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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7 -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8.09.02|조회수401 목록 댓글 0

[부활] 17 -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씬1. 경반장 입원실(전회 마지막 씬 연결, 오후)

 

부인 : (자리 만들어주며) 이쪽으로 앉으세요.
이화 : 네에.


하며 자리에 앉으려다가 무심코 액자에 시선이 가는 이화.


부인 : (그 시선 알고 미소로) 애 아빠 후배가 갖다 놨어요. 지금도 자주 찾아들 와요. (하고 보면)


이화, 굳은 얼굴로 사진을 보고 서 있다.


부인 : ? 왜 그러세요?


이화, 대답도 못하고 액자를 들어서 사진 속 웃고 있는 하은의 얼굴에 시선이 고정돼 있다.

믿을 수 없는 듯 창백하게 굳어버린 이화.


부인 : (의아해서 본다)
이화 : (하은을 가리키며 떨리는 음성)...이 사람..이름이 뭐죠?
부인 : (사진보고는 의아한 채로) 서하은씨요?
이화 : (혼란스러운)...서하은이요?
부인 : ..네에. 애 아빠 후배에요...왜 그러세요?
이화 : (다시 사진을 들여다본다. 분명하다.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며) 저기..기도씨가 근무했던 경찰서가 어딘가요?
부인 : (의아해서 보는)

 

 

씬2. 신혁 사무실(오후)

 

은하로 인해 마음이 복잡한 하은,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E) : 휴대폰.
하은 : (발신자 확인하고) 접니다.
천사장 : (F) 지금 막 경찰들이 들이닥쳤어요.
하은 : (미소가 지어지며) 그래요? 수고하셨습니다.
천사장 : (F) 나야 시킨 대로 한 것 밖에 없는데요, 뭘.
하은 : (피식 웃는)

 

 

씬3. 허름한 인쇄소 앞(오후)

 

천사장 시선에 보여 지는 인쇄소 앞 풍경.
인쇄소 안에서 장형사, 함형사, 형사1이 수갑 찬 가짜 양조 상표 제조업자 3명을 인쇄소에서 끌고 나와 봉고차에 태우고 있다.
그 뒤로 형사 2명, 압수한 양주 박스를 차에 싣는다.
장형사, 손에 명함 하나를 들어 보고 있다. 뉴스타 관광호텔 나이트 클럽 매니저 명함이다.
천사장, 구석진 곳에 서서 무심한 얼굴로 인쇄소 앞 풍경을 보며 강냉이 먹으면서..

 

 

씬4. 강력 5팀(오후)

 

수철 : (전화를 받고 있다. 긴장된 표정이다) 어, 그래. 알았어.

 

 

씬5. 신혁 사무실(오후)

 

하은 : (통화중이다. 무뚝뚝한 말투지만 진심어린) 내 말 잊지 마. 장형사한테 부탁하고 넌 빠져.
수철 : (F)...걱정 마.
하은 : 끊는다. (수화기 내려놓는데)
(E) : 노크
하은 : 네.


문이 열리고 은하, 결재 서류 들고 들어온다.


하은 : (움찔해서 본다)
은하 : (애써 차분하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하은 : (표정 정리가 잘 되지 않은 채로)...어서 와요.
은하 : (하은 앞으로 와서 결재서류를 놓으며) 재개발 관련해서 설계팀에 새로 요청할 사항들입니다.
하은 : (애써 무심하게)...알았어요.
은하 :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가려는데)
하은 : 저기..
은하 : (본다)
하은 : (얼른 시선 피하고 건성으로 서류 뒤적이며)..재 지시 사항이 뭔지 서은하씨가 직접 설명해 봐요.
은하 : (보는)
하은 : (마음 들킬까봐 짐짓 무심한 표정으로 서류 들고 일어서며) 저쪽에 앉아요. (하며 소파 쪽으로)
은하 : ....

 

 

씬6. 경찰서 한 곳(오후)


이화, 창백한 얼굴, 초조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들어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 앞으로 장형사가 서류하나 들고 급하게 강력5팀을 향해 걸어간다.

 

 

씬7. 강력 5팀(오후)

 

수철, 무언가를 기다리며 잔뜩 긴장된 표정을 서성이는데 장형사 들어온다.

 

수철 : (기다렸다는 듯이) 어떻게 됐어?
장형사 : 가짜 양주 포장 인쇄소에서 나이트클럽 종업원 명함이 발견됐어요, 뉴스타 관광호텔.
수철 : (슬쩍 웃으며) 그래?
장형사 : (재밌는 걸 발견한 것처럼 신나서) 아시죠? 거기가 최동찬이 사장으로 있는 호텔인거.
수철 : (이미 알고 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일단 압수수색 영장부터 청구해.
장형사 : 네. (하고 자리로 가려는데)
이화 : (문을 열고 들어선다)
수철 : ? (본다)
이화 : (가방을 손에 꼭 쥔 채로 떨리는 심정으로 둘러본다)
수철 :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화 : (떨리는 음성)..저기..서하은씨라구..


수철과 장형사, 뜨악해서 본다.


이화 : ...여기 근무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수철 : (조심스럽게 살피며) 서형사는 왜 찾으시는데요?
이화 : 지금..자리에 없나요?


수철과 장형서, 난감한 시선 교환 한다.


이화 : 언제쯤 들어오나요?
장형사 : (어렵게)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모르겠지만 서형사님은(하는데)
강주 : (문 열고 들어서며 씩씩하게) 국세청 가짜양주 제보 들어온 거요. (하다 이화의 모습에 우뚝 굳어 멈춰 선다)
이화 : (강주를 본다)
강주 : ...어머니.
이화 :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보며) 어..강주야. 


수철과 장형사 두 사람 모습에 더욱 어리둥절하고.


강주 : (이미 짐작이 가지만)..여긴 어떻게.
이화 : (혼란스러운 채 웃어 보이려 애쓰며) 저기..만날 사람이 있어. 서하은이라구.
강주 :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이화 : (혼란스러워서 두서없이) 사진을 봤어. 헌데 너무 똑같아서...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는데...아무래도 우리 강혁이같애.
강주 : (말문이 막혀서 본다)
이화 : ...강혁이같애, 강주야.
강주 : (맘 다잡고)...맞아요.
이화 : (숨이 멎을 듯 놀라서 보는)...!
강주 : 강혁오빠...맞아요.
이화 : (기쁨과 믿을 수 없음이 공존하며) 넌 알고 있었어?
강주 : (착잡한)...제가 다 말씀드릴게요. 저하고 나가세요.
이화 : (보다가 제정신이 아닌 듯) 일단 강혁이부터 만나야겠어.
강주 : (말문이 막힌다)
이화 : (수철보며 다급하게) 전화 좀 해 줄래요? 우리 강혁이한테 전화 좀 걸어줘요. 부탁해요.
수철 : (상황판단이 되어 난감해서 보고)
장형사 : (어리둥절한 채로 강주를 보고)
이화 : 왜 그러고 있어요? 전화부터 좀 해 줘요.
강주 : 강혁오빠 여기 없어요.
이화 : 어디 있는데, 그럼?
강주 : (말이 나오질 않는다)
이화 : (불안한 눈빛으로 보며) 어디 있냐니까?
강주 : (맘 꽉 다잡고) 강혁오빠...(한숨쉬듯) 얼마 전에 사망했어요.
이화 : (멍해지며 현실감이 없는)...뭐?
강주 : (괴롭다) 강혁오빠 살아있었다는 거..저도 사망한 뒤에 알았어요.
이화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웃어 보이려고)
강주 : ..그래서 말씀 못 드렸어요. 죄송해요.
이화 :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젓는다. 무조건 부정하려는)..

 

 

씬8. 신혁 사무실(오후)

 

하은과 은하 테이블 앞에 마주앉아 있다.
은하, 열심히 설명하고 있지만 하은은 설명에는 관심도 없다.
그저 이렇게 앉아 은하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듯 서류를 보며 설명하고 있는 은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위로.

 

은하 : (서류 보면서 차분하게) 반신 욕과 족 욕등 요즘 추세에 맞춰 욕조 공간 크기의 효율성 문제도 


하며 시선 들다가 자신을 보는 하은의 시선과 마주친다.


