

 

하은 :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총명한 따님을 두셨습니다, 이의원님.

       

하은, 미소가 점차 사그라지며 무서우리만치 냉정한 표정으로 바뀌는 하은의 얼굴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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