하은 : (얼른 표정 무심하게 바꾸고)
은하 : ...재검토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은 : (무심히 끄덕인다)
은하 : (어색한 상태로) 또 안방 드레스 공간도 기존 형태와는 다르게 가보자는 제안을 적극 반영 했구요.
하은 : (건성으로) 아...그럼 안방 벽 두께가 설계보다(하는데)
(E) : 휴대폰
하은 : 잠깐만요. (휴대폰 발신자 확인도 안하고 받으며) 네. (무심히) 어, 이강주.
은하 : (멈칫하는 기분으로 본다)
하은 : (강주의 얘기를 들으며 점점 안색이 변한다)....어떻게 아시구...어...
        (한숨 같은 깊은 탄식이 저절로 새어 나오며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은하 : (심상치 않아서 보는)...
하은 :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허둥대듯) 저기..내가..내가 지금 그리로 갈게. 그때까지 니가 어머니 옆에 있어줘. 부탁한다.

        (전화 끊고 창백한 표정으로 잠시 그렇게 멍하니 서 있다)
은하 : (걱정스레 보는데)..


하은, 정신없이 문 쪽으로 움직이다가 이내 다시 걸음 돌려 서둘러 양복 윗도리 집어 들고 나가려다가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은하 모습에 멈칫 선다.


은하 : ...무슨 안 좋은 일이라두.


하은, 극도의 불안과 서글픔이 얽힌 눈빛으로 본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하지만 가슴이 막혀 말이 나오질 않는,

하은. 은하, 하은의 불안하고 슬픈 눈빛이 가슴을 파고든다.

뭔가 위로를 해 주고 싶어 자신도 모르게 하은에게 손을 뻗으려는 순간,
하은 시선을 돌려 정신없이 밖으로 나간다.
은하, 그 제야 정신을 차리듯 자신의 손을 보고...다시 하은이 나간 문을 본다.

지금 느낀 이 감정은 무얼까..혼란스러운 기분.

 

 

씬9. 무릉 엘리베이터 앞(오후)

 

하은, 정신없이 뛰어와 버튼을 눌러놓고는 불안하게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벽에 머리 박고 눈을 감는다.

이화가 겪어야 할 고통, 절망이 이미 하은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 하은의 얼굴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져있다.
신혁 사무실에서 나오던 은하, 불안하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바라보고 서 있다.

 

 

씬10. 달리는 차 안(오후)

 

하은, 불안한 시선으로 거칠게 차를 몬다.

 

 

씬11. 경찰서 앞(오후)

 

이화, 초점 잃은 멍한 시선으로 불안정한 발걸음으로 걸어 나온다.
있는 힘껏 버티며 걷고 있지만 가방을 쥔 손이 떨리고 있다.
강주, 불안한 표정으로 따라 걸으며.

 

강주 : (간곡히) 신혁오빠 곧 올 거예요. 그때까지 저하고 계세요.
이화 : (멈추더니 혼이 빠져 나간 얼굴로 낮게 중얼거린다)..이럴 수는 없어.
강주 : ....
이화 : (고개 가로 저으며)...이럴 수는 없어. (얼어붙어 서 있다)
강주 :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하고 본다)


저쪽으로 급하게 와 서는 하은의 승용차.
하은이 급하게 차에서 내려 멍하니 서 있는 이화를 본다.
넋이 나가 서있는 어머니의 모습에 다가서지 못한 채로 가슴이 막혀 바라보고 서 있는 하은.
이화, 무심히 시선을 돌려 하은을 본다.
하은과 이화의 시선이 부딪친다.
모자, 서로를 위로하려는 듯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지만 그 미소가 서글프다.

그 순간 이화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하은, 어머니의 눈물에 숨이 막힐 것 같다.


이화 : ....신혁아.
하은 : (처연한 눈으로 미소 지으려 애쓰며 걸음을 옮긴다)


이화, 다가오는 하은의 모습에 슬픈 미소가 지어지더니 그대로 정신을 놓고 쓰러진다.


하은 : !...어머니! (달려가 받아 안는다)

 

 

씬12. 병원 입원실(늦은 오후)

 

긴장과 불안으로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는 하은.
그 옆의 강주, 하은의 모습이 오히려 더 불안해서 보고 있다.
잠들어 있는 이화, 한쪽 팔에 링거를 꽂고 다른 한 쪽 팔은 간호사가 혈압을 재고 있다.

의사, 차트를 넘겨보면서 이화의 얼굴을 한번씩 체크하고 있다.

 

의사 : (간호사에게) 혈압 이상 없죠?
간호사 : (혈압 기구 정리하며) 네.
의사 : CT 결과도 이상 없고, 혈당치도 괜찮고.
하은 : (끼어들어 정신 나간 사람처럼) 괜찮은 겁니까?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말을 해 줘야 할 거 아닙니까?
의사 : 과도한 스트레스로 졸도하신 상탭니다. 검사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구요.
하은 : (O.L.) 근데 왜 안 깨어나시는 겁니까?
의사 : 곧 깨어나실 겁니다.  (하고 나가려는데)
하은 : (잡으며 흥분해서)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겁니까? 어떻게 좀 해 봐요. 뭐든 해 보라구요!
강주 : (말리며) 진정해. 괜찮다고 하시잖아.
의사 : 너무 걱정마시구요. 일단 안정을 취하도록 해주세요. 

        (나가면서 간호사에게) 두 시간마다 바이탈 싸인 확인해 주세요. (간호사와 나간다)

하은 : (안절부절 못하고 서성인다)
강주 : 여기 좀 앉아. 오빠가 이러면 어뜩해?


하은,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안전부절 서성인다.


강주 : (하은의 어깨 잡아 세우며) 아무 일 없어. 제발 진정 좀 해.
하은 : (멍한 시선으로 강주를 본다)
강주 : 오빠.


하은, 다시 이화를 본다. 이화에게 손을 뻗으려다 그 손을 거둔다.
이화를 바라보는 처연한 하은의 두 눈에 죄책감이 가득하다.


강주 : (애처롭게 보는)...

 

 

씬13. 병원 복도(늦은 오후)

 

인철, 종인과 함께 급한 걸음으로 걸어온다.
복도에 초조하게 서 있는 강주, 두 사람을 보고 몸을 바로 하고 선다.

 

인철 : 무슨 일이야? 집사람이 왜?
강주 : (진지한)..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씬14. 입원실(늦은 오후)

 

하은, 이화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잠든 이화의 얼굴을 바라본다.
한손을 뻗어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려다가 다시 손을 거둔다.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자신의 얼굴을 쓸어본다..자기 때문에 죽은 신혁이..

아무것도 모른 채 비통에 잠긴 어머니..사실대로 말하지 못하는 죄책감이 하은의 가슴을 억누른다.

비로소 하은의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이화의 손에 얼굴을 묻는 하은.

 

하은 : (쉰 목소리)..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


그 순간 이화의 손가락이 움직거린다.


하은 : (놀라서 고개 들고 본다)
이화 : (지그시 눈을 뜨고 하은을 본다)
하은 : 어머니.
이화 : (멍한 시선 공중으로 보내며 마음깊이 울리듯)...강혁아.
하은 : (마치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이화 : ...강혁아..
하은 : (울컥 눈물이 차오며 목이 메여온다)..엄마..엄마.
이화 : (그제야 정신이 드는지 하은에게 시선 주며)...신혁아.
하은 : (본다)
이화 : (둘러보더니 몸을 일으켜 세우려한다)
하은 : 그냥 계세요.
이화 : (일어나 앉아 제정신이 아닌 듯 침대에서 내려서려 한다)
하은 : (말리며) 어디 가시려구요.
이화 : (침대에서 내려서려고만 한다)
하은 : (가슴이 막혀서) 어머니.


인철과 강주가 들어오려다가 그 모습 보고 멈춰 선다.


이화 : (거의 정신이 없다)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돼. 강혁이한테 가야 돼. 강혁이한테 가야 돼.
하은 : (어깨 잡아서 말리며) 나중에요. 나중에 저하고 같이 가요.
이화 : (고집스레) 내 옷 좀 줘. 내 옷 어딨어? 옷 좀 줘.
하은 : (잡아서 말리며) 지금은 안돼요. 나중에 저하고 가요. (하는데)


이화, 느닷없이 하은의 뺨을 때린다. 한 번, 두 번.
하은,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받아드린다..

인철과 강주, 너무 놀라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다.


이화 : (처연한 눈, 가라앉은 목소리) 왜 말하지 않았어. 언제까지 덮어둘 생각이었니. 언제까지.
하은 : (맞은 것에 대한 유감은 없다. 물기어린 눈으로 본다)
이화 : (처연한 눈에 눈물이 흐르며 하은의 가슴을 주먹으로 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엄마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이럴 수가.


하은, 이화를 안아버린다.

이화, 아들의 가슴에 안겨서 발버둥치다가 비로소 목 놓아 운다.
이를 악무는 하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씬15. 병원 앞(밤)

 

하은, 감정을 꾹 눌러 참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 나온다.
강주, 쫓아 나와 하은의 팔을 잡으며.

 

강주 : 어디 가는 거야?
하은 : (무너지지 않으려는 듯 냉담한 표정으로) 오늘 고마웠다. 조심해서 가.


하고는 간다.


강주 : (따라가 앞을 가로막으며) 나하고 같이 있어.
하은 : (본다)
강주 : 아주머니만큼 오빠도 힘든 거 알어. 내가 오빠 옆에 있어 줄게.
하은 : (말없이 본다)
강주 : 같이...있어주고 싶어. 오빠 힘들 때 곁에 있어주고 싶어...내 맘 모르겠어?
하은 : (서글픈 시선으로 본다)
강주 : 나..오빠(하는데)
하은 : (말 자르며) 이강주.
강주 : (보면)
하은 : 내 옆에 있지 마.
강주 : (멈칫하듯 본다)
하은 : 더 늦기 전에 도망가, 내 옆에서.
강주 : (굳어서 보며)..무슨 뜻이야?
하은 : (자조적인 미소를 짓더니 돌아서서 간다)


강주, 부르지 못하고 못 박힌 듯 서 있다.

 

 

씬16. 입원실(밤)

 

인철, 창백하게 잠이든 이화의 손을 꼭 잡아 쥐고 있다.
이화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는 인철의 얼굴엔 깊은 회환과 연미,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씬17. 인테리어 팀(밤)

 

은하, 책상 앞에 앉아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망설이고 있다.


<인써트>
씬9 엘리베이터 앞에서의 하은의 모습.


은하, 무슨 일일까..하은의 걱정으로 휴대폰을 다시 들여다본다.


해경 : 퇴근 안 해?
은하 : (정신 차리며) 해야죠.


 

씬18. 오피스텔(밤)

 

하은, 꼼짝 않고 앉아 사진을 응시하며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있다.
싸늘한 미소를 짓는 듯한, 뭔가 무서운 것을 삼킨 것 같은 그 표정..
잔에 술이 넘치고 있다. 그제야 기울였던 술병을 놓는 하은.
술잔을 단번에 비우고 그대로 동상처럼 잠시 앉아 있다가 갑자기 술잔을 사진을 향해 집어던져 깨버린다.
이를 꽉 물고 있는 하은의 무섭게 충혈 된 두 눈, 떨리는 주먹.

 

 

씬19. 무릉건설 앞(낮)

 

태준과 상국의 승용차가 차례로 들어와 멈춰 선다.
각각 안에서 내리는 태준과 정무. 상국과 비서.
태준과 상국, 천연가스 문제로 인한 앙금이 가라앉지 않아 어색한 채로 눈인사를 나누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씬20. 무릉 건설 한곳(낮)

 

검은 양복차림의 하은, 표정 없이 차갑게 식은 얼굴로 걸어간다.
재훈, 하은의 모습이 여느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지만 묵묵히 뒤를 따르고 있다.

 

 

씬21. 인철 사무실(낮)

 

검은 양복차림에 침통한 표정의 인철, 태준과 상국을 맞았다.
태준과 상국도 맘이 편하지가 않다.

 

태준 : 강주한테 얘길 듣고 제일 먼저 이화씨 걱정이 되더구만. 뭐라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도 모르겠구 그래서 이리로 왔어.
인철 : 나한테라도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그랬으면 어떻게든 집사람 충격을 줄일 수 있었을 거 아닌가.
상국 : 강혁이 누명이라도 벗긴 뒤에 알리고 싶다고 신혁이가 하도 간곡하게 부탁을 해서 우리도 어쩔 수가 없었어.
인철 : (이해한다는 듯 한숨쉬듯 끄덕이는데)
(E) : 노크


곧이어 하은이 안으로 들어선다. 상국과 태준, 보는.


인철 : 어, 그래.


하은, 무표정한 채 거만할 정도로 약간만 고개를 숙여 보이며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상국과 태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태준 : 강주한테 전해 듣고 왔네.
하은 : ..네.
태준 : (하은에게서 시선 돌리고 인철보며 걱정스레) 이화씨는 지금 어떤 상태야? 충격이 이만저만 크지 않을 텐데.

        아직 병원에 있나?
인철 : 병원에선 입원을 권하는데 집사람이 하도 고집을 부려서 집으로 갔어.
상국 : 이화씨가 받은 충격이야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겠지. 


하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눌러 참으며 태준과 상국을 보고 있다.
하은의 눈엔 경멸과 증오가 담겨있다. 그 위로 이어지는 대화.


상국 : 죽었다던 아들이 살아있었다는 것도 충격일 텐데, 이런 일까지 생겼으니..
태준 :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강혁이 장례는 다시 치룰 생각인가?


하다 무심코 하은을 보다 멈칫하는 기분.
하은, 태준과 시선이 마주치자 조용히 시선을 거둔다.
태준, 순간적으로 얼어붙는 기분...그 위로.


인철 : 집사람하고 의논해 봐야겠지만 장례를 다시 치르는 건 무린 거 같구. 묘를 옮기는 문젠 신중하게 생각해 볼 생각이야.

 

 

씬22. 무릉 건설 앞(낮)

 

상국과 태준을 배웅하러 나온 하은.

 

태준 : (위로하듯) 자네가 어머닐 많이 위로해 드리게.
하은 : (무표정한 얼굴로) 네. (겸손한 듯 고개 숙여 보이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국 : 당연히 와 봐야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혁이 일인데.
하은 : (보일 듯 말 듯 냉소가 잡히며) 조심해서 가십시오.
태준 : 그래.


태준과 상국, 자신들의 승용차에 오른다.

차가 떠나는 걸 지켜보고 서 있는 싸늘한 표정의 하은.

 

 

씬23. 달리는 차 안(낮)

 

태준, 하은의 표정이 맘에 걸려있다. 자신이 잘못 본 것일까..

 


씬24. 진우 사무실(낮)

 

강주가 진우 사무실을 찾아왔다. 강혁에 관한 얘길 들은 진우.

 

진우 : (굳은 표정으로) 유강혁이 살해됐단 얘기야?
강주 : 응.
진우 : (긴장된) 범인은?
강주 : 아직 몰라. 그래서 저번에 얘기 못했던 거야. 신혁오빠가 부탁한 일이라서.
진우 : (혼자 생각에 빠진다)
강주 : 그리고 은하씨가 사랑했던 사람이 강혁오빠야.
진우 : (확 놀라서 본다)....뭐?
강주 : 은하씨하고 강혁오빠 20년을 남매처럼 살았거든.
진우 : (충격으로 본다)
강주 : 사실 여기까지 와서 강혁오빠 얘길 하는 건 오빠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서야.
진우 : (보는)
강주 : 저번에 강혁오빠에 대해서 물어본 이유가 뭐야?
진우 : (대답할 말을 찾는다)
강주 : 솔직하게 말해 줘. 갑자기 강혁오빠 얘길 꺼냈을 땐 뭔가 이유가 있었을 거 아냐.
진우 : (침착하게) 아버지가 약주를 드시고 난데없이 유강혁 얘길 꺼내셨어. 그래서 갑자기 궁금해졌구.
강주 : (호기심어린) 뭐라고 하셨는데?
진우 : (여유 있게 둘러댄다) 뭐 그냥 일종의 추억담 같은 거. 니 얘길 듣고 나니까 의문이 풀렸어.

        유강혁 얘길 들으시고 속이 많이 상하셨던 거 같애.
강주 : 어...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 혹시 최동찬사장에 대해 알고 있어?
진우 : (움찔해서) 최동찬?
강주 : 응.
진우 : 그 사람은 왜?
강주 : 강혁오빠 죽음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야.
진우 : (놀라움, 긴장) 그게 무슨 소리야?
강주 : 얘기하자면 복잡해. 최동찬에 대해서 아는 만큼 얘기해 줘.
진우 : 그 사람에 대해 내가 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강주 : 최동찬이 J&C와 관계가 있는 것 같아서. 아니야?
진우 : (대수롭지 않은 듯) 글쎄...최근에 호텔 사업일로 아버질 좀 도왔다는 얘긴 들었어. 특별한 친분이 있는 건 아니구.
강주 : (뭔가 숨기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그래.

 


씬25. J&C 로비(낮)

 

강주, 걸어 나온다. 진우의 태도가 어딘지 석연치가 않다.
걸음 멈추고 서서 잠시 생각하다...걸어간다.

 

 

씬26. 진우 사무실(낮)

 

진우, 혼란스러운 생각에 빠져서 불안하게 서성인다.


<인써트-16회 35씬>
상국 : (취한 눈으로 고개 가로 저으며 자기 말만한다)..그래도...강혁인 아니야.
        (거의 들릴 듯 말듯) 강혁인 아니었어. 바랬던 게 아니야. 원하지 않았어.

 

진우, 우뚝 멈춰 선다. 엄습해 오는 불길한 느낌. 그 위로.


강주 : (E) 강혁오빠 죽음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야.
진우 : (그건 아닐 거다..그럴 이유가 없다..고개를 젓는다)
석훈 : (들어오며) 부르셨습니까?
진우 : 저기 00경찰서 유강혁 (하다 멈추고 생각하려 애쓰는) 이름이..어 서하은형사 살해사건에 자세한 내막을 알아봐 주세요.
석훈 : (의아한)...서하은형사요?
진우 : 네.

 

 

씬27. 옥상(낮)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고 서 있는 하은.

 

 

씬28. 경찰서 한 곳(낮)

 

강주, 생각에 잠겨 걸어오는데 수철과 장형사, 함형사 다른 형사2명 급하게 걸어 나온다.

강주, 무슨 일인가 싶어서 보며.

 

강주 : 사건 터졌어요?
장형사 : 뉴스타 관광호텔 수색영장 나왔거든요.
강주 : (반짝) 그래요? 나도 같이 가요.
수철 : 안됩니다.
강주 : 왜요?
수철 : (단호하게) 제보에 의한 수색이지 언론 노출 단계가 아닙니다. (간다)
장형사 : (미안한 듯 강주를 본다)
강주 : 수색영장 사유가 뭐예요?
장형사 : (급하게) 제보 받고 갔던 인쇄소에서 그 호텔 나이트클럽 종업원 명함이 나왔거든요.
강주 : 명함이요? (하는데)
수철 : (큰소리) 안 오고 뭐 해?!
장형사 : 가요! (강주에게 눈인사하고 빠르게 간다)
강주 : (보는)...

 

 

씬29. 달리는 봉고차 안(낮)

 

장형사 : (긴장된 표정을 앉아있는 수철에게 조심스레) 저기 사실은요. 이강주 기자가 서형사님 사건을 취재하고 있어요.
수철 : (관심 없는 듯 창밖만 응시하고 있다)
장형사 : (시선을 거둔다)
수철 : (긴장된 표정으로 응시하는 위로)
하은 : (E) 부탁할 일이 있다.

 

 

씬30. 오피스텔(오후, 회상)

 

16회 씬58.

수철 : (긴장해서 본다)
하은 : (표정 없는 얼굴로 진지하게) 이강주기자가 최동찬을 쫓고 있어.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몰라.
수철 : ...
하은 : 니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강주를 보호해줘.
수철 : ..알았어.
하은 : 그리고 곧 가짜양주 포장 인쇄소에 대한 제보가 들어갈 거야. 거기서 뉴스타호텔 나이트클럽 종업원명함이 발견될 거구.
수철 : (긴장해서 보며) 가짜양주 유통으로 넣을 생각이야?
하은 : (싸늘한 미소로) 최동찬을 구속하는 게 목적이 아니야. 압수 수색영장만 받아서 최동찬 사무실을 수색해.

        거기서 찾아야 할 게 있어.
수철 : 찾아야 할 게 뭔데?
하은 : 형사수첩. 대신 넌 빠져.
수철 : ? 그게 무슨 소리야?
하은 : (진심어린 걱정) 니가 직접 가는 건 위험해. 장형사한테 형사수첩만 찾으라고 지시해 줘. 부탁한다.

 

 

씬31. 신혁 사무실(현재, 낮)

 

하은, 싸늘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양복 윗도리 집어 든다.

 

 

씬32. 동찬 사무실(오후)

 

동찬 : (험악하게 일그러져서 본다) 뭐야?
수하 : 나이트클럽으로 형사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동찬 : (벌떡 일어나서) 누구 맘대루! (하며 득달같이 나가려는데)


수철과 장형사 안으로 들어온다.


동찬 : (수철 보며 허 웃는)
수철 : (담담하게) 안녕하십니까?
동찬 : 아이구 이게 누구십니까? 오래 만에 뵙겠습니다, 김형사님. 안 그래도 한 번 연락을 드릴까 했었는데..잘 지내셨습니까?
장형사 : (좀 의아한 표정으로 수철을 본다)
수철 : (어쩔 수 없이 긴장한 채로 수색영장 펴 보이며) 수색영장입니다.
동찬 : (비죽이며) 이런, 도대체 무슨 일로 수색영장이 나왔을까?
장형사 : (얼른 끼어들어 강단 있게) 이 시간 이후 허락 없이 물건에 손대거나 서류 한 장이라도 사라질 경우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현 상태 그대로 일어나서 물러나 주십쇼. 압수품 목록은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동찬 : (기묘하게 비틀려 웃으며 수철에게) 뭔가 잘 못 알고 온 모양이신데.. 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합시다.
수철 : (맘 꽉 다잡듯 단호하게) 협조에 불응할 경우 공무집행 방해로 연행하겠습니다.
동찬 : (씹어 먹을 듯 본다)
수철 : 협조 부탁드립니다.
동찬 : (일그러져 웃으며) 오케이 오케이..(비켜주면서) 털어보시죠. 뭐 양심에 꿀리게 없으니까. 맘 놓고 털어보십쇼.


수철과 장형사 사무실을 수색하기 시작한다.
동찬, 일그러진 표정으로 수철을 무섭게 쏘아본다.

 

 

씬33. 인철의 안방(오후)

 

이화, 초췌한 얼굴, 멍한 눈으로 건하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 속 하은의 얼굴을 쓸어준다.

사진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씬34. 인철의 거실(오후)

 

하은, 어머니가 걱정 돼서 집으로 들어왔다.
하은, 안방으로 발걸음으로 옮긴다.

안방 앞에 도착해서 문손잡이를 잡는데 안에서 들리는 이화의 숨죽인 흐느낌 소리에 멈칫하는 기분으로 손을 멈추는 하은.

 

 

씬35. 인철의 안방(오후)

 

이화, 가족사진을 가슴에 끌어안고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아프게 흐느끼고 있다.
하은, 조심스레 문을 열다가 어머니의 모습에 얼음처럼 굳어 선다.
다가서지도 나가지도 못한 채 그렇게 고통스럽게 서 있는 하은.

 

 

씬36. 까페(오후)

 

은하와 강주가 마주 앉아있다.


은하 : (강주의 얘기를 들은 뒤다. 걱정스러운 표정)..그럼 지금 병원에 계신가요?
강주 : 아뇨. 오빠 어머니가 집으로 가시길 원하셔서요.
은하 : (끄덕인다)
강주 : (조심스레 살피며) 신혁오빠..걱정돼서 보자고 한 거예요?
은하 : ...어제 강주씨 전화 왔을 때 부사장실에 있었거든요. 결재 맡을 일이 있어서. 부사장님이 그렇게 당황하시는 거 처음 봤어요.

강주 : (마음이 좀 복잡해진다)..네에.
은하 : 바쁘실 텐데 시간 뺏어서 죄송해요.
강주 : (웃는 얼굴로) 아니에요. 은하씨도 알아야 할 일인데요 뭘.
은하 : ....
강주 : 은하씬 강혁오빠한테 특별한 사람이었구 그럼 신혁오빠하고도 특별한 관곈데 걱정되는 게 당연하죠.
은하 :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강주 : (조심스레) 근데 신혁오빠 볼 때마다 은하씨가 좀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은하 : (본다)
강주 : (어색한 웃음으로) 그냥 제 생각에..그럴 것 같아서요.
은하 : (담담하게) 처음엔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강주 : (어쩐지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심정) 그럼..지금은 괜찮아요?
은하 : (조용한 미소로) 아직 괜찮지는 않아요. 시간이 더 지나면 괜찮아지겠죠.
강주 : (미소로) 은하씨 참 솔직한 사람이다.
은하 : (미소)
강주 : 근데 일이 참 묘하게 꼬이네요. 내일이 신혁오빠 생일이거든요. 강혁 오빠 생일이기도 하구요. 
은하 : (그랬구나)...그래요.
강주 : (혼잣말처럼) 오빠 어머니가 더 착잡해하실 텐데..
은하 : ....

 

 

씬37. 권투도장(늦은 오후)

 

하은, 미친 듯이 샌드백을 치고 있다.

천사장, 무심한 표정으로 보지만 걱정이 담겨있다.

양복차림의 희수, 의아한 듯 하은을 보다가 천사장에게 왜 저래요? 하는 눈짓을 보낸다.
천사장, 대답대신 씁쓸하게 웃어 보인다.

 

 

씬38. 무릉 로비 엘리베이터 앞(늦은 오후)

 

은하, 걸어오다가 멈칫하는 기분으로 선다.
엘리베이터 앞에 하은, 양복윗도리 벗어서 들고 까칠한 얼굴로 서 있다.
은하, 조용히 다가가 옆에 선다.
하은, 돌아보다 은하를 확인하고 시선 마주치자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다시 앞을 본다.

은하,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하은을 본다.
하은은 무언가를 눌러 참는 듯 고집스레 앞만 보고 있다.

 

 

씬39. 동찬 사무실(늦은 오후)

 

동찬,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서 눈을 부라리며 수철을 보고 있다.
수철, 책상서랍들을 열어 수첩을 찾고 있지만 형사수첩은 보이지 않는다.
장형사, 수철을 보며 아무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젓는다.
수철, 난감한 표정이다.

 

동찬 : 뭐가 나오긴 나왔습니까?
수철 : (일어선다)
동찬 : 엉터리 제보만 믿고 이런 식으로 쳐 들어오는 건 명백한 인권유린인데.
장형사 : 제보뿐 아니라 가짜양주 상표 인쇄소에서 여기 나이트클럽 종업원 명함이 발견됐습니다.
동찬 : 명함이야 여기저기 떠도는 거 아닙니까?
장형사 : 경찰은 사실유무를 확인할 의무가 있습니다.
동찬 : 민주시민은 자유를 지킬 의무가 있는 거니까. 아무튼 (수철보며) 이 문젠 그냥 넘어가진 않겠습니다.
수철 : (기죽지 않고) 우린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겁니다.
동찬 : 나도 합법적인 절차를 따르겠단 얘깁니다. (하는데)
함형사 : (다급하게 들어오며) 나이트클럽 룸에서 면세양주가 발견됐어.
수철 : (표정이 은근히 밝아지며) 그래?
동찬 : (구겨진 인상으로 웃으며) 그건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장형사 : (은근히 기분이 좋지만 웃음을 감추려 애쓰며) 면세주류 판매는 불법인 거아시죠? 일단 서로 가 주셔야겠네요.
동찬 : (성가신 표정으로 책망하듯 수하를 노려본다)..

 

 

씬40. 신혁 사무실(늦은 오후)

 

하은 : (수철의 전화 받고 있다) 샅샅이 찾아 본 거야?..그래, 알았어. (끊는다) 수첩은 어디에 있는 걸까..

 

 

씬41. 입원실(늦은 오후)

 

경반장, 입원실을 찾은 강주.


부인 : (난감한 표정으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강주 : (부드럽게) 서형사님이 도주하던 날 밤에 병원에 들렀다는 얘기 장형사님한테 듣고 온 거예요.

        위험을 감수하고 여기까지 왔다면 분명히 목적이 있었을 텐데요.
부인 : (망설이듯 본다)
강주 : (간곡하게) 말씀드린 데로 서형사님은 유건하씨 쌍둥이 아들이에요. 저하곤 관계가 깊구요. 
부인 : (보는)
강주 : 말씀해 주세요. 전 서형사님 살해범을 찾으려는 거예요.
부인 : ...형사수첩을 찾으러 왔었어요.
강주 : 경기도 반장님 형사수첩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부인 : 이 사람 건 아니었어요.
강주 : 그럼 누구 건데요?
부인 : 모르겠어요. 아주 낡은 수첩이었는데 서형사님이 아주 중요한 거라고 하더라구요.
강주 : 그럼 서형사님한테 전해 주셨단 얘기네요.
부인 : ..네에.

 

 

씬42. 강력 5팀(밤)

 

동찬, 성가신 얼굴로 장형사 앞에 앉아 조사를 받고 있다.
수철은 자리에 앉아서 두 사람 얘기 듣고 있다.
장형사 책상 한쪽엔 면세용 양주 몇 병이 올려져 있다.

 

동찬 : (짜증이 있는 대로 올라) 판매 목적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합니까?
장형사 : (컴퓨터 켜 놓고) 판매용이 아닌 술이 왜 룸에 올라가 있어요?
강주 : (들어와 동찬을 보는 위로)
장형사 : (E) 창고에서도 두 박스나 더 발견됐다구요.
동찬 : (억지로 눌러 참으며) 귀한 손님 접대용으로 조금 얻어 놓은 겁니다. 그걸 우리 직원이 모르고 내 놓은 겁니다.
강주 : (옆에 와 서며) 어디서 얻으셨어요?
동찬 : (휙 쳐다보곤 굳어진다)
강주 : 납세증명표지도 없는 고급양주를 두 박스나 어디서 얻으셨는데요?
동찬 :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비죽이며) 기자에서 형사로 전업을 하셨습니까?
강주 : 말이 안되잖아요? (하는데)
수철 : (빠지라는 듯 O.L.) 이기자님!
강주 : (웃으며) 죄송합니다. (하곤 한쪽으로 빠진다)
동찬 : (험악하게 인상 구겨지고)
수철 : (담담하게 강주에게) 월권하지 마시구 나가주세요. 얘기 되는 거면 말해 드릴 테니까.
강주 : (보는)


두 사람 위로 동찬을 조사하는 장형사 대사 이어지고 있다.


장형사 : (E) 이거 혹시 미군 피엑스에서 불법 유통 된 거 아니에요?
동찬 : (어이없다는 듯) 증거를 대 보시죠.
장형사 : (말문이 막히는데)
동찬 : 왜 이 최동찬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실까? 기자님하고 형사님들하고 짜고 치는 고스톱인 거 같은데?
강주 : (어이없는 듯 웃고)
장형사 : (인상 무섭게 굳히며 버럭) 말조심 하세요!
함형사 : (난감한 표정으로 들어와 수철에게 조용히) 장부도 특별한 게 없고 발견된 술도 두 박스가 다야.
수철 :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선다) 장형사. 그 분 일단 집으로 가시라고 해.
강주 : (수철을 본다)
장형사 : (의아해서) 네?
동찬 : (슬쩍 수철을 본다)
수철 : (동찬보며 담담하게) 검사지휘를 받을 때까지 48시간 동안은 여기 계셔야 하는 게 원칙입니다만

        주거도 일정하시고 직업도 분명하시니까 일단은 집에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동찬 : (만족스럽게 웃으며) 당연히 그렇게 하셔야죠. (하며 일어선다) (강주에게) 또 뵙겠습니다, 이기자님.
강주 : (빙긋 웃어 보인다)


동찬, 나가면서 수철을 보며 씨익 웃어 보인다.
강주, 놓치지 않고 본다.


장형사 : 왜 돌려보내요?
수철 : 어차피 불구속지휘를 올려야 될 경미한 사안이야.


강주, 수철을 유심히 살피는 위로 장형사와 함형사 대화 오고간다.


장형사 : 그래도 원칙상 48시간은
함형사 : (끼어들며) 이런 건만 하루에 수십 건이야. 48시간 다 붙잡아두려면 경찰서 새로 지어야 돼.

 

 

씬43. 동찬 사무실(밤)

 

동찬, 험악하게 일그러져서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뒤따라오던 수하의 조인트를 화풀이하듯 걷어차 버린다.
수하, 아프면서도 자세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참고.


동찬 : (버럭버럭 미친 듯이) 어떤 새낀지 당장 잡아와! 

        분명히 누가 있어! 박상철이든 누구든 이 최동찬일 엿 먹이려는 새끼가 누군지 당장 찾아와! 당장!

 

 

씬44. 경찰서 한 곳(밤)

 

수철 : (굳어서) 수첩이라뇨?
강주 : (떠보는) 형사수첩이요. 서형사님 살해 현장을 제일 먼저 목격한 사람이 김형사님이잖아요.

        거기서 형사수첩 발견 못하셨나 해서요.
수철 : (애써 표정정리하며)..못 봤는데요.
강주 : 그럼 범인이 가져갔나? 혹시 최동찬 사무실 수색할 때 수첩은 없었어요?
수철 : (이 여자가 어디까지 아는 건가)...없었어요.
강주 : 그래요. 근데요. 가짜양주 제보 어디서 들어온 거예요?
수철 : 익명입니다.
강주 : (허 웃으며 혼잣말처럼) 요즘 익명이 유행인가?
수철 : (보는)..

 

 

씬45. 인철 사무실(밤)

 

인철이 은하를 불렀다.


인철 : 전후사정 얘길 듣고 많이 놀랬어요. 
은하 : ....
인철 : 듣고 싶은 얘기도 많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지만 오늘은 고맙단 인사도 전하고 부탁을 좀 하려고 불렀어요.
은하 : (본다)
인철 : 집사람이 충격이 아주 커요. 힘들겠지만 은하양이 집사람을 자주 찾아가면 집사람한텐 큰 위로가 될 것 같은데..
은하 : ...
인철 : 난 은하양을 가족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강혁이와 남매처럼 지냈다니

        은하양도 우리 부사장이나 신영이를 가족처럼 생각해 줬음 좋겠어요.
은하 : (대답하기가 어렵다)
인철 : 그리고 아버님껜 집사람 몸이 나아지는 데로 찾아뵙겠다고 전해줘요.
은하 : ...네.

 

 

씬46. 재수 집 거실(아침)

 

재수 : (걱정스러움을 담고) 사실적으루다 난 하은이 놈 가족한테 숨기는 게 맘에 걸렸어. 결국엔 이렇게 아시게 될 건데.
은하 : (출근복 차림으로) 두 분이 아빨 한 번 찾아뵙겠다고 하셨어요.
재수 : 찾아오시는 거야 상관없지만 면목이 없다, 내가. 그 놈 고생만 시키다가 그렇게 보냈는데 낯이 뜨겁다, 어쩐지.
은하 : (미소로) 그런 말씀마세요. 오빨 친아들처럼 생각하셨던 거 저도 알고 오빠도 알아요.
재수 : (위로가 되는 듯 천진하게 웃으며) 그래. 우리 하은이 놈은 알거야. 분명히 알거야.
은하 : (미소로 보다 문득) 저기 오늘이 오빠 태어난 날이래요.
재수 : 그래?
은하 : (쓸쓸한 미소로) 네에.

 

 

씬47. 신혁 사무실(낮)

 

하은 : (놀라서 보며) 어머니.


이화, 초췌한 얼굴로 한 손에 미역국과 반찬을 담은 찬합을 들고 서 있다.


하은 : (얼른 다가가며) 어떻게 오셨어요?
이화 : ..강혁이한테 가봐야겠어.
하은 : (아프게 보는)

 

 

씬48. 무릉 로비(낮)

 

하은, 이화의 손에 들었던 찬합을 들고 이화와 함께 걸어온다.
기다리고 있던 은하가 두 사람을 본다.
은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이화, 물기어린 눈으로 은하를 보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인다.
은하, 가슴이 먹먹해져 오며 슬프게 미소를 짓는다.

 

 

씬49. 달리는 차 안(낮)

 

하은, 복잡한 심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
뒷자리에 앉은 이화는 처연한 시선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지만 은하의 손만은 놓지 않고 꼭 잡고 있다.
은하, 이화의 모습이 가슴이 아프다.

 

 

씬50. 보도국(낮)

 

국장 : (강주가 제출한 기획안 넘겨보며) 이거 얘기가 되겠는데? (일진에게) 어떻게 생각해?
일진 : 20년 전 사건을 파헤치던 형사 반장은 의식불명 상태구 강력계 형사는 살해당했구 이거 뒤에 뭔가 큰 게 있는 것 같은데요?

국장 : 그렇지? (강주 보며) 제대로 심층 취재해 봐.
강주 : 네, 국장님.
국장 : 그리고 20년 전에 이 기사(건설부 과장 비관자살) 쓴 000기자가 대학 1년 선배야. 연락해 놓을 테니까 한번 찾아가 봐.
강주 : (눈 반짝이며) 알겠습니다.

 

 

씬51. 신혁의 산소(오후)

 

이화, 참담한 표정으로 신혁의 산소 앞에 미역국과 함께 조촐한 생일 반찬을 놓아준다.

그리고 직접 만든 만두를 놓는데 손이 떨리고 있다.
지켜보던 은하가 얼른 이화를 도와 상을 차린다.

이화 : (고마운 미소로 보며)..강혁이가 어려서부터 만두를 좋아했어요.
은하 : (안 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준다)

그 뒤에 고통스럽게 보고 서 있는 하은.
상을 다 차려놓고 멍하니 '서하은의 묘'라고 써 있는 묘비명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화,

손을 뻗어 비석을 만지려다가 손을 거둔다.
20년 만에 만난 아들의 비석이 마치 아들의 싸늘한 주검 같아서 차마 만질 수가 없다.
이화, 다시 손을 뻗어 비석을 만지려다가 다시 또 손을 거둔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러다가 비소로 울음이 터지기 시작한다.
은하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해지며 이화의 어깨를 감싸 안아 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하은, 주먹 쥔 두 손이 떨린다.

이를 악물고 있는 하은의 얼굴엔 뼈아픈 고통과 죄책감이 공존한다.
찬란한 오후 해살 속에 그렇게 멈추어 버린 세 사람.

 

 

씬52. 인철의 안방(밤)

 

인철, 탈진한 듯한 이화를 부축해서 안으로 들어온다.


인철 : (침대로 데리고 가서) 좀 누워요.
이화 : (멍한 눈빛으로 침대 끝에 걸터앉는다)
인철 : (애처롭게 보며) 나한테 전화하질 그랬어. 같이 가려고 했었는데.
이화 : ...미안해요. (우는 눈으로 미소 지으려 애쓰며) 오늘이 강혁이 생일이어서...그래서..
인철 : (다 안다는 듯 끄덕여주며) 알아. (서글픈 눈으로) 당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알아.
이화 : (넋이 나간 듯 텅빈 표정으로) 나...죄를 참 많이 지었나 봐요...죄를 너무 많이 지었나 봐.
인철 : (아프게 본다. 떨림이 있는 목소리) 당신이...무슨 죄를 지어. 당신은..아무 죄도 없어. 당신은 아무 죄 없어.
이화 : (눈물 가득한 눈으로 인철을 본다)
인철 : (처연함이 가득한 시선으로 보는)..

 

 

씬53. 인철의 집 앞(밤)

 

하은과 은하가 밖으로 나온다.


은하 : (힘겨워 보이는 하은이 맘에 쓰이는 표정으로)...들어가세요.
하은 : (말없이 승용차 문을 열어준다)
은하 : (거부하는 것이 아닌 걱정으로)..혼자가도 괜찮습니다.


하은, 처연한 눈에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잠시 은하를 보다가 은하의 손을 잡아서 차에 태운다.

은하, 조용히 따라준다. 
하은, 차에 타서 출발한다.
하은의 승용차 출발하면서 앞에서 오던 강주의 승용차와 스쳐지나간다.
하은과 은하는 복잡한 마음인 채로 강주의 차를 의식하지 못했다.

 

 

씬54. 강주의 차 안(밤)

 

강주, 하은과 은하의 모습을 보았다. 뭔가 복잡해지는 기분으로...

 

 

씬55. 달리는 차 안(밤)

 

하은, 무너지려는 것을 억제하려는 듯 입을 꽉 다문 채 앞만 보고 운전하고 있다.
은하, 하은을 돌아보면 하은의 꽉 다문 입술에 미세한 떨림이 일고 있다. 안쓰럽고 애처롭다.

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질 않는 은하, 조용히 시선을 거두는데.
하은, 갑자기 차를 한곳에 급정거 시킨다.
은하, 놀라서 본다.
하은, 꾹꾹 눌러 참았던 슬픔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는 듯 핸들을 두 손으로 꽉 움켜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 어깨가 떨린다.
은하, 가슴이 먹먹하다. 하지만 어찌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본다.
하은, 고개 푹 숙인 채 이를 악물고 울음소릴 안으로 삼키지만 거친 호흡 같은 흐느낌이 세어 나온다.
은하, 휘청하는 기분으로 본다.
하은, 어깨를 떨며 슬픔을 안으로 삼키려 애쓴다.
은하, 어느새 눈물이 그렁해한 눈으로 하은을 바라보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하은의 머리카락을 조용히 쓸어주다가 심하게 떨고 있는 하은의 어깨를 감싸 안아준다.

은하의 품안에서 소리죽여 아프게 흐느끼는 하은.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고 있는 두 사람.

 

 

씬56. 인철의 집 앞(밤)

 

멈춰진 강주의 차 안.

강주, 쉽게 돌아가지 못한 채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인써트-16회 10씬>
하은 : 들어가, 은하(하다 자신도 놀래서 말을 멈춘다)
하은 : (부러 아무렇지 않게) 말이 잘 못 나왔어.


강주, 복잡한 기분을 털어내고 싶은 듯 시선 돌리다가 차 안의 놓인 하은에게 줄 생일 선물상자(손목시계)를 본다.
상자를 집어서 보며 휴우 크게 숨을 내쉬어 본다..

 

 

씬57. 인철의 거실(밤)

 

인철, 침통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오는데 신영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 있다.


신영 : 저만 모르는 일이 뭐예요, 아빠?
인철 : 무슨 소리야?
신영 : 저도 눈치라는 게 있어요. 이 집에서 저만 모르는 일이 있잖아요. 그게 뭐예요?
인철 : (애써 웃는 얼굴로) 우리 귀한 딸이 모르는 일이 어딨어?
신영 : (믿지 않는 눈치다) 어젯밤 내내 엄마 우신 거, 저 알아요. 오빠도 새벽에 여기 서서 안방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인철 : ....
신영 : 제가 알면 안 되는 일이에요?
인철 : (복잡한 시선으로) 아빠가 미안하다. 우리 신영이한테. 엄마한테도 그렇구.
신영 : ? 왜 아빠가 미안하세요?
인철 : (씁쓸한 미소로 신영의 머리만 쓰다듬어 준다)
신영 : (보는)...

 

 

씬58. 재수의 집 앞(밤)

 

하은과 은하, 말없이 걸어온다.
벽에 몸을 기대선 채 은하를 기다리던 진우, 두 사람 모습에 몸을 일으켜 세운다.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다.
하은과 은하도 진우를 보았다.
하은, 겨우 차분해진 얼굴에 싸늘함이 감돈다.
은하는 조금 당황스러운 기분이다.
두 사람이 가까이 오자 진우, 굳었던 표정을 푼다.

 

진우 : (여유 있게)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는데..잘됐다.
하은 : (대꾸 없이 눌러 보는)
진우 : (은하에게) 아픈 것 같진 않아서 다행이네요.
은하 : (차분히) 어쩐 일이세요?
진우 : 회사로 전화 했더니 조퇴했다고 하길래 걱정돼서 왔어요.
하은 : (무표정하게 본다)
진우 : 휴대폰도 받질 않아서 혹시 아픈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은하 : ....
진우 : 얼굴 봤으니까 됐어요.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들어가 쉬어요. 내일 전화할게요.
은하 :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하다가)...조심해서 가세요. (하고는 하은을 본다)
하은 : (흐린 미소로) 오늘...고마웠어요. 
은하 : (따뜻한 미소로)...아니에요.
진우 : (걸리는 기분으로 두 사람을 본다)
하은 : 피곤할 텐데 들어가요.
은하 : ...네. (하곤 진우에게 인사하듯 담담한 눈길을 보낸다)
진우 : (웃어 보인다)
은하 : (안으로 들어간다)


하은, 복잡한 시선으로 집으로 들어가는 은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진우, 그런 하은을 본다.
하은, 은하가 들어간 것을 확인하자마자 진우한테 일별도 없이 걸음을 돌린다.


진우 : 강혁이 얘기 들었어.  
하은 : (멈춘다)

 

 

씬59. 은하의 방(밤)

 

은하, 침대에 오도카니 앉아있다. 하은과의 일로 마음이 복잡해서 시선이 허공을 헤맨다.

 

 

씬60. 바(밤)

 

하은과 진우가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진우 :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뭐라 해 줄 말이 없다. 유감이라고 밖엔.
하은 : (싸늘한 얼굴로 술만 마신다)
진우 : (진심으로) 너도 너지만 어머니 충격이 크시겠다.
하은 : (쓰게 웃는다)
진우 : 솔직히 나도 충격을 좀 받았어. 강혁이 얘기도 그렇고 은하씨가 좋아했다는 사람이 강혁이란 얘기 듣고 기분이 좀 묘해지더라구.

하은 : (본다)
진우 : 맘에 걸리기도 하고 걱정도 되구.
하은 : (싸늘하게) 본론이 뭐야?
진우 : 은하씨가 널 볼 때마다 어떤 심정이 될지 니가 헤아려줬음 좋겠다.
하은 : (더 듣고 싶지도 않다. 남은 술 잔 비우고 일어서는데)
진우 : 넌 유강혁이 아니야.
하은 : (굳어 본다)
진우 : 은하씨 혼란스럽게 하지 마라. 은하씬 너한테서 유강혁을 찾고 있는 거야. 유신혁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하은 : (낮게) 내 말 잘 들어. 난 그 여자가 누굴 보고 있든 상관없어. 내가...서은하를 보고 있으니까.
진우 : (굳어서 본다)
하은 : (싸늘하게 보다가 돌아서서 간다)
진우 :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을 날리다가 그 웃음이 차츰 차갑게 식는다)

 

 

씬61. 인철의 거실(밤)

 

하은, 복잡한 심정으로 들어와 어머니를 보듯 잠시 안방 쪽을 보다가 이층으로 올라간다.

 

 

씬62. 신혁의 방(밤)

 

하은, 들어오다 멈칫하는 기분으로 걸음을 멈춘다.
이화가 혼자 우두커니 서 있다.


하은 : (다가가서)...어머니.
이화 : (흐린 눈으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하은 : ..왜 여기 계세요?
이화 : (대답대신 손을 뻗어 하은의 볼을 만져주며)...많이 아팠지?
하은 : (본다)
이화 : 엄마가 잘못했어...미안해.
하은 : (슬픈 눈으로 애써 웃어 보이며) 아니에요. 제가..죄송해요. 어머니한테 너무 미안한 게 많아요.
이화 : 착하고 여린 우리 신혁이.
하은 : (본다)
이화 : 형 때문에 늘 가슴 아팠으면서도 내색도 못하는 우리 착한 아들.
하은 : (가슴이 쿵 내려앉듯 본다)
이화 : 엄마..그거 다 알면서..형이 좋아했던 만두라서 차마 먹지 못했던..니 마음 알면서도 엄마가 자꾸 잊어버렸었어. (눈물이 흐른다)

하은 : (가슴이 막혀서 보고 서 있다)
이화 : 가슴에 강혁이가 박혀있어서....널 자꾸 잊어버렸었어. 엄마...그게 너무 미안해.

        너한테두...강혁이한테두...너무 미안해..엄마가..(운다)


하은, 어쩌지도 못하고 물기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이화, 울다가 한숨을 쉬듯 눈물을 닦아내곤 아들을 보며 웃어 보이려고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하은, 어머니를 보며 미소를 지어보이지만 우는 것만 같은 얼굴이다.

 

 

씬63. 인철의 안방(밤)

 

인철, 잠들지 못한 채로 건하의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
회환에 찬 깊은 한숨을 내 쉬는 인철.

 

 

씬64. 레스토랑 룸(낮)

 

태준과 희수, 식사는 아직 오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 앉아있다.


태준 : (미간을 찌푸린 채로 화내듯) 난 자넬 생각해서 무릉건설을 추천했던 거야.
      헌데 정회장한테 그런 식으로 떠벌이면 내 입장이 뭐가 돼? 
희수 : (당황스런 표정으로 정중하게) 그건 오해십니다.
태준 : 이번 일로 자네한테 실망이 아주 커. 고작 이 정도의 신뢰도 못 지킨다면 어떻게 자넬 믿고 내가 도움을 줄 수가 있나?
희수 : 오해를 푸십시오, 의원님.
태준 : (딱딱하게) 자넬 돕겠다는 생각이 바꿨어. 지금까지 얘긴 없었던 일로 하자구.
희수 : 무릉건설 얘긴 의원님과 연관지어 한 얘기가 아닙니다. 

        물론 의원님의 말씀이 있으셨기 때문에 꺼냈던 건 사실이지만 의원님을 거론하진 않았습니다.

태준 : (본다)
희수 : 전 단지 무릉건설과 J&C가 시공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을 뿐인데

        정회장님께서 대뜸 이의원님을 거론하셨습니다. 물론 전 부인했구요.
태준 : (눌러보는)
희수 : (겸손하게) 정회장님께서 왜 그런 오핼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불찰이 있었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태준 : (마음이 좀 풀려서 보는)...
희수 : 그리고 시공문젠 J&C에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의원님껜 죄송하지만 아무래도 무릉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것 같아서요.

태준 : (생각에 잠겨 끄덕인다)
희수 : (살피듯 보는)...

 


씬65. 상국 사무실(낮)

 

상국과 진우.


진우 : 라이언펀드의 스티븐 리요?
상국 : 그래. 우리한테 LNG 파이프라인 시공을 맡기겠다고 했어.
진우 : 확실한 프로젝트가요?
상국 : 이의원이 끼어든 거 보면 확실해. 이의원 소개로 자원개발공사와 합작을 추진 중인 모양이야.
진우 : 네에.
상국 : 내생각엔 우리가 그 합작사업에 끼어드는게 좋을것 같다. 알아보니 신장성에서 개발된 천연가스매장량이 어마어마해.

        단순히 파이프라인 시공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투자를 하면 엄청난 이익이 생길 거다.
진우 : (걸리듯 보는)
상국 : 문젠 라이언 펀드에서 우릴 끼워주느냐야. 어떻게든 스티븐 리를 설득해야 할 것 같은데..
진우 : 현재 투자할 만한 자금이 부족한 상탭니다.

       이사진들 사이에서도 순이익이 적고 부채 비율이 높다고 불만의 소리가 높습니다.
상국 : 그러니까 더 이 일을 성사시켜야 돼. 단번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야.
진우 : 이 문젠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
상국 : (건성으로) 신중해야지 물론.

 

 

씬66. 상국의 거실(오후)

 

미정 : (통화중이다) 그건 걱정 말아요. 김누인씨만 약속을 지켜준다면 나머지 지분을 가진 이사들은 내가 확실히 설득할 거니까. 

        헌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는 게 있어요. 김누인씬 왜 날 도우려는 거죠?

 

 

씬67. 권투도장(오후)

 

하은, 이리저리 생각하면서 서성이고 있다.


천사장 : (미정과 통화중이다) 윤미정씰 도와주려는 게 아니라 스타호텔에 투자를 하려는 겁니다.

          윤미정씨껜 경영을 맡기려는 거구요.
미정 : (F) 날 어떻게 알고 경영을 맡길 생각을 했냐구요?
천사장 : (웃으며) 그건 김누인씨 만나거든 직접 물어보십시오.
미정 : (F) 언제쯤 만나게 되는데요?
천사장 : 곧 만나게 되실 겁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끊는다)
하은 : 스타호텔 주식 15%를 매입하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건가요?
천사장 : 네. J&C 명의와 우호지분이 30%니까 나머지 지분을 가진 이사들을 윤미정이 설득해야 되구요.
하은 : (끄덕이고는) 근데 박희수는 왜 안 옵니까?
희수 : 난 왜 기다려요?
하은 : (돌아보면)
희수 : (한 손에 맥주와 치킨 정도 들고 들어오며) 맨날 나만 왕따 시키고 자기들끼리만 쑥덕거리면서.
천사장 : (피식 웃는다)
하은 : 그건 뭐야?
희수 : (탁자에 펼치면서) 맥주하고 치킨이요. 천사원 애들한테 치킨 쫘악 돌리고 남은 거 한 마리 얻어 왔어요.

        아직 따뜻해요. 이리 오세요.
하은 : (희수의 천진난만함에 마음이 무거워서 본다)
천사장 : (그런 하은을 본다)

 

 

씬68. 진우 사무실(오후)

 

석훈의 보고를 받고 있는 진우.


석훈 : 서하은은 임대식사장 자살사건 담당 형사였다고 합니다.
진우 : (굳어져서) 임대식이요?
석훈 : 네. 여러 가지 얘기가 있는데 그 사람이 최동찬사장을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진우 : (놀라서 보며) 임대식이 타살이란 건가요?
석훈 : 자살로 종결지어졌는데 서하은형사는 타살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진우 : (생각하다) 서하은이 타살된 장소가 어딥니까?
석훈 : 강릉이라고 합니다.
진우 : 강릉이요?
석훈 : 네.
진우 : (생각에 잠겨서 혼잣말처럼) 강릉....

 

 

씬69. 동찬 사무실(늦은 오후)

 

동찬 : (마주 앉아 있는 수철을 만족스럽게 보며) 난 또 오해를 하고 있었지.
        김형사가 이 최동찬이하고 영원히 끝낼 생각인가 싶어서.
수철 : 최사장님한테 무서운 맛을 본 사람인데 그럴 리가 있겠어요? 목숨이 둘 도 아니구.
동찬 : (웃으며)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구만. 헌데 어젠 왜 그랬어? 여기 오기 전에 전화라도 해 주면 좋았을 걸.
수철 : 나도 급하게 소집돼서 오느라고 그럴 틈이 없었어요.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동찬 : 괜찮아. 나도 가끔은 실수에 관대한 편이야. 특히 돌아온 탕자한텐.
수철 : (슬쩍 웃는)
동찬 : 근데 오늘 날 찾아온 용건은?
수철 : 박상철이 경찰서에 전활 했어요. 자기는 결백하다구.
동찬 : (일그러지며) 그래서?
수철 : (능청스럽게)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박상철이 아직 국내에 있다는 거.
동찬 : (수철의 의중을 살피듯 보는)...

 

 

씬70. 오피스텔(늦은 오후)

 

하은과 수철.


수철 : 박상철 애인은 이미 최동찬한테 매수됐어. 아마 박상철의 은신처를 경찰에 흘린 것두 그 여잘 거야.
하은 : 박상철 찾는 일은 그만 둬.
수철 : 내 걱정은 하지 마. 박상철을 찾는 건 최동찬이 제일 빠를 거야. 적당히 미끼를 던져놨으니까 지금쯤 혈안이 돼 있겠지.
하은 : (걱정스럽게 보며) 내 말 들어. 너 다치는 거 보고 싶지 않다.
수철 : (보는)....

 

 

씬71. 까페(밤)

 

하은, 들어와서 보면 강주가 혼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하은 : (앞에 와 앉으며) 많이 기다렸어? 
강주 : 조금. (자기 앞의 맥주를 밀어주고) 아주머닌 좀 어떠셔?
하은 : (대답대신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이곤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강주 : (얘길 듣지 않아도 알 것 같다. 기분을 전환하려는 듯 선물을 하은 앞으로 내밀며)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하은 : (본다)
강주 : 손목시계야. 그거 볼 때마다 내 생각하라고 주는 거야.
하은 : (복잡한 심정으로 물끄러미 보는)
강주 : (무안해져서 시선 피하면서) 사실 요즘 내가 생각해도 이강주가 좀 웃겨.
하은 : (보는)
강주 : 유신혁을 만나려고 이유 만들고 불러내고 금방 헤어지기 싫구. (하는데)
하은 : 강주야.
강주 : (본다)
하은 : (안쓰럽게 보며) 난...니 상대가 아니야. 널 받아드릴 수가 없어.
강주 : (충격이지만 애써 미소 지으며)...왜? 나에 대한 마음 벌써 다 정리된 거야? 아니면..은하씨 때문에?
하은 : (움찔해서 본다)
강주 : (애써 웃으며 어색한 분위기 밝게 하려는 듯) 아니다. 내가 괜한 말을 꺼냈어.
하은 : 서은하씨
강주 : (말 자르며) 대답할 필요 없어. 오빠 대답 들으려고 한 말 아니야. 그냥 내 맘이 그렇다는 거 말해주고 싶었어.
하은 : (아프게 보며) 좀 더 일찍 유신혁한테 다가오지 그랬어?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강주 : 그래서 기다릴 생각이야. 그 동안 유신혁이 이강주를 기다려준 것만큼 나도 유신혁을 기다려 줄게.

        (괜히 서두른다) 들어가 봐야겠다. (하며 일어선다)
하은 : (착잡한 심정으로 보는)...

 

 

씬72. 보도국(밤)

 

강주, 심난한 기분으로 자리에 온다. 하은의 거절이 상처가 된 듯 망연히 서 있다.

 

 

씬73. 입원실(낮)

 

하은, 경반장 입원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부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 둘러보다가 경반장 앞으로 가서 선다. 애틋한 눈으로 경반장의 손을 잡아주곤 희미하게 웃어 보인다.

 

 

씬74. 보도국(낮)

 

강주,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는데 국장이 부른다.
 
국장 : (들어오다 보고) 어, 이강주.
강주 : 네, 국장님.
국장 : 20년 전 사건 기사 썼던 선배하고 통화를 했는데.
강주 : 그러셨어요? 언제쯤 찾아뵈면 된데요?
국장 : 그 선배 말엔 이의원님이 더 잘 알고 계실 거라는데?
강주 : (의아해서) 아버지가요?
국장 : 응. 당시에 그 비리문제 자체조사를 이의원님이 맡으셨다고 하더라구.
강주 : (얼어붙는다)

 

 

씬75. 입원실(낮)

 

하은, 경반장의 손을 잡은 채 서글프게 내려다보다가 손을 놓으려는데 경반장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하은, 흠칫해서 경반장의 손을 본다. 미동이 없다.
뚫어지게 바라보는 하은. 미동이 없다.
하은, 실망스런 표정이 되는 순간 하은의 손을 잡고 있는 경반장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인다.
하은, 놀라 굳어 보는데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